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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테마 도서관에서 여름휴가 보내는 힐링 '북캉스'


도서관


사람들로 북적이는 휴가지는 어딜 가도 휴식보다는 피곤함이 더욱 몰려오가 일쑤다. 이렇게 갈 만한 곳은 한정적이고 집에만 있자니 답답할 때, 조용히 휴식을 즐기면서 더위까지 날려버릴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최근 힐링공간으로 도서관이 뜨고 있다. 


도서관은 이제 늘어선 책장들과 조용하고 엄숙한 분위기만이 가득한 곳이 아니다. 수백 대의 모형 비행기들이 날아다니는 공간에서 책을 읽거나 시원한 대청마루에 누워 책을 읽으며 하루동일 힐링의 시간을 가질 수도 있는 휴식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휴가철 인파에 치여 한숨부터 나오는 당신에게 진정한 '휴가'를 선사해줄 멋진 도서관들을 소개한다.



현대카드 세계여행 도서관


입구에 들어서자 벽에 걸린 거대한 비행스케줄 안내판이 듣기 좋은 소리를 낸다. 요즘은 보기 힘든 아날로그 안내판에는 인천공항의 비행기 운항 스케줄이 30분마다 업데이트된다. 나무로 짠 격자무늬가 그물처럼 얽혀 천장은 마치 밀림을 연상시키고 서가 곳곳에는 다양한 여행용품들이 책과 어우러져 있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위치한 현대카드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풍경이다. 지난 5월 개관한 이 도서관은 현대카드가 디자인 라이브러리에 이어 두 번째로 개설한 여행 전문 도서관으로 “도심 한복판에서 평범한 일상을 벗어나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지적 활동으로서의 여행을 제안하기 위해” 만들어진 도서관이다.

건물 전체에 포진한 서가에 꽂힌 책들은 최고의 북큐레이터들에 의해 엄선된 것으로 〈가디언〉지 여행 칼럼니스트, 론리플래닛 에디터, 타임지 여행 에디터, 일본의 북컨설턴트들이 1년 동안에 걸쳐 여행도서 컬렉션을 완성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공간은 마치 책의 동굴에 온 듯 건물을 뒤덮은 모양새로 설립 의도를 완벽히 구현해냈다. 위도·경도처럼 테마와 지역 두 축으로 책을 배치해 책을 찾는 과정 자체가 세계를 탐험하는 듯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일본인 실내건축 디자이너 가타야마가 설계했다.

예술과 건축, 역사와 문화, 모험과 도전정신, 여행 사진 등 13개의 테마와 세계 196개국을 아우르는 ‘지역’별로 분류된 책들은 트래블 라이브러리에 발을 디딘 여행자들이 어떻게 조합하느냐에 따라 수천·수만 가지의 여행 루트를 만들어낼 수 있다. 기하학적 모양의 계단을 올라가면 나타나는 1.5층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마니아라면 꼭 둘러봐야 할 <내셔널 지오그래픽> 전 권이 비치되어 있고 평소 현대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전 세계 컨템포러리(Contemporary) 뮤지엄의 최신 동향을 담은 ‘뮤지엄북’을 통해 아직 가보지 못한 세계 곳곳의 박물관을 간접 체험할 수도 있다.

트래블 라이브러리의 구조는 일반 도서관과는 다르게 비밀스러운 공간을 곳곳에 배치해놨다. 숨겨둔 공간을 ‘발견(Find)’, ‘즐김(Play)’, ‘계획(Plan)’의 방으로 꾸며 각각의 방을 거치면 나만의 여행을 위한 정보수집과 계획 수립을 할 수 있도록 마련했다. 꼭 여행을 계획하고 있지 않더라도 이미 세계 곳곳을 여행한 듯한 기분이 든다.

■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선릉로 152길 18
■ 운영시간 : 화~토요일 정오~오후 9시, 일요일·공휴일 오전 11시~오후 6시(매주 월요일과 명절 연휴는 휴관)
■ 현대카드 회원 월 8회 본인 및 동반 1인 무료입장 가능

■ http://library.hyundaicard.com/




구로 한옥 도서관


국내 최초의 한옥도서관으로 불리는 구립 글마루 한옥어린이도서관은 서가가 있는 ‘향서관’과 체험학습이 이뤄지는 ‘성학당’ 두 채의 한옥이 회랑을 통해 이어져 있다. 조선시대 유생들이 공부했던 서원의 양식을 본떠 만들어진 구조다. 옛 선비들이 대청마루에 앉아서 글을 읽었던 것처럼 글마루 도서관에는 책상과 의자가 따로 없다. 원하는 책을 찾아서 마루에 아무렇게나 앉아 읽으면 된다. 나무 계단을 올라가면 나오는 2층 다락방은 좁고 은밀한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들에게 인기다.

