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등장 이래 지구촌엔 이전에 경험해 보지 못한 ‘사건’들이 줄을 잇고 있습니다. 미국의 파리기후변화협정 탈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 탈퇴, 북·미 정상회담 개최, 미·중 무역전쟁 촉발…. 이는 구조적 여건뿐만 아니라 트럼프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이 작용한 결과라는 데 많은 사람이 공감하는데요.
이와 관련해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으로 있는 함성득 전 고려대 교수는 서울대 행정대학원이 최근 펴낸 [행정논총] 57권에 흥미로운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그가 밝힌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전·현직 한국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에 대해 알아볼까요?
▎문재인 대통령이 10월 12일 청와대에서 영국 공영방송사인 BBC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그는 법조인 출신답게 부드럽게 업무를 처리하지만 원칙을 중시하며 공사구분도 철저히 하려고 한다. 이러한 원칙 중시 때문에 종종 그는 냉정하거나 차갑게 보일 수도 있다. 비록 그가 이념적 동지애를 강조하지만 최대한 눈 질끈 감고 봐주는 인간관계가 아니라 시스템으로 정치를 이끌어가려고 하는 그의 냉정함은 대통령으로서 강점이 있다. 다만 이 냉정함이 정치적 반대편을 끌어안을 수 있는 ‘큰 정치’ 라는 측면에서는 정치적 융통성과 포용력의 부족으로 나타나고 있다.”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이 분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이다. 함 이사장은 문 대통령을 일러 “역대 대통령 중 가장 정서적으로 안정된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2012년 대선에서 패한 뒤에도 그는 큰 선거에서 아깝게 진 사람치고는 너무나 의연했다며 함 이사장은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그는 저녁에 늦게 자고 아침에 늦게 일어나는 ‘저녁형’이었다. 2012 대선에서 그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하는 선거운동을 매우 힘들어 했다. 이후 정치를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대선에서 승리해야겠다는 사명감 때문에 지금은 아침에 일찍 일어날 수 있는 ‘아침형’이 되었다.”
생각 달라도 상대방 배려, 자신의 의견 표출 자제
▎[행정논총] 57권에 실린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의 논문 표지.
[행정논총] 57권에 발표한 [한국 대통령의 성격 분석: ‘중요한 5특성 판별법’(Big Five Trait Taxonomy)의 발전과 적용]이라는 논문은 역대 한국 대통령의 성격을 진단한 것이다. 대통령의 성격을 파악하자면 대통령을 직접 만나서 관찰해야 하고 만남이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연구 경험이 축적돼야 체계적인 분석이 가능해지는 까닭이다.
객관성과 타당성을 높이자면 특정 대통령만이 아닌 연구 대상인 모든 대통령을 지속적으로 관찰해야 한다. 그래야 역대 대통령 간 비교·통찰이 가능하다. 함 이사장은 박정희 전 대통령 이래 역대 대통령을 직접 지속적으로 만나면서 축적한 연구 경험을 바탕으로 그들의 성격을 분석하고 지표화했다. 함 이사장이 [행정논총]에서 분석한 문재인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은 다음과 같다.
“문재인 대통령은 기본적으로 점잖고 말수도 적으며 차분하고 내성적 성향이 강하다. 인간관계에서 폭을 넓히기보다는 기존의 아는 사람과의 깊이를 더하고자 한다. 그렇지만 그는 방어적이고 자기 속을 잘 드러내지 않으며 정치를 생리적으로 싫어하는 사람이다. 정치를 시작한 것 자체가 그의 말대로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이 만들어낸 운명이다.
그는 겸손하고 침착하게 상대방의 말을 잘 들어준다. 다만 이미 자신의 생각이 정리된 사항이거나 자신이 발언한 부분에 대해서는 답답할 정도로 융통성이 부족하다. 그와 대화를 나눈 사람들은 그가 너무나 진지하게 자신들의 주장을 경청해서 그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시간이 지나 보면 영향력은 전혀 없었던 경우가 많다.
