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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전문가가 말하는 자사고! 자사고 정책에 흥분하는 이유가 뭐냐고?

자사고 재지정 평가 때문에 말이 많아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자사고 시스템의 방향에 대해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대표(전 중동고 교장)과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전 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위원)의 대담을 통해 알아보았어요.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 대표(왼쪽)는 자사고 확대를,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수는 자사고 옥석 가리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교단이 다시 시끌벅적하다. 올해 재지정 대상 자율형사립고(자사고) 24곳 중 11곳이 탈락하면서 탄식과 환호가 교차한다. 교원 단체부터 양분된다. 보수 성향의 한국교육단체총연합(교총)은 “정권과 교육감에 따라 자사고 폐지가 결정돼선 안 된다”고 반발했다. 반면 진보성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는 “자사고 폐지정책을 대통령 공약으로 내세운 정부가 직접 나서라”고 촉구했다.

재지정이 취소된 자사고들은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행정소송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위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 반면, 재지정 취소가 아닌 자사고 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거세다. 이들은 자사고가 고교 서열화 강화, 입시교육 기관화, 학부모의 교육비 가중, 고교 입시를 위한 사교육 팽창 등의 공교육 파행을 낳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월간중앙은 양쪽의 입장을 보다 심층적으로 듣고자 대담을 준비했다. 7월 11일 월간중앙 대회의실에서 진행된 오세목 자사고공동체연합대표(전 중동고 교장)과 김성천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전 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위원)의 대담은 자사고 재지정 결과에 대한 평가와 함께 자사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자사고의 운명에 대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어보는 계기가 됐다.

30년 넘게 교육 현장을 지켜온 오세목 대표는 2010년 서울에 자사고가 도입될 당시부터 관리자로 활동했다. 전국 자사고교장협의회장을 거쳐 현재 자사고공동체연합대표를 맡고 있다. 김성천 교수는 경기도교육청 정책기관관실 장학사, 시도교육감협의회 정책위원 등을 지냈다. 현재 한국교원대 교육정책전문대학원 교수이자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장을 맡고 있다.

두 사람이 자사고를 바라보는 시각은 극명하게 갈린다. 오 대표는 “자사고는 우리나라 교육을 선도하는 모델로 자리 잡았다”고 보는 반면, 김 교수는 “패러다임이 바뀌면서 시대적 소명을 다했다”고 일축한다. 자사고의 미래에 대해서도 “자사고를 과감하게 늘리고 자율성을 더 확대해야 한다”와 “교육 과정 획일화에 몰두한 자사고는 일반고 모델에서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 한다”로 평행선을 달렸다. 자사고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는 오 대표와 ‘한계에 봉착했다’는 김 교수의 주장은 좀처럼 좌와 우로 갈라진 교육계의 현주소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친(親)전교조 교육감의 교육 역주행”

 

서울 자율형사립고 학부모 연합회 회원들이 청와대 앞에서 자사고 폐지 반대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번 자사고 재지정 결과가 갖는 의미와 쟁점을 짚어달라.

김성천_ 현재 고교체제는 부모의 계층 배경 효과가 반영돼 있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이나 양극화 문제가 첨예하게 개입돼 있고 이에 따라 슬럼화하는 일반고 고민도 커지고 있다. 그럼에도 이렇다 할 체계나 로드맵, 비전이 없었다. 필요에 따라 시행령으로 덧붙여지는 방식으로 유지돼 왔을 뿐이다.

따라서 고교체제 전반을 손 봐야 하는 과정이었다. 자사고 문제는 대통령 공약(외고·국제고·자사고 폐지)에까지 반영됐다. 자사고 정책에 대한 평가도 필요하지만 그에 앞서 자사고 가운데 옥석(玉石)을 가려야 하는 상황까지 온 것이다. 이번 평가는 향후 교육 방향을 고민하는 화두를 던졌다고 본다.

오세목_ 이번 평가 결과는 자사고의 운영성과를 짚어보는 기회인데, 실상은 친(親)전교조 교육감의 ‘교육 역주행’의 산물로 규정하고자 한다. 엄연히 교육제도는 헌법에서 정하고 있지만 김 교수가 말한 것처럼 불행하게도 고교체제를 시행령에 위임하고 있다. 자율형공립고를 다루는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4에는 ‘자율형 공립고등학교는 5년 이내로 지정·운영하되, 시·도 교육규칙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5년의 범위에서 연장할 수 있다’고 나와 있다. 지정 기간이 명시돼있는 것이다.

