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rbes Korea

증여냐 상속이냐, 기업상속에서 중요한 것은?

기업가는 자신이 이룬 기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기를 바란다. 증여 혹은 상속의 방법 중 어떤 선택을 할지 고민되기 마련이다. 두 가지 경우 모두 여러 관련법을 고려해서 불이익이 없도록 준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이다종종 재산상속 관계로 자식간 불화가 있거나 사전증여로 인한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여러 사례를 볼 때 인성중심 교육이 잘 이뤄진 가정에서 대개 가업승계가 원활히 이뤄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어느 중견 기업군의 최대 주주이며 회장으로부터 가업 상속에 관한 상담을 요청 받은 일이 있다. 비슷한 상담 요청을 종종 받는다. 이 회장은 국내에서만 아니라 외국에서도 사업을 영위하고 있었다. 따라서 직·간접적으로 갖고 있는 재산 중엔 국내 회사의 지분뿐 아니라 외국 회사의 지분도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외국에 소재한 부동산도 적지 않았다.

 

이 기업가는 자녀들에게 자신의 사업을 물려주기 원했다. 자녀들에게 사업을 물려주는 과정에서 일부 재산은 공익적 목적으로 기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그렇지만 상속세 등 상속 과정에서 외부로 유출되는 재산을 최대한 줄이고자 했다. 이왕이면 상속 기회를 이용하여 복잡한 기업의 구조까지도 개선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그러면서도 현 시점에서 재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자녀들에게 미리 나누어 줄 필요가 생기면 나누어 주더라도, 마음 한 편에는 자신이 가능하면 오랫동안 사업에 관여하고 싶어 했다.

 

증여나 상속 또는 재산의 분배를 단순하게 하나의 행위 단위로 나누어 보면 상속법이나 상속세법의 문제로 해결이 된다. 이를 음악에 비유하면 피아노나 바이올린의 독주와 비슷하다. 그러나 이 기업가의 계획은 증여나 상속만이 아니라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까지도 생각하고 있으므로 상속법·상속세법·회사법·외국환거래법 나아가 외국의 관련 법률 등 다양한 법의 적용을 피할 수 없다. 한마디로 관현악단의 합주 같은 플랜 수립이 필요하다.

 

우선 상속의 법률관계를 보자. 한국의 상속법은 피상속인의 사망 당시 본국법, 다시 말해 이 기업가의 국적이 있는 국가의 법률에 따라 상속권자, 상속 순위, 상속 능력, 상속 지분 및 유류분 등이 결정된다. 따라서 이 기업가가 사망 당시에 한국 국적을 갖고 있다면 한국의 상속 관계 법률을 적용하게 된다. 이중국적자의 경우 하나가 한국 국적이면 한국법에 따르게 되어 있다.

 

한편 이 회장의 경우 유언을 통하여 자녀들에게 재산을 나누어 주고 싶은 생각도 갖고 있었다. 그런데 유언은 유언 당시 유언자의 본국법에 따르도록 되어 있다.

 

외국에 소재한 재산도 문제다. 재산이 있는 국가에서의 상속재산 처리에 관하여 현지법이 적용될 것인가 아니면 한국법이 적용될 것인가 여부도 면밀히 검토하여야 한다. 한국법은 상속의 준거법을 결정하는데 동산과 부동산을 구분하지 않고 양자를 함께 피상속인의 본국 법에 의거하여 처리한다. 국가에 따라서는 부동산의 경우 소재지법을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동산은 피상속인의 국적법이나 소재지법 등 속인법을 적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따라서 외국에 있는 재산에 대해 한국의 상속법이 아니라 그 외국의 법률 또는 또 다른 외국의 법률이 적용될 가능성도 있다.

 

이 회장은 특수한 형태의 기업구조 개선을 통하여 하나의 회사만을 지배하더라도 해당 기업군의 일부 또는 전부를 지배하는 지배구조를 만들어 자녀들에게 물려주고자 하는 의사를 표명했다. 이런 구조를 완성하기 위하여 과거의 재벌이 그랬던 것처럼 이른바 일감 몰아주기를 하거나 도를 넘어서는 지원을 하게 된다면 그것은 세법에 따라 조세회피행위로 처벌될 가능성이 있다. 공정거래법에서 제한하고자 하는 부당지원행위에 해당할 수 있는데다, 그 재산이 소재한 나라의 법률에 의한 처벌도 받을 수도 있다. 국내에 있는 재산을 일정한 거래 형태를 거친 후 해외로 이전하여 자녀들에게 증여하고자 하는 시도도 있을 수 있다. 세법적인 문제는 물론 외국환거래법규에 따른 제한이 있을 수 있다.

 

기업가가 원하는 바를 달성하려면 한국에 소재한 모 기업의 주식을 자녀들에게 증여·상속하는 방법을 고려 대상에 넣어야 할 것이다. 그 결과 자회사인 외국기업들의 경영권도 갖게 될 수 있다. 일부 국가의 경우 자신의 국가에 소재하지 않는 모회사의 주식을 이전하더라도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해당 국가의 법률 검토가 꼼꼼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상속재산 규모가 아주 클 경우 거액의 상속세가 부과될 수 있기에 이에 대한 대비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공익 목적으로 기부하는 경우 그에 따른 조세에서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잊지 말아야 한다.

 

외국 소재 자산 현지법 꼼꼼히 검토해야

   

그런데 이러한 모든 것이 이 기업가가 기업지배구조를 정리하여 여생을 심적·물적 부담 없이 행복하게 보내려는 본래의 목적과는 반드시 부합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언론에서 자주 보듯이 미리 자녀들에게 재산을 증여한 경우 자녀들이 부모를 기업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하기도 하고, 찾아뵙지도 않는 등 불효를 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그래서 가능하면 오랫동안 기업 경영 일선에 있고자 하는 분들의 경우 사전 증여에 대하여 상당히 망설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기업을 정리하며 자녀들에게 나누어 주는 과정에서 자신이 더 아끼는 자식에게는 더 나아 보이는 기업을, 그렇지 않은 자식에게는 그렇지 않은 기업을 물려주려는 게 인지상정이다. 따라서 미리 자식들을 능력에 따라 해당 기업에 나누어 취업하도록 함으로써 해당 기업에서 적합한 업무를 배우고 경영에 참여하도록 한 후 그 해당 기업의 주식을 나누어 주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게 일반적이다. 그러나 만에 하나 자녀들에게 증여를 하거나 유언을 할 때 자식 간에 차별을 뒀을 때 이를 오해하거나 만족하지 못하는 자식이 있다면 나중에 자녀들 사이에서 상속재산분할청구 내지 유류분반환 청구 등의 분쟁이 발생할 수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시중에서 가업승계의 우수사례로 일컬어지는 사례를 보면 법률적으로 신중한 검토를 거친 경우도 있지만 그것보다는 기업·사회·가족에 대한 자녀 교육이 더 깊이, 더 많이 이루어진 것을 발견하게 된다. 그 사례들의 배경을 보면 가화만사성(家和萬事成), 정직, 감사와 나눔, 인간 중심 교육, 사명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배움의 자세 등 중요한 이념적 가르침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대를 이어 물려지고 있으며 그에 관하여 상속인과 피상속인 그리고 주위 가족들이 모두 이해하고 존중하고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