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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번아웃 증후군에서 벗어나기 위한 3가지 마음 훈련법

세계보건기구가 현대인의 가장 위험한 병으로 ‘번아웃 증후군‘을 꼽았다. 모든 직종에서 나타나고 있는 이 증후군은 처음에는 사명감으로 시작하다 압박감과 피로감이 쌓여 정신적 문제까지 일으킨다. 나는 번아웃 증후군이 아닌지, 내 주위 사람들이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는 건 아닌지, 진단해 보자.

번아웃 증후군

세계보건기구가 21세기 최대의 위험으로 지목한 것은 어떤 병일까. 암도 아니고, 에이즈도 아니고, 바로 직업에서 느끼는 스트레스라고 한다. 번아웃 신드롬, 혹은 탈진 증후군이라고도 부르는 이 증상은 일에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탕진한 나머지 정작 자기 삶을 위해 쓸 수 있는 기운이 남아 있지 않은 상태다. 미하엘 엔데의 소설 <모모>에는 이 ‘번아웃 증후군’을 마치 예견이라도 한 듯, 이미 지칠대로 지쳐버린 현대인의 자화상을 이렇게 묘사한다.

번아웃 증후군 모모



“갑자기 뭔가를 할 의욕이 나지 않는 거야. 점점 기분이 언짢아지고, 속이 텅 빈 것 같고, 자신과 세상에 점점 더 불만이 생기지. 그러다가 이런 감정마저 점점 없어지고 급기야는 아무 감정도 느끼지 못하게 된단다. 무관심해지고 생기가 없어지며, 세상이 낯설어지고, 아무것에도 상관하지 않게 되는 거야. 더 이상 화도 나지 않고 감동하지도 않고, 더 이상 기뻐하거나 슬퍼하지도 않게 되지. 웃음과 울음을 잊어버리게 돼. 그러고 나면 마음이 차가워지고, 더는 아무도, 아무것도 사랑할 수 없게 된단다.”(미하엘 엔데, 한미희 옮김, <모모>, 비룡소, 1999)

분명 1970년대의 소설인데, 마치 21세기 현대인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시간을 저축한답시고 시간은행에 자신들의 시간을 저당 잡히자, 오히려 오늘을 제대로 살아낼 시간 자체가 턱없이 부족해 늘 시간에 쫓기는 사람들의 이야기. 너무 바빠 감정을 느끼는 마음의 회로 자체가 다 타버린 느낌, 그것이 바로 번아웃 증후군이다.

‘번아웃’이라는 말을 처음으로 쓴 사람은 1970년대 뉴욕에서 활동했던 심리치료사 허버트 프로이덴버거다. 그는 남을 돌보는 직업, 특히 간호사들에게서 이런 증상을 처음으로 발견한다. 처음에는 사명감으로 시작하지만, 점점 압박감과 피로감이 쌓여가면서 자존감이 떨어지고 냉소적으로 변해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이것이 심각한 정신적 문제를 야기할 수 있음을 발견한다.

이제 번아웃은 모든 직종에서 나타나고 있다. 사빈 바타유의 저서 <번아웃>에 따르면, 남성과 여성은 번아웃을 표현하는 방식 자체가 다른 경우가 많다. 즉 남성들은 직접적으로 자신의 심리적 문제를 호소하기보다는 ‘조직’에 문제가 있다는 식으로 표현을 하는 경우가 많고, 여성들은 자신이 맺고 있는 ‘인간관계’를 둘러싼 문제로 번아웃을 호소할 때가 많다. 여성들이 언어나 표정, 눈물 등을 통해 감정표현을 함으로써 번아웃을 드러내는 반면, 남성들은 의식적으로 자신의 번아웃을 인정하지 않고 몸의 이상을 통해 갑작스럽게 문제를 확인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어느 날 갑자기 쓰러져 입원하거나 과로사하는 비율이 높아진다.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빨리 받아들이고, 좀 더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훨씬 성공적으로 번아웃을 극복하는 첫걸음이다.



