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농가의 소득을 높이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어요. 농가 소득이 5000만원이 되어야 농가가 살아날 수 있다고 하고 이 금액을 지상 과제로 삼고 있지요. 농업을 블루오션으로 만들기 위한 김 회장의 노력을 알아보았어요.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인터뷰 내내 ‘농가소득 5000만원’을 반복했다. 김 회장은 “농가소득 5000만원이 이뤄져야 농가와 농촌이 살아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농가소득 5000만원’이란 목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도시소득의 60%대에 머무는 우리 농촌은 살기 어렵고 낙후된 곳이라는 꼬리표가 붙어 있습니다. 고령화로 자생력을 잃고, 갈수록 팍팍해지겠지만, 농촌의 절박한 삶에 길잡이가 될 구체적인 목표가 바로 ‘농가소득 5000만원’입니다.”
그리고 그 꿈은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구체적인 방법론은 한마디로 ‘농업소득 + 알파(α)’다. α는 농외소득을 늘리는 것이다.
“농가소득은 크게 농업소득, 농외소득, 이전비용 3개로 볼 수 있습니다. 지난 3년간 제대로 된 농업소득을 거두기 위해 농산물 제값 받기와 농자재·사료 가격 인하에 매진해 왔다면, 앞으로 농외소득을 확보하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농업소득을 어떻게 높일 것인가. 먼저 농축산물 품질을 높이고, 부가가치를 높이며, 판매경로를 확대하는 건 농협의 대들보나 다름없다. 농협은 여기에 ▶농산물 가공산업 확대 ▶농작업 기계화(농기계 플랫폼) ▶농가 태양광 확대 ▶로컬푸드 활성화 ▶농축협 컨설팅(도시농협, 경제사업장 275회 예정) ▶농작물 재해보험 가입률 확대 등 농외소득을 올릴 수 있는 꽤 구체적인 계획을 보태 ‘5000만원’ 고지를 확고히 잡겠다는 전략이다.
김 회장은 “농산물만 키워서 팔기만 하는 농업은 이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며 “생산(1차)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농산물을 가공(2차)해서 부가가치를 높이고, 농촌의 환경자원을 농외소득(3차)으로 연결해야 농업·농촌의 진정한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첫걸음은 농산물 가공산업 활성화다. 2016년 9월 농협(농협경제지주 지분 51%)과 제과업체 오리온(지분 49%)이 손잡고 자본 622억원의 오리온농협㈜을 출범시켰다. 국내 최초로 협동조합과 민간기업의 합작품이다.
지난해 7월엔 경남 밀양시 부북면 제대농공단지 부지에 건축면적 1만1600㎡(3500평) 규모의 오리온농협 공장을 세웠다. 국내 유일의 회전식 분무 가수 장치를 탑재해 경제성을 확보한 이 공장엔 쌀가루 제분시설과 그래놀라와 같은 간편대용식을 생산하는 4개 라인을 갖췄다.
시간당 1톤을 생산할 수 있는 제분시설에선 떡, 라면, 쌀국수, 만주, 주류 등 식품제조사에 납품할 쌀가루를 만들고, 다른 한쪽에선 9월부터 농협이 납품하는 쌀, 콩, 사과, 딸기 등으로만 생산한 마켓오 네이처 ‘오! 그래놀라’, ‘오!그래놀라바’를 생산한다.
이미 좋은 성적을 내고 있다. 농협과 오리온이 합작해 만든 쌀과자의 연 매출액은 400억원이다. 주문을 감당 못 해 현재 밀양공장을 증설 중이다. 국내뿐만 아니라 50여 개국에 수출하고 있다.
지난해 국회에서 열린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이하 농해수위)의 농업협동조합중앙회 국정감사에서도 화제가 됐다. ‘의원들은 비결이 뭐냐?’ 며 호평을 내놓았고, 농해수위 위원장을 맡은 황주홍 의원(민주평화당)도 “우리나라가 수출대국인데 400만 톤의 쌀을 생산해서 수출은 고작 1만 톤도 못하고 있었다며 “‘쌀 초코파이’란 말만 들어도 가슴이 설렌다”고 칭찬했다.
농외소득의 중심은 태양광이다. 김 회장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농지는 태양광 시설로 활용함으로써 추가적인 농가소득 창출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직 법률적인 문제를 비롯해 부품·시공방식이나 대행업체마다 다른 인허가 문제도 여전하고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에 전력판매가격이 지금보다 30% 이상 낮아질 경우 사업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농림축산 식품부는 ‘태양광’으로 대표되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를 핵심 추진과제로 삼고 있다. 김 회장은 “생산성이 떨어지는 한계농지에 있는 부지나 비닐하우스 시설에 태양광 패널을 설치해 추가소득을 거두는 식”이라며 “동일 면적에서 논 이모작 시 소득은 최대 1000만원이지만 태양광은 8000만원 이상의 소득을 거둘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가소득 5000만원은 지상과제”
농업 효율화를 위한 ‘농기계 플랫폼’ 사업도 김 회장이 주력하는 핵심 과제다. 지난해 12월 농협은 제주특별자치도와 함께 농작업 기계화사업 지원의 일환으로 ‘농기계 플랫폼 업무협약’을 맺었다. 이 협약은 농촌 고령화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갈수록 악화되는 농업 경영 환경에 드는 경영비를 절감하고, 생산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취지에서 추진됐다.
