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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야동'의 경제, ICT와 포르노의 관계

정보통신기술이 발달한다고 해서 순기능만 있는 것은 아니지요. 모바일 메신저에서 용량이 큰 파일들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면서 급속하게 포르노의 확산이 늘어났다고 해요. 
특히 그 가운데에서도 이른바 몰카, 그 중에서도 리벤지 포르노의 성격으로 유포된 비중이 높다고 해요. 정보통신기술 발달의 어두운 면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음란물 공유. 어떤 파장을 가지고 오게 될까요?


스마트폰·카카오톡·웹하드·스트리밍…. 정보통신기술(ICT) 진화의 산물로 여겨졌던 편리한 것이 누군가에게는 음란물을 더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게 만드는 ‘은밀한 촉진제’로 자리매김했다. 산업 측면에선 누군가는 음지에서 떼돈을 벌었고, ‘웹하드 카르텔’ 같은 추악한 실태가 부각되기도 했다. 


문제는 과거보다 영상을 촬영·유포·공유하기 훨씬 수월해진 ICT 환경에 상대방 동의 없이 몰래 찍은 불법 음란물 비중이 급격히 커졌다는 사실이다. 피해자들이 속출하면서 대책 마련과 자정 노력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모저모 곱씹을 만한 야한 동영상, ‘야동’의 사회경제학이다.



#1. 직장인 장승현(42·가명)씨는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에 접속해 무심코 ‘단톡방(단체 채팅방)’에 들어갔다가 화들짝 놀랐다. 친한 남자 동료들끼리 평소 투자 정보 등을 공유하던 공간에 한 명이 ‘화끈한 커플’ ‘대낮에 어머’ 등 낯 뜨거운 표현으로 소개된 영상 파일 하나를 올렸다. 


영상 안엔 한 커플이 공공장소에서 유사 성행위를 하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여럿이서 몰래 찍은 듯 “우와, 쟤네 미쳤나봐” “찍은 거 나한테도 ‘카톡(카카오톡)’으로 보내줘” 등의 음성까지 담겼다. 장씨는 “처음에 누가 재미삼아 올렸다가 이젠 수시로 별의별 ‘야동(야한 동영상)’이 공유될 정도로 단톡방이 음란 채팅방이 되고 있다”며 “호기심에 몇 번 보고 말았지만 매일 내가 원치 않아도 (음란물에) 노출되다 보니 죄책감이 들 때가 있다”고 토로했다.

 

#2. 대학생 구원준(20·가명)씨는 지난해까지 스마트폰으로 글로벌 소셜 미디어 플랫폼 ‘텀블러(Tumblr)’를 기웃거리는 남모를 취미를 갖고 있었다. “부끄럽지만 어릴 적부터 성적(性的) 호기심이 왕성했어요. 방 안에서 텀블러에 접속해 검색 몇 번이면 평소 원하던 종류의 짤막한 야동을 감상할 수가 있었죠.” 


텀블러는 그간 세계적인 비난 여론에도 “표현의 자유를 보장한다”며 플랫폼 내 성인용 콘텐트 업로드를 허용, 음란물 유포의 온상이라 불렸다. 그러나 지난 12월 중순부터 플랫폼 내 성인용 콘텐트를 더는 허용하지 않기로 결정, 구씨처럼 이를 은밀히 즐기던 이용자들이 발걸음을 돌리게 됐다. 텀블러는 이 문제로 인해 한동안 애플 앱스토어에서 퇴출될 만큼 여론이 나빠지자 위기 극복을 위해 이같이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눈부신 ICT 발전의 그림자


경찰청 사이버안전국이 새로 개발한 ‘경찰청 음란물 추적시스템’을 돌리자 모니터 위에 아이디(ID)와 숫자 정보가 무수히 쏟아진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개인 간 파일공유(P2P) 사이트 등에서 아동·청소년 음란물을 주고받은 이들의 명단이다. 