또한 그는 상대방과 자신의 의견이 달라도 상대방을 배려해서 직접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표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비판자들은 이를 두고 그의 어법이 매우 애매모호하다고 한다. 또한 그가 착하고 선한 사람이지만 자신이 믿는 이념과 원칙에 너무 충실하여 정치적 포용력과 유연성이 매우 부족하다고 말한다. 그는 사람과의 만남에서 매우 수동적이지만 신중하다. 그는 절제력이 강해서 노여움도 기쁨도 강하게 표현하지 않는다.”
이 논문에서 함 이사장은 문 대통령뿐 아니라 전두환·노태우·김영삼·김대중·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을 동일한 방식으로 기술했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분석한 대통령들의 성격적 특성 자료를 역대 대통령에 대한 전문적 지식을 가진 9명에게 따로 보여주고 점수를 매기도록 했다. 이 지표화 작업에는 정치·행정·심리학 전문가 5명, 여야 중진 의원 2명, 역대 대통령 주치의 2명이 참여했다고 함 이사장은 밝혔다.
점수를 매기는 기준은 사람들의 특질을 평가하는 심리학계의 방법론이 활용됐다. 과거 심리학자들은 서로 관련 있는 것들을 하나의 군집으로 묶어 사람 성격의 특질을 기술하는 5개의 큰 영역을 도출했다. 그래서 나온 게 외향성(Extroversion), 우호성(Agreeableness), 성실성(Conscientiousness), 신경과민성(Neuroticism), 개방성(Openness)이다.
이를 ‘빅5(중요한 5특성 판별법, Big Five Trait Taxonomy, BFTT)’ 방법론(박스 기사 참조)이라 이른다. ‘빅5’는 세상과의 상호작용 속에서 나타나는 사람들의 특질을 평가하는 토대가 됐다. 외향성·우호성·신경과민성은 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관련된 것이고, 성실성과 개방성은 좀 더 일반적인 성향에 관한 것이다.
文, 외향성과 개방성에선 '중하위권'
▎1. 2013년 베트남 하노이 주석궁에서 열린 한·베트남 정상회담 기자회견에서 발언 중인 박근혜 당시 대통령. / 2. 2010년 11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이 서울 G20 정상회의를 마친 뒤 내·외신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3. 2006년 1월 노무현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열린 내·외신 신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4. 1999년 2월 김대중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 춘추관에서 대통령 취임 1주년 기념 내·외신 기자회견을 했다. / 5. 1995년 5월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스승의 날을 앞두고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1일 교사를 하며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함 이사장은 이들 9명으로 하여금 역대 대통령에게 앞서의 5개 영역별로 10점 척도(1점 낮음~10점 높음)를 부여토록 했다. 5개 영역에는 또 4~5개에 이르는 소항목이 속했다. 아래 ‘역대 대통령 성격분석 요약’은 5개 영역별 평균을 산출한 결과다. 함 이사장은 이에 대해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을 흥미 영역에서 탈피해 과학영역에서 평가한 첫 번째 시도”라고 설명했다.
이 평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외향성 3.5점, 신경과민성 2.8점, 성실성 7.5점, 우호성 6.4점 개방성 3.8점을 받았다. 문민정부 이후 6명의 대통령 중 순위를 매긴다면 외향성 5위, 신경과민성 6위, 성실성 1위, 우호성 3위, 개방성 5위에 해당한다. 신경과민성이 낮다는 건 정서가 안정됐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경과민성과 성실성에서는 역대 6명의 대통령 중 가장 후한 점수를 받은 셈이고 외향성과 개방성에서는 뒤 열에 자리한다. 우호성은 중간정도에 위치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
함 이사장의 이 논문은 지난 6월 작성됐다. 이후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는 급진전되는 양상으로 치달았고, 문 대통령은 북·미 관계 개선의 중재자 역할을 자임했다. 문 대통령의 정서적 특징은 북·미 관계, 남북 관계를 이끄는 데 어떻게 작용할까? 논문에 기술되지는 않았지만 함 이사장은 문 대통령의 성격 분석 결과에 기반한 미래 예측 결과를 월간중앙에 알려왔다.