이에 따라 제주도와 농협중앙회는 올해부터 2022년까지 농작업 대행 농기계와 소규모 영농장비 지원에 사업비 2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 업계에선 이 사업이 본격화되면 농업인들은 원하는 날짜에 맞춰 농작업 대행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고, 전동가위, 동력운반기 등 소규모 농작업 편의장비도 지원해 농촌 인력 부족 해결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했다.
제주뿐만이 아니다. 농협은 농기계은행사업 활성화에 무이자자금 1200억원과 예산 170억원을 추가로 투입하고 전국 농경지(160만 헥타르)의 17.5%(28만 헥타르)에 불과한 농작업 대행 면적을 40%(64만 헥타르)로 확대할 예정이다. 농기계, 영농차량 지원에 올해 348억원을 배정해 1337대를 지원할 계획이다.
경제·금융지주 ‘계열사 경영혁신’도 남은 임기 중에 김 회장이 전력을 쏟겠다는 과제다. 김 회장은 취임 초기 강조했던 ‘농협 위기론’을 여전히 염두에 두고 있다. 특히 김 회장은 “계열사는 농협의 혈관인데 이 혈관이 막히면 농협의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며 “농협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3년 동안 몸부림쳤던 결과가 나오는 시점에서 미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했다.
경제·금융지주도 이에 발맞추고 있다. 김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업경제대표이사는 “올해 농협하나로유통과 농협유통, 농협부산경남유통, 농협충북유통, 농협대전유통 등의 운영통합에 주력하겠다”며 “특히 남해화학의 경우 수출뿐만 아니라 베트남 등 동남아에 비료회사를 만들고, 남해화학만이 생산할 수 있는 황산과 요소 등 강점을 살릴 것이며, 농우바이오도 2020년까지 3000억원을 투자해 글로벌종자회사로 성장시키면서 7개 해외 계열사의 사장을 현지인으로 두겠다”고 밝혔다.
김광수 농협금융지주 회장도 “금융지주 계열사는 자본과 인사라는 복잡한 문제를 안고 있기 때문에 자본력을 확충하는 문제나 제도화된 지식으로 인사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농협중앙회와 함께하겠다”며 보조를 맞췄다. 결국 ‘김병원식’ 협동조합 중심 개혁 운영이 한층 더 탄력을 받게 됐다.
‘농협의 미래’ 설계도 김 회장의 핵심 과제다. 4차 산업혁명이란 거대란 흐름 앞에서 김 회장이 택한 카드는 ‘청년농업인 육성’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다.
김 회장은 “농가소득 증대를 위한 범농협 역량 집중, 4차 산업혁명 대응 전담조직과 빅데이터센터 신설·운영, 농업의 공익적 가치 확산 등 산적한 과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며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 청년농업인과 4차 산업혁명 전문인재 양성에 매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청년농업인의 힘’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강원도 원주의 감자 기업 ‘록야’의 박영민, 권민수 공동대표는 롤 모델로 세계적인 전기차 기업 ‘테슬라’를 꼽았습니다. 사업은 다르지만 신기술을 개발하고, 신 시장을 개척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습니다. 청년농업인들은 새로운 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높으며 IT 기술 활용도도 높아 앞으로 농업이 빅데이터, 로봇, 스마트팜, 드론 등 4차 산업혁명과 결합하는 데 크게 기여할 수 있습니다.”
농협은 지난해부터 청년농부사관학교를 운영하는 것과 더불어 청년후계농육성, 청년창업농 등 청년 농업인 양성 계획을 확대하고 있다. 이들과 조직의 경쟁력을 지원하기 위한 R&D 조직도 신설해 역량을 높인다. 농협미래경영연구소도 ▶스마트 파밍(생산 정밀화, 유통 효율화, 경영 지능화) ▶스마트팜(스마트 축사·노지팜·시티팜·온실) ▶디지털 R&D센터 구축(오픈 API, 인공지능 블록체인, 클라우드) ▶NH핀테크혁신센터 구축(범농협 협업체계를 통한 농업 관련 스타트업 33개사 육성) 등 ‘4차 산업혁명시대’ 스마트 농축산업에 필요한 전략을 구체화했다.
김병원 농협중앙회 회장은 지금껏 성과와 향후 전략을 풀어내면서 이같이 정리했다.
“한국 농업과 농협의 발전과 성장은 IT 지식으로 무장한 젊은이들이 농업에서 자신의 미래를 찾을 수 있는 ‘블루오션’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지난 3년간 달려온 노력도 범농협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발판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김영문 기자 ymk0806@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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