그러나 자율형사립고에 대한 내용이 담긴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제91조의3에는 자사고는 한번 지정되면 특별한 잘못을 하지 않는 한 취소할 수 없게 명시돼 있다. 그래야 학부모들이 신뢰하고 학생들이 진학할 수 있다. 학교 운영성과 평가를 통해 이번 자사소 취소는 무리한 조치다. 신뢰성과 타당성을 상실했다. 자사고공동체연합회는 수용할 수 없다. 모든 수단을 동원해 끝까지 저지하겠다.

이번 재지정 평가를 놓고 절차나 내용상 논란이 있다.

김성천_ 이번 재지정 평가는 기준점 논란이 있었다. 따지고 보면 서울은 원래 70점이었다가 2014년 60점을 내렸고 다시 70점으로 올렸다. 정상적인 평가 기준으로 복원한 것이다. 이밖에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가운데 정량평가 요소는 사전에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

 

이번에 재지정 통과한 곳은 미리 대비한 것으로 보인다. 정성평가가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건 아니다. 다만 전보다 시·도 교육감의 평가재량권이 확대되면서 좀 더 엄중한 평가가 들어간 측면이 있다. 교육청에서 특히 많이 살펴본 부분은 교육과정에 대한 평가라고 본다. 여러 군데 얘기를 들어봤는데 떨어진 자사고들은 일반고 교육과정과 차별화가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입시 위주의 전통적인 명문고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점에서 교육청은 굳이 자사고라는 형태로 유지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을 가진 것 같다.


“교육 당국, 정치적·이념적 코드 맞추기로 가선 안 돼”

 

6월 26일, 국회 교육위원회에 참석한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전주 상산고 자사고 지정 취소와 관련한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왼쪽은 김승환 전북교육감.

 

오세목_ 평가는 절차적 정당성과 평가지표의 타당성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실은 전혀 그러지 못했다. 평가 시작 전 어떤 공론화 과정을 거쳤는지 묻고 싶다. 기준점 결정은 교육감의 입맛대로 해도 되는 것일까. 70점, 80점은 누가 정하는 것인가. 관련 법령에는 지정 목적 달성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는 기준 점수가 70점이어야 하는 이유가 없다.

2014년 재지정 평가 기준점을 60점으로 내렸던 것도 교육감 선거가 다가오니 재선을 위해 점수를 낮춰 다 통과시켰던 것 아닌가. 현장에서는 가장 최근 평가였던 60점 지표를 기준 삼아 보완하는 노력을 했다. 그런데 갑자기 기준점을 올리고 여기에 정성평가를 확대해버렸다.

자사고에서는 ‘평가 기준이 전체적으로 문제가 있다. 재검토해 달라’고 요청했다. 강원교육청은 이를 받아들였지만 일부 시·도 교육청은 완강하게 버텼다. 구체적으로 보면 과거 자사고들이 고득점을 받았던 평가지표의 배점을 낮췄다. 예컨대 교직원·학생·학부모 만족도 항목은 각 5점씩 15점이었다. 지난 평가 때 상당수 높은 점수를 받았다. 그런데 이번에는 8점으로 비중을 줄였다. 가장 중요한 건 2014년 평가 이후 ‘이런 부분을 더 강화할 테니 노력해달라’는 식의 사전 예고가 있었어야 했다. 국민으로부터 부여받은 직선제 권력을 교육감의 개인적인 신념에 따라 휘두르는 건 동의하기 어렵다.

평가의 일관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건 맞다.