번아웃 증후군


▒서서히 진행되다 부지불식간 악화돼

“남자와 여자가 ‘고장’ 나는 형태도 서로 다르다. 남자들은 일단 직장 내 ‘조직’과 관련하여 문제가 생겼다고 호소하는 반면, 여자들은 직장 내 ‘관계’를 둘러싼 분위기에 대해 더 많이 언급한다. 과다 업무나 정신적인 부담, 불합리한 지시 등 번아웃 증상이 나타나는 이유와 원인은 모두 동일한데, 번아웃이 표현되는 방식은 사람마다 크게 다르다. 다만 성별에 따라 근본적인 차이가 있는데, 여성들이 감정 체계(슬픔이나 눈물 등)를 동원하여 표현하는 반면, 남자들은 신체건강에 즉각적으로 심각한 영향(심혈관계 문제나 골절, 궤양 등)을 미치는 생물학적 체계를 동원해 표현한다. 또 여자들은 만성적인 피로나 지친 기색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곧 이런 신호에 반응하여 속도를 늦추거나 쉬어 가는 경향이 있지만, 남자들은 어느 날 갑자기 예기치 못하게 쓰러지는 경우가 많다.”(사빈 바타유 지음, 배영란 옮김, <번아웃>, 착한책가게, 2016)

번아웃 증후군



모든 증상이 신체가 우리를 향해 보내는 구조신호임을 안다면, 우리는 ‘번아웃’을 조금이라도 느낄 때 빨리 적극적으로 자신의 신체와 정신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스스로에게 정면으로 질문해야 한다. 무엇이 내 삶을 태워버리고 있는지, 내가 헌신하고 있는 직업이나 직장이 과연 내 가치를 진정으로 발휘할 수 있는 곳인지, ‘먹고사니즘’이라는 지상명령에 가려 나 자신의 존엄을 스스로 갉아먹고 있는 것은 아닌지 말이다. 번아웃은 개인적 행복뿐 아니라 집단의 행복을 앗아간다.

<방송 제작 종사자들의 ‘번아웃’에 관한 연구>(정유진, 오미영, 한국언론학보 59호, 2015)에 따르면, 한국인의 연평균 근무시간은 2090시간으로 OECD 국가들의 평균인 1765시간에 비해 훨씬 길며, 삶의 만족도 및 일과 삶의 균형 점수가 조사대상 36개국 중 각각 25위와 34위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번아웃은 개인에게 불안과 좌절을 경험하게 만들 뿐 아니라 집단적 성취도는 물론 조직관계의 전반적인 문제로 확대될 위험이 높다. 생산성을 떨어뜨릴 뿐 아니라 직장 내 분위기를 무겁게 만들고,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를 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번아웃은 경고 없이 시작되고 그 과정을 인식하지 못한 채 특정 지점까지 천천히 진행되다 갑자기 도달하기 때문에 쉽게 감지할 수 없을뿐더러, 한번 시작되면 멈추지 않고 점진적이고도 지속적으로 퍼지기 때문에 마치 회복이 어려운 병과 같다. 게다가 그것을 경험한 사람으로부터 다른 사람에게로 쉽게 확산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관심과 대응이 필요하다. 일부 유럽 국가에서는 번아웃이 의학적 진단용어로 도입돼 있고 재정적인 보상이나 직원을 위한 재활 서비스가 있을 만큼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인식된다. 번아웃은 ‘정서적 고갈(emotional exhaustion)’, ‘비인간화(depersonalization)’, ‘개인적 성취감 감소(reduced personal accomplishment)’의 세 가지 구성 개념으로 구분된다.”(정유진·오미영, <방송 제작 종사자들의 ‘번아웃’에 관한 연구> 한국언론학보 59호, 2015)



번아웃 증후군


성실성과 유능함이 오히려 위험해


카프카는 <변신>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이 하고 싶지 않은 일에 영혼을 빼앗겨 정작 자신의 인생을 돌보지 못하는 사람들의 권태와 고독을 그렸다.

번아웃의 위험이 높은 사람들의 첫 번째 전형적인 특징은 ‘일중독’ 성향이 강하다는 점이다. 일을 해야 마음이 편하고, ‘한 번도 쉰 적이 없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바쁜 것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바쁘지 않을 때는 죄책감을 느끼는 사람, 휴일이나 주말에도 일을 하거나 일 이야기를 하는 사람은 번아웃의 위험성이 높다.