그는 “정서적 안정성이 높고 성실성이 높은 경향을 기초로 하면 문 대통령은 어떠한 난관에 직면해도 자신이 오랫동안 생각하고 추구해 왔던 한반도 평화, 비핵화, 북·미 수교 등의 진일보한 햇볕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은 2012년 대선에서는 대통령직에 대한 준비 없이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에 대한 분노와 절망 속에서 도전했고 패배했다. 이후 2017년 대선을 준비하면서 정책과 비전을 준비했고 비로소 자신이 특히 미약했던 남북 관계를 중심으로 한 외교·안보 분야에서 햇볕정책에 기초한 일관된 비전을 갖게 되었다”고 언급했다. 함 이사장은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비전을 갖추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일단 갖추기만 하면 일관되게 밀고 나가는 경향이 높다”고 분석했다.
대통령 탄핵 부른 '사람 방패막'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개성이 강하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나이가 어리다는 점에 함 이사장은 주목한다. 이미 미국 학자들에 의해 정서적 안정성과 성실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판명된 미국 트럼프 대통령과 1984년생으로 아직 젊고 성실성이 낮아 보이는 김정은 위원장의 관계망에서 문 대통령의 성실함과 우호성이 빛을 발한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의 우호성으로 대표되는 따뜻함, 상대방에 대한 배려, 겸손 등의 특징은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중재자로서 부드러운 관계 형성에 도움을 줄 것이다. 특히 문 대통령의 상대적으로 높은 우호성의 특질은 우호성이 매우 낮은 것으로 밝혀진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보다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하지만 급변 상황에 직면해서는 문 대통령의 성격적 특질이 방향 전환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는 건 위기 요인이다. 급변 상황이란 예컨대 다가오는 11월 중간 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소속당인 공화당이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상실하거나, 11월 중간선거 이후 북한 카드의 국내 정치적 효용이 다했다고 생각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를 위한 북·미 대화에 관심을 두지 않는 경우를 들 수 있다.
이는 필연적으로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연기, 종전선언과 대북 제재 해제 무산 등의 과정으로 이어지고 김정은 위원장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촉발할 수도 있다. 이런 경우 “문 대통령의 낮은 외향성과 개방성은 (비핵화, 북·미 대화를 향한) 새 접근법을 찾거나 방향 전환을 모색하는 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함 이사장의 우려다.
문 대통령의 전임자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어떤 성격적 요인이 작용했기에 탄핵이라는 비극적 결말로 대통령직을 내려놓게 됐을까? 논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최근 6명의 대통령 중 외향성 2.3점(6위), 신경과민성 6점(2위), 성실성 5점(5위), 우호성 3.8점(5위) 개방성 2.2점(6위)을 받았다.
함 이사장 논문에 따르면 박 전 대통령은 ‘슬픔과 애잔함을 안고 있는 매우 내성적이고 인간관계에서 매우 수동적인 사람’이다. 말수도 극히 적고 누구에게도 먼저 다가가는 사람이 아니다. 누구에게 먼저 말을 잘 걸지도 않는다. 그에게는 누구에게도 쉽게 다가갈 수 없는 ‘정서적 방어망’이 형성돼 있다고 분석했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은 그것을 견디기 힘든 비극의 역경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신중함과 성숙함의 증표로 받아들였다. 많은 사람은 그것을 그의 ‘정치적 카리스마’로 착각했다.”
나아가 박 전 대통령은 ‘이미 오랫동안 알게 되어 믿는 사람들에게는 자신에 대한 접근을 허용했고 그들에 한해서만 친절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의 속마음은 누구에게도 열어 놓지 않았다며 함 이사장은 이렇게 분석했다.
“이런 성정은 개인사의 비극을 겪으면서 많이 배신당했다는 생각이 축적되면서 형성된 것으로 판단된다. 그는 모든 사람이 정치적인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끊임없이 접근해 오는 상황에서 사람을 기본적으로 잘 믿지 않았다. 특히 기본적으로 정치인들을 믿지 않았다. 따라서 그는 몇 명의 믿는 대리인들에게 먼저 그들을 검증하게 했다. 일종의 자신보호를 위한 ‘사람 방패막’이었다.
