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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강정호 선수 아버지의 특별한 메이저리거 '아들 훈육법'

박찬호가 메이저리그(MLB) 무대에 선 최초의 한국선수라면, 강정호는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다. 한국야구의 선구자 강정호의 아버지에게서 특별한 '아들 훈육법'을 들어보았다.


강정호의 아버지 강성수 씨는 아들에게 어릴 적부터 '알아서 하라'고 입버릇처럼 말해왔다. 부모는 지원자일 뿐 자기 일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광주에서 오랫동안 사업을 해온 강씨는 한때(2001~2004년)는 광주시테니스협회장을 맡아 꿈나무들을 후원하는 체육인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3학년 때 아들의 손에 방망이와 글러브를 쥐어줬다는 그는 아들의 남다른 정신력을 높이 샀다.


"정호가 야구를 시작한 지 올해로 20년째인데 단 한 번도 아침에 일어나라고 깨워본 적이 없습니다. 모든 일을 스스로 알아서 하도록 강하게 키웠습니다." 


강정호 아버지


아들이 메이저리거가 될 거라 예상은 하셨나요?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직후부터 (강정호의) 마인드가 달라지더라고요. 스스로 뭐든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붙었고요. 2013시즌 후 비시즌 기간에는 개인적으로 트레이너를 고용해 체중을 86kg에서 96kg으로 불렸습니다. 움직임이 많은 내야수이기에 체중을 늘리는 게 모험이었지만 살이 찐 게 아니라 근육량이 증가한 것이기에 매우 성공적이었습니다."


강정호는 2012년에 25홈런, 2013년에 22홈런을 때렸지만 지난해엔 무려 40개의 홈런을 폭발시켜 한국프로야구를 대표하는 슬러거로 떠올랐다. 홈런 수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타구의 비거리다. 2012년 강정호의 홈런 평균 비거리는 117.6m였지만 2013년 118.6m, 그리고 2014년에는 119.6m로 해마다 1m씩 늘어났다.


늘 아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말씀하신다는데 이유가 있습니까?

"정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한 번은 늦잠을 자서 지각하는 바람에 감독님에게 혼난 적이 있어요. 그래도 깨워주지 않았습니다. 최소한 프로무대에 가려면 자신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게 지론이었거든요. 다른 부모들이 아들을 초등학교 때부터 자동차로 등·하교를 시켜줬지만 저는 중3 이후에나 그렇게 해줬어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정호가 툭하면 버스에서 졸다가 종점까지 간다고 하소연을 하더라고요."


강 선수가 아버지의 어떤 점을 닮았나요?

"둘 다 굉장히 말수가 적어요. 그 대신에 내적으로는 아주 강하고요. 다른 것은 몰라도 정호가 한 번 시작하면 어지간해서는 포기하지 않는 근성을 갖고 있는데 그 부분이 저를 많이 닮은 것 같아요"


강정호 선수


교실에는 치맛바람, 야구장에는 바짓바람이 인다는 우스갯소리가 있는데 야구장에 잘 안 나타나신다고요?

"지금까지 정호에게 잘했다고 칭찬했던 적이 딱 한 번 있었죠.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땄는데 사실 오른 손등의 미세골절로 고생을 많이 했거든요. 제가 야구장에 잘 가지 않았던 것은 혹시 저한테 의존하는 마음이 생기지는 않을까 우려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정호는 아버지의 사랑과 관심이 얼마나 큰지 잘 알고 있을 거예요."


아들이 야구하면서 가장 힘들어할 때는 언제였나요?

"중2때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야구 못하겠다'고 드러눕더라고요. 그래서 '벼슬하느냐? 그만둬라'고 하고 다음날 조용히 알아봤더니 선배 한 명이 손찌검을 했다는 거예요. 학교 찾아가서 그 선배에게 '방망이로 100대를 때리는 것은 좋다. 왜 손찌검을 하느냐?'고 따끔하게 일러줬어요. 고2때는 야구가 뜻대로 안 된다며 인천으로 전학시켜달라고 하더라고요.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혼냈습니다. 달래기는 왜 달랩니까? 아버지 위해서 야구합니까?"


나중에 고려대에서도 스카우트 제의를 받았었죠?

"프로 쪽에 무게를 뒀던 게 사실입니다. 그래도 계약 마감 전날까지 도장을 찍지 않았어요. 그날 저녁 정호가 무릎을 꿇더니 '아빠 정말 잘하겠습니다. 프로에 보내주세요.'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다음날 장대비를 뚫고 광주에서 수원까지 2시간 반 만에 차 몰고 가서 사인했습니다. 그만한 절박한 각오를 갖고 프로에 가야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던 겁니다."


세계 최고 무대에 서게 된 아들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거창한 목표나 바람은 없어요.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고 묵묵히 잘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면 결과는 따라오는 것 아니겠어요?"


강정호 선수


요즘 부모들의 과잉보호나 간섭에 대한 지적이 많습니다.

"운동선수들은 강하게 키워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우려했던 것은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그러다 옆길로 새는 것이었습니다. 그것만 조심하게 했어요. 부모들이 왜 나섭니까? 지원만 해주면 되지. 정호 위로 누나가 한 명 있는데 그 애도 그렇게 키웠습니다. 공부시킬 때 책은 잘 사줬지만 이래라저래라 한 적은 없습니다. 그래도 공부 잘했고 사회에 나가서 자기 몫은 하고 삽니다."


야구 꿈나무들이나 부모들을 위해 해줄 말이 있다면요.

"프로에 갔다고 해서 기고만장하면 실패합니다. 프로 진출은 시작일 뿐입니다. 정호도 2006년부터 2년 동안 1, 2군 오르내릴 때는 솔직히 '당장 그만두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1군에 올라갔다고 기뻐했는데 3일 만에 다시 2군으로 내려가는 겁니다. 그때 부모 심정이 어땠겠습니까? 저와 정호에게도 그런 시간들이 있습니다. 프로에 가서 더 인내하고 더 열심히 해야 진짜 성공의 길이 열립니다."


강성수 씨는 아들이 메이저리그 유니폼을 입게 됐다고 해서 특별히 어깨에 힘이 들어가지도 않았다. 그는 부모가 아들 하는 일을 대신해줄 수 없는 노릇이라며 한 마디를 보탰다. "부모는 어디까지나 지원해주는 사람일 뿐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각자 가는 길은 달라요. 자기 길을 열심히 가면 그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