김성천_ 평가지표가 완전히 뒤바뀐 것이 아니다. 기준점에 대해서는 이전 정부 때 너무 낮아 느슨했다. 기본점수를 고려하면 떨어지기 어려울 정도였다. 그다음, 내용을 보면 ▷중장기 학교 발전 계획 ▷건학이념 ▷선발 공정성 ▷편성운영의 적절성 ▷사회적배려대상자 맞춤형 프로그램 운영 등 학교라면 기본적으로 갖춰야 할 지표들이 있다. 탈락한 학교들이 사회적·교육적 가치에 동떨어진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감점 항목이 있을 수 있다. 감사 여부, 감사 기관의 적절성, 회계 부정, 선행학습 위반 등의 항목이다. 탈락한 학교들은 다른 자사고에 비해 이런 항목에 있어 기준치에 못 맞췄다. 앞서 얘기했지만 교육과정 부분의 비중을 올려 얼마나 일반고와 차별화됐느냐를 따졌던 것이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오세목_ 자사고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받지 않는다. 도입 당시 법인전입금을 내고 학교를 운영하겠다는 국가와의 약속이었다. 대신 자율성을 부여받은 것이다. 이번 평가지표는 도입 취지에 반한다. 몇몇 학교에서 불거진 회계부정 의혹도 사법적으로 무혐의 판정을 받지 않았나. 이런저런 잣대를 들이댄다 쳐도 사전에 공론화를 했어야 한다는 것이 자사고의 주장이다. 자사고는 치열하게 노력하지 않으면 학생들의 선택을 받지 못한다. 이번에 취소된 상산고는 1000명 수용 가능한 기숙사를 지었다. 배재고나 중앙고 등도 마찬가지다. 수십억, 수백억을 쏟아부은 이들의 투자가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

김성천_ 재정 지원을 받지 않았다고 항변하시는데 첫 출발이 잘못됐던 것 아닌가. 자사고도 공교육 범주 안에 있다. 그렇다면 당국은 예산을 당연히 지원하고 반대급부로 공공성을 요구했어야 했다. 그러면서 자율성을 보장해주는 것이 맞았다. 예산을 지원해주지 않은 대가로 자율성을 부여했던 건 애초 공교육 철학의 인식체계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 아니었는지 아쉽다. 자사고도 1995년 ‘5·31 교육개혁’ 이후 정책적 흐름에서 제도의 피해자라 본다. 다만 당시 제도를 설계했을 때의 관점 자체가 이 시대의 시점에 비춰봤을 때 맞는 것인지 재고해야 할 시점이다.


“해외에서 자사고 유학 오려해” VS “교육내용 획일화 극심”


재지정 최종 결정 권한은 교육부 장관이 갖고 있다.

오세목_ 어제(7월 10일) 서울지역 22개 자사고 교장이 모여 대책회의를 했다. 방어권 행사 차원에서 탈락한 8개 학교는 효력정지가처분 신청을 바로 할 것이다. 앞선 두 차례 경험이 있다. 또한 감사원에 평가 전(全)과정에 대해 공익감사를 청구할 것이다. 과정이 타당하고 신뢰받을 수 있다면 평가위원을 왜 공개하지 못하나. 평가 항목 재검토 요구도, 자사고 추천 평가위원 포함 요구도 모두 묵살됐다.

 

교육감이 선출권력이라고 해도 이건 옳지 않다. 교육 당국은 정치적이고 이념적인 코드 맞추기로 가선 안 된다. 평가 과정이 타당한지 철저하게 살펴야 한다. 떨어진 학교는 소송한다고 하고 교육감은 장관이 부동의하면 권한쟁의심판을 한다고 하니 교육부 장관은 곤혹스러울 것이다. 그러나 이 사안을 정치적으로 다룬다면 역사의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교육의 정치 중립은 헌법에 엄연히 나와 있다. 장관의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

김성천_ 청문 절차 이후 결과를 수용하는 자사고도, 투쟁 전선으로 나가는 자사고도 있을 것이다. 자사고의 고민이 있을 것이다. 지정취소가 된 상태에서 소송으로 간다면 판결까지 시간이 걸리고 학교 이미지에 타격을 입게 돼 학생들의 지원율은 하락될 수밖에 없는 애매한 상황이다. 지난 정부에선 교육부 장관과 교육감이 대립각을 세웠다. 일반고 정상화 기조를 내세우는 이번 정부에서는 교육청 결정에 반대하지는 않을 것 같다. 탈락한 11개 학교 가운데 상당 부분 장관이 동의할 것 같다. 다만 청문 절차에서 평가상 하자가 명확히 드러난 경우엔 부동의가 가능할 것으로 본다.

근본적으로 따져보자. 자사고의 성과나 폐해는 무엇이라 보는가.

김성천_ 자사고도 옥석(玉石)이 있었다. 옥이라 하면 자율권을 갖고 있으면 어떻게 교육과정이 설계될 수 있는지 교육적 상상력을 불러일으킨 부분이다. 아쉬운 지점은 이런 사례들이 많이 없다는 것이다. 입시 성과는 상대적으로 잘 냈는데 애초에 우수한 자원들이 모였기 때문에 나온 결과라는 비판이 크다. 미래형 교육과정이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뚜렷한 차별점을 보여주지 못했다. 일반고에 시사점을 주지 못했다. 공교육을 이끌 마중물 역할을 하지 못 했다는 뜻이다.

