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아들이 딸을 잔혹하게 살인한 사건이 있었다. 악귀가 몸 안으로 들어갔다고 하며 강아지와 딸을 흉기로 처참하게 살해한 것이다. 퇴마의식에 의한 잔혹 살인, 정신병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 그저 잔혹한 범죄로 봐야 할 것인지가 해결되지 않은 수수께끼로 남았다.
사흘간 물까지 금식한 엄마, “문 밖의 악귀가 강아지에게 들어갔다. 죽여라”라고 남매에게 지시… 눈 풀린 딸 두고 “(강아지에게서) 악귀가 옮겨갔다. 지금 아니면 우리가 죽는다”며 오빠에게도 살해 주문… 범행 후 집을 나와 돌아다닌 모자(母子)의 정신감정 의뢰 결과는?
2016 년 8월 19일 오전. 경기도 시흥에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한 사건이 발생했다. 평범한 가정에서 아버지가 출근하고 없는 사이 엄마가 아들과 공모해 딸(여동생)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한 사건이다.
경기 시흥경찰서 조사 결과 엄마와 아들, 딸 등 셋은 이날 오전 6시30분쯤 5㎏ 남짓한 푸들 강아지를 “악귀가 씌었다”며 흉기와 야구방망이로 무참히 죽였다. 이후 퇴마(退魔) 의식을 하듯 강아지의 목과 몸통을 분리했다.
불과 10분 뒤 더 처참한 일이 벌어졌다. “강아지의 악귀가 딸에게 옮겨 갔다”며 엄마와 아들이 강아지와 마찬가지로 딸(여동생)을 참혹하게 살해한 것이다. 역시 악귀를 쫓아야 한다며 딸의 목과 몸통을 분리하는 등 시신을 크게 훼손했다. 그리고도 모자는 태연히 집 밖으로 나와 주변을 배회하다 같은 날 오후 경찰에 붙잡혔다. 두 사람은 8월 21일 구속됐다. 이들을 조사하던 시흥경찰서 한성수 강력팀장은 “20년 형사 생활에 이런 사건은 처음”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 사건은 현재 수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실체적 진실을 완전히 파악할 수는 없다. 구속집행은 8월 25일 일시 정지됐다. 당초 구속 상태에서 열흘간 수사한 뒤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경찰은 구속한지 닷새째 되는 날 수사를 중단하고 두 사람의 정신감정을 의뢰했다. 횡설수설, 엉뚱한 대답, 묵비권 행사 등 수사를 진척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두 사람은 9월 하순까지 약 한 달간 정신감정을 받게 된다.
도대체 그날 오전 이들이 살았던 집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피의자인 아들(26·직장인)이 경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토대로 아들의 시점에서 참혹한 살인 사건의 순간을 재구성해 봤다.(※기성 종교에서 이단이라고 배척하는 특정 종교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피해달라는 경찰의 요청에 따라 이들의 종교 명칭은 공개하지 않았다)
▒ ‘신의 계시’ 받았다는 엄마의 주문
사건이 일어난 곳은 경기도 시흥시의 한 아파트(105㎡). 나는 엄마(54·주부)와 여동생(25·무직) 등과 함께 작은방에 모여 앉아 얘기를 하고 있었다. 저녁부터 모여 앉아 시작한 얘기는 다음날 새벽까지 이어졌다. 가끔 엄마와 여동생이 함께 모여 이렇게 이야기를 하곤 했다. 아버지(59·구두수선공)는 안방에서 혼자 잠을 잤다.
우리는 3일 전부터 금식을 한 상태였다. 엄마가 그렇게 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엄마는 열흘 전부터 물과 과일, 야채 등만 먹었다. 나와 여동생은 5일 전부터 금식 아닌 금식을 했다. 하지만 여동생과 나는 엄마 몰래 라면도 끓여 먹고 밥도 먹었다. 엄마 앞에서는 과일과 물만 먹었다.
그러던 중 엄마가 17일부터는 아예 “물도 먹지 말라”고 했다. 나와 여동생은 그러나 엄마 몰래 또 물과 과일을 먹었다. 제대로 먹지도, 잠을 자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밤을 새우며 엄마와 여동생과 이런저런 얘기를 한 것이다. 집회(통상 ‘예배’라고 하지만 이들이 믿는 종교에서는 ‘집회’라고 표현)에 나가서 불렀던 노래도 했다. 주변이 시끄러울 것 같아 작은방 문을 닫고 불렀다.
