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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크리스탈 기업이 라이프스타일 업계에서 살아남는 법

바카라는 프랑스의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예요. 바카라의 크리스털 제품을 통해 럭셔리 명품의 가치와 의미를 재조명한 바카라 코리아의 강준구 대표를 만나보았어요.

 

바카라는 한국 진출 이후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프랑스 명품 크리스털 브랜드다. 지난 2015년 바카라를 한국에 들여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 시장을 개척하고 있는 강준구 바카라 코리아 대표와 함께 국내 명품업계의 미래를 진단해봤다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바카라 부티크에서 만난 강준구 대표.

 

바카라는 지난 250여 년간 정통 수정공예 기법으로 최고급 크리스털 제품을 만들어온 프랑스 명품 브랜드다. 1764년 루이 15세의 지시로 바카라 최초의 크리스털 공방이 프랑스 로렌 지방에 설립된 것이 시초다. 이후 ‘최고의 소재, 최고의 기술, 장인정신의 계승’이라는 철학 아래 수 세기 동안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시대를 뛰어넘는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바카라의 크리스털 제품들은 프랑스에서 손꼽히는 장인들의 손을 거쳐 탄생한다. 바카라의 장인들은 프랑스 대통령상인 ‘최우수 장인상(Meilleur Ouvrier de France, MOF)’을 수상할 정도로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한다.

바카라의 유구한 역사는 프랑스를 필두로 한 유럽의 정치, 사회 그리고 예술사와 명맥을 함께한다. 1823년 프랑스 왕실위원회의 의뢰를 받아 처음 제작된 이래, 수많은 프랑스 왕족과 국가원수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또 바카라의 아름다움에 매료된 니콜라이 2세 러시아 황제를 비롯한 전 세계 왕족과 귀족들의 주문이 쇄도하면서 러시아·중동·아시아 등 다양한 양식의 바카라 제품이 탄생하게 됐다.

이러한 전통을 이어 미국 루스벨트 대통령, 모나코 레니에 왕자와 그레이스 켈리 왕세자빈, 패션디자이너 칼 라커펠트 같은 전 세계의 수많은 대통령과 국가원수, 셀럽들이 바카라의 아름다움을 꾸준히 향유하고 있다. 또 필립 스탁, 하이메 아욘 같은 현대 산업디자인의 거장들과 협업해 최상의 ‘프랑스식 삶의 예술(French Art de Vivre)’을 보여주며 미래의 클래식을 창조하고 있다 .

오늘날 ‘크리스털의 전설’, ‘왕들의 크리스털’이라는 명성에 걸맞은 영예로운 수식어가 따르고 있는 바카라는 타 브랜드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오랜 전통과 대체할 수 없는 완벽한 아름다움으로 인정받고 있다. 명품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식되고 있는 바카라의 제품들은 현재 전 세계 80개국에 자리한 860개 매장과 40개 부티크에서 만날 수 있다.


명품 크리스털로 새 시장 개척한 퍼스트무버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바카라 부티크 전경. / 사진 : 바카라 코리아

 

지난 7월 10일, 서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바카라 부티크에서 강준구(31) 대표를 만났다. 그는 “진정한 명품이란 삶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어야 한다”며 “우리 삶 속의 예술이란 모토를 표방하고 있는 바카라는 명품의 자격을 충분히 갖춘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럭셔리란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것입니다. 돈으로는 결코 따질 수 없는, 자신만이 아는 가치를 의미하죠. 최근 명품의 개념이 점점 다양해지고 있어요. 예전에는 명품이라고 하면 일단 구하기 힘들어야 했어요. 그만큼 희소성이 중요했던 거죠. 그런데 요즘은 티셔츠 한 장이라도 자신에게 가치가 있다고 여기면 명품으로 인정받는 추세예요.

명품 시장이 성숙해지면서 명품의 가치를 남들에게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결정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습니다. 긍정적인 성장이라고 생각해요. 결론적으로 명품은 삶의 가치를 높여줄 수 있어야 해요. 그런 차원에서 바카라는 명품의 자격을 충분히 갖추고 있어요. 삶의 가치를 높여주는 크리스털 브랜드죠.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최초로 럭셔리 카테고리에 들어갔어요.

그러다 보니 한국에는 경쟁 브랜드가 없고 시장도 크지 않죠. 현재 우리가 시장을 만들어가고 있는 상황이에요. 다양한 시도를 하면서 성공도 하고 실패도 경험하고 있어요. 바카라의 역사가 오래된 만큼 하드웨어는 풍부해요. 소프트웨어만 잘 개발하면 소비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바카라를 통해 한국의 럭셔리 라이프스타일을 선도하는 것이 목표예요.”

 

프랑스 로렌 지방에 있는 바카라 공방. / 사진 : 바카라 코리아

 

미국 조지워싱턴대학을 졸업한 강 대표는 바카라를 한국 시장에 연착륙시킨 주인공이다. 지난 2015년 6월 바카라 본사와 독점 총판 계약을 맺고 그해 12월 서울 남산에 아시아 최초의 메종바카라를 오픈해 명품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또 이듬해 3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최초로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럭셔리 플로어에 입점한 것을 시작으로 그해 9월 신라호텔 로비층 입점, 2017년 11월 롯데 에비뉴엘 부산 입점, 2018년 9월 롯데호텔 서울 로비층 입점을 연이어 성사시키며 공격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지난 4년간 국내 명품 시장의 트렌드를 정확히 꿰뚫어보는 마케팅 전략으로 유통 채널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강 대표는 “바카라는 나에게 운명 같은 브랜드”라며 “대기업들과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사업권을 따내는 것이 결코 쉽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사실 바카라는 어린 시절부터 매우 친숙했던 브랜드예요. 어머니께서 중요한 손님들이 집에 오실 때마다 항상 바카라 제품을 사용하셨거든요. 당시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는 일본에서 운영하던 바카라 매장이 하나 있었는데 어머니와 함께 그곳을 자주 방문했었죠.

