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Forbes Korea

쇼핑몰의 신화 임블리가 성공한 이유?

인터넷에서 옷을 사 본 여성이라면 누구라도 들어봤을 이름이 바로 '임블리'예요. 이 '임블리'를 만든 사람이 바로 부건FNC의 임지현 상무이지요. 그녀는 어떻게 '임블리'라는 브랜드를 성공시킬 수 있었을까요?


포브스코리아가 2030 파워리더 뷰티 분야에 임지현 부건에프엔씨 상무를 선정했다. SNS에서의 막강한 영향력을 바탕으로 패션은 물론 뷰티 시장까지 장악한 그의 성공 비결은 바로 소비자들과의 끊임없는 소통이었다.

 

# 블리블리 립스틱 2015년 3월 출시 직후 한 달간 누적 판매량 10만 개, 아우라 광채 쿠션 2016년 11월 출시 당일 1초당 1개씩 판매,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 2018년 4월 출시 직후 한 달간 누적 판매량 13만 개, 히알루론산 물광 앰플과 S.O.S 진정 앰플 2018년 5월 제품 출시 7분 만에 전량 조기 품절, 아우라 꿀광 쿠션 2018년 10월 얼리버드 특별 오픈 당일 1초당 12개씩 판매….

 

뷰티 브랜드 ‘블리블리’가 지난 4년간 거둔 놀라운 성적표다. 덕분에 이 브랜드는 지난해 ‘2018 소비자의 선택 뷰티 브랜드 부문 대상’, ‘2018 코스모폴리탄 뷰티어워드 베스트 라이징 브랜드 대상’, ‘2019 대한민국 퍼스트 브랜드 저자극 스킨케어 부문 대상’ 등 뷰티 브랜드 대상을 3개나 수상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뿐만 아니다. 얼루어, 마리끌레르, 동아일보, 올리브영 등 뷰티 관련 매체사 어워드 11개를 거머쥐며 단숨에 뷰티업계에서 주목하는 다크호스로 급부상했다.

 

내로라하는 글로벌·대기업 브랜드들의 아성을 깨고 2015년 론칭한 이 새내기 브랜드를 성공 궤도에 올려놓은 주인공은 바로 포브스코리아가 뷰티업계를 이끌어 갈 차세대 선두주자로 뽑은 임지현(32) 부건에프엔씨 상무다. 


지난 1월 11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부건에프엔씨 본사에서 만난 임 상무는 “포브스코리아 파워리더에 선정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앞으로도 좋은 제품으로 뷰티업계에서 인정받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글로벌 브랜드 아성 깬 뷰티업계 다크호스

▎서울 마포구 상수동에 있는 블리블리 플래그십 스토어 / 사진:부건에프엔씨 제공
 

“지난해 경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230~240%라는 매출 신장을 이뤄냈습니다. 뷰티 시장 전체가 어려운 상황에서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죠. 저를 비롯한 모든 직원이 힘을 합쳐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물론 우리 제품을 사랑해주시는 소비자분들에게도 지면을 빌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하고 싶습니다. 


기업은 항상 성장해야 하기 때문에 올해도 매출 목표를 많이 잡고 있어요. 그렇다고 급하게 무리할 생각은 없습니다. 시간에 쫓기다 보면 현실과 타협하게 되더군요. 늘 그래왔듯이 지난해보다 더 열심히 뛴다면 올해도 의미 있는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거라고 확신합니다.”

 

뷰티 분야의 영 파워로 선정된 임 상무는 이미 여성 패션 쇼핑몰 ‘임블리’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패션업계 트렌드 세터다. 임블리를 빼놓고는 임 상무를 논할 수 없을 정도다. 임블리는 남성 쇼핑몰 ‘멋남’을 운영하는 부건에프엔씨가 2013년 만들었다. ‘2030 여성이라면 누구나 하나쯤은 갖고 있다’는 바로 그 브랜드다. 부건에프엔씨를 이끄는 박준성 대표는 임 상무의 남편이다.