오전 5시쯤 엄마와의 대화가 다시 시작됐다. 지금까지와 달리 엄마는 심각했다. 그러다 엄마가 “나는 오늘 하늘나라로 간다. 세상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신의 계시를 받은 것을 너희에게 알려주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집회에 사용했던 책과 교리 등을 모두 찢어버려라”라고도 했다.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어 “엄마, 정신차리세요”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엄마는 “너는 믿음이 약하다”며 나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쳤는데 그 순간부터 판단이 흐려지고 머리가 멍해지는 것 같았다.
엄마는 ‘신의 계시’ 얘기를 계속했다. 나는 여동생과 함께 “엄마 병원에 보내야 하는 거 아니냐”고 속삭였다. 하지만 여동생도 나도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엄마의 얘기에 계속 빠져들어갔다. 하지만 엄마가 무엇을 얘기했는지 내용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엄마가 여동생의 어깨를 잡고 기도를 시작했다. 평소 같았으면 “싫다”며 뿌리치고 자리를 박차고 나갔을 텐데 그날은 그렇지 않았다. 여동생은 그냥 순순히 고개를 숙인 채 가만히 있었다. 집회에도 잘 나가지 않고, 별로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 않았던 여동생의 그런 모습이 신기했다.
그때쯤이었던 것 같다. 엄마가 갑자기 소리를 쳤다. 오전 6시쯤인 것으로 기억한다. “저기, 저 방문 밖에 악귀가 있다. 악귀가 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던 책을 집어 들더니 옆에서 자고 있던 푸들 강아지를 마구 때리기 시작했다. 엄마는 “악귀가 강아지한테 들어갔다”며 계속해서 때렸다. 내가 “엄마 왜 그러세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하지만 엄마는 “강아지한테 악귀가 들었으니 너희도 거들어라”라고 소리쳤다. 강아지가 소리를 내며 발버둥치자 여동생에게 주방에 가서 흉기를 들고 오라고 했다. 여동생은 주방으로 뛰어가 흉기를 3개나 가져왔다. 이때부터 엄마와 여동생은 강아지를 마구 찌르기 시작했다. 나도 옆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들고 강아지를 때렸다.
▒ 눈 풀린 여동생을 “악귀 들어갔다”며 또 살해
우리들의 목소리가 시끄러웠는지 안방에서 주무시던 아버지가 나왔다. 아버지는 “새벽부터 뭐하는데 이렇게 시끄럽냐”며 짜증을 냈다. 그때 엄마가 “여보, 강아지에 들어간 악귀를 쫓아야 하니 당신도 와서 거들어요”라고 말했다. 잠에서 덜 깬 아버지는 바닥에 놓인 흉기를 들어 강아지를 두세 차례 찔렀다. 강아지를 찌르던 아버지가 여동생을 쳐다보더니 “무섭다. 너 왜 그러냐. 눈빛이 평소와 다르다”며 흉기를 내려놓고 화장실로 가더니 손을 씻었다. 아버지는 그 길로 옷을 갈아입고 출근한다며 집을 나가셨다.
한참이 지나 강아지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 나는 주방으로 가서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셨다. 그때까지도 엄마와 여동생은 흉기로 강아지를 계속해서 찔렀다. 결국에는 강아지의 몸과 몸통이 분리됐다. 엄마는 여동생에게 화장실에 있는 양동이를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더니 훼손된 강아지 사체를 양동이에 넣어 주방으로 가져갔다. 양동이에 물을 붓더니 삶기 시작했다. “악귀를 쫓아내야 한다”고 엄마가 말했다.
이때 갑자기 화장실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 손을 씻기 위해 화장실로 간 여동생이 샤워기의 물을 틀어놓고 팔을 벌리며 흔들흔들 거리고 있었다. 내가 “너 왜 그래”라는 소리쳤다. 여동생이 고개를 돌렸을 때 눈빛이 정상이 아니었다. 동생의 눈이 풀려 있었다. 주방에 있던 엄마가 화장실로 뛰어갔다. “물러가라. 강아지에게 있던 악귀가 딸에게 들어갔구나. 물러가라”고 하면서 여동생을 화장실 바닥에 넘어뜨렸다. 엄마는 여동생의 머리를 깔고 앉더니 꼼짝 못하게 했다.