‘이 회사에서 내가 없으면 안 돼’라는 생각은 높은 자존감의 반영이기는 하나 ‘개인적인 삶’이나 ‘저녁이 있는 삶’의 중요성을 아예 무시하는 경우에는 결국 ‘일’과 ‘나’를 거의 분리하지 못하는 상황으로 가게 된다. 문제는 유능함과 성실함을 주변에서 인정받는 사람들이 번아웃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는 것이다. 그들은 더 많이, 더 자주 일을 떠맡게 되며, 주변 사람들은 그를 교묘하게 이용할 수도 있고, 그에게 일을 맡기면 문제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주변의 인정을 통해 자신의 존재가치를 확인받는 성향이 강할수록, 번아웃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아진다. 성실한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맹목적인 성실함’과 ‘자기를 돌아보지 않는 여백 없는 삶’이 번아웃을 부추긴다.

번아웃 증상을 느끼는 사람들의 두 번째 특징은 ‘몸의 신호’를 무시한다는 점이다. 우리의 몸은 ‘당신은 무리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계속 보내지만, 일에 미친 사람들은 그 신호를 무시한다. ‘괜찮겠지’하는 생각이 괜찮지 않은 상황을 가속화시킨다. 일의 효율성에 대한 집착과 성공을 향한 열망이 강한 사람일수록, 번아웃의 신호가 오면 오히려 더 열심히 일에 매달리거나 더 많은 회의 약속을 잡아 ‘나는 괜찮다’는 것을 과시하려는 경향이 있다. ‘결국 모든 게 잘 될 거야’라는 근거 없는 낙관이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킬 수 있다. 자신이 생각해도 너무 커다란 목표를 잡아 놓고, 그 목표에 도달하지 못하는 스스로를 자책하는 것이야말로 번아웃을 향한 지름길이다.

번아웃 증상을 느끼는 사람들의 세 번째 특징, 그것은 ‘주변 사람들의 말을 잘 듣지 않는다’는 점이다. 번아웃 증상을 과로로 쓰러져서 병원에 입원한 상태에서도 일을 계속하려 하고, 휴식이 필요하다는 주변의 권고를 들어도 ‘당신은 나를 잘 몰라’라는 생각으로 그들을 적대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때로는 나보다 남이 더 객관적으로 나를 바라볼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자주 잊는다. 이럴 때 남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면서 남의 말을 안 듣는 역설이 발생한다. 일과 관련된 사람들의 독촉이나 평가에는 귀 기울이면서 정작 자신을 진심으로 걱정하는 사람들의 말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 것이다. 당신을 더 깊은 일의 수렁으로 끌어들이는 사람이나 조직은 결코 당신을 번아웃에서 구해주지 못한다. 그들은 더 많이, 더 오래, 당신이 일의 노예이기를 바랄 뿐이다.

삶에서 일을 하고, 성취를 하고, 조직 속에 속하는 시간은 이른바 ‘무대 위의 시간’이다. 우리는 배우처럼 저마다의 무대에서 자신의 페르소나를 드러내며 연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24시간 무대 위에 있을 수는 없다. 오히려 인간의 진정한 행복을 좌우하는 것은 ‘무대 뒤의 시간’이 아닐까. 현대인의 외면과 내면의 괴리를 드러내는 ‘포커페이스’나 ‘쇼윈도우 부부’라는 말이 있는 것도, ‘무대 위의 시간’에서는 누구나 ‘연기’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무대 뒤의 시간’에서는 누구도 연기를 할 수 없다. 특히 번아웃 증상의 경우 혼자 있을 때 자신의 고통과 제대로 대면하지 않으면, 치유의 실마리를 얻을 수가 없다. 내가 왜 이 일에 집착하는지, 내가 왜 타인의 평가에 이토록 좌지우지 되는지, 내가 왜 내 몸을 소중히 여기기보다는 ‘일을 하는 도구’로 여기는지에 대한 질문을 시작해야 한다. ‘일’을 중심으로 인생이 돌아가는 것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일’에 관련된 모든 인간관계와 감정소모를 되돌아볼 수 있는 ‘무대 뒤의 시간’을 가질 수 있을 때 번아웃은 출구를 찾을 수 있다. 무대 위에서는 빛나지만, 무대 뒤로 돌아올 때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진다면. 밖에서는 자신감 있게 행동하다가도 혼자 있는 시간이 될 때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불안해 한다면, 우리의 내면은 어디선가 타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무대 뒤의 시간’을 창조적으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쳐버린다면, ‘다른 사람’이나 ‘일’이 아닌 오직 ‘나 자신과 함께 하는 시간’을 두려워한다면, 번아웃은 물론 우울증이나 분노조절장애 같은 현대인의 모든 정신적 문제를 해결해낼 수 없을 것이다.



