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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FC 바르셀로나에서 No.1을 꿈꾸다, 리틀 메시 이승우 인터뷰

'리틀 메시'라 불리는 이승우 선수. 빨간색으로 머리를 염색하기도 하고, 결정적인 골 찬스를 놓치면 분을 못 이겨 골대를 걷어차기도 한다. 혼자 튀려는 플레이를 한다는 평가도 있는 그. 오늘 세계가 주목하는 이승우 선수를 직접 만났다. 


바르셀로나 이승우


  바르셀로나B 승격 예상 시점과 팀내 상황은?


“우리 팀(후베닐A)은 프리메라리가 유스 리그와 유스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고 있다. 스페인 국왕컵도 있다. 일정이 빡빡하다 보니 감독님도 팀에 남아주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지난 시즌) 전반기에 4~5차례 B팀으로 올라갈 기회가 있었는데 감독님과 상의해서 논의를 중단했다. B팀에 올라가서 한 경기에 30~40분 뛰는 것보다는 이 팀에서 꾸준히 풀타임을 뛰면서 경기력을 끌어올리는 게 낫다고 본다. (FIFA의 출전정지 징계가 풀려) 공식 경기를 뛴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다. 나와 후베닐A팀 감독님, 바르셀로나B팀 감독님, 구단 수뇌부까지 함께 논의해서 일단 후베닐A에 남기로 했다. 6개월 후에는 무조건 B팀으로 올라간다. 다음시즌(2017~18)은 B팀에서 시작한다.”


  1군 진입 담장이 높은 바르셀로나를 떠나 좋은 대우를 받고, 다른 팀에서 성인 무대에 도전하는 게 어떠냐는 목소리도 있는데.


“솔직히 말하면 그런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만약 바르셀로나가 아니고 다른 팀에 갔다면 충분히 1군으로 갈 수 있었고, 실제로 그런 제의를 받은 적도 있다. 하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세계 최고인 FC 바르셀로나에서 뛰고 싶었다. 그런 팀에서 뛰어야 세계 최고 선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바르셀로나에서 1군 데뷔를 하겠다는 목표에는 변함이 없다. 징계가 풀린 지 1년밖에 되지 않았는데 다른 팀에서 제의가 오더라도 쉽게 자리를 옮길 것 같진 않다. 바르셀로나에서 행복하고 최근에는 경기에도 꾸준히 뛰고 있다.”


바르셀로나 이승우이승우가 2015년 10월 21일 칠레에서 벌어진 2015 FIFA U-17 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기니와의 경기에서 드리블을 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인터뷰에서는 메시에 대해 ‘신과 같은 존재’라고 말한 적이 있다. 성인팀 데뷔를 앞둔 지금은 거리가 조금 가까워졌다고 느끼나?


"메시는 넘사벽(절대 넘을 수 없는 존재라는 의미)이다. 축구 게임에서나 나올 수 있는 최고의 플레이를 프로 선수들을 상대로 손쉽게 해내는 선수와 나를 비교하는 건 무리다. 메시가 30대 후반 정도로 나이를 먹으면 모를까. 그는 나의 영원한 롤모델이다.”


  “스페인에선 스페인식으로, 한국에선 한국식으로 하라”는 홍명보 감독의 조언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던데.


“나에 대해서 누구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쓰고 누구는 댓글로 달고 여러 말이 많았다. 홍 감독님과는 직접 만나서 식사하고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그분 말씀이 더 공감이 됐던 것 같다. 스페인과 한국은 문화가 다르고 개개인의 성향도 다르다. 한국에 있을 때는 한국식으로, 한국 정서에 맞게 이렇게 하면 좋겠다, 저렇게 하면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해주셨다.”


  본인을 둘러싼 가장 큰 오해가 뭐라고 생각하나?


“예전에는 인성과 관련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경기장에서 욕심이 많다는 말도 듣는데 나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나는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지만 신경이 쓰인 건 사실이다. 욕심이 많다는 말이 자꾸 나오길래 한국에서 경기할 때는 가급적 볼을 동료들에게 주곤 했다. 아마 골 보다 어시스트가 더 많을 거다. 그랬더니 슈팅에 인색하고 골 결정력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나오더라. 그러다가 또 골을 넣으면 패스를 안 한다고 하고. 사실 힘들지만 신경을 안 쓰려고 노력한다. 다행히 악플이나 의도적인 비난을 의식하면서 스스로 스트레스를 쌓는 타입은 아니다.”


  키가 좀 더 컸으면 싶을 때가 있나?


“이전까지는 없었는데 요즘엔 생겼다. 내가 좋아하는 바지가 있는데 길이가 조금 안 맞을 때?(웃음) 축구 할 때는 전혀 없었다. 아빠도 형도 늦게 키가 큰 스타일이라 아직은 모른다. 지금도 조금씩 크고 있다.(이승우의 프로필상 신장은 170㎝이지만 작년까지는 실제 키가 168㎝ 정도였고, 현재는 170㎝가 조금 넘는다.)


바르셀로나 이승우2015년 10월 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 JS컵 국제청소년 축구대회(U-18) 한국 대 벨기에의 경기. 이승우가 상대 선수들을 제치고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다른 선수의 장점을 부러워한 적이 있나?