그러면서 “악귀야 물러가라”라고 계속 소리쳤다. 하지만 여동생이 계속해서 반항하고 일어나려 하자 엄마가 “악귀에게 너무 사로잡혀 있어 죽여야 한다”며 나에게 망치를 가져오라고 시켰다. 처음에는 엄마의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하지만 엄마가 “지금이 기회야. 그렇지 않으면 우리가 죽는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도 모르게 베란다에 뛰어갔다. 그리고 장도리를 가져와 여동생의 옆구리를 때렸다. 여동생이 “아파. 그만해”라고 소리치면서 내가 때리던 장도리를 붙잡았다. 이때 엄마가 나에게 “안 되겠다. 흉기를 가져와라”라고 했다. 작은방에 떨어져 있던 흉기를 가져다줬다. 그러자 엄마는 여동생의 목 부위를 수없이 찌르기 시작했다. 나는 작은방에 있던 야구방망이를 가져와 여동생을 수차례 때렸다. 그러기를 몇 분. 결국 여동생은 더 이상 숨을 쉬지 않았다.
야구방망이를 내려놓고 화장실을 나와 거실에 멍하니 서 있었다. 그때까지도 엄마는 계속해서 여동생의 목을 찔렀다. 이때 여동생의 몸과 머리가 분리됐다. 순간 너무 놀라고 무섭다는 생각에 현관문을 열고 나가 계단에 앉아 있었다. 10여 분 그렇게 있다가 집으로 다시 들어갔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가자 엄마가 “너도 악귀가 들어갔느냐”라고 물었다. 기겁해서 “아니요. 나는 아니에요”라고 말한 뒤 작은방에 있던 휴대전화를 들고 밖으로 나와버렸다.
시흥경찰서에 따르면 여동생을 살해한 이후 모자가 처음 밖으로 나온 것은 오전 7시46분이었다. 사건은 아버지가 오전 6시20분쯤 출근한다고 밖으로 나간 이후 약 1시간 10분간 이뤄졌다. 아들이 처음으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파트 밖으로 나갔다. 무언가를 들고 나간 것은 아니었다. 이어 8시 58분에 다시 집안으로 들어갔다. ‘1시간 동안 뭐했느냐’, ‘왜 집에 다시 들어갔느냐’는 경찰의 심문에 아들은 “그냥 서성거리다 집으로 들어갔다”고 대답했다. 아들이 집을 나간 1시간 동안, 아들이 집안으로 다시 들어가 10여 분 동안 뭘 했는지에 대한 조사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 범행 후 태연히 돌아다닌 엄마와 아들
집안으로 들어간 아들은 10여 분 뒤인 오전 9시8분에 다시 엘리베이터를 타고 1층으로 내려갔다. 이어 1분 뒤인 9시9분에 엄마가 엘리베이터를 이용해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엄마와 아들은 밖으로 나오자마자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갔다. 이어 집에서 멀지 않은 인근 지역을 돌아다녔다. 편의점에서 물도 사먹고 놀이터에 앉아 있기도 했다. 서로 대화가 오갔는지, 어떤 말을 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이들이 죄책감에 빠져 자살을 시도했을 가능성에 대해서 경찰은 “그렇게까지 하지는 않은 것 같다”고 전했다.
사건의 전말이 드러난 것은 아버지가 지인에게 한 전화 때문이었다. 오전에 강아지를 찌르고 딸이 무서워 부랴부랴 출근한 아버지는 뒤늦게 가족이 걱정돼 오전 내내 전화를 했다. 하지만 아무도 받지 않았다. 아버지는 지인에게 집에 좀 가봐 달라고 부탁했다. 지인의 연락을 기다리던 아버지는 오후 3시17분쯤 아들로부터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내가 여동생을 죽였다”며 엉엉 울었다고 한다. 아버지는 경찰에 신고하지 않고 곧바로 집으로 향했다. 그러면서 지인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렸다.
소식을 접한 지인은 차마 무서워 집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119에 신고했다. 현장에 도착한 119 소방대원은 현장이 단순하지 않다고 판단해 곧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현장을 확인한 경찰은 타살로 판단했다. 곧바로 이웃 등을 상대로 탐문수사에 착수했다.
그 시간에도 엄마와 아들은 휴대전화를 끈 채 동네 일대를 배회하고 있었다. 경찰로부터 연락을 받은 아버지는 아들과 통화하려 했지만 휴대전화가 꺼져 있었다. 그러다 오후 6시 30분쯤 아들이 아버지에게 전화를 걸어왔다. 아버지는 “당장 자수하라”고 권유했다. 아들은 “알았다. 지금 경찰서로 가겠다”고 말했다. 아버지로부터 신고를 받은 경찰은 엄마와 함께 걸어오는 아들을 붙잡았다.