일반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특목고는 성골, 자사고는 진골, 우리는 6두품”이라는 자조 섞인 얘기들이 나오는 상황이다. 열패감 속에서 교실에 앉아 있는 것이다. 다양한 학교 모델을 제시하는 것이 자사고의 의도였다. 학교 형태는 다양해졌지만 결과적으로 교육 내용상의 획일화를 가져왔다. 수직적인 획일화 구조를 수평적인 다양화로 어떻게 갈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저는 학생 선발 효과를 과감하게 내려놓고 교육과정에서 수준·능력·흥미를 고려한 방식의 교육과정을 펼쳐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 현재 자사고의 고립된 모델만 가지고선 교육 생태계적으로 한계가 있다.

오세목_ 투자를 많이 했던 자사고들은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학교로 거듭났다. 아시아나 아프리카 등 해외에서 한국으로 유학 오려는 학생들이 많다. 자사고가 운영한 선도 교육과정이 인정받고 있다. 언론이나 자사고를 폄훼하는 쪽에서 입시 위주의 교육이라고 비판한다.

이런 사람들에게 되묻고 싶다. 학생들 모두 입학할 때 대학 진로를 목표를 하는데 입시와 관련 없는 교육을 해야 하나. 입시교육을 제외하면 남는 건 직업교육과 특기교육 뿐이다. 인성 발달도 전반적인 교육 활용에 다 녹여내고 있다. 아이러니한 사실은 현 정부가 공교육 혁신 핵심 공약으로 고교학점제를 내세웠을 때 제일 먼저 방문한 곳이 자사고다.

자율성을 부여했다고 하지만 진정한 자율성은 주지 않았다. 2015년 개정된 교육과정이 도입되면서 지도감독권을 통해 통제했다. 해외 유수의 선진학교를 견학해보고 느낀 점은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고 자율성을 대폭 늘려야 글로벌 시대에 학교도 살아남을 수 있다는 것이다. 자율성을 토대로 다양한 시도를 선도하는 학교가 등장해야 한다. 그래야 다른 학교들도 자극받아 달라질 수 있다.

교육재정에 관해서도 한마디 하고 싶다. 보통 자사고 1곳과 비슷한 규모의 학교에는 40~50억원의 국가재정이 투입돼야 한다. 자사고가 50곳이라 치면 1년에 최소 2000억원의 교육재정이 절감된다. 자사고 도입이 10년 가까이 됐으니 수조원의 재정을 아껴 공교육에 투입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전국 자사고들은 정기적으로 모여 우수사례를 공유하며 발전해왔다. 그 결과 우리나라 교육과정을 선도하는 모델로 우뚝 자리 잡았다. 자사고가 우리 교육에 끼친 영향은 지대하다. 이런 노력을 무시하고 붕어빵처럼 똑같은 학생을 찍어 내는 학교를 만드는 것이 글로벌 스탠더드인지 묻고 싶다.


“일반고에서 교육과정 자율성 확보할 수 있어”

 

 

김성천_ 물론 고교학점제처럼 인사이트(insight)를 제공한 자사고도 있다. 그런 곳은 이번 평가에서 통과됐다. 그러나 대다수 자사고는 수능 중심으로 교육과정을 설계한다.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데 내신 경쟁이 너무 심해 수시로는 대학을 못 가니 수능으로밖에 갈 수 없기 때문이다. 반면 일반고는 공동교육과정이라고 해서 학교 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온라인 교육과정을 신설했다.

특히 진로 교과의 경우 국어·영어·수학·사회·과학 과목 중심보다 진로를 세분화해서 맞춤형 모델까지 만드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다. 비슷한 모델을 선보인 자사고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사례가 훨씬 많다. 의대 진학을 목표로 가르치는 학교, 과도하게 국·영·수·사·과 비율을 높게 편성해 논란이 된 학교들도 있다. 이런 자사고가 미래 교육의 길을 보여줬다고 하긴 어렵다. 이런 점이 평가 결과에 반영이 된 것이다.

저는 분리해서 봤으면 한다. 잘하는 자사고는 표본으로 삼아 계속 운영하도록 하고 그렇지 않은 자사고는 일반고 모델에서 새롭게 방향을 모색하는 게 좋다고 본다.

