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집은 무조건 비싼집이다? NO! 이제는 입지결정부터 설계, 인테리어까지 입주자가 모두 참여하는 주거주택이 인기를 얻고있습니다. 인기 요인은 바로 개인의 취향존중인데요. 자세히 알아보세요.

 

주거

 

“강아지를 키우기에 좋고, 집 인테리어에 내가 직접 참여할 수 있어서 입주하기로 결정했다.” 2살짜리 치와와 양갱과 모찌를 키우는 김예지씨 집에 들어서니 현관부터 옷장, 가구와 벽 일부까지 핑크색으로 마감돼 있었다. 입주 후에 페인트칠을 하거나 시트지를 붙이는 것과는 마감 질이 다르다. 핑크색 침실 문에는 강아지가 드나들 수 있는 작은 전용문이 달려있다.

 

서울시 노원구 공릉동의 오래된 빌라촌에 올 9월 들어선 2동짜리 ‘퍼즐주택’에 입주한 29세대는 모두 반려견을 키운다. 1층에는 반려견을 산책시키고 난 후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있다. 짖는 소리를 고려해 3중 창문으로 방음을 했고, 수도관·공조시스템도 이를 고려했다. 바닥은 반려견이 미끄러지지 않도록 특수 코팅을 했다. 애완견이 미끄러운 실내에서 뛰다가 허리 등 관절에 문제가 생기곤 하기 때문이다.

 

11살 루비, 8살 두리 등 토이 푸들 4마리를 키우는 안영미씨는 “다른 곳에서 살 때는 반려견 때문에 이웃 눈치를 많이 봤었다”며 “지금은 방음이 잘 돼 있고 모두 반려견을 키우는 집이라 1000% 만족한다”고 말했다.

 

주방 특화형, 오토바이 주차장 갖춘 빌라도 계획

 

인테리어

 

취향이 모든 선택의 첫 번째인 사회다. 하지만 지금까지 ‘좋은 취향’이란 비싼 것을 의미했다. 제일 많은 돈을 주고 선택해야 하는 주거지의 경우가 가장 심했다. 거실에서 한강의 석양을 볼 수 있는 대가로 수십억원을 지불할 수 있는 가구는 극소수다. 무엇보다 한국의 아파트는 사는 곳이라기보단 재테크 상품에 더 가깝다. 지역, 아파트 브랜드, 면적과 층수만 대면 가격을 알 수 있다.

 

표준화가 가족의 취향보다 앞설 수밖에 없다. 설계에 참여하는 건 불가능하고, 취향을 일부라도 반영하려면 큰 돈을 써야 한다. 퍼즐주택 프로젝트를 시작한 삼후종합건설은 입주자들의 취향에 맞춘 퍼즐주택으로 오를 곳과 안 오를 곳으로 양분된 부동산 시장에 질식돼가는 소비자들에게 숨 쉴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공릉동 퍼즐주택은 가장 보편적인 반려동물에 초점을 맞췄지만, 이후로는 요리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주방을 특화하거나, 오토바이를 좋아하는 이들을 위해 전용 주차장을 갖춘 곳, 비혼자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맞춘 프로젝트 등을 시작할 예정이다.

 

퍼즐주택은 감당할 수 있는 좋은 취향이다. 공릉동 퍼즐주택 매매가는 2억7000만원이고, 계약금 100만원을 내면 설계에 참여할 수 있다. 지난해 8월 입주자를 모집해 올 8월 준공을 마치고 입주를 시작한 퍼즐주택은 부지 선정부터 입주자와 함께 결정하고, 입주하기 전 자신의 취향에 맞는 설계대로 집을 지을 수 있는 데 초점을 맞춘 빌라(다세대주택)다. 입주자 취향을 반영한다는 게 벽에 유리창을 더 넣는다거나 핑크색으로 온 집을 꾸미는 일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공릉동에 이어 광진구 중곡동, 중구, 종로구, 강남구 등에 지어질 퍼즐주택은 전용면적을 훨씬 더 넓힐 수 있고, 복층으로 만들 수도 있다. 방 개수를 늘리거나 줄이는 건 기본이고, 마당을 선택하거나 테라스를 크게 넣을 수도 있다. 퍼즐주택이란 이름은 어느 하나 똑같지 않은 집을 퍼즐처럼 끼워서 한 동의 건물을 만든다는 데서 나왔다. 자신의 입맛대로 지은 집이라도 일단 2년 간 전세로 살아보고 나서 구매를 결정할 수 있다. 골목길의 빌라가 그간 가격 경쟁력을 내세워 일단 만들어놓고 빨리 팔아온 관행과는 다르다.