하지만 경찰은 처음에는 아들의 단독 범행이라 생각했다. 한성수 시흥경찰서 강력팀장은 “아들이 여동생을 죽였다고 하더라는 말을 (용의자의 아버지로부터) 들어 아들의 단독 범행인 줄 알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하지만 우발적 범행은 아닌 것 같다는 의심이 계속 들었다. 남매 간에 싸우다 보면 우발적으로 죽이는 사건이 발생할 수도 있지만 이렇게까지 잔인하게 죽였을까 의문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현장 상황은 한 팀장의 말처럼 잔인함 그 자체였다. 작은 방과 화장실, 거실 등에 혈흔이 가득했다. 강아지의 사체는 주방과 작은방에 버려져 있었다. 딸의 시신도 화장실 바닥에 뉘어 있었고, 딸의 머리는 바로 옆 양동이에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장우성 시흥경찰서장은 “현장을 감식한 직원들 상당수가 잔상이 남는 등 트라우마에 빠져 있다”며 “나도 이번 사건을 빨리 잊어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여동생의 몸과 목이 분리돼 있는 상태를 발견한 한 팀장은 오랜 형사 경험에 따라 단련된 ‘촉’이 발동했다. 그는 아들에게 계속해서 단독으로 한 것 맞느냐고 캐물었다. 한 팀장의 ‘촉’은 빗나가지 않았다. 아들이 “당시 사건 현장에 엄마도 함께 있었다”고 진술했다. 사실이 확인됐지만 한 팀장이나 형사들은 아들의 말을 듣고도 귀를 의심했다. 엄마가 딸을 저렇게까지 죽였다는 것이 믿어지지가 않아서다.
조사 과정에서 엄마의 할머니가 과거 무당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결혼 전에 신내림을 받으려다 안 받았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다. 한 팀장은 “처녀 시절 신내림을 안 받은 게 아니라 당시 정신과 치료를 받았고 그 후에 결혼했다”며 “주변에서 신내림을 거부해 그런 것이라는 소문이 돌지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 모자 횡설수설에 수사진척 안 돼 정신감정 의뢰
모자를 체포한 경찰은 즉각 조사에 나섰다. 엄마는 “내가 미쳤었나 보다”며 눈물만 보였다. 자신의 범행을 시인하면서 “악귀가 옮겨갔기 때문”이라는 주장도 했다. 하지만 이후부터는 진술을 거부했다. 프로파일러(범죄심리분석관)가 조사도 했지만 의미 없는 답변만 늘어놨다. 아들도 첫 진술에서 황당한 답변만 늘어놨다. 2차 진술에서야 이성적인 답변을 시작해 상당 부분 사건의 실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하지만 3차 진술에선 다시 이해하기 어려운 진술만 했다.
경찰은 아들의 2차 진술을 토대로 혐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아들은 2차 진술에서 “당시에는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지시하는 순간 이성적 판단을 할 수 없었다”고 진술했다.
하지만 경찰 수사는 잠정 중단될 수밖에 없었다. 엄마와 아들 모두 더 이상의 진술이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경찰은 구속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그러면서 이들에게 정신치료감호를 요청해 한 달 동안 정신감정을 받도록 했다. 엄마는 공주보호감 호소에 보내졌고, 아들은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진단을 받고 있다. 9월 25일 퇴원해 정신이상 여부를 판단받는다.
다만 엄마와 아버지, 아들 간 진술이 엇갈리는 부분이 있다. 아들은 야구방망이로 여동생을 때리기만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엄마는 “아들한테도 (딸의) 목을 찌르도록 시켰고 (아들이) 그렇게 했다”고 진술했다. 아들은 “강아지가 죽기 전에 아빠가 찔렀다”고 했지만, 아버지는 “강아지가 죽은 뒤에 찔렀다”고 엇갈리게 진술했다.
사건이 발생한 이후 아버지는 집에 들어오지 않고 있다. 아파트 경비초소 직원은 “사건이 난 후 혹시 집에 왔나 그 집을 쳐다보게 되는데 단 한 번도 불이 켜진 적이 없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어디에서 잠을 자는지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현재도 평소 일하던 서울시 금천구의 한 건물에서 수선을 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가 9월 5일과 6일 현장을 찾아갔을 땐 만날 수 없었다. 특정 공간에 부스를 마련해놓고 하는 게 아니라 월·수·금 주3일간 오전 9시부터 오후 2시까지만 일을 해왔기 때문이다.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구두를 받아 건물 주변에서 구두를 닦은 뒤 가져다 주고 퇴근하는 방식이라고 한다. 기자가 찾아간 건물 지하 3층 비상구 계단 아래쪽에 아버지가 구두를 닦는 도구와 가방 등이 놓여 있을 뿐이었다.