오세목_ 국경이 허물어지고 세계가 경쟁하고 있는데 자사고를 놓고 북적거리는 건 근시안적인 태도다. 미국 교육부 홈페이지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우리의 목표는 학생의 성취를 돕고 글로벌 경쟁력을 준비하는 데 있다(U.S.Department of Education’s mission is to promote student achievement and preparation for global competitiveness by fostering educational excellence).’

반면 현재 교육 당국은 ‘모든 아이는 우리 모두의 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다. 기회를 똑같이 주겠다는 레토릭은 그럴듯하다. 초등학교·중학교까지는 가능하다. 고1부터는 다르다. 역량 차이가 분명한데 같은 교실에 밀어 넣고 가르치는 것은 옳은가. 이래서 21세기 글로벌 리더를 키울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김성천_ 한 자사고에서 사회적 배려대상자 전형 비율을 늘리자고 했을 때 난리가 난 적 있었다. 그때 학부모들을 뵙고 이런 말씀을 드렸다. “리더로 기르고 싶어 자사고에 보낸 것은 이해한다. 그런데 리더십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다. 똑똑한 아이들끼리 따로 모여 있는 것이 리더를 만들어내는 방법입니까?” 용광로에서 빛을 발하는 사람이 리더다.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구별 짓기 방식이 고교체계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이 지금 학교 문을 닫자는 게 아니다. 일반고로 전환하자는 것이다. 자사고에서 꿈꿔왔던 목표들을 일반고로 전환한다 해서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자율학교로 지정해 교육과정의 자율성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고 예산도 받을 수 있다.


“과감하게 자사고 더 늘려야”


수월성 교육과 평준화 교육의 간극이 큰 것 같다.

김성천_ 모두를 위한 교육의 수월성 개념으로 넘어가야 한다. 하향평준화를 하자는 의미가 아니다. 고교체제가 다양하지만 내용은 획일화돼 있다. 사회 양극화는 교육 양극화로 가고 있다. 소수의 엘리트 의식을 가진 사람과 다수의 패배의식을 가진 사람으로 나눠지는 게 우리 교육의 미래인가. 이제 자사고나 특목고도 인근 학교와 교류하는 네크워크 모형으로 가야한다.

 

또한 학생 선발 경쟁이 아니라 교육방식의 경쟁으로 나가야 한다. 그 출발은 일반고·자사고·특목고 등의 체제가 아니라 교육과정 변화가 될 것이다. 부모의 호주머니를 털어서가 아닌 어느 학교를 가도 수준에 맞는 교육을 받을 수 있어야 한다. 자사고가 가진 장점은 결국 교육 과정의 자율성이다. 대한민국의 모든 학교가 그런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보여줘야 한다. 그러려면 학교를 하나의 공공재로 보고 투자를 해야 한다. 또한 자사고가 변화의 마중물 역할을 했다고 인정하고 다음 단계로 나가는데 지혜를 모아야 한다.

오세목_ 현 고교체제 하의 자사고는 뿌리내렸다. 이런 상황에서 평가를 통해 자사고를 폐지하는 건 잘못된 방식이다. 교육기관 평가는 학교 발전 차원에서 개선점을 찾아주고 학생과 학부모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것을 갖고 탈락의 수단으로 만드는 건 옳지 못하다. 상산고의 경우 도대체 어떤 저울대에 올려놨기에 소수점 둘째 자리(0.39점)까지 따져야 하는 결과가 나왔는가. 평생 학교에 헌신했던 사람을 이런 식으로 고꾸라뜨리면 누가 교육계에 투자하려고 하나. 자사고 폐지는 기필코 하향평준화로 이어질 수밖에 없고 재능 있는 학생들은 국내에 남아있지 않을 것이다.

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투자가 정말 절실하다. 미 코네티컷주에 있는 케네디 전 대통령의 모교 초트 로즈메리홀은 학생 1인당 교육비가 10만 달러다. 이를 통해 이 학교는 세계의 인재들을 찾아다닌다. 공적인 영역에서 가능한 일인가. 오히려 과감하게 자사고를 더 늘려야 한다. 그로 인해 절약되는 교육 예산은 공교육의 질을 개선하는 데 쓰면 된다.

 

사회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정리 문상덕 기자 mun.sangdeok@joongang.co.kr

사진 박종근 기자 joke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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