번아웃 증후군


‘아니오’라고 거절하는 것이 극복의 시작


조직은 결코 당신을 번아웃에서 구해주지 못한다. 그들은 당신에게 더 많이 일의 노예가 되길 바란다.

“번아웃 증후군을 무사히 빠져 나온 모든 이가 한목소리로 이야기하는 한 가지가 있다. 바로 ‘아니요’라고 거절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점이다. 어떤 사람들에게는 사실 상당한 노력이 필요한 일일 수도 있는데, 번아웃 탈출에 성공한 사람들은 ‘아니요’라는 말 한마디 덕분에 다시금 자신감을 회복하고 일과 직장에 대한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사빈 바타유, 배영란 옮김, <번아웃, 회사는 나를 다 태워버리라고 한다>, 착한책가게, 2016)

번아웃 증상에서 회복되기 위한 첫 번째 길은 우선 쏟아지는 일감이나 타인의 요구로부터 벗어나는 것이다. 그러려면 ‘거절’이 필요한데,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생각해온 사람에게는 거절이 마치 ‘나는 이 일을 해낼 수 없다’는 항복선언처럼 느껴져 쉽지 않다. 타인의 요구에 대한 거절이 나의 무능력을 증명하는 일처럼 보이고, 또는 타인의 부탁을 거절하는 것이 곧 ‘나는 나쁜 사람’임을 보여주는 것 같아 마음이 편치 않다.

하지만 거절이 시작이다. 거절을 시작하지 않으면 ‘내 안의 진짜 요구’를 들어줄 수 없게 된다. 내 안의 진정한 질문은 ‘당신은 왜 이 일에 집착하는가’, ‘당신은 이 일 없이는 아무것도 아닌가’ 같은 좀 더 본질적인 성찰을 필요로 한다. 일 속에 빠진 상태에서는 그런 근원적인 통찰에 이를 수 없기 때문이다.

그 다음은 그 거절의 대가를 치르는 것이다. 예컨대 근무일 수를 줄이거나 모아놓기만 했던 휴가를 쓰거나 수입이 줄어든다면, 그 대가를 어떻게 치를 것인가? 가족들에게 이를 설명할 수 있을 것인가. 이런 질문이 당신을 괴롭힌다면, 우선 당신이 가장 사랑하는 사람들, 그리고 당신과 가장 가까운 사람들에게 당신의 상황을 털어놓아야 한다. 나의 몸과 마음이 잠시 휴식을 원한다고. 더 행복한 삶을 위해 ‘우선멈춤’이 필요하다고. 가족에게 진심으로 이해를 구한다면, 가족들은 분명 ‘왜 수입이 줄어드느냐’가 아니라 ‘당신이 그토록 힘들었다는 사실’에 놀라고 마음 아파할 것이다.

번아웃에서 회복되는 두 번째 길, 그것은 ‘삶의 속도’를 구체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예컨대 자신이 밥을 먹는 속도를 한 번 눈여겨보라. 고객들과 함께 밥을 먹을 때 걸리는 시간, 가족들과 함께 밥을 먹는 데 걸리는 시간, 혼자 있을 때 밥을 먹는 시간을 따로따로 체크해보는 것이다. 그 속도를 조금씩 줄여보자. 직장인들이라면 밥을 먹는 데 1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다면 밥을 먹을 때 30분 정도의 시간을 할애해 음식의 맛을 한 올 한 올 느껴보고, 그 순간 드는 느낌에 집중해보는 것이다.