 

임블리는 박 대표가 기존에 운영하던 여성 쇼핑몰 피팅 모델이 갑자기 펑크를 내는 바람에 당시 여자친구였던 임 상무가 모델로 대신 나선 게 시초였다. 브랜드명 임블리는 임 상무의 ‘임’과 사랑스럽다는 뜻의 ‘러블리’를 조합해 만들었다. 


사이트를 오픈한 지 3개월 만에 월 매출 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12월 진행된 임블리 감사제에서는 하루 만에 115억원이라는 역대 최고 매출을 올렸다. 1만 개가 넘는 국내 여성 쇼핑몰 중 네이버 모바일 검색 순위 1위 자리를 수년째 지키고 있다.

 

임 상무는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시작한 일이 이렇게 큰 성공을 거둘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며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좋은 제품을 만든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연애 사업이 진짜 비즈니스로 이어진 셈이죠.(웃음) 남편을 돕고자 시작했는데 시쳇말로 3개월 만에 대박이 났어요. 쇼핑몰이 인기를 끌면서 우리만의 경쟁력을 키우는 데 주력했어요. 사실 남편은 남성 쇼핑몰만 15년째 운영하고 있는 전문가예요. 수많은 쇼핑몰과의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우리만의 무기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대표적인 사례가 단독 입고 시스템이에요. 대부분 주문이 들어오면 제품 오더를 넣지만 우리는 그 반대로 했어요. 제품 촬영 시 오더를 넣고 소비자들의 주문과 동시에 배송이 나갈 수 있도록 한 거죠. 다른 쇼핑몰은 보통 주문하면 1~2주 걸리는 게 기본이지만 우리는 빠른 배송을 위해 재고 부담을 감수하는 시스템을 만든 거예요. 리스크가 큰 모험이었지만 빠른 배송 덕분에 재구매율이 높아졌어요. 브랜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였죠.”

 

임 상무는 인스타그램에서도 명성이 자자한 파워 인플루언서다. 팔로워만 83만 명 이상으로 웬만한 연예인을 넘어서는 인기를 구가하고 있다. 임 상무가 인스타그램에 올리는 사진에는 순식간에 댓글 수천 개가 달린다. 임 상무는 모든 댓글에 직접 답글을 달고 이런 과정을 반복하며 소비자 반응을 살핀다.

 

“젊은 여성들에게 임블리가 로망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것도 우리의 또 다른 경쟁력이라고 할 수 있어요. 세상엔 예쁜 옷이 너무나 많은데요. 그것을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어필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임블리는 소비자들과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SNS를 매개로 소비자들과 거의 매일 만나고 있어요. 친근한 이미지로 다가가 소비자들의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다시 제품에 반영하고 있죠. 다른 쇼핑몰 모델들은 말 그대로 제품을 보여주는 모델 역할에 그치지만 저는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제품을 디렉팅하고 만드는 동시에 모델로서 소개까지 하고 있어요. 한마디로 브랜드 스토리를 모두 아는 사람인 셈이죠. 그런 부분들이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주고 제품력과 어우러지면서 시너지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식품·리빙 등으로 영역 확장할 계획”

▎블리블리의 대표적인 베스트셀러 제품인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 

 

임블리의 인기에 힘입어 임 상무는 뷰티 쪽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블리블리’는 임 상무가 사용하는 화장품이나 메이크업에 소비자들이 관심을 보이면서 탄생한 화장품 브랜드다. 4가지 컬러 립스틱으로 시작한 블리블리는 제품 개발부터 테스트, 출시까지 꼬박 1년이란 시간이 걸렸다. 임 상무는 “임블리와 마찬가지로 블리블리도 소비자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브랜드”라며 “소비자들의 큰 관심과 요청 덕분에 계획보다 빨리 화장품 출시를 결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새로운 사진을 올릴 때마다 제가 쓰는 화장품이나 메이크업을 무척 궁금해하더라고요. ‘언니, 그 립스틱 어디 거예요?, 무슨 색이에요?, 어디서 살 수 있어요?, 하나 만들어 주세요’ 등등 게시판에 수많은 글이 올라왔어요. ‘우리는 이런 브랜드고 이런 제품을 만드니까 한번 써보세요’가 아니라 소비자들이 먼저 이런 제품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해 온 거죠. 


