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영계 화두는 인공지능, 클라우드, 로봇프로세스자동화(RPA) 등의 디지털 전환이에요. 여기선 누가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하고 창의적으로 분석해 통찰력을 도출하느냐가 경쟁력과 직결돼요. 데이터과학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는 국내 애널리틱스 강자들 중 삼정KPMG D&A팀을 만나보았어요.

 

삼정KPMG 디지털본부는 프로젝트별로 비즈니스 프로세스혁신(PI) 인력, 산업별 전문가, 데이터과학자, 개발 인력이 소단위 팀을 구성한다.

 

최근 국내 A은행은 기업여신에서의 리스크 관리를 위해 고도화 기업진단시스템을 신규로 도입했다. 기존에도 기업의 위험 수준 평가와 관련해 신용평가 시스템, 조기경보 시스템 등이 있었지만 A은행은 고객기업에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징후를 얼마나 조기에 더 정밀하게 포착하느냐는 고민을 안고 있었다.

 

이와 같은 고민을 접수한 삼정KPMG D&A팀은 빅데이터 애널리틱스(데이터분석)를 통해 기존 방식을 혁신하고 차별화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프로젝트의 목표는 의뢰 은행의 비즈니스 문제로부터 설정된 ‘기업 부실 가능성의 조기 감지 및 예측’이다. 방법론으로는 기업의 부실 가능성과 관련해 사용 가능한 모든 데이터를 수집·통합하고, 이를 분석하고 예측하기 위한 기계학습(Machine Learning)을 적용한다는 로드맵을 그렸다.

“일반적으로 진단과 예측을 위한 모델링에는 회귀분석이 쓰이는데 넣을 수 있는 변수가 한정적이죠. 하지만 빅데이터와 기계학습의 알고리즘을 이용한다면 수많은 지표를 예측 기반 정보로 사용할 수 있어요. 즉, 기업의 재무제표 정보뿐만 아니라 다양한 비재무 정보를 부실 가능성 진단에 활용할 수 있는 것이죠.”
- 최종원 삼정KPMG D&A팀 이사

즉, 팀은 수치화된 재무제표 중심의 데이터만으로는 하루하루 빠르게 변화하는 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수집할 수 있는 모든 기업 관련 데이터를 모으기 시작했다. 은행 내부의 데이터뿐만 아니라 외부의 공공정보, 신용평가사 정보, 신문기사 등 다양한 원천으로부터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바탕으로 기업 관련 빅데이터를 통합하고 데이터베이스(DB)화했다.

 

또 수집된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200여 개의 위험진단 분석지표를 도출하고 기계학습 기법을 적용하여 각 기업의 위험진단 결과를 4단계 등급으로 분류하는 체계를 구축했다. 담당 직원들은 이러한 위험진단 결과를 활용하여 여신 심사에 참조하고 위험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게 되어 빅데이터 기반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실현할 수 있었다.

“A은행 기업진단시스템은 매우 성공적인 과업이었습니다. 금융권에서 업무혁신과 고객 인사이트 부문에서 애널리틱스의 활용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고객 데이터가 쌓이면서 고객세분화를 기존 10개에서 100개로 정밀화할 수 있죠. 애널리틱스는 3개월, 6개월 만에 종료되는 것이 아니라 예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튜닝과 재검토가 반복적으로 이뤄져야 합니다.”
- 조재박 삼정KPMG 디지털본부장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구축한 다른 애널리틱스 사례를 들여다보자. B전자는 기존에도 단위업무의 최적화, 데이터 경영을 추진해왔다. 하지만 부서별, 지역별, 상품별로 데이터와 분석이 별개로 이뤄져왔다. 따라서 활용되지 못하는 데이터가 있거나 전사적인 큰 그림을 그리는 데 제한이 있었다. 그래서 2016년부터 통합 데이터 플랫폼 구축 작업을 진행, 지난 2017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 시스템을 오픈 후, 지금까지 4단계에 걸쳐 확장 및 고도화 중이다.

 

글로벌KPMG의 노하우를 삼정KPMG가 연계, 공유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는 제품별, 시장별로 유통구조가 복잡하기 때문에 외부 변수가 많이 존재한다. 그리고 경영진은 제품의 생애주기에 걸쳐 신모델 론칭, 양산까지의 생산능력 확대, 비용, 재고관리, 매장 판매 추이, 수요 예측, 단종 여부 등 수 많은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이중 가장 중요한 것은 각 시장과 변화에 따른 가격 설정의 의사결정이다.

