본문 바로가기

월간중앙

최양락, MBC FM <재미있는 라디오> 하차한 후 심경 고백

정치라는 단어 입에 담고 싶지 않아… ‘수고했다’ 말 한마디라도 해줬더라면


정치풍자 코너로 유명한 <재미있는 라디오>를 진행해온 최양락은 지난 5월 마이크를 내려놓고 두문불출했다. ‘외압에 의해 하차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무성했다. 이에 MBC 측은 “일반적인 정기개편일 뿐”이라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진실은 무엇일까?


최양락

 

코미디언 최양락(54). 그는 5월 13일 “다음주 월요일 8시30분 생방송으로 돌아올게요. 웃는 밤 되세요”라는 멘트를 남기고 돌연 잠적했다. MBC 표준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 진행자가 영문도 모른 채 하차한 데 이어 해당 프로그램마저 전격 폐지되자 방송계 안팎에서 외압 가능성이 제기됐다.


7월 19일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최양락의 아내 팽현숙 씨가 “남편이 일방적으로 하차 통보를 받았다.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정치 풍자를 해온 게 갈등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라고 주장해 그간 제기됐던 ‘외압설’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는 2002년부터 ‘3김퀴즈’, ‘대통퀴즈’ 등의 정치풍자 코너로 오랫동안 인기를 누렸다. 전·현직 대통령의 성대모사를 하는 패널이 등장해 정치·경제·사회 분야의 이슈를 콩트 개그로 풀어낸 코너로 청취자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최양락은 2012년 MBC 브론즈마우스 시상식에서 10년간 라디오를 진행한 공로를 인정받아 ‘브론즈마우스’를 수상했다.


작별 인사도 없이 방송을 중단한 의혹에 MBC 측은 “진행자 교체는 정상적인 프로그램 개편의 일환이었다. 개편 2주 전에 하차 사실을 최양락 씨에게 예우를 갖춰 알렸다”며 외압설을 부인했다.


8월 9일 논란의 중심에 선 그를 설득해 상세한 얘기를 들어봤다.


최양락

 

MBC FM <최양락의 재미있는 라디오>에서 하차했다. 14년간이나 진행해온 프로그램이었는데 어떤 심정인가?


요즘은 아내 가게에서 주차요원으로 일하고 있다. 바쁠 땐 서빙도 한다. 물론 14년간 하던 일이 갑자기 끊겨 마음이 안 좋긴 했다. 그래도 지금처럼 뭐라도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게 감사하다. 슬펐던 일은 시간이 지나면 ‘그랬던 적이 있었나’ 하고 어느 순간 또 사라진다. 이번에도 잘 넘어가길 바란다.


‘외압에 의한 하차’라는 의혹이 제기됐는데 사실인가?


청취율이 오르고 있던 시기에 갑작스레 이뤄진 하차라서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사실 하차를 통보받기 전날 새벽까지 담당 PD와 회의를 했다. ‘앞으로도 잘해보자’는 말을 나눈지 하루 만에 잘릴 줄 누가 알았겠나.


그때 CP(책임 프로듀서)에게 무슨 얘길 들었나?


최근 청취율 조사에서 MBC표준 FM의 웬만한 프로그램은 (청취율이) 다 떨어졌는데 ‘재미있는 라디오’와 또 한 프로그램만 청취율이 올랐다고 했다. 그런 결과를 설명하시면서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폐지하게 됐어요’라고 하시더라. 거기다 대고 내가 뭐라 할 수 있겠나. 그냥 ‘알겠습니다’하고 나왔다. 청취율은 올랐는데 폐지해야 한다니 황당하잖은가? 통보 받는 분위기도 낯선데다…. 그래서 약간 충격을 받았던 것 같다.


당시 분위기가 어땠나?


뭐라 딱 짚어 표현하기 어렵다. 그때 상황이 마치 학생과장이 불량학생 최양락을 불러서 이렇게 말하는 식이었다. ‘너 이 자식. 공부도 못하는 놈이 이번에 성적이 쭉 올랐대? 그런데 너 인마, 퇴학이야. 그래도 며칠은 나와야 해. 장학사가 온대. 그건 해줘야 해’ 뭐, 이런 느낌? 방송생활 36년 만에 이게 뭔가 싶어 참 서러웠다.


MBC 측은 밤 10시까지 기다리는 등 예우를 다했다고 말했다.


‘재미있는 라디오’ 생방송이 밤 10시에 끝난다. 그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잖나.(웃음) 그냥 당시 내 마음은 단순했다. 자그마치 14년이나 진행한 프로그램이었잖은가. 비 골든타임인데도 동시간대 청취율을 1위로 끌어올린 적도 있었다. 그렇게 동거동락해온 세월이 있는데 말 한마디라도 ‘수고했다’고 해줬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최양락은 1981년 MBC 제1회 개그 콘테스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다. 콩트 개그 전성시대였던 1980년 대에서 1990년대 중반까지 ‘네로 25시’, ‘괜찮아유’, ‘고독한 사냥꾼’ 등 수많은 코너를 히트시켰다. 종래의 우스꽝스러운 분장을 하고 몸을 써서 웃기는 코미디를 뛰어넘어 그는 머리를 써서 웃기는 코미디를 등장시켰다. 특히 ‘네로 25시’에서는 촌철살인의 정치 풍자를 선보여 시청자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또한 40년 가까이 코미디를 해오며 두세 번의 슬럼프를 겪었지만 늘 새로운 아이디어를 갖고 성공적으로 복귀해왔다.


지금 주변에서 외압 때문에 제가 하차된 것처럼 말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정치’라는 단어를 담는 것 자체가 적절치 않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하차 과정이 서운했던 거지, MBC에 대해서는 예의를 지키고 싶다고 전했다. 방송국은 프로그램의 청취율이 낮게 나오면 개편에 맞춰 얼마든지 진행자를 바꿀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최양락 씨는 행간 도는 말들에 대해 일단락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