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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후계자가 없는 중소기업이 살아남는 법? 일본 전문가가 말하는 기업승계의 현황과 전망

기업을 승계하는 데에는 많은 법적 절차들이 필요해요. 이 가운데 결국 승계되지 못하고 법인이 청산되는 경우도 왕왕 있어요. 특히 중소기업에 이런 일이 자주 벌어지지요. 옆나라 일본의 경우도 마찬가지라고 해요. 이에 니혼M&A센터의 미야케 스구루 대표이사를 만나 기업 승계의 현황과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어요.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한국 중소기업의 평균 수명은 11.9년에 불과하다. 30년 넘는 기업은 장수기업 대접을 받을 정도로 한국 기업의 수명은 짧다. 상속·증여세 장벽에 막혀 자녀에게 물려주길 포기하고, 창업자 본인의 은퇴와 함께 기업을 폐업하는 경우가 다반사로 일어난다.

 

기업이 그간 쌓은 기술력·노하우는 물론 임직원 일자리까지 사라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법인 청산 여부는 어디까지나 기업 소유주의 판단에 달린 문제지만, 국가 경제 전체로 봤을 땐 적지 않은 손실이다.

후계자 부재 등으로 일본은 한국보다 앞서 중소·중견기업 폐업 위험을 경험했다. 일본 민간시장조사 업체 제국데이터뱅크(TDB)에 따르면 일본 중소기업의 후계자 부재율은 66%(2017년 기준)에 달한다. 2025년에는 일본 기업의 3분의 1에 달하는 127만개가 폐업 리스크에 직면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일본에서는 지난 몇년 전부터 기업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지난해 일본 기업과 관련한 M&A 건수는 3850건, 금액으로는 29조8802억엔(약 322조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였다. 폐업과 사업 확장 수요가 만나 동종·이종 기업 간 M&A가 활발하게 일어난 것이다. 일본 기업들은 M&A를 통해 기술력·시장 확보는 물론 신규 비즈니스 모색에 나서고 있다.

‘니혼M&A센터’의 미야케 스구루(三宅卓) 대표이사를 최근 도쿄 마루노우치 본사에서 만나 일본 기업 승계의 현황과 전망 등을 들었다. 니혼M&A센터는 도쿄증시 1부 상장사로 시가총액 4288억엔(약 4조6341억원, 6월 25일 기준)에 달하는 일본 최대 중소·중견 기업 M&A 전문 중개회사다. 미야케 대표는 “상승효과가 날 수 있는 M&A로 기업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일본 경기는 어떤가.

“2020년 도쿄올림픽과 2025년 오사카 엑스포(만국박람회) 개최로 건설 특수가 발생했고, 해외 관광객이 늘었다. 대체로 경기가 좋다고 하지만 수도권과 비수도권 격차가 심하다. 지방 기업은 일거리는 늘어도 인력 부족 등으로 매출은 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좋다고 보기는 어렵다.”

일본에 M&A를 희망하는 기업이 많은 이유는.

“폐업하면 임직원이 설 자리를 잃기 때문에, M&A를 통해 회사를 존속하자는 수요가 많다. 전후 시대 창업자들은 대부분 시골 출신에 고생을 많이 한 데 비해, 그들 자녀는 게이오·와세다 등 명문대를 나와 가업을 잇기보다 종합상사·증권사 취업을 지향하고 있다.”

흑자 기업도 매물로 나오는 경우가 있나.

“일본 중소·중견 기업의 66%가 아직 후계자를 정하지 못했다. 흑자 기업은 당장 돈을 벌고 있으니 폐업을 할 수 없어 매각을 염두에 둔다. 적자 기업은 차입금을 상환해야 해 오히려 폐업을 못 한다. 물론 적자 기업이라도 시너지 효과에 따라 인수가 성사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 기업이 기술 경쟁력을 이어갈 수 있을까.

“그런 일을 막기 위해 열심히 M&A 중개를 하고 있다. 또 동남아시아 중소기업 인수를 통해 일본 중견기업의 시장 진출을 돕고 있다. 단지 일본의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기술·마케팅과 동남아시아의 노동력을 접목하는 프로젝트다. 노동력과 시장을 아시아로 넓히는 형태가 될 것이다.”

중소·중견기업 전문 M&A 중개회사를 만든 이유는.

“일본 경제 초호황기 때도 높은 임금을 주는 방송국·광고대행사 등으로 인재가 몰려 중소·중견기업은 후계자가 없었다. 지방 기업의 후계자 부재 문제를 해소하고자 1991년 창업했다. 일본 경제의 버블이 꺼지고 난 뒤에는 단카이 세대의 은퇴로 후계자 부재 문제가 떠올랐다.”


