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불황으로 소비 침체 현상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이와 반대로 '중고품 시장'은 계속해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또한 과거에는 평범했던 물건들이 지금은 가격이 몇십 배 또는 몇백 배로 뛰면서 그 가치가 크게 올랐습니다. 떠오르는 중고품 비즈니스에 대해 알아볼까요?
최근 300B진공관 앰프를 손 볼 일이 있어 수년 만에 용산에 있는 수리점에 갔다가 진공관 가격이 너무 올라 놀란 적이 있다. 특히 1950~60년대에 생산된 웨스턴일렉트릭사의 300B진공관은 개당 150만원이었다. 2005년 무렵 개당 18만원 정도였던 것과 비교하면 금값만큼이나 폭등한 셈이다.
60년 전쯤 생산해 팔 때는 채 5000원도 되지 않던 진공관을 당신이라면 150만원을 주고 살 수 있을까? 인기 있던 중고 음악CD는 요즘 거의 다 리마스터링을 통해 재발매된다. 글로벌 음원 회사들이 몇 개사로 정리되면서 이 같은 경향은 더 심해졌다.
그런데 80년대에 생산된 최초 상품 가격이 1만원이고 올해 나온 같은 CD가 1만원이라면 당신은 어떤 것을 고를까? CD는 디지털 방식으로 녹음되어 음질 차이는 거의 없다. 요즘 중고품의 가치를 새롭게 생각하게 된다. 시대가 급변하면서 아날로그에 대한 선호나 골동품에 대한 선호와 다른,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중고품의 가치를 비즈니스로 연결시킨 역사는 10년이 훌쩍 넘는다. 다만 대부분 온라인에서 이뤄지는 단순 중개 비즈니스였다. 지금은 오프라인에서 중고품을 사고파는 비즈니스가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알라딘(aladin)과 빈프라임(vinprime)이다.
알라딘은 온라인서점으로 시작했지만 지금은 전국에 46개 매장을 가진 유통업체가 됐다. 그런데 매장에서 파는 상품 대부분은 중고책과 중고음악 CD, 중고 블루레이 영화 등이다. 3년 전만 해도 서울과 수도권에만 있던 매장은 현재 전국 곳곳 대도시에는 다 들어가 있다.
빈프라임은 해외 명품 브랜드를 포함한 중고 의류를 전문적으로 판매한다. 단가도 바지는 1만5000원, 티셔츠나 남방은 9000원, 남성 재킷과 트렌치코트는 2만원 정도로 저렴하다. 물론 명품 브랜드가 붙은 옷은 조금 더 비싸다. 빈프라임은 일본과 유럽에서 중고 옷을 들여와 세탁과 다림질 등 관리를 거쳐 매장에 진열한다.
좀 더 독특한 디자인과 재질의 옷을 원하는 사람들이 고객이다. 빈프라임은 비즈니스 성격상 서울과 분당에만 매장을 열었다. 서울에만 9개 매장이 있고 특히 강남역 부근에만 3개를 운영하는 등 옷과 고객의 특성을 잘 살려 경영을 하고 있다. 알라딘과 빈프라임의 성공에는 또 다른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바로 중고품의 브랜드화, 나아가 가맹점 사업의 길을 열었다는 점이다. 중고품 비즈니스의 성공 포인트는 품질 분류와 관리다. 알라딘과 빈프라임은 나름대로 노하우를 갖추고 있기에 성공했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중고품이지만 싸게 원하는 물건을 구할 수 있어서 좋고 자원의 재활용이란 측면에서도 좋은 현상이다.
노성호 뿌브아르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