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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져드는 청소년들

스마트폰 보급 늘면서 급속 확산, 판돈 마련 위해 중범죄 저지르는 학생도 생겨나. 한 고등학교에선 1학년생 전체의 10% 가량이 스포츠 도박 ‘열공’ 경우도 있다. 지금은 불법 스포츠도박 등으로 주머니가 두툼해진 아이가 친구들 사이에서 ‘짱’ 소리를 듣는다. 불법 스포츠도박 시장의 규모는 무려 31조원. 손바닥 안에 펼쳐진 위험한 세계가 학교와 청소년들을 어지럽힌다.


민감한 청소년 시기에 불법 스포츠 도박에 발을 들여놓은 건 순전히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서였다고 한다. 친구의 스마트폰 창을 통해 흘끗 본 도박사이트에 자신도 모르게 끌려들어가 각종 스포츠게임 정보와 자료를 수집하는 것에 열을 올린다. 그리고 배팅할 돈이 모자라자 친구들에게 돈을 빌리기 시작한다.

 

불법 스포츠도박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에 배팅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고, 점점 헤어날 수 없는 도박의 늪에 빠져들었지만 더 손 벌릴 데가 없자 인터넷 중고물품 거래 사이트를 통해 물건을 파는 것처럼 허위글을 올려 돈을 받는, 해서는 안 될 범죄까지 저지르게 된 어느 청소년. 결국 신고를 받은 경찰에 붙잡혔고 보호관찰을 끝마쳤다. 하지만 다시 도박의 유혹에 빠져 더 큰 사고를 칠까 스스로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그리고 집을 두 채나 보유한 유복한 가정에서 자라난 이모(18) 군은 한때, 학교 밴드에서 작곡 등을 하던 ‘모범생’이었다. 하지만 불법 스포츠도박을 접한 지 2년 만에 특가법상 절도 전과자가 됐다. 서빙 등의 알바를 하며 도박 자금을 대다 자신의 노트북을 팔았고, 어머니의 지갑에 손을 댔다. 음향기기를 잘 알던 이군은 급기야 교회를 돌며 악기를 훔치기 시작했다. 경찰 조사 결과 이군이 훔친 음향기기는 1억3000만원 상당이나 됐다.

 

불법 스포츠도박


▩ 불법 스포츠도박 배팅 위해 집 안의 밥솥, TV, 명품가방까지 팔아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스포츠도박에 빠진 청소년들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도박중독에 대한 예방·치유 활동을 하고 있는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이슬행 주임은 “온라인 스포츠도박에 걸 돈을 마련하기 위해 친구들 돈을 뺐거나 심지어 부모가 집을 비운 사이 밥솥에서부터 TV, 명품가방 같은 고가품을 허락 없이 파는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진 아이들에게 가장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일상의 파괴가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점이다. 이 주임은 “아이들이 보통 처음에는 국내스포츠 배팅으로 시작한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축구, 미국 NBA, 심지어 슬로바키아 3부리그 축구, 인도네시아 2부리그 축구 등 해외 각지에서 벌어지는 스포츠 경기에 배팅하는 식으로 자연스럽게 옮아간다”고 설명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경기와의 시차 때문에 새벽까지 배팅에 열을 올리게 되고 잠잘 시간도 모자라게 되는 게 다반사다. 학교에 안 나오거나 나와도 수업 중에 엎드려 자기 일쑤라는 것이다.


청소년들의 불법 도박은 개인만의 문제로 끝나지 않고 가정 파괴라는 심각한 상황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박은경 예방 과장은 “아이가 탕진한 도박 액수가 몇 천만 원으로 커져 결국 감당이 안 되자 가족 모두가 전세에서 월세로 이사를 갈 수밖에 없었던 사례도 있었다”고 했다. 또래 놀이문화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다 보면 이런 도박에 빠지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지적한다. 센터 측은 한 번 도박에 빠지게 되면 치료에 애를 먹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는 사실도 강조한다.

 

불법 스포츠도박


▩ 초등 4~6학년 나이 게임도박 시작… 관심 가져야


청소년들 세계에서 낯설지 않은 은어가 있다. ‘토사장’이다.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를 일컫는다. 지난해 불법 스포츠토토 관련 사건을 수사한 경기지방경찰청 한 관계자 따르면 한 학생이 ‘토쟁이’(불법 스포츠토토 도박에 빠진 청소년)하다 ‘토사장’(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 운영자)만 되면 인생 성공하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여 수사팀 관계자들을 당혹스럽게 했다고 한다.


최근 3년에서 5년 사이에 청소년들 사이에서 급속히 불법 스포츠토토과 같은 온라인 도박이 퍼질 수 있었던 것은 스마트폰의 위력 때문이다. ‘스팸 문자’에 도박사이트 주소가 링크돼 있고, 학생들이 카카오톡과 같은 채팅 앱에 만든 단체채팅방(일명 단톡방)은 각종 정보와 수싸움의 비법이 모이는 곳이다. 자신들이 수집한 각종 경기정보를 바탕으로 승률과 배당률 등을 높이는 방식을 함께 고민하기도 한다. 부모와 교사들은 모르는 세계가 너무 쉽게 펼쳐진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관계자는 “휴대폰만 있으면 본인이나 친구명의 통장을 이용해 성인인증도 할 필요 없이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에 접속을 할 수 있다”며 “불법 사이트의 상당수는 해외 서버를 이용하기 때문에 단속하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관계자는 “보통 초등학교 4~6학년 때가 도박을 시작하는 나이기 때문에 단순한 온라인게임을 하거나 거리에서 흔히 보는 뽑기 기계를 이용할 때부터 한계와 제한을 두도록 옆에서 부모가 지도역할을 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도박'이라는 수렁에 빠져 인생을 한순간에 파멸시키지 않게 청소년들에게 각별히 관심을 두고, 불법 스포츠도박에 빠지지 않도록 신경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