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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아름다운 휴양지에서 즐기는 와인 투어

샌타바버라는 캘리포니아의 유럽이라고 불릴 정도로 아름다운 휴양지다. 미국와인의 대부분을 생산하는 캘리포니아. 캘리포니아 와인 산업의 미래를 알고 싶다면 200여 개 와이너리와 170개 테이스팅룸, 6개 아펠라시옹(appellation)으로 와인 시장의 이목과 미각을 사로잡은 샌타바버라를 추천한다.

 

샌타바버라의 지형은 아주 독특하다. 해안가를 따라 동서를 가로지르는 방향으로 산맥이 이어져 있다. 덕분에 산등성이 사이 계곡은 태평양을 바라보는 방향으로 열려 있어 계곡 안으로 들어오는 해풍과 안개가 포도가 잘 영글도록 돕는다. 생육기간이 다른 지역보다 길어 포도가 열리는 기간 또한 길고, 이는 와인의 맛에 영향을 준다.

 

각 지역 최고의 와이너리를 탐방하기 위해 우리는 흠잡을 데 없는 서비스로 명성이 높은 포시즌스의 도움을 받기로 결정했다. 새로운 도시를 방문할 때마다 우리는 포시즌스 호텔에 요청해 지역 최고의 와인 가이드를 소개받았다. 다음은 샌타바버라에서 경험한 24시간의 와인 여정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매우 환상적이었다.

 

 

숙소

 

포시즌스 리조트 더 빌트모어 샌타바버라(Four Seasons Resort The Biltmore Santa Barbara)는 올해 벌써 개장 90주년을 맞이했다. 그러나 호텔의 아름다움은 시대를 초월한다. 스페인 식민지 시대 양식의 디자인은 화려한 구세계의 분위기를 자아내고, 2000종의 열대식물과 야자나무가 우거진 22에이커(27000)의 짙은 녹림은 우리가 아메리칸 리비에라에 와 있다는 사실을 잠깐 잊게 만든다.

 

우아하게 꾸며진 객실은 저마다 다른 테마를 가지고 있어 어느 객실에 묵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그러나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건 최근 개장한 방갈로 스위트룸이다. 별도의 출입문과 테라스를 가지고 있으며 야외에는 따뜻한 물로 채워진 작은 풀장과 화로가 있다. 거실에는 벽난로가 있고, 수작업으로 만든 월넛 마감재를 깐 원목 마루 위에는 상감무늬가 들어간 월넛 앤티크 가구가 있다. 이번에 새로 개장한 방갈로는 총 4채로, 이곳에서 묵으면 진짜 집에서 지내는 듯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다.

 

방갈로 숙박객은 포시즌스 회원 전용 코랄 카지노 비치 & 카바나 클럽도 이용할 수 있다. 버터플라이 비치로 이어지는 거리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클럽은 올림픽 규격의 수영장과 야외 데크를 갖추고 있어 이곳에서 감탄이 절로 나오는 바다 풍광을 즐길 수 있다. 코랄 카지노의 야외 레스토랑 타이드(Tydes)에서 식사를 하거나 새로 개장한 코랄 리프 바에서 28피트(8.5m) 길이의 타원형 해수 수족관 속 산호초를 감상하며 술을 마셔보자.

 

아침이면 바다 위로 고개를 내미는 돌고래 무리를 구경할 수 있고, 저녁이면 하늘을 온통 파스텔로 물들이는 샌타바버라의 강렬한 석양을 감상할 수 있다.

 

와이너리

 

포브스 트래블 가이드에서 4스타를 받은 포시즌스가 우리 일행에게 소개해준 가이드는 맷 쿠퍼(Matt Cooper). 그의 따뜻한 환대를 받은 우리는 전통적 와인투어 경로를 따라 여행하기로 결정했고, 쿠퍼는 5시간짜리 VIP 일정을 만들어 줬다.

 

제일 먼저 들른 곳은 산타이네즈(Santa Ynez) 계곡이었다. 샌타바버라 와이너리가 모여 있는 최대 집결지라서 연방 주류 담배과세무역청(Federal Alcohol and Tobacco Tax and Trade Bureau) 공식 와인 재배지인 AVA(American Viticultural Area)로 지정돼 있다.

 

레퓨지오 랜치(Refugio Ranch)는 로스 올리보스(Los Olivos)와 산루이스 오비스포(San Luis Obispo)에 테이스팅룸을 두고 있지만, 쿠퍼는 우리를 산타이네즈 산맥 끝자락에 위치한 415에이커(508000) 면적의 포도원으로 데려갔다. 그림 같은 목가적 풍경을 자랑하는 곳이다. 목재로 지어진 테이스팅룸의 현관 앞에서 닭들이 우리를 가장 먼저 환영해줬다. 그러자 맥스 글리슨과 그의 아내 바네사 블레이가 나와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안락한 테이스팅룸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남서부 지방의 거실 겸 식당 분위기가 나는 멋진 스타일로 꾸며진 곳이었다.

 

레퓨지오는 미디엄 보디의 그르나슈와 시라, 프티 시라에다 향신료의 향, 강한 플로럴 부케가 어우러진 2014년 빈티지 에스콘드리호(Escondrijo) 등 론 와인을 전문으로 한다.