그는 휴대전화조차 직접 휴대하지 않았다. 언제나 제3자인 연락관을 통해서 자신의 전화를 걸게 하고 받았다. 시간이 갈수록 그는 혼자만의 시간을 더욱 많이 가지게 되었고 ‘습관화된 고독’이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의 시발점이 되었다.” 현 정부의 핵심 세력은 대부분 노무현 전 대통령과 직·간접적인 연관 속에 자리한다. 그런 노 전 대통령은 우호성(8.5점)과 신경과민성(7.8점)에서 각각 1위에 올랐다. 함 이사장은 “누가 뭐래도 노 전 대통령은 별종적(?) 성격의 소유자”라고 분석했다.
“그의 성격은 진정한 ‘보통사람’으로서 꾸밈없는 진솔함과 솔직함으로 대표된다. 신뢰와 진정성을 강조하는 그는 정치 지도자로서 긍정적인 요소를 갖추었고 대통령으로서 ‘지역주의 타파’와 ‘국민통합’이라는 꿈을 실현할 내적 능력을 지녔다. 그렇지만 겉모습 이면에는 정반대의 측면이 감춰져 있다. 그에게는 가난한 시골에서 어렵게 성장한 환경, 즉 사회의 중심 내지 기득권이 아니라 ‘변방’ 내지 비(非)기득권의 환경에서 살아오면서 형성된 성격적 특성이 내재돼 있다.”
함 이사장은 노 전 대통령 마음속에는 자신이 생각하는 세상의 부조리에 대한 뜨거운 ‘분노의 불’이 가득했다고 분석한다. 또 말수는 많지만 수줍음이 많아 내성적이고 방어적이다. “정서적으로 불안했고, 기득권과 기존 질서에 대한 분노심이 강했다”는 것이다. 만약 준비된 참모진이 그의 긍정적인 면을 강화하고 부정적인 면을 완화시키기만 했다면 정치적으로 큰 성공을 일궈낼 수 있었다고 함 이사장은 추정했다.
최근 4명의 대통령 모두 수줍어하고 방어적이며 내성적
▎청와대 주인인 대통령의 성격은 국정운영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어두운 측면의 일이 너무 빈번하게 발생하게 되면 대개 비극적인 운명을 맞게 된다. 그도 그렇게 돼버렸다. 그가 깊이 연구하고 존경한 미국의 링컨 대통령도 그 못지않게 정치적 적들로부터 비난을 많이 받았다. 다만 링컨은 자신의 내적인 안정감을 잃지 않고 자제력이 무척이나 견고했다. 링컨은 정적들로부터 늘 공격을 받았지만 정신적 수양을 통해 꿋꿋하게 참아냈다.
반면, 그는 링컨과 달리 내적인 안정감을 갖추지 못했고 이런 성격 때문에 정치적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그렇지만 그는 진솔함과 개방성의 미덕을 우리 정치사에 불어넣어 희망의 불씨를 댕겨 주었다. 배신과 거짓말이 난무하는 우리 정치판에서 너무나 정직한 경기를 했다. 불행하게도 그 자신은 국민통합을 원했는데 현실에서는 보수와 진보 진영의 갈등을 더욱 증폭시켜 버렸다. 그래서 그는 언제나 그리움과 안타까움의 대상이다.”
이 논문은 김영삼·김대중·이명박 전 대통령의 성격적 특질의 구성 요소도 계량화하고 국정에 미친 영향을 두루 분석했다. 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은 성격적 외향성과 내향성을 넘어 민주화 투쟁에 헌신하는 과정에서 정치적 카리스마를 갖추게 됐지만 이후의 대통령들은 정치적 비전을 정립할 기회를 갖지 못했고 더욱이 정치적 카리스마도 갖추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특히 노무현·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은 살아 온 길과 이념은 다르지만 본능적으로 타인과의 관계에서 ‘수줍어하고 방어적이고 내성적’이라는 성격 면에서 공통점을 갖는다는 핵심적인 분석이다. 함 이사장은 이런 평가를 토대로 방어적·내성적 대통령 성격이 국정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그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빨리 구분하는 능력이 뛰어났다. 그들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만 마음의 문을 열었다. 결과적으로 그들은 ‘코드인사’ ‘고소영 내각’ ‘수첩인사’ ‘참여연대 정부’ 또는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공화국’ 등으로 ‘자신들만의 리그’를 강조하면서 정치권과의 소통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즉, 그들의 이러한 방어적이고 내성적 성향은 원만한 정치권 관계, 특히 대(對)여야 관계 형성을 어렵게 만들어 대통령으로서 주요 정책의 ‘입법 리더십’을 약화시켰고 국정운영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그 결과도 부정적인 방향으로 수렴되거나 되고 있다고 풀이한다. 대통령의 내성적 성향이 국정운영에 관한 한 부정적인 결과들을 만들어 냈다는 진단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에는 기득권에 대해 자제할 수 없었던 분노를 드러냈고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우 그를 정치적으로 매우 이기적인 대통령으로 만들었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대중과의 소통이 미흡하고 정치적 유연성이 매우 부족한 ‘불통 대통령’이 됐다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야당과의 소통이 부족한 대통령으로 인식되고 있다고 함 이사장은 진단했다. 함 이사장은 “우리 대통령은 성공을 위해서는 보다 폭넓고 깊이 있는 만남을 통해 ‘입법 리더십’을 높여야 한다”고 결론을 맺었다.