일본에 바카라가 들어간 지는 100년이 넘었어요. 일본 왕실의 티 마스터가 100년 전 바카라 본사에 넣었던 주문서가 이를 증명하죠. 현재 일본 전역에 60개 매장이 있고 연 매출이 500~600억원이나 될 정도로 규모가 큽니다. 우연한 기회에 매장을 운영하던 담당자에게 프랑스 본사에서 한국 파트너를 찾고 있다는 얘기를 듣게 됐어요.

이후 바카라 애호가로서 일본 대표의 초대를 받았고 직접 운영해보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받았죠. 그런데 그때까지만 해도 별로 관심이 없었어요. 그러던 차에 프랑스 본사에서 주최하는 250주년 행사에 참석하게 됐는데 바카라라는 브랜드가 가진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는 기회가 됐죠. 그리고 이런 브랜드라면 한국 시장에서 충분히 롱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이 생겼죠. 그때 제 나이가 스물여섯이었을 거예요.

뒤를 돌아보면 우여곡절이 정말 많았던 것 같아요. 사업권을 따내는 것이 쉽지 않았거든요. 대기업들이 대거 뛰어들면서 경쟁이 매우 치열했죠. 나중에 본사 담당자에게 선정 이유를 물어보니 바카라를 직접 사용해본 사람은 저밖에 없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이나 이해도가 클 것이라 판단한 거죠.

대기업들처럼 매출이나 숫자에만 연연하지 않고 장기적인 비전을 갖고 브랜드를 잘 이끌어나갈 적임자로 뽑힌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자부심도 컸지만 책임감에 어깨가 무거웠습니다. 덕분에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철저히 소비자 입장에서 생각했죠. 어린 시절부터 제품을 직접 사용해봤기 때문에 누구보다 바카라의 가치를 잘 이해할 수 있었고 이를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온·오프라인 아우르는 공격적인 투자로 외연 확장

 

당대 최고의 기술력을 자랑하는 바카라 장인들의 작업 모습. / 사진 : 바카라 코리아

 

강 대표는 조만간 서울 강남의 도산공원에 남산 메종바카라의 뒤를 이을 플래그십 매장을 오픈할 예정이다. 이곳에는 주변의 유명 셰프들과 협업해 완성한 라운지나 카페도 들어선다. 또 패션·가전·수입자동차 같은 다양한 분야의 파트너들과 함께 고객 초청 행사를 지속적으로 개최해나갈 계획이다. 이를 기반으로 프랑스의 최고급 문화를 한국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알려나가겠다는 복안이다.

“내년에는 온라인 쪽에도 공격적으로 투자할 계획입니다. 밀레니얼 세대들이 명품 소비의 주류로 떠오르면서 한국의 이커머스 럭셔리 시장이 해마다 2배 이상 빠르게 성장하고 있기 때문이죠. 재작년 전체 럭셔리 시장 매출의 7% 정도를 차지했던 이커머스 시장이 작년에는 15~16%로 급성장했고 올해는 30% 이상 성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죠. 이제 더는 주저할 수 없는 상황이 됐어요. 향후 빠르게 변하고 있는 유통 채널에 잘 대응하는 브랜드가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플래그십 매장에서 특별한 서비스를 경험한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제품을 구매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형태라고 생각해요.”

 

명품을 넘어 하나의 예술작품으로 인정받고 있는 바카라 제품들. / 사진 : 바카라 코리아

 

지난 4월부터 메르세데스 벤츠·로얄 살루트·오드 메종·에스.티.듀퐁·란스미어·디사모빌리 등 10개 명품 브랜드 연합체인 더 클럽(The Club)의 회장으로서도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는 강 대표는 한국의 명품 산업이 지금보다 더욱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의 성숙한 소비문화가 확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 기성세대들이 갖고 있는 명품의 기준이 젊은 세대들에게도 동일하게 적용될 수 있는가를 고민해봐야 할 시기인 것 같아요. 그들이 생각하는 명품의 기준은 기존과 완전히 다르거든요. 저는 젊은 세대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와 시장의 빠른 변화를 계속 주시하고 있어요.

100만원짜리 티셔츠 한 장, 200~300만원짜리 운동화 한 켤레에 열광하고 이를 손에 넣기 위해 줄을 서는 상황들을 자주 목격할 수 있는데요. 그만큼 가치의 기준이 달라지고 있다는 증거죠. 내가 동의하지 않는 가치를 젊은 세대들은 높이 평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합니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는 식의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그들을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해요.

저는 한국 명품 시장의 미래가 꽤 밝은 편이라고 생각해요. 소비자들의 인식이 굉장히 빨리 성숙하고 있기 때문이죠. 성숙도가 높을수록 명품 시장의 성장에 유리해요. 예전에는 남들이 사니까 무조건 따라서 사는 과시형 소비가 많았어요. 하지만 지금은 제품이 지닌 가치를 제대로 이해하고 직접 체험하면서 만족감을 느끼는 성숙된 형태로 바뀌고 있는 추세예요. 유럽에서 명품 브랜드들이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도 그런 성숙된 소비문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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