삼정KPMG D&A팀은 B전자 영업마케팅 영역의 통합 데이터플랫폼 구축을 지원했고, 이를 통해 데이터 기반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활용하기 위한 분석 시나리오를 정의했다. 단계별로 우선 가격 관련 사내 데이터를 모두 수집, 정제한 후 시장 관련 외부 데이터와 연계했다.

이 프로젝트를 담당했던 조진 삼정KPMG 상무는 “B전자의 경우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높으므로 내부 데이터 자체가 큰 효용을 갖고 있었다”며 “하지만 가격의 최적화 설정을 위해 과거 모델 가격, 경쟁제품 가격 등 감안해야 할 요소가 많았기 때문에 인공지능 시나리오를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축적데이터 통해 서비스 상향평준화

 

 

이 과정을 통해 B전자는 의사결정에 있어 과거 직관적이었던 결정을 배제하고 모든 시장상황 데이터를 기반으로 최적의 가격을 설정하는 시스템을 갖춰나갔다. 국가별, 시장별로 유연한 가격정책을 실시하며 매출을 극대화하려는 목적에 충실할 수 있었다.

 

B전자의 경영진과 담당자는 설정한 기준과 최적화를 기반으로 다양한 시나리오와 예측이 가능해졌고, 일목요연한 시각화 자료를 기반으로 시장과 고객에 대한 통찰력을 캐낼 수 있는 도구를 확보했다. 결론적으로 경영진과 실무자들은 의사결정을 할 때 수치적 비교가 가능해져 더 합리적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효용을 얻을 수 있었다.

기계학습의 알고리즘은 현장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데도 활용된다. 전자제품 고장수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C업체는 고객의 주택 방문 수리건수가 증가하는 문제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안을 찾고 있었다. 에어컨, 냉장고, 세탁기 등 방문이 필요한 고장 건에 대해 최초 방문 시 고장원인과 수리방법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면 재방문해야 하는 비효율이 있었다. 이는 고객만족도를 떨어뜨릴 뿐 아니라 수리기사의 투입시간 증가로 인한 비용상승 문제를 안고 있었다.

이 과업에 착수한 삼정KPMG D&A팀은 우선 재방문이 발생하는 다양한 원인 중 1000명이 넘는 수리기사들의 지식 및 경험에 편차가 있다는 점에 초점을 맞췄다. 그리고 서비스 품질의 차이를 가져오는 수리기사들의 숙련도 차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고민했다.

 

만약 노련한 기사의 노하우를 기업 차원에서 공유할 수 있다면 서비스 품질의 상향평준화를 이룰 수 있다는 가정이었다. 하지만 제품과 모델이 수만 개고 접수되는 고장 증상과 수리방법, 필요자재 등의 종류가 너무 다양하다는 점이 실질적인 장애물이었다.

팀은 C사의 수천만 건에 달하는 수리정보 데이터를 수집·통합했고 접수 상황을 입력하면 최적의 수리방법을 추천하는 모델을 만들기 시작했다. 추천 시스템 알고리즘은 넷플릭스, 유튜브, 구글 등에서 주로 이용하는 정보 필터링 기술로, 특정 사용자와 상황에 가장 적합한 케이스를 찾아서 제안하는 것이다. 즉 콘텐트 기업이 사용자 최적의 영화, 음악, 뉴스를 추천하는 것처럼, C사의 추천시스템은 과거 사례를 종합 분석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수리방법을 제안하는 것이다.

추천시스템 모델이 제안하는 수리방법의 적정성을 높이기 위해 현업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 및 개선하는 절차를 수차례 반복했다. 이렇게 개발된 모델은 현장의 수리기사들이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이용해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해 사용자 편의도 높였다.

기계학습을 통한 지능형 업무지원으로 초급기사라 할지라도 단기간에 기술력을 높이는 효과가 이번 과업의 가장 큰 성과였다. 기업 측면에서는 당연히 서비스 품질을 높이고 비용을 감축하는 효용을 얻었다.

“전통적인 통계와 기계학습 알고리즘의 차이가 바로 데이터의 종류와 양이 다르다는 점이죠. 하지만 여러 종류의 데이터를 통합하는 과정에서 식별자의 구분 등 여러 어려운 점이 산재합니다. 또 데이터가 많다고 해서 반드시 예측 정확도가 높아진다는 보장도 없어요. 그래서 수많은 매개변수 조정 작업을 좋은 결과를 산출할 수 있는 모델이 만들어질 때까지 실험을 무한 반복합니다.” - 민정혜 삼정KPMG 데이터과학자


[박스기사] 삼정KPMG 디지털본부는…


삼정KPMG는 비즈니스 영역과 기술 영역을 아우르는 데이터분석 역량을 갖춘 전문가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2019년 4월 통합 발족한 디지털본부는 컨설팅 부문 6개 본부 중 하나로 약 90명에 이르는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디지털본부는 크게 디지털 프로세스 전략을 수립하는 ‘전략 및 PI팀’과 이 전략에 디지털 기술을 입히는 ‘지능형자동화(IA, Intelligent Automation)팀’으로 나뉜다.