향서관 1층 서가 맞은편에 꾸민 ‘책이야기마당’에서는 엄마가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이제 막 글을 익힌 아이들이 소리 내어 책을 읽을 수 있다. 서가에는 유아와 어린이를 위한 도서 2만 권이 구비되어 있다. 아이들에게 무궁무진한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는 곳이다. 성학당 뒤뜰에는 장독대와 텃밭이 마련되어 있어 매년 8월 꽃이 필 때면 손톱에 봉숭아물을 들이는 체험도 진행된다.

독서교육 외에도 전통문화를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게 이곳의 장점이다. 서가마다 다양한 전통 탈과 풍속화를 걸고 매주 토요일에는 전통놀이·볏짚공예·한식요리·세시풍속 등을 주제로 전통문화 체험 수업이 진행된다.

하루 평균 150명이 찾는 글마루 도서관의 주된 이용자는 인근 주민들이다. 최근에는 입소문이 퍼져 먼 곳에서 일부러 찾는 이용자도 점점 늘어난다. 도심에서 한옥의 운치를 느끼고 책을 읽을 수 있는 곳은 흔하지 않아 한 번 와본 학부모와 아이들은 이곳의 매력에 푹 빠진다는 설명이다.

■ 위치 : 서울시 구로구 개봉동 105-24번지
■ 운영시간 : 3월~10월 오전 10시~오후 7시, 11월~2월 오전 10시~오후 6시, 토·일요일은 오후 5시까지
■ 매주 화요일, 일요일 제외한 법정 공휴일은 휴관
■ http://lib.guro.go.kr/




파주 출판단지 지혜의 숲


성인 키의 네 배가 넘는 높은 서가가 방문객을 압도한다. 마룻바닥과 책장에서 풍기는 나무 냄새와 종이 냄새가 좋다. 서가의 높이도 8m에 달하지만 서가의 전장도 3.1㎞에 달한다고 한다. 책으로 우거진 숲을 연상케 하는 이곳은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열린 도서관 ‘지혜의 숲’이다.

지난 6월 19일 문을 연 지혜의 숲 도서관은 책을 통해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운동의 일환으로 만들어졌다. 저마다 가치가 있음에도 사라질 가능성이 큰 책들을 개인과 출판사들로부터 기증받아 꾸몄다. 서가의 배치와 운영 방식도 여느 도서관과는 다르다. 읽고 싶은 책을 뽑아서 바로 볼 수 있는 ‘완전 개가식(開架式)’이다.

이곳에는 ‘사서’가 없다. 대신 ‘권독사(勸讀司)’를 뒀다. 권독사는 지혜의 숲 곳곳에 배치돼 방문자들의 길라잡이가 돼주고 서가를 정리한다. 궁금하거나 찾고 싶은 책이 있으면 ‘도서 검색대’ 대신 권독사에게 물어보면 된다. 권독사들은 모두 책을 사랑하는 자원봉사자들이다. 갈수록 독서량이 줄어가는 요즘, 책을 읽고자 이곳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더 편하게, 더 쉽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권독사들의 역할이다.

독특한 서가 구조 때문에 호기심은 더욱 커진다. 책과 친해지기에 이만한 장소가 또 있을까 싶다.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안성맞춤이다. 호기심 많은 아이들이 좋은 책을 찾으러 마음껏 돌아다닐 수 있어 가족들이 함께 찾기에도 좋다.

이곳의 책들은 일반 도서관의 분류방식(장르별·제목순)이 아닌 출판사별, 기증자별로 구분해서 배치돼 있다. 1구역은 개인 기증자들의 책을 모아놓았다. 석경징 서울대 명예교수, 이홍기 전 KBS 보도제작국장 등 30여 명의 학자, 연구자가 기증한 서적은 개개인의 이름이 붙여진 서가에 정리돼 있다. 2, 3구역에는 출판사, 유통사별로 책들이 분류돼 있다. 한 출판사가 수십 년간 발행한 책의 역사가 고스란히 담겼다. 전집류부터 만화책·법전·수험서까지 다양한 책을 만날 수 있다.

3구역은 하루 24시간 내내 개방한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이 흐르고 책 읽기에 좋은 푹신한 의자가 곳곳에 놓여 있다. 독서에 목말라 있거나 쾌적한 분위기에서 아이들과 독서를 하고 싶다면 망설이지 말고 지혜의 숲으로 향하면 된다.

■ 위치 : 경기도 파주시 회동길 145 아시아출판문화정보센터
■ 운영시간 : 1·2구역 오전 10시~오후 8시, 3구역 24시간
■ http://pajubookcity.org/




안양 파빌리온 공원도서관


안양 파빌리온 공원도서관


이 도서관에는 책상·의자·칸막이·책꽂이에 이르기까지 모든 가구가 종이로 만들어져 있다. 골판지처럼 생긴 두꺼운 종이 여러 겹을 덧붙여 만든 소파는 학생 열댓 명이 올라가 드러누워도 끄떡없을 정도로 튼튼하다. 책상을 나눈 칸막이는 무겁지 않아서 아이들도 너끈히 들어서 자유자재로 옮길 수 있다. 


