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종황제, 운명론에 심취하다 망국의 왕이기도 하며 구국의 황제이기도 한 고종, 자신감과 결단력이 부족한 고종은 을미사변을 겪은 이후 노력으로 나라의 위기를 극복하려고 하기보단 역술가를 의존해 상황을 바꾸고자 한 운명론에 심취해 있었다. 1895년 을미사변 이전까지 고종은 항상 누군가에 의지해 살았다. 12세에 왕이 됐을 때는 대왕대비 신정왕후 조씨가 수렴청정을 했으며, 그 후로는 흥선대원군이 10년간에 걸쳐 섭정했다. 대원군 하야 이후로는 명성황후 민씨가 그 자리를 대신했다. 그동안 결정적인 판단력과 추진력은 고종 자신이 아닌 신정왕후 조씨, 흥선대원군, 명성황후 등에게서 나왔다. 그러나 황제가 된 후 고종에게 더 이상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고종이 총애하는 엄 상궁은 명성황후에 비견될 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고종은 이제 스스로 .. 더보기 이전 1 ··· 855 856 857 858 859 860 861 ··· 1187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