블리블리의 베스트셀러 제품인 인진쑥 밸런스 에센스도 처음에는 에센스만 출시했는데 소비자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마스크팩, 앰플 등을 추가하다가 지금은 하나의 라인업을 구성하게 됐어요. 이처럼 우리가 미처 생각하기도 전에 소비자들이 의견을 내고 우리는 그 의견을 받아들여 제품 개발에 반영하면 소비자들은 다시 우리 제품을 자신들의 라이프스타일에 녹여내는 거죠. 이런 뷰티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유일무이하다고 생각해요.”

 

부건에프엔씨는 블리블리와 임블리의 우수한 제품력을 바탕으로 지난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뤄냈다. 2017년 매출 829억원에 이어 지난해 1700억원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아직 구체적인 숫자는 나오지 않았지만 최소 1700억원 이상이 목표다. 이를 위해 임 상무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해 소비자들과 만나는 접점을 확대하고 국내 시장에서의 성장세를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또 현재 플래그십 스토어와 백화점, 면세점을 합쳐 26개인 매장 수도 꾸준히 늘려나갈 예정이다.

 

“최근 소비자들이 수많은 정보를 접하면서 점점 똑똑해지고 있어요. 그러다 보니 제품력은 물론 제품을 제대로 알릴 수 있는 훌륭한 콘텐트를 갖고 있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봐요. 광고만 보고 제품을 선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났다고 생각해요. 브랜드 초기부터 언제나 그래왔듯이 소비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는 것이 우리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지금까지 주로 SNS에서 소비자들을 만나왔다면 앞으로는 오프라인에서도 다양한 형태로 소비자들에게 직접 다가갈 계획이에요. 그 일환으로 1월 27일 서울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팬미팅을 진행할 예정인데요. 게시판에 직접 얼굴을 보고 싶다는 글이 많이 올라와서 용기를 내긴 했는데 정말 와주실까 걱정을 많이 했어요. 그래서 조심스럽게 팬미팅을 공지했는데 40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려서 깜짝 놀랐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조그만 카페를 하나 빌려서 커피 한잔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는데 생각보다 일이 커져버렸네요.(웃음).”

 

현재 중국과 일본, 미국에서 인터넷 쇼핑몰을 운영하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 부건에프엔씨는 해외 오프라인 매장도 일본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개척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위해 임 상무는 지난해 9월 일본 신주쿠에 있는 루미네2 쇼핑센터에 매장을 오픈했다. 오프라인 매장으로는 첫 해외 진출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오픈 당일 매출이 최근 5년간 루미네에 오픈한 브랜드 중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조만간 오모테산도에도 플래그십 매장을 내기 위해 준비 중이다.

 

“앞으로 블리블리와 임블리 두 브랜드를 더욱 다지고 넓혀나가는 데 주력할 생각입니다. 블리블리에서는 기능성 화장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청이 많은 상황이라 그 부분에 집중할 생각이고요. 임블리에서는 라이프스타일 쪽을 좀 더 확장할 계획입니다. 현재 호박즙, 블루베리 같은 식품들이 잘되고 있는데 쑥즙 등 여성들을 위한 특화 제품들로 라인업을 늘려나갈 예정입니다. 패션으로 시작해서 뷰티 브랜드로 확장 중인 우리의 최종 지향점은 전 세계 2030 여성들의 라이프스타일을 책임지는 거예요. 패션과 뷰티는 물론 식품, 리빙 등으로 영역을 계속 확장해나갈 계획입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