두 팀은 유기적으로 협업하며 과업을 진행한다. 데이터분석을 담당하는 D&A팀은 IA팀 소속이고 프로젝트별로 비즈니스 프로세스혁신(PI) 인력, 산업별 전문가, 데이터과학자, 개발 인력이 소단위 팀을 구성한다.

한국 애널리틱스 컨설팅팀의 규모는 아직 크지 않지만 글로벌KPMG의 경우 1700명 이상의 데이터과학자가 운용될 정도로 활성화돼 있다. 글로벌KPMG의 전문가 조직인 ‘라이트하우스’와 적극 협업하고, 빅데이터 수집 및 시각화 플랫폼 ‘아윈(Arwin)’, 실시간 정형/비정형 데이터 수집 및 분석 ‘시그널 리포지터리(Signal Repository)’, 인공지능 기반 자동분석 플랫폼 ‘이그나이트(Ignite)’등의 솔루션을 활용하여 국내기업의 데이터분석 및 업무혁신, 전사통합 데이터허브 구축 등을 지원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 리서치(Forrester Research)가 분기별로 발간하는 포레스터웨이브의 ‘통찰력 서비스 제공사’ 조사에서 KPMG는 글로벌 컨설팅사 중 최상위군으로 평가됐고, 글로벌KPMG의 노하우를 삼정KPMG가 연계, 공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 금융기관과 주요 대기업들에 다양한 디지털 관련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박스기사] 조재박 삼정KPMG 디지털본부장 - “빅데이터·AI를 활용한 부가가치 얻으려면 티끌부터 모아야”

 

 

“많은 경영자가 시대의 조류에 따라 빅데이터, 인공지능 도입을 서두르지만, 초기부터 너무 크게 생각하며 접근하는 경우가 많아요. 하나씩 작게 도입하면서 티끌(데이터)을 모아야 태산을 이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정KPMG 디지털본부를 이끄는 조재박 본부장은 디지털 전환에 있어 원천데이터의 품질을 강조한다. 다양한 분석 방법론, 알고리즘도 중요하지만 우선은 산재한 내부 데이터부터 통합하고 디지털화하면서 원천데이터를 구축해야 한다는 것. 이후 다른 외부 데이터와 결합하면서 적절한 분석과 예측을 통해 유스케이스(적용사례)를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조 본부장은 “지금 갖고 있는 데이터로 실익을 거둘 수 있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지 실험해보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험과 오류수정을 반복해가면서 필요한 데이터를 선별적으로 수집해야 효용을 얻을 수 있는 분석결과가 나온다”고 말한다.

조 본부장은 성공적인 애널리틱스 적용과 관련해 7단계 과정을 제시한다. 첫째, 톱다운식 접근으로 경영진의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유사 업종의 적용사례를 참고해 목표, 방법론, 기대 효용을 설정할 것. 셋째, 설정된 목표에 따라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하거나 필요 데이터를 수집할 것. 넷째, 유용한 외부 데이터의 포함을 설계할 것. 다섯째, 내·외부에서 분석·개발 인력을 확보할 것. 여섯째, 작게 실험을 시작하고 신속히 오류를 수정해나갈 것. 마지막으로 결과가 검증된 애널리틱스 효용을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것을 그는 주문했다.

“여러 기업과 디지털 혁신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희는 실험적인 해외 선진 사례를 제안하지만 국내기업들은 ‘과연 우리 기업에 맞을까’라고 의구심을 품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현재 국내 기업의 애널리틱스 프로젝트는 신규 사업이나 사업범위 확대보다는 기존 비즈니스와 프로세스의 고도화 정도에 머뭅니다. 이 또한 극적으로 비즈니스 문제의 해결방안을 도출하는 국내 애널리틱스 성공 사례가 늘수록 하나둘 바뀔 것이라 생각합니다.”

각 기업의 디지털 담당 임원과 논의할 때 조 본부장은 “단기적 성과에 집중한다면 애널리틱스 프로젝트가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조언하며 “중장기 방향성을 갖고 기술검증(PoC·Proof of Concept) 형태로 성공 사례들을 적용할 것을 권유한다”고 말한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사진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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