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대표적인 예술 집단 ‘Young British Artists’의 대표 작가 사라 루카스가 국내에서 아시아 최초로 개인전을 열었어요. 국내 미술계는 이 전시를 기획한 신생 갤러리 ‘제이슨 함’을 주목하고 있어요.
지난해 서울 성북동 자락에 문을 연 제이슨 함 갤러리의 함윤철 대표(29)를 만나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의 매력과 미술시장의 생태계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작가들로부터 ‘불꽃’ 튀는 영감을 받을 때”마다 이 직업을 더욱 사랑하게 된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사라 루카스의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개인적으로 오랫동안 좋아하고 눈여겨봤던 작가다. 소장하고 있는 사라 루카스의 대형 회화 작품 ‘슈퍼센서블(Supersensible)’이 계기가 되어 국내에 그녀의 작품들을 처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이번 전시에서는 1991년부터 2012년까지 그녀의 자화상, 회화, 조각 등 대표작들을 선보인다.
사라 루카스는 어떤 작가인가.
도발적이고 대담한 방식으로 남성 중심적인 가치관과 성적 담론에 거칠고 대담하게 저항한 작가로 평가받는다. 특히 가구나 담배, 음식과 같은 일상적 소재를 작품에 거침없이 대입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인간의 신체를 재현한 작품이 많은데 생식기를 음식물로 대체하며 해학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독보적인 감각을 소유한 작가다.
작가들과 갤러리스트의 호흡이 좋아야 좋은 전시를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갤러리스트라는 직업이 아직 국내에서는 생소한데 어떤 일을 하는지 알려달라.
소속사와 뮤지션의 관계와 비슷하다. 갤러리스트는 작가와 계약을 맺고 작품을 전시하고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작가의 이익을 대변하고 커리어를 매니지먼트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작가가 인정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비즈니스를 만드는 게 목표다. 작품을 팔아 시세차익을 남기는 아트딜러와는 다르다.
갤러리스트의 매력은 무엇인가.
뛰어난 작가들이 사물에 접근하는 독창적인 방식이나 어떤 상황에서도 아름다움을 찾는 능력을 곁에서 직접 볼 수 있다. 일반 직장인들과 달리 사람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 일이 많이 없다는 게 장점인 것 같다. 성과를 냈을 때 성취감과 기쁨도 크다.
가치 있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은 어떻게 기를 수 있나.
작가들을 많이 만나고 작품을 많이 보는 게 좋다. 뛰어난 작가들이 주는 감동이 있다. 작품을 객관적으로 판단하는 본인만의 기준을 갖는 것도 중요하다. 컬렉터로서의 취향은 있지만, 갤러리에 전시할 작가는 객관적으로 판단하려고 노력한다. 시간이 지나도 가치를 유지할 수 있는 작품인지,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작가인지 객관적인 분석이 필수다. 새로운 작가들을 찾기 위해 레이더를 항상 세우고 다양한 인사이트를 동원해 작품을 선정한다.
미술작품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들이 점차 늘고 있다. 투자처로서 유망한가.
미술작품 투자는 세금이 거의 없다는 게 장점인 반면 경매와 갤러리 등을 거쳐 갈 때 수수료가 많이 든다. 하지만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알아본다면 큰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에 매력적인 시장이라고 할 수 있다. 2009년 70만 달러 상당에 팔린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은 지난해 10배가 넘는 가격에 판매됐다. 수많은 ‘도트(점)’로 이뤄진 ‘인피니티 네트(Infinity Nets)’ 작품들은 쿠사마 야요이의 대표작 중 하나다. 특히 1970년대 작품은 전 세계에 100여 점밖에 없다. 개인 컬렉터들이 소장하고 있는 작품을 내놓지 않으면 구할 길이 없다. 잭슨 폴락의 작품도 예전에는 1억원대였다가 지금은 수천억원대에 판매된다.
지난해 고 김환기 화백의 작품이 약 85억원에 낙찰되면서 한국 미술품 최고가를 갱신했다. 그러나 전체 한국 미술시장 규모는 4900억원대(2017년 기준,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시각예술실태조사)로 세계 시장의 1%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국내 미술시장의 성장세가 계속 정체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미술시장이 성숙된 미국의 경우 작품을 기부하는 문화가 발달돼 있다. 자선적인 마인드가 강해서가 아니라 기부하면 세금이 줄고 사회적으로도 큰 명예가 주어진다. 반면 우리나라는 작품을 기부해도 세금 감면 혜택이 없다. 이런 차이 때문에 미국은 미술관을 중심으로 미술 문화가 형성되면서 예술적, 역사적 가치에 집중하게 된다. 한국은 개인의 투자 목적 위주로 시장이 움직이고 국공립 재단이나 기관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지극히 제한돼 있다. 장점이라면 개인 컬렉터가 중심이 되니 시장이 굉장히 빠르게 돌아간다. 트렌드를 잘 타면 작품도 잘 팔리고 고객들의 반응이 빠르다.
미술작품을 사고자 하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일단 무리가 없는 선에서 투자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또 이 작품을 구입한 뒤 어느 정도의 기간을 두고 되팔지 기준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장기투자를 하느냐, 단기투자를 하느냐에 따라 작품 선정 기준을 다르게 봐야 한다. 작품에 대한 많은 지식을 갖추고 미래에 더욱 가치를 인정받을 작품에 장기적으로 투자할 것이냐, 아니면 영악하게 트렌드를 따라가면서 단기 수익을 노릴 것이냐는 본인이 선택할 문제다.
김민수 기자 kim.minsu2@joins.com
사진 김현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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