 

루산느와 비오니에를 블렌딩한 와인으로 산타이네즈 토착민의 이름을 딴 2013년 빈티지 이네세뇨(Ineseño)를 잔에 따라 돌린 후 와인을 한 모금 입에 물었다. 글리슨이 가족 와이너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동안 부드러운 재즈 음악이 흘러나왔다. 재즈의 전설 블레이와 세이드의 색소폰 연주자 스튜어트 매튜맨이 결성한 2인조 밴드 트윈 데인저(Twin Danger)의 곡이라고 했다. 예술가적 재능을 가진 글리슨은 테이스팅룸 벽에 걸린 그림과 레퓨지오 와인병 라벨 그림을 모두 직접 그렸다고 한다.

 

다음 장소로 가기 위해 레퓨지오를 떠났다. 쿠퍼는 이동하던 중 솔뱅(Solvang)을 통과하도록 경로를 짰다. 우리는 길가에 늘어선 덴마크 스타일의 건축양식과 풍차를 보며 감탄했다. 솔뱅을 지나쳐 도착한 곳은 루색 포도원(Rusack Vineyards)이었다. 발라드 캐니언(Ballard Canyon) AVA에서 유일하게 테이스팅룸을 갖춘 작은 부티크 와이너리다.

 

쿠퍼와 포시즌스의 소개 덕분에 우리는 와인클럽 회원에게만 허용되는 시음회에 참여할 수 있었다. 블랙체리와 말린 크랜베리, 코코아 향이 나는 카베르네 프랑과 메를로, 프티 베르도 블렌딩 와인 아나카파(Anacapa)가 있었다. 바다를 마주한 카탈리나섬 와이너리에서 주조된 2013년 빈티지 산타카탈리나 피노 누아르를 마시며 풍부한 맛을 느꼈다. 테이스팅에서는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와인이었다.

 

루색에는 주위를 둘러싼 언덕을 시원하게 조망할 수 있는 삼나무 테라스가 있었다. 쿠퍼가 이곳을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늘이 짙은 떡갈나무 아래에 쿠퍼가 피크닉 장소를 마련해 줬다. 로즈메리 허브와 캐슈를 뿌린 닭고기, 시금치 페스토 파스타 샐러드, 트리플 크림 브리 치즈, 2년 숙성한 고다 치즈와 바게트, 포도가 테이블 위에 놓여 있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해피 캐니언 AVA에 위치한 그라시니 패밀리(Grassini Family) 와이너리로 향했다. 산타이네즈 계곡의 동쪽 경계선에 위치한 가족 운영 와이너리다. 100% 예약제로 운영되는 이곳(또 다른 테이스팅룸은 샌타바버라 도심에 위치해 있어 언제라도 방문 가능)에서 우리는 인기 좋은 보르도 품종 와인을 맛볼 수 있었다.

 

2014년 아티콘도(Articondo) 보르도는 음식과 궁합이 잘 맞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라시니 패밀리 와이너리에서 직접 재배한 카베르네 소비뇽과 프티 베르도, 메를로, 카베르네 프랑으로 만든 와인은 고기 위주의 묵직한 요리와 섬세한 생선 요리, 파스타에 모두 잘 어울렸다.

 

좀 더 과감한 맛을 위해 우리는 카베르네 소비뇽에 강렬한 블랙베리와 블랙체리향, 피니시가 긴 2013년 에스테이트 와인을 함께 즐겼다.

 

테이스팅을 마친 후 우리는 언덕에 위치한 와인 저장 동굴에 들러 그라시니의 친환경 생산법에 대해 배웠다. 300년 수령의 전나무와 태양에너지를 사용하고, 근방 호수에서 끌어온 물을 관개수로 사용하고 있었다. 친환경으로 생산된 와인이라 그런지 1~2개 케이스를 주문하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았다.

 

레스토랑

 

호텔에 있는 이탈리아 레스토랑 벨라 비스타를 발견한 우리는 좀 더 머물 이유가 생겼다. 우리는 바다가 보이는 벨라 비스타의 테라스에 앉아 저녁을 먹었다. 마침 석양이 지며 경치가 우리를 더욱 매료시켰다. 하늘은 붉게 타올랐고, 노간주나무에 매달린 랜턴은 은은하게 빛이 났으며 파도가 부딪히는 소리가 노래처럼 귀를 간지럽혔다.

 

이곳에 왔다면 샤르퀴트리(프랑스식 숙성 육가공품)를 반드시 먹어봐야 한다. 풍미 가득한 카피콜라와 매콤한 향의 소프레사타는 정말이지 계속 손이 갔다. 타이즈 지하에는 치즈 보관소가 있고, 와인 프로그램 또한 아주 인상적이었다.

 

애피타이저로 나온 비트 샐러드에는 근방에 위치한 산타 리타힐스 AVA2015년 샌퍼드 로제 와인을 곁들여 마셨다. 레스토랑에서 직접 반죽한 뇨키는 크림처럼 부드럽고 진한 맛을 가지고 있어서 단단한 풀보디의 2014년 빈티지 로 일레븐 피노누아르를 함께 매칭해 맛이 더욱 풍부해졌다. 둘 다 레스토랑이 추천해준 와인이었는데, 정말 완벽한 선택이었다. 덕분에 우리는 환상적인 샌타바버라 와이너리 일일 투어를 만족스럽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