경찰청은 아동음란물 사범을 뿌리 뽑겠다는 취지로 추적 시스템을 개발했다. 아동음란물은 마약처럼 소지 자체가 불법이어서 다운로드만으로도 1년 이하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해진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12월 한 달 간 파악된 국내 아동음란물 소지자는 7895명이었다. 아동음란물을 내려받았다가 지운 사람도 예외 없이 적발된다.

 

초당 수백 메가바이트 용량 파일의 전송이 가능한 4세대 이동통신 기술인 ‘롱텀에볼루션(LTE)’의 등장, 이에 따라 급격히 커진 국내외 스트리밍(온라인에서 영상 등을 실시간 재생하는 기법) 또는 P2P 플랫폼 시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한 포화 상태의 스마트폰 시장. 정보통신기술(ICT)의 비약적 발전과 각종 ICT 관련 시장의 급성장은 이처럼 누구나 손 안에서 이른바 야동을 쉽게 접하고 공유할 수 있는 세상을 만든 촉진제가 됐다. 


이제 LTE보다 더 빠른 5세대(5G) 이동통신 기술과, 접었다 펼칠 수 있는 대(大) 화면의 ‘폴더블폰’ 등장으로 전 세계의 모든 야동은 날개를 달 기세다. 텀블러가 아니더라도 야동을 원하는 뿌리 깊은 수요를 유혹하는 곳들은 얼마든지 많다. 거침없이 진화 중인 ICT 시대의 그림자다.



썩 유쾌하지 않은 얘기이지만, ICT를 등에 업은 대표 음란물 야동이 산업 측면에서 얼마나 위력적으로 변모했는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최근 몇 차례나 등장했다. 예컨대 지난해 말 회사 직원 폭행과 마약류 관리법 위반 등 여섯 가지 엽기적 범죄 혐의로 구속 기소된 양진호 전 한국미래기술 회장은 불법 촬영 음란물 유포 방조 혐의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그런 그가 2000억원대 자산가라는 사실이 언론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체 음란물 유통이 얼마나 돈이 됐기에…”라는 누리꾼들의 허탈해 하는 반응이 잇따랐다. 양 전 회장은 웹하드(인터넷 파일 공유·관리 서비스) 업계 1위 ‘위디스크’와 2위 ‘파일노리’ 오너였다. 세계적인 P2P 프로그램 ‘토렌트(미국 업체 비트토렌트가 개발)’와 함께 국내에서 가장 많은 야동이 유통되는 어둠의 경로로 알려진 곳들이다.

 

그런가 하면 국내 최대 규모의 음란물 유통 플랫폼으로 악명이 높았다가 폐쇄된 ‘소라넷’의 뒷얘기도 사람들을 경악시켰다. 최종 누적 회원 수만 약 100만 명이었던 것으로 추정된 소라넷은 서버를 해외에 두는 방식으로 수년 간 국내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면서 막대한 돈을 벌어들였다. 


1999년부터 운영됐지만 최종 운영 시점인 2016년 3월에 가까울수록 가입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불어났다. 스마트폰으로 접속하는 경우가 급증하면서다. 실제 이곳에 대한 수사 요구 여론이 거세졌던 것도 운영이 시작된 지 한참 지난 2014~2015년 무렵이었다. 송모(45)씨 등의 운영자들은 이 과정에서 광고 게재 등으로 총 수백억원의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소라넷은 폐쇄됐지만, 이런 식으로 형성된 국내 음란물 시장 규모는 연간 수천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소라넷의 경우에서 보듯 음란물 유통 플랫폼들의 최대 수익원은 광고다. 불법 도박 사이트나 성매매업소, 성인용품 등의 광고를 유치해 광고비를 받고 올려주는데 이때 플랫폼 크기에 따라 매월 수백만~수천만원의 광고비를 챙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이처럼 광고 수익을 중심으로 크게 형성된 시장에서 유통되는 야동 대부분이 촬영 허가를 받아 정식 등록된 국내외 성인물이라기보다, 상대방의 동의 없이 몰래 찍은 ‘몰카(몰래카메라)’ 같은 불법 음란물이라는 사실이다. 헤어진 연인에게 보복하려는 악의로 유포된 성적 콘텐트를 뜻하는 ‘리벤지 포르노’가 대표적이다.