[박스기사] 대통령직의 '개인화'가 문제다!
트럼프 대통령의 예에서 보듯 지금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대통령의 성격적 특성이 갖는 영향력이 커지고, 대통령직(the presidency)의 ‘개인화 경향(the highly personalized nature)’이 두드러진다는 게 함성득 한국대통령학연구소 이사장의 시각이다. 대통령 ‘개인의 성격’이 국정 운영과 리더십을 이해하는 데 궁극적이고 핵심적인 요인으로 부상하는 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미국에서도 이와 관련한 연구가 오랜 세월 진행돼 왔고, ‘빅5(중요한 5특성 판별법, Big Five Trait Taxonomy, BFTT)’ 방법론은 그 산물에 해당한다. 학계에 따르면 외향성은 타인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성향을 일컫는다. 우호성은 이타적이고 타인을 잘 돕는 온화한 성향에 가깝고, 성실성은 충동을 억제하고 끈질기게 목표를 추구하는 성향을 말한다. 신경과민성은 부정적인 정서를 잘 경험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특히 사회적 위협을 느꼈을 때 나타나는 반응과 관련이 있다.
개방성은 상상력이 풍부하고 뭔가 새로운 것, 다양한 것을 즐기는 성향과 관련이 있다. 캘리포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의 정신의학과 새뮤얼 매런디스 명예교수([모두와 같으면서 누구와도 같지 않는] 저자)는 미국 민주당 출신 전직 대통령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의 성격을 이렇게 구분한다. “둘은 전반적으로 개방성 점수가 높은 편이다. 반면 외향성, 신경과민성, 성실성, 개방성의 상대적 차이는 주목할 만하다. 둘은 꽤 다른 성격의 소유자다.”
두 사람은 특히 외향성에서 큰 차이가 있다. 클린턴과 비교해 볼 때 오바마는 외향성 관련 요소에 점수가 낮다. 오바마는 적극성이나 활동성 면에서는 매우 높은 편이지만 온화함이나 사교성에서는 딱히 높다고 할 수 없다. 신경과민성에서도 두 사람은 비교된다. 클린턴은 분노나 좌절감을 잘 조절한다고 보는 의견이 많은 반면, 오바마는 그런 정서를 아예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는 게 새뮤얼 매런디스 명예교수의 분석이다.
“일에 중대한 차질이 빚어졌을 때조차도 그렇다. 그는 놀라울 정도로 정서적으로 안정돼 있다고 할 수 있는데 이것은 매우 존경스러운 점이지만 때로는 이런 점 때문에 공상과학영화 [스타트렉]에 나오는 ‘스팍’(냉철하고 원리원칙주의자 성격을 지닌 배역)과 같다는 평을 듣기도 한다.” 그래서 ‘쿨한 대통령, 드라마 없는 오바마’라는 수식어가 언론에 의해 붙었다는 것이다.
미국은 제도와 조직이 성숙 단계에 있어 대통령의 성공과 실패는 그의 리더십 못지않게 구조 및 제도적 환경의 영향력에 상대적으로 더 많이 좌우된다. 한국은 국정운영 체제의 조직화와 제도화가 미약하고, 정책 결정과정에서 대통령의 영향력이 상대적으로 크기 때문에 대통령 성격 연구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박성현 월간중앙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