배치된 가구 하나하나가 예술작품 같은 이 도서관은 경기도 안양에 있는 ‘공원도서관’이다. ‘공공예술’을 전문적으로 다루는 이 도서관은 올해로 4회째를 맞은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APAP)의 일환으로 조성된 공원도서관은 공공예술을 읽고, 이야기하고, 나아가 함께 만드는 도서관이다.

단순히 책을 읽는 차원을 넘어서 직접 이야기하고 동참할 수 있도록 마련된 참여형 도서관이다. ‘종이’로 만든 가구와 더불어 한쪽 벽면에 난 큰 창으로 쏟아져 들어오는 빛조차 예술적 영감을 얻어 설계함으로써 방문객들에게 ‘예술은 가까운 곳에 있다’는 것을 상기시키는 게 공공예술프로젝트의 목표다.

공원도서관의 서가는 공공예술의 역사, 현재 공공예술이 고민하고 있는 이슈, 그리고 여러 예술 작가의 작품 세계를 다루는 국내외 도서와 영상자료 2천여 점이 구비돼 있다.

책으로 접한 공공예술은 도서관 바깥에서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공원도서관이 있는 안양예술공원에는 4회에 걸친 APAP를 통해 제작된 50여 점의 예술작품으로 꾸며져 있다. ‘정자, 쉼터’의 의미를 가진 ‘파빌리온’이라는 이름의 공원도서관 건물도 그중 하나다. 포르투갈 출신의 유명 건축가 ‘알바루 시자비에리아라’가 설계했다. 이 외에도 가족과, 연인과 함께 공원을 산책하다 보면 ‘거울 미로’, ‘노래하는 벤치’, ‘천국은 불타고 있다’ 같은 재미있는 이름을 가진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작품의 의미를 더 상세하게 알고 싶거나 궁금한 점이 생기면 도서관에 있는 APAP 프로젝트 아카이브에서 직접 찾아보거나 평일은 하루에 2번, 휴일엔 3번 진행되는 예술공원 투어에 참가하면 된다.

■ 위치 : 경기도 안양시 만안구 예술공원로 180
■ 운영시간 : 화~일요일 오전 9시~오후 6시, 월요일은 휴관
■ 공원투어 문의 : 인터넷 홈페이지 apap.or.kr/tours 전화 031-687-0548
■ http://apap.or.kr/parklibrary




숲속 작은 책방


책을 읽다가 잠깐씩 즐기는 낮잠만큼 달콤한 휴식이 또 있을까. 이런 추억을 떠올릴 만한 작은 도서관이 있다. 충청북도 괴산군의 ‘숲속작은책방’이다. ‘숲속작은책방’은 도서관처럼 꾸며진 아담한 전원주택으로 3년 전 이곳에 터를 잡은 김병록(51)·백창화(49) 부부의 보금자리이기도 하다. 귀촌하기 전에 10년간 도시에서 사립 어린이도서관을 운영했던 경험을 살려 평범한 집을 책방으로 탈바꿈시켰다.

울타리에 달린 작은 문을 열고 들어가면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카드 병정들이 지키고 있는 책장이 맨 먼저 눈에 띈다. 주택의 외벽까지 책꽂이가 차지하고 있다. 책을 읽다 몸이 찌뿌둥해질 즈음이면 널찍한 앞마당에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마당 한켠에는 피노키오가 지키고 있는 ‘책오두막’이 있다. 부부가 직접 만든 이 작은 오두막에도 책들이 가득하다. 낮에는 오두막을 가로질러 걸려있는 해먹에 누워 살랑살랑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책을 읽고, 밤에는 랜턴 등을 비추고 공포소설을 읽다 보면 이만한 피서가 따로 없다. ‘숲속작은책방’의 백미는 2층 다락방이다. 부부가 직접 만든 기차 책꽂이와 신기한 팝업북이 가득한 다락방은 매력적인 공간이다. 이 공간은 게스트하우스로도 운영되는 작은책방의 침실이 된다.

이 앙증맞은 도서관은 수요일부터 일요일까지 문을 연다. 월·화요일은 휴무다. 문 여는 시간에 맞춰 가면 누구나 자유롭게 자연 속에서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물론 숙박도 가능하다. 미리 예약하면 간단한 목공체험으로 나만의 책꽂이를 만들어가거나 팝업카드 등 책 만들기 프로그램도 체험할 수 있다. 작은책방에는 한 가지 원칙이 있는데 이곳에 오는 모든 사람은 꼭 책을 한 권씩 사가야 한다는 것이다. “시골마을의 작은 책방에서 책이 읽히고 팔리는 기적 같은 일을 경험하고 싶은” 주인장의 바람이 녹아 있는 원칙이다.

■ 위치 : 충북 괴산군 칠성면 명태재로 미루길 90 미루마을 28호
■ 운영시간 : 수~금요일 오후 1시~6시, 토·일요일 오전 11시~오후 6시
■ 이용 문의 : 043-834-7626
■ http://blog.naver.com/supsoki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