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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평화운동가가 살펴본 경제라는 학문의 의미

'경제'는 자신에게만 이익을 가져다주는 학문일까? 아니면 남을 위해 한 일이 사회 전체에 이익을 가져다주는 학문일까? 인간을 위했던 경제의 대가 존 K. 갤브레이스 박사와 아우렐리오 펫체이 박사가 본 경제는 어떤 학문일까.


금세기를 대표하는 경제학자, 존 K. 갤브레이스 박사는 "부유한 나라는 빈곤한 나라를 책임져야 한다" "선진국은 군사비를 줄여 개발도상국을 원조해야 한다" "일본은 부의 일부를 빈곤한 나라에 제공해야 할 도의적 의무가 있다"고 말하곤 한다. 


박사에게 경제는 자기만 번영하고자 하는 기술이 아니다. 그는 "약자의 존재를 잊지 마라" "자신이 '세계'에, '남'에게 어떻게 공헌할지를 잊지 마라"고 되풀이해 강조한다. 말하자면 남을 위해 한 일이 사회 전체의 번영으로 이어지는 '도의적 체계'를 지향한다고 할 수 있다.


갤브레이스 박사


그는 늘 인간에게 초점을 맞춘다. 겉으로 아무리 번영하는 것처럼 보여도 진정한 충족감, 마음속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면 결국 불안감 때문에 무너진다며, 일본의 거품경제가 무너진 요인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경제학자에서 평화운동가로


갤브레이스 박사가 경제학자로 명성이 높아서인지, 많은 사람들이 그가 일본에서는 평화운동가로 활약했다는 사실은 잘 모르는 듯하다. 그에게 일본은 '평화의 여정'을 시작한 잊을 수 없는 나라다.


"전쟁이 모든 것을 파괴해 사람들은 괴로워했습니다. 그 참상을 보고 나는 두 번 다시 전쟁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적어도 남은 내 인생을 바치자고 결심했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미군전략폭격조사단장으로 일본에 왔던 당시에 대한 회상이다.


경제 현실 사회 평화



그가 전쟁을 반대하고 군비를 축소하자는 주장을 행동으로 옮기는 데는 상상할 수 없는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다. 그는 아무리 좋은 평화운동도 실제로 그 힘이 커질수록 정치·경제·언론 등 힘을 합한 전쟁세력이 방해하고 책략을 꾸며 덤벼든다는 내용으로 소설을 쓰기도 했다. 


경제만큼 현실 사회의 변동과 밀접히 연관된 분야도 별로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참된 경제인은 현실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 


▤ 사업가에서 인류 생존을 위한 '로마클럽'의 창설자로


사업가 중에도 노벨이나 카네기를 비롯하여 사회공헌 사업에 만년을 바친 인물이 많다. '인류 생존의 길을 탐구하는 싱크탱크'인 로마클럽을 창설한 고(故) 아우렐리오 펫체이 박사 역시 경제계에서 평화운동의 길로 들어선 인물이다.


펫체이 박사는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 자동차회사 피아트의 임원으로, 그 후에는 이탈리아 최고의 전기산업회사인 올리베티 사장으로 활약했다. 산업 부흥이 바로 전쟁으로 고통받는 민중을 구하는 길이라고 믿었던 것이다.



로마클럽 펫체이 박사


그러나 머지않아 그는 자신이 판매한 자동차와 자신이 세운 공장이 심각한 공해를 일으킨다는 현실을 깨닫고 괴로워했다. 그래서 환갑을 맞이한 박사는 로마클럽을 설립하는 제2의 인생을 선택했다.


갤브레이스 박사와 펫체이 박사는 학자와 사업가라는 차이가 있다. 그러나 두 인물 모두 '경제의 달인'으로서, 또한 '평화에 이바지한 행동자'로서 최고의 업적을 남겼다. 세계는 이들처럼 사회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행동하는 참된 경제인을 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