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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 손자에게 기업 잘 물려주려면, ‘이것’을 따라야...

한국 중소기업 대다수가 가업승계에 걸리는 시간을 5~7년 정도로 잡는다고 해요. 하지만 현실은 그리 간단치 않아요. 가업승계 문제는 체계적이면서 더 장기적으로 접근해야 하기 때문이에요.

 

 

최근 만난 70대 중반의 중소기업 창업자 김 회장은 후계자인 아들 문제로 걱정을 토로했다. 그의 고민은 후계자인 김 사장이 회사 일에 별로 관심이 없고, 회사에 늦게 출근하거나 나오지 않는 날도 많은 등 너무 불성실하다는 것이다. 자신은 점점 나이가 들어가는데 김 사장이 맘을 못 잡고 있어 고민이 깊다고 했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그 내막을 좀 더 들여다보자.

후계자인 김 사장은 현재 30대 후반으로 회사에서 일을 시작한 지 8년 정도 되었다. 그는 대학 졸업 후 병역을 마치고 다른 회사에서의 경험 없이 바로 회사에 들어와 일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다른 직원들처럼 사원으로 시작해 밑바닥에서부터 일을 배웠다. 하지만 일반 직원보다는 빠른 속도로 대리, 과정을 거쳐 입사 후 5년 만에 차장으로 진급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후계자가 성실하게 업무에 임했기 때문에 부친과의 관계나 직원과의 관계에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그런데 김 회장은 후계자가 차장 진급 후 1년 만에 후계자를 공동대표로 임명했다. 가업상속지원제도의 혜택을 받기 위한 조건 중 하나인 대표이사 취임 조건을 맞추기 위해서 공동대표이사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는 금융회사 직원들의 권유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주위에 알아보니 실제 그렇게 하고 있는 회사가 적지 않았기 때문에 김 회장은 후계자가 아직 경험이나 능력이 부족하지만 공동대표로 진급을 시켰다.

 

이 경우 한쪽이 단독으로 권리행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후계자의 잘못된 의사결정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동대표로 해놓고 후계 수업을 충실히 시킨 후 후계자가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고 생각될 때 단독대표로 변경할 계획이었다. 이후 김 사장은 회장, 후계자는 대표이사라는 직함으로 일을 했다. 그런데 이때부터 문제가 시작됐다.

후계자인 김 사장은 대표이사가 되면서 이전보다 더 큰 책임감과 중압감을 느꼈다. 내부적으로는 임직원들을 잘 통제해야 하고, 거래처와 협력업체 등 외부에는 대표이사로서 위상에 맞게 경영활동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실은 생각과 달랐다.

 

김 회장은 회사의 모든 의사결정을 통제했고, 김 사장이 임직원에게 지시한 사항을 김 회장이 번복하는 일이 되풀이되며 김 사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졌다. 심지어 김 사장이 주관하는 간부회의에서도 의견이 무시되고 모든 회의는 김 회장의 일방적인 지시와 의사결정으로 흘러갔다.

 

김 사장 입장에서는 명함만 대표이사지 자신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없었고 직원들에게도 아무런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시간이 갈수록 자신감이 떨어지고 일에 대한 흥미도 잃었다. 심지어 아버지가 모든 것을 다 알아서 하시기 때문에 회사에서 자신이 할 일은 없다고 생각했다. 차라리 차장일 때 열정적으로 일하던 때가 더 나았다고 했다.

 

그가 최근 2~3년 동안 회사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김 회장은 김 사장이 아직 경영자로서 부족하기 때문에 자신의 방식을 바꿀 생각이 없었다. 결국 후계자가 능력을 키우기 전에 너무 일찍 대표로 진급을 시킨 것이 화근이었던 것이다. 처음부터 승계의 단추를 잘못 끼웠기 때문에 전체 과정에 문제가 생긴 것이다.

효과적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는 데 필요한 준비 기간이 몇 년이라고 생각하는지 우리나라 중소기업 경영자들에게 물었다. 이 결과에 따르면 대부분 창업자의 은퇴 시기에 맞춰 5~7년 정도로 짧게 잡고 있었다. 하지만 가족기업 전문가인 랜스버그 박사는 “가업승계는 10~20년 정도 오랜 시간에 거쳐 만들어지는 장기적인 프로세스”라고 했다.

 

승계는 현재 경영자가 그동안 기업을 경영하며 쌓아온 암묵지와 리더십을 후계자에게 이전하는 복잡하고 긴 과정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경영자들은 가업승계를 일생 동안 준비해야 하는 장거리 마라톤과 같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그러려면 다음에서 소개하는 가업승계 4단계 프로세스를 잘 따라야 한다.

가업승계 1단계: 후계자를 현장에 보내라

후계자가 회사에서 바로 일을 시작하는 것보다는 회사 밖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더 중요하다. 일에 관한 기본적인 업무 능력을 기르고 사업에 필요한 대인관계를 넓힐 수 있어 경영자로 성장하는 데 더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회사 밖에서의 업무 경험은 후계자에게 필수 과정이다. 그러면 얼마나 경력을 쌓아야 할까? 최소 3년에서 5년 정도 또는 최소 한 번 이상 승진을 해보는 것이 좋다.

 

만일 다른 회사에서 일한 경험이 없다면 어떻게 할까? 후계자가 해외에서 MBA를 취득하고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기본 실무부터 익히는 것이 바람직하다. 특히 중소기업은 제품이나 생산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경영자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렵기 때문에 후계자가 입사해 처음 할 일은 현장에서 근무하는 것이다. 그것이 어렵다면 현장 분위기와 상황을 알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영업이나 자재 구매 업무를 맡아 제조 현장을 파악할 수 있게 해야 한다.