 

소라넷엔 회원 일부가 직접 찍은 리벤지 포르노를 올리고, 다른 회원들이 여기에 호응하며 감상하는 문화가 자리매김했던 사실이 밝혀지면서 심각한 사회적 파장을 일으켰다. 


제2의 소라넷으로 불리며 약 40만 명의 회원을 모았다가 2017년 초적발된 음란물 유통 플랫폼 ‘꿀밤’은 운영진이 매월 상금을 내건 콘테스트 형식의 이벤트를 개최해 회원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성관계 영상을 올리도록 유도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일부 회원은 자신의 애인, 심지어 아내와 성관계하는 영상을 몰래 찍어 게시해 상금 획득에 나섰던 것으로 전해졌다.

 

‘리벤지 포르노’로 피해자 속출

▎지난해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의 1000여 명이 모인 ‘단톡방(단체 채팅방)’에서 한 이용자가 실수로 야동을 전송해 물의를 빚은 모습. 

 

이 역시 누구에게나 고화질 영상 촬영이 손쉬워진 스마트폰 전성시대의 그림자다. 이렇게 몰래 촬영된 야동은 처음 올라왔던 플랫폼이 폐쇄됐더라도 이미 카카오톡이나 토렌트, 웹하드 등 다른 ICT 기반 유통 경로를 통해 순식간에 유포되기에 피해자들을 계속 몸서리치게 만들고 있다. 


특히 음란물 유통 플랫폼이 고강도 수사에 속속 문을 닫자 카카오톡이 일부 이용자 사이에서 새로운 유통 경로로 악용되면서 우려를 자아내게 됐다. 이들은 단순히 호기심에서 또는 재미삼아 카카오톡으로 야동을 공유하지만, 전문가들은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꼭 아동음란물이 아니더라도 법적으로 문제가 될 수 있어서다.

 

법률사무소 세원의 김영미 변호사는 “정보통신이용촉진 관련법 적용시 고의로 (야동을) 올리지 않았더라도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법 제44조에 따르면 누구든지 음란한 부호·문언·음향·화상 또는 영상을 배포·판매·임대하거나 공공연하게 전시·유통해선 안 되며 위반시 1년 이하의 징역형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 


스마트폰이나 카카오톡의 편리함에 취해서 몇 번 클릭에 무심코 야동을 공유하다가 화를 자초할 수 있지만, 적잖은 이용자들이 나도 모르게 불법 행위에 가담하거나 동조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는 얘기다.

 

ICT가 비약적으로 발전하기 전인 과거였다면 자신의 하드디스크에나 담는 ‘소극적인’ 야동 소비에 머물렀겠지만, 지금은 나도 모르게 하게 되는 ‘적극적’ 야동 소비에 한층 주의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물론, 불법 촬영물은 공유뿐만 아니라 하드디스크 내 소지 자체에도 나서지 않도록 하려는 개개인의 자정 노력이 필요해진 시점이다. 


동의 없이 야동에 담긴 피해자들도 차분히 대응에 나서야 한다. 특히 협박을 받아 촬영한 경우라면 협박을 당했다는 사실을 해당 내용이 담긴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나 통화 내용을 저장해 증거로 확보한 뒤 가해자를 협박죄나 정보통신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신고할 수 있다. 촬영물이 빠르게 유포되고 있는 상황이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해 추가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실제 정부와 정치권은 사회적으로 나날이 심각해지고 있는 불법 촬영물 유포 문제를 근절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힘쓰고 있다. 지난 12월 정기 국회에선 ▶불법 촬영 및 유포 등 디지털 성범죄 가해자 처벌 강화(성폭력처벌법) ▶부가통신사업자에게 불법 촬영물에 대한 조치의무신설(전기통신사업법) ▶수사기관 요청 시 불법 촬영물을 신속히 삭제·차단하는 패스트 트랙(fast track) 마련(정보통신망법) ▶공중위생영업소의 불법 촬영 카메라 설치 여부 검사 근거 등 신설(공중위생관리법) 등 4개 법안이 통과됐다. 법 개정으로 불법 촬영과 촬영물 유포 등 행위를 한 가해자에 대해 지금까지보다 더 엄격한 처벌이 가능해졌다.