수도권 공업지역에서도 ‘흑자 기업’ 매물 수두룩


특별히 지방 기업이 많은 이유가 있나.

“꼭 지방이 아니어도 기업을 팔려는 수요가 많다. 도쿄 인근의 공업단지인 가나가와현의 경우 후계자가 부재율이 전국 6번 째인 75%에 달한다. 뒤집어 보면 일본의 기업 수가 너무 많은 지도 모른다. 경쟁력 있는 회사가 다른 회사를 인수해 시너지 효과를 낸다면 더욱더 성장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일본 경제가 활성화될 수도 있다.”

인수자가 구조조정이나 자산 매각을 할 위험이 있지 않나.

“좋은 기업이 매물로 나오면 대개 인수 희망자가 30~50개나 붙는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임직원이 안심할 수 있고 최고의 경영을 할 수 있는 인수자를 고를 수 있다. 또 식품회사가 레스토랑 체인점을 인수하는 등 대부분 비용 감축보다는 새로운 비즈니스를 하려고 한다. 인수자로서는 오히려 임직원이 퇴사하지 않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좋은 기업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

“일본 47개 도도부현(都道府県)의 64개 지방은행, 전국 3만 명의 회계사들과 네트워크를 맺었다. 이들로부터 경영 상태가 좋지만 승계를 못 하고 있는 기업을 소개받고 있다. 또 직접 전국을 돌며 세미나를 열고 중소·중견기업 CEO들을 만나고 있다. 지난해 세미나에 2만 명이 참여했다. 올해도 60~70개 지역에서 총 120~130회 세미나를 연다. 6월 초 오키나와 6개 지역에서 개최한 세미나에는 600명 이상이 참여했다.”

일본 기업을 인수하려는 외국 자본도 있나.

“중소·중견기업을 사러 일본까지 오는 경우는 거의 없다. 매각을 의뢰한 기업 중 제조업 비중이 50% 정도로 가장 많고, 거의 국내에서만 소화되고 있다. 연간 400건의 M&A를 중개하고 있는데 이중 해외 매매는 5건 정도에 불과하다. 한때 중국 자본이 많이 들어왔는데 대부분 중국인의 일본 관광 수요를 겨냥해 부동산과 호텔·골프장 등을 매입했다.”

해외 자본의 일본 기업 투자에 대한 규제가 있나.

“군수 등 일부 산업을 제외하고는 없다. 외국 자본으로부터 의뢰를 받으면 여러 상황에 대해 정확히 점검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 물론 일본 야쿠자 등 폭력단과 관련됐거나, 범죄 경력이 있는 회사도 배제한다. 세금 문제는 사내 세무사와 변호사를 통해 조언해 주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산업적 보완관계”


증권사·펀드 등 M&A 중개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나.

“노무라·다이와·미츠비시UFJ파이낸셜그룹(MUFG) 등 일본 대형 증권사들은 주로 대기업이나 해외 기업 M&A만 다룬다. 일손이 부족해 중소·중견 기업 매각 건은 우리에게 넘기는 경우도 많다. 싱가포르 등지의 대형 펀드도 대개 대형사 위주로 사업을 펼쳐 사업 영역이 겹치지 않는다.”

M&A 컨설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세계에서 일본의 인수 후 통합(PMI)이 가장 떨어진다. 일본은 섬나라인 데다 대부분 같은 민족, 동일 언어, 하나의 종교를 믿는다. 대학교를 졸업해 회사에 취업하는 삶의 방식도 비슷해다. 이 때문에 서로 자기가 원하는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아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어 M&A가 어렵다. 제조업과 소매업의 문화는 전혀 다르기 때문에 자신과 상대의 목적과 바라는 점을 제대로 소통하고 이해해야 한다.”

한국 진출 등 앞으로 목표와 계획이 있나.

“한국과 일본은 산업적 보완관계기 때문에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싶다. 한·일 기업 간에 M&A를 통해 상승효과를 낼 수도 있고, 한국 기업의 가치를 키울 수도 있다. 앞으로 기업 평가, 펀드레이징, PMI컨설팅, 자산승계, 소매상 인터넷매매 플랫폼, M&A 교육·자격 등 M&A 종합기업을 지향하고 있다. 이를 통해 매출, 사업 건수, 계약 건수, 직원·고객 만족도, 커버율, 정보력, 이노베이션 등 부문에서 세계 1위 달성이 목표다.”

 

김유경 기자 neo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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