가업승계 2단계: 관리자로서 리더십 개발

후계자가 기본적인 실무를 익히고 나면, 그다음은 리더로서 능력과 자질을 계발할 차례다. 이 시기에 있는 후계자는 이미 일정 기간 회사에서 근무했기 때문에 회사의 이러저러한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러므로 후계자를 관리자로 훈련시키고 자신의 인적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등 리더십 계발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후계자 교육이 꼭 경영자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은 체계적인 후계자 교육 프로그램을 갖추고 있는 반면, 대부분의 중소기업은 오너의 직관이나 개인적인 경험으로 후계자를 양성한다. 그러나 어떤 경우든 후계자가 특별한 지식이나 스킬을 익힐 뿐 아니라 비즈니스와 경쟁 환경 등 폭넓은 관점을 갖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회사의 미래를 책임질 리더로서 성숙한 리더십을 갖추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홍콩 중문대 조지프 판 교수는 “창업주들의 능력과 카리스마, 인맥 등이 대물림 과정에서 약화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이런 무형의 자산을 다음 세대에 전수하는 것이 가장 시급한 임무”라고 했다.

가업승계 3단계: 경영권의 점진적 이전

가족기업 전문가들은 가업승계를 릴레이 경주에 비유한다. 아무리 각자 기술이 좋고 순발력이 뛰어난 선수들일지라도, 경주에서 이기려면 바통을 제대로 주고받아야 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가업승계에서도 경영자와 후계자 간에 바통을 넘기는 기술이 필요하다.

 

즉 후계자가 리더로서 역량을 갖추게 되면, 경영자의 권한과 책임을 후계자에게 건네주는 단계적 전환이 필요하다. 이 단계는 승계의 전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다. 실제로 이전 단계까지 승계가 원활하게 진행되었음에도 더는 경영권이 이전되지 않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 단계가 되면 후계자들은 대부분 사장 또는 부사장 직함을 갖고 영향력 있는 직위에 오르게 된다. 그래서 오너경영자와 후계자의 역할이 명확하게 구분되지 않는다. 많은 기업이 이 단계에서 바통을 떨어뜨리거나 넘기지 않고 계속 쥐고 있는 실수를 범한다.

오너경영자가 권한과 책임을 후계자에게 이전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경영권을 유지하려 하기 때문에 경영권 이전 단계에서 많은 기업이 오너경영자와 후계자 간 갈등을 겪는다. 많은 경영자가 자신이 회사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라고 여기거나 후계자가 아직 미흡해서 경영권을 넘겨주기 불안하다고 생각한다. 반면, 후계자들은 부모 그늘에서 벗어나 독자적인 행보를 원한다. 그래서 권력 이양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조급함을 느낀다. 결국 이러한 상황이 세대 간 충돌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가업승계 4단계: 아름다운 은퇴

후계자가 경영 노하우를 전수받고 리더십을 갖추게 되면 경영자는 일선에서 물러나고 후계자가 드디어 새로운 경영자가 된다. 그런데 경영권을 승계했다고 해서 모든 현실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가족기업과 일반기업은 승계 후 중요한 차이점이 있다. 일반기업은 승계 과정이 짧으며 승계 후 이전 경영자가 회사에 잔류하지 않는다.

 

이에 반해 가족기업은 승계 시점을 명확하게 정하기가 어렵다. 이전 경영자가 은퇴 후에도 매일 사무실에 출근하며 일상적인 일에 개입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심지어 1~2년 뒤에 경영에 복귀하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일은 가족기업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다.

 

만약 이전 경영자가 은퇴 후에도 일상적인 경제 활동에 깊이 관여하면 후계자의 통제력은 약화된다. 이는 회사 내 새로운 리더십에 대한 도전과 직원들의 혼돈, 부자 갈등으로 이어져 회사 경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므로 이전 경영자는 참견하려는 의도가 없더라도 새로운 경영자가 자신감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할 수 있도록 회사 밖에 거처를 두는 등,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어야 한다.

이상의 승계 프로세스에 김 회장의 사례를 비춰보면 몇 가지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후계자가 외부에서의 경력 없이 바로 회사에서 일을 시작해 다양한 업무 경험을 축적할 기회를 얻지 못했다. 둘째, 근무 경력이 5년에 불과해 관리자로서 경험과 역량이 부족하고 리더로서 준비가 안 되어 있음에도 공동대표를 시킨 것이다.

 

즉, 역할과 직급의 갭이 너무 컸다. 셋째, 공동대표를 시켰으면 후계자의 능력 범위 내에서 업무를 하나씩 위임하며 리더로서 훈련을 시켰어야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이 모든 업무를 통제하며 후계자에게 사장으로서의 입지를 만들어주지 못했다. 또 김 회장이 후계자에게 모든 문제의 원인이 있다고 본 것도 문제였다. 정작 문제는 승계 프로세스가 잘못되었기 때문인데도 말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김 회장만의 일은 아니다. 최근 가업상속지원제도를 활용한다고 해서 후계자를 공동대표로 하는 방식이 중소기업에서 보편화되고 있다. 후계자에게 능력이 있다면 상관없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누구나 김 회장과 같은 문제를 겪을 수 있다. 가업승계를 준비하는 중소기업 경영자라면, 상속지원제도에 억지로 승계 프로세스를 꿰어 맞추기보다는 승계는 최소 10~15년에 걸쳐 준비해야 하는 장기 프로세스임을 기억하고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할 것이다.


김선화 ㈜에프비솔루션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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