 

정부는 관련 법안이 새해에 잘 시행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최창행 여성가족부 권익증진국장은 “경찰청이 새해를 맞아 ‘웹하드 카르텔’ 근절을 위한 집중 단속에 들어갔고 여가부 등 관계부처가 힘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 웹하드 카르텔이란 불법 촬영 음란물을 조직적으로 올리는 집단과, 이런 음란물을 걸러내는 필터링 업체가 한통속이 돼 ‘윈-윈(winwin)’하며 운영돼온 웹하드 업계 관행을 의미한다. 


양진호 전 회장 수사를 계기로 그 실태가 부각됐다. 양 전 회장은 음란물 카르텔을 구축하면서 불법 음란물 유통산업 장악을 시도해 여기서만 최소 70억원가량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경찰 수사 과정에서 드러났다.

 

이처럼 불법 음란물 규제 강화 움직임이 거세졌음에도 궁극적인 문제 해결까지는 상당한 고난이 따를 것으로 보인다. 유포자를 잡는다 해도 음지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ICT를 타고 독버섯처럼 퍼지고 있는 모든 영상을 다 삭제하기란 기술적으로 불가능에 가까워서다. 


서울시는 지난해 8~11월 국내에 등록된 웹하드 48곳, 포르노 사이트 166곳과 텀블러 등 주요 사이트 214곳을 집중 모니터하면서 불법 음란물 삭제를 요청했다. 최근 서울시에 따르면, 그 결과 웹하드 운영 업체는 대부분 사흘 안에 해당 야동을 삭제했지만 사후 추적해 보니 제목만 살짝 바꿔 삭제 다음날 웹하드에 다시 올라오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야동 잘못 공유했다가 처벌될 수도

 

해외 서버로 운영되는 포르노 사이트와 텀블러의 경우는 삭제부터 거의 불가능했다. 이후 텀블러는 내부 정책을 음란물 규제로 선회한 관계로 점차 이런 문제에서 벗어날 확률이 높아졌지만, 아직까진 일부 불법 음란물이 사이트 곳곳에 그대로 남아 삭제되지 않은 불완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제프 도노프리오 텀블러 최고경영자(CEO)는 외신 인터뷰에서 “성인 콘텐트 식별은 자동화 도구를 통해 이뤄지고, 시스템 관리는 사람이 하기에 실수도 있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처럼 정부와 정치권, 지방자치단체, 심지어 기업까지 팔을 걷어붙여도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ICT 기반 ‘관음증’의 사회다. 익명을 원한 ICT 전문가는 “어차피 음란물 수요는 과거부터 꾸준했고 막는다고 막아질 문제가 아니다”라며 “불법 음란물 규제는 계속 철저히 하되, 선진국처럼 일반적인 포르노를 합법화해 양지로 끌어올리면 불법 음란물에 빠진 수요를 이쪽으로 최대한 끌어당기는 효과가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과 일본 등 주요 선진국들은 아동음란물 등 철저히 금지할 내용의 것들을 제외한 포르노를 합법화해 성인들이 부담 없이 소비하고 있다. 반면 한국을 비롯한 중국·인도·태국·베트남 등은 아직 포르노가 불법이다. 우리나라가 불법 촬영된 음란물 천국이 된 데는 이런 영향이 존재할 수 있으며, 제대로 된 공론화 과정을 거쳐 불법 음란물 규제의 실효를 거두는 데 힘써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