번아웃의 특징 중 하나는 ‘삶에 대한 무감각’인데, 모든 것이 ‘일’을 통해 구조화되어 있으므로 일 아닌 것들, 특히 자신을 배려하는 행동에는 섬세한 감각 자체가 발동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내가 잘 먹는지, 잘 자는지, 잘 웃는지, 울고 싶을 땐 마음 놓고 울 수 있는지를 체크해보자. 그리고 나 자신에게 이런 시간들을 주어보자. 아무것도 하지 않고도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시간. 태양이 떠오르는 시간, 석양이 물드는 시간을 가만히 바라보는 시간. 일기를 쓰는 시간. 그리고 마음껏 울 수 있는 시간, 모든 것을 잊고 깔깔 웃을 수 있는 시간. 이런 시간들을 스스로에게 줌으로써 우리는 ‘나를 진정한 나이지 못하게 가로막은 것들’의 존재를 느낄 수 있다.

번아웃에서 스스로 회복되는 세 번째 길, 그것은 주변의 모든 자극을 ‘일의 방해물’로 여기지 않고 그 모든 자극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감각훈련이다. 감정을 제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시작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한 환자가 번아웃 치료를 하는 동안 의사가 ‘지금 기분이 어떠세요?’라고 물어보니 그 환자는 호통을 쳤다고 한다. “도대체 내가 어떤 기분이 들어야 합니까?” 그는 자신의 감정을 그저 물어보는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하지 못할 정도로, ‘자신의 느낌’에는 무관심하게 살아온 것이다. 스스로에 대한 인식의 부족,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일에 대한 무관심이나 공포는 번아웃뿐 아니라 다른 모든 정신적 문제에도 광범위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번아웃 증후군



‘마음챙김’으로 삶의 되새김질 높여야
‘내가 무엇을 느끼는가’를 자각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감정을 잘 표현하는 사람일수록, 정신적으로 건강하며 관계 맺기에 대한 두려움에서 자유롭다.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 너무 갑작스럽고 어렵게 느껴진다면, 심호흡부터 해보자. 어떤 환자는 깊게 숨을 들이쉬는 일에 처음으로 집중해본 뒤, 갑자기 울기 시작하기도 한다. 힘들고 아파서가 아니라, ‘숨을 쉬는 일’의 행복을 처음 느꼈기 때문이다.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제대로 숨 쉬고 있다는 느낌’, 깊고 편안하게 숨 쉬는 일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지를 처음으로 느껴보았기 때문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던 것이다. 이처럼, ‘무언가를 섬세하게 느낄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치유의 신호탄이다.

삶은 완성되기를 기다리는 게임의 레벨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어떤 질문을 하느냐에 따라, 타인과의 비교가 아닌 나 자신과의 진솔한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느냐에 따라, 삶의 밑 그림은 달라질 수 있다. ‘나이가 차면 취직해야 하고, 결혼해야 하고, 집을 마련해야 하고, 일에서 성공해야 하고’라는 식으로 삶의 단계를 순차적으로 밟아가야 한다는 목적의식으로부터 한 번이라도 벗어나보자. ‘일의 성취도’로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무엇을 느끼고 있는가’라는 질문으로 나 자신을 찬찬히 살펴보고 들여다보자. 삶에 대한 ‘되새김질’의 몸짓이 부족할수록, 우리는 번아웃에 빠질 위험에 노출된다. 되새기는 것, 돌아보는 것, 헤아려보는 것이야말로 삶의 속도전에서 벗어나 우리 자신을 더 깊이 사랑하고 배려하는 마음챙김의 기술이다.

만약 당신이 번아웃 증후군에 시달리고 있다면 이제 더 이상 휘둘리지 말고, 삶의 속도전에서 벗어나려는 노력을 통해 자신을 되새겨보고, 돌아보고, 헤아려보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라. 당신이 깨닫지 못했을 뿐 지금 당신은 행복과 불행의 삶의 기로에 서 있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