 

퍼즐주택을 선보인 삼후종합건설의 박민철 대표는 “전세로 살아보고 혹시 구매하지 않는다고 해도 좋은 취향을 가진 집은 분명히 다른 구매자의 마음에 들 것이라고 믿는다”며 취향이 담긴 보편성을 강조했다. TV를 제외한 가전제품이 다 구비돼 있고, 붙박이 가구도 설치돼 있기 때문에 인테리어를 달리 하는 데 드는 추가 비용도 500만원을 넘지 않는다.

 

박민철 대표는 그동안 서울시 곳곳에 빌라 50여 동을 지었다. 작은 불편함에서 시작됐다. 입주자 중에는 큰 책상을 창문 앞에 놓고 싶어하는데 막상 콘센트는 반대쪽에 있어 불편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런 불편을 줄이고 싶었다. 


리서치를 시작했고 일본의 경우에는 다세대주택이라도 미리 선분양을 하면서 입주자 취향을 충분히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됐다. 더불어 몇 가지 원칙도 세웠다. 삼후건설은 퍼즐주택 부지로 교통 편의성보다는 산이나 강, 공원 등 자연과 가까운 곳을 선호한다. 그중에서도 약간의 경사가 있어서 다양한 설계가 들어갈 수 있으면 더 좋다.

 

가능한 예산 한도 내에서 삶의 질을 우선시하고 주차공간도 확보하기 위해 건폐율이 적은 1종 주거지역을 선호한다. 무엇보다 서로 알던 사람들이 한 지붕 안에 사는 것보다는 취향은 비슷해도 전혀 모르는 사람들끼리 모여 살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많이 쓴다. 박 대표는 “알던 사람들이 모여서 사는 동호인 주택은 반대한다”며 “모르지만 취향이 비슷한 이들끼리 살아야 불협화음이 적다”고 주장했다. 퍼즐주택 프로젝트는 모두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광고로 진행한다.

 

이 회사가 퍼즐주택을 기획하면서 가장 큰 신경을 쓴 것은 투명성이다. 일단 입주자들이 설계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가장 궁금해 하는 것들이기 때문이다. 모든 건설자금은 신탁회사에 맡기고 여기서 필요 자금을 꺼내 쓴다. 설계업체에는 얼마가 나가고 자재에는 얼마를 쓰는지 공유한다. 시공사인 자신들의 수익까지 공개한다.

 

“살기 좋은 집이 진짜 좋은 집 돼야”

 

집

 

 

부동산은 우리 사회에서 대대로 재테크 수단이었다. 그 중심에는 아파트가 있다. 건설회사에게 많은 돈을 남길 수 있게 해주는 아파트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다. 구매자라고 다를 게 없다. 신축 아파트 청약에 당첨되는 걸 흔히 ‘로또’라고 표현한다.

 

주거용 부동산 시장을 움직이는 주체가 들어가서 사는 사람이 아닌 부동산 관련 회사들과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들인 이상 좋은 주거 취향에는 막대한 돈이 든다. 혹시 이런 시장에 퍼즐주택이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박민철 대표는 “사는 방식에 맞는 좋은 집이 진짜 ‘좋은 집’이어야 한다”며 “(돈보다는) 취향이 존중되는 집을 만들다 보면 언젠가 부동산 시장도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한정연 기자 han.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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