해당 건물의 관리인은 “얼굴을 마주치면 인사도 하고 그럴 텐데, 그분은 인사도 잘 안 하고 자기 할 일만 하고 간다. 그래서인지 다른 직원들에게 물어봐도 잘 아는 사람이 없다”고 말했다. 아버지를 비롯해 이들 가족은 평소 인근 주민들과 왕래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사건 이후 아파트 단지에서는 쉬쉬하는 분위기다. 소문이나 봐야 좋을 게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파트 상가의 한 상인은 “잘 알지도 못하고 누가 누구인지 모른다”며 “사건이 난 이후부터 주민들끼리도 얘기하지 않고 쉬쉬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이가 있는 집 엄마들은 소문날까 봐 현장검증도 하지 말라고 경찰에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이에 장우성 시흥경찰서장은 “이번 사건은 다른 장소로 이동하지 않은 채 집안에서 이뤄졌고, (피의자들이) 범행 대부분을 시인하고 있다. 지역주민들이 원하고 그런 정서가 있다면 현장검증을 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들 “엄마 정신분열증 가능성도”
전문가들은 이 사건을 어떻게 진단할까.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인간은 누구나 대화를 통해 다툼과 수렴 등의 과정을 거쳐 본인의 생각을 다듬게 된다. 따라서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못하면 심리적 고립에 빠져 자신에게 필요한 것만 취하거나 한쪽만 생각하는 편향적이고 자기세계에 빠지게 된다”며 “이번 사건의 가족들도 자기세계에 빠져 무언가에 집착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분석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 교수는 “사건이 진행 중이어서 단정할 수 없다”면서도 “엄마가 신이 들린 것이 아니라 정신 분열증이 많이 진행된 것 같다”고 진단했다. 이어 “아마도 엄마는 아들과 단짝이었고, 자기들의 신념체계에 딸이 문제제기를 많이 하지 않았을까 생각된다”며 “딸에게 그동안 쌓인 감정이 다른 무언가에 의해 일순간에 폭발했을 가능성이 크다. 딸이 잘못된 믿음의 희생양이 된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엄마는 딸을 가족으로 생각하지 않은 것 같다. 무언가의 신념에 빠져 있으면 가족은 신념의 방해물이 된다고 생각한다”며 “정신분열증 환자들이 망상에 사로잡혀 가족을 가장 많이 죽이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다만 “이번 사건은 우리 공동체가 무너져 발생했다고 보기에는 조금 별개의 사건”이라고 말했다.
엄마와 아들에게는 살인 및 시신훼손, 동물보호법 위반(동물학대) 등의 혐의가 적용됐다. 처벌은 9월 25일 보호치료감호가 끝난 뒤 모자에게 정신이상 증상 소견이 나오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정신이상 증상이 없다는 판단이 나오면 구속집행정지가 해제된다. 경찰에게는 닷새 정도의 조사기간이 남아 있다. 이 기간 동안 살해 동기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수사할 방침이다.
경찰은 “사건 현장에 피의자는 둘 밖에 없었다”며 “수사하는 입장에서는 이들 모자가 여동생을 죽여놓고 ‘악귀가 씌어 그랬다’고 말하는 것은 핑계이자 변명하는 것으로밖에 생각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경찰이 정신감정을 의뢰한 것도 피의자들이 정신이상자가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서다. 이렇게 되면 통상의 절차대로 살인 및 시신훼손 등의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게 된다. 검찰은 추가 조사를 진행해 재판에 넘기고 법원의 판단에 따라 최대 무기징역까지 받을 수도 있다.
반면 이들 모자가 정신이상 증상 판단이 나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경찰의 수사는 더 이상 진행되지 못한다. 정신병을 앓는 이들을 상대로 조사해봐야 법적으로 큰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이 경우 통상의 재판을 받지 않고 치료감호 결정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 치료감호는 보통 3~5년이 선고된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경찰은 아버지도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강아지가) 살아 있을 때 아빠도 찔렀다”는 아들의 진술이 맞다는 가정에서다. 만약 “(강아지가 이미) 죽어 있는 상태였다”는 아버지의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동물보호법으로 처벌하기가 애매해진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퇴마의식은 결국 한 가족의 비극만을 낳았다.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살인사건. 이 비극은 누가 감당해야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