“우리 팀 동료 카를레스 알레냐의 왼발이 부러웠다. 나는 오른발을 쓰는 선수니까. 다른 선수의 재능을 갖고 싶은 건 엄청 많은데 그걸 다 욕심 낼 수 있나?”


  17세 월드컵 당시와 비교하면 몸이 많이 단단해진 느낌인데.


“경기도 많이 뛰고 스페인에서 함께 생활하는 트레이너와 꾸준히 피지컬(physical) 훈련을 하면서 근력을 키운다. 경기장 안에서 부딪쳐보면 내 몸이 좋아졌다는 걸 알게 된다. 트레이너 형도 내 몸의 변화를 보면서 만족하고 있다.”


바르셀로나 이승우한국은 2015년 10월 29일 칠레에서 열린 2015 FIFA U-17 월드컵 벨기에와의 16강전에서 0-2로 패해 8강행이 좌절됐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우가 서럽게 울자 최진철 감독이 어깨를 다독이며 위로하고 있다.


  손흥민은 승부욕이 남달라서 경기에 지면 곧잘 운다. 그 승부욕이 지나치면 팀에 영향을 줄 수도 있는데.


“경기 끝나고 우는 건 나쁘다고 보진 않는데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는다. 지더라도 경기가 끝난 뒤에 이긴 선수에게 축하를 보내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 나도 17세 월드컵 16강전에서 진 후에 그라운드에 엎드려 울었다. 그때는 ‘나 때문에 졌다’는 생각 때문에 괴로웠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그라운드에서 일어날 수가 없었다.”


이승우는 워낙 재능이 출중하다 보니 감독으로서도 다루기 까다로운 선수다. 어떤 지도자는 그의 자유분방한 스타일을 억제시키려 했고, 어떤 감독은 지나치게 풀어주거나 심지어 그에게 의존하기도 했다.


  ‘볼 없는 상황에서 최대한 에너지를 아끼다가 한방에 치고 나가는 스타일’이라고 자신을 설명했는데 이런 스타일이 어떻게 몸에 배게 됐나. 혹시 이 부분에서 기존 지도자들과 생각이 다르지는 않았나?


“한국 대표팀은 잉글랜드·독일·이탈리아 등 좋은 팀들과 만나면 어쩔 수 없이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을 쓸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결정적인 찬스에 골을 넣어야 한다. 효율적인 축구를 위한 선택이었다고 이해해주면 좋겠다. (박지성은 엄청나게 많이 뛰는 걸로 높은 평가를 받았는데) 경기를 풀어가는 방법의 차이다. 지난해 11월에 열린 수원컵(한국 우승)에서는 정정용 감독님과 대화하면서 전술적으로 잘 맞는 플레이를 찾을 수 있었다. 그 과정이 정말 좋았다. 반면 17세 월드컵에서는 감독님과 선수들 사이 소통에 아쉬움이 있었다.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점을 다시 한번 배웠다.”


  2009년 바르셀로나에 가서 미구엘 푸이그 유소년 담당 코치와 얘기를 한 적이 있다. 그가 “타 구단은 체격이나 체력 등을 보지만 우리는 두뇌·기술·판단력 세 가지만 본다”고 했다. 본인이 느낀 바르샤만의 남다른 점은?


“바르샤의 DNA를 한마디로 정리하면 ‘점유율 축구’다. 어떤 상대를 만나도 높은 점유율을 유지하려면 두뇌와 기술, 판단력이 중요한 요소가 된다. 신체적으로 뛰어난 선수 위주로 뽑았다면 나는 이미 바르셀로나에서 방출됐을 거다. 어떻게 하면 판단을 빠르게 하고 좋은 판단을 할 수 있는지 고민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20세 대표팀 신태용 감독과의 인연은? 신 감독은 공격적으로 경기를 풀어가는 스타일인데.


“신태용 감독님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한다. 기사로만 본 게 전부다. 기자들이나 동료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정정용 감독님과 비슷한 성격과 스타일을 가지신 것 같다. 지난 연말 제주도에서 신 감독님과 함께 훈련해본 선수들도 ‘너와 잘 맞을 것’이라고 이야기해주더라.”


이승우와 인터뷰를 마친 뒤 아버지 이영재 씨를 따로 만났다. 그는 “승우가 어릴 적부터 승부욕이 남달랐다. 저보다 일찍 축구를 시작한 형과 내기를 해도 지지 않으려고 했다. 깡통 세워놓고 축구공으로 맞히기를 해서 지면 집에 안 들어가고 이길 때까지 하자고 했다. 형이 일부러 져주기도 했다”고 회고했다.


이승우는 서울 대동초 6학년 때 ‘차범근 축구상’ 대상을 받았다. 당시에도 축구는 잘했지만 독불장군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심지어 아이들에게 주먹을 휘두른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영재 씨는 이에 대해 이렇게 해명했다. “축구부 동료를 때린 게 아니라 축구부를 때린 일반 학생을 찾아가 일대일 대결로 ‘응징’을 한 거였다. 당시 감독님도 ‘난 승우가 멋있었다. 승우 아니었으면 그 친구는 졸업할 때까지 바보 소리 들었을 거다’고 하셨다.”


바르셀로나 이승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