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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젠더갈등의 핵심은 ‘차이를 인정하고 차별에 눈 뜨는 것’

우리나라는 현재 젠더 갈등으로 뜨거워요. 그리고 이 갈등은 혐오로 나타나고 있지요. 남녀는 혐오해야 할 사이가 아니라 공존해야 할 사이에요. 이 문제를 풀어나가려면 어떡해야 할까요?

 

 

그녀는 30대 초반의 회사원이다. 그녀는 회사가 어렵다. 정확하게는 남자동료와 어울리는 게 힘들다.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다. 1년 사귄 남친에게, 이미 5년 사귄 다른 여성이 있다는 걸 알게 됐을 때부터다. 충격과 배신감에서 조금 벗어날 즈음, 아무 상관없는 남자들이 그와 겹쳐 보이기 시작했다.

남자들과 대화가 어려워졌다. 대화가 안 되니 피하게 됐고, 피하는 게 일상이 될 무렵 왜 내가 그들을 피해야 하는지 의문과 짜증이 생겨났다. 왜인지 모를 화가 내면에 계속 자리 잡고 있다. 남자동료와 대화할 때면 사소한 것에도 말투에 날이 선다. 이유 모를 분노가 누그러지지 않는다.


누그러지지 않는 이유 모를 분노


불편함이 어려움으로, 어려움이 메스꺼움으로 바뀌면서, 남자란 참 어리석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무슨 말을 해도 바보 같다. 동기들은 물론, 상사나 후배들도 마찬가지다. 그녀가 일을 잘 해내도 그들은 칭찬은커녕 매번 그녀만 탓하는 듯하다. 그들과는 대화조차 싫지만, 사회생활이려니 하며 넘긴다. 이젠 이런 감정을 갖기 전 자신이 어땠는지 생각나지 않는다. 이전에 어떻게 그들과 소통했는지 정말 모르겠다.

친구를 만날 때면 남자들에 대한 불평불만을 늘어놓는 데 정신이 없다. 그날도 회사 일로 스트레스가 쌓여 친구에게 그녀의 생각을 마구 쏟아냈다. 그런데 친구는 더 이상 공감이 어려운 듯했다. 친구는 그녀가 직장 스트레스를 토로하는 게 아니라, 남자동료와 얽히기만 하면 과민반응을 하고 쉽게 빈정 상한다고 했다.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지만, 마음을 들킨 것 같아 깜짝 놀랐다. 회사에서 남자들과의 접촉은 피할 수 없다. 그들과 잘 지내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잘 안 된다. 어떻게 해야 속내를 들키지 않고 잘 지낼 수 있을까 머릿속이 복잡하다.

한국 사회는 젠더 갈등으로 뜨겁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온라인에서 남녀갈등이 70%를 넘었다. 이념갈등·세대갈등보다 압도적이다. 젠더 갈등은 남녀 간에 극한 혐오로 나타난다. 최근 3년 간 미투·몰카·폭력 사건을 계기로 촉발됐다. 특히 2030세대에서 심각하다. 남성의 취업난과 군대, 여성의 범죄공포, 페미니즘 교육이 한몫한다. 젊은 세대는 의사표현이 활발하다. 양극단 커뮤니티인 일베와 워마드를 통해 과격한 의견·행동을 표출한다. 남녀 분업의 파괴, 일자리 감소, 장기 경기 침체 등 구조적인 문제가 깔려 있다. 직업 전선에서 여경 무용론과 남간호사 불신론까지 번지고 있다.

젠더는 사회적 성(性)이다. 젠더 갈등은 사회 갈등이다. 성(性)에 대한 혐오라기보다 성역할에 대한 혐오다. 사회 갈등은 개인 갈등과 다르다. 일상에서 남녀혐오는 잘 안 나타난다. 남자는 여자를 좋아하고, 여자도 남자를 좋아한다. 온라인에서 남녀혐오는 과장된다. 숨겨진 욕망이 드러나고, 억눌린 불만이 터진다.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익명으로 소통한다. 가짜와 이기주의가 판치고, 군중심리가 작동한다. ‘남자는 다 그래’라고 싸잡아 비난하는 과잉 일반화가 작용한다. ‘나는 맞고 너는 틀리다’라고 생각하는 흑백논리도 작용한다. ‘거봐 내 말이 맞아’라고 보고 싶은 대로 보는 확증편향도 작용한다.

여성혐오(Misoginy)는 여성에 대한 혐오·멸시·편견이다. “여성은 본래 나약하고 열등하다.” 성차별·폭력·성적대상화 등을 포함한다. 여혐은 뿌리가 깊다. 구조적이고 보편적이며, 일상화되고 합법화되었다. 수천년 동안 남성 중심 사회는 여성을 억압했다. 문명은 가부장제를 전제로 발전했다. 가부장제는 여혐의 원인이면서 결과다. 여혐은 신화·종교·철학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나타난다. 종교적으로 남성 수행자들만 도덕적으로 찬양해왔다. 수많은 철학자들이 여성혐오자라는 비난을 받는다.

남성혐오는 남성에 대한 혐오·멸시·편견이다. “남성은 본래 폭력적이고 열등하다.” 남혐은 여혐의 대칭 존재로서 19세기에 등장했다. 여러 페미니즘 이론이 있다. “여혐의 뿌리가 남근 중심성이다.” “여혐은 여성을 엄마와 창녀로 구분하는 성녀·창녀 콤플렉스에서 온다.” 페미니즘은 남성 중심의 이데올로기에 대항한다. 1세대는 참정권·투표권을 통해 여성평등을 이루었다. 2세대는 여성의 사회적 차별에서 해방이다. “여성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진다.” 3세대는 계급·인종·성 소수자의 차별까지 확장한다.

혐오는 차이에서 온다. 차이에는 가치(思)가 작용한다. 신념에 따라 다르고, 관점에 따라 변한다. 차이는 존중으로 극복해야 한다. 노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람들이 아름다움을 아름답다고 생각하는데, 알고 보면 추할 수 있다.” 혐오는 차별에서 온다. 차별에는 권력(力)이 개입한다. 강자·약자 논리가 작용하고, 억압이 존재한다. 소수자를 대상으로 갈등의 희생양으로 삼는다. 차별은 평등으로 극복해야 한다. 바울은 이렇게 말한다. “종이나 자유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모두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다.”

자, 젠더 갈등을 위한 탁월한 처방은 무엇인가? 첫째, 차이를 인정하자. “다름은 아름답다.” 남녀는 다른 성(性)이 작용한다. 공격적이라고 폭력적인 것은 아니고, 수용적이라고 나약한 것은 아니다. 타고난 성(性)을 바꾸기는 어렵다. 남녀는 다른 심리(心)가 작용한다. 이성적이라고 우월한 것은 아니고, 감성적이라고 열등한 것은 아니다. 우리는 지능지수(IQ)보다 감성지수(EQ)를 중시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남녀는 다른 가치(思)가 작용한다. 여자도 성공을 추구하고, 남자도 사랑에 매달린다. 우리는 성공보다는 행복을 중시하는 시대를 살아간다.

둘째, 차별을 이해하자. 상대 성(性)의 입장에서 생각하자. 생활 속 작은 것으로부터 차별 요소를 줄여야 한다. 성(性)에 대한 가치를 바꾸자. 무의식적인 차별에 눈떠야 한다. 의식화가 필요하다. 의식화를 통해 새로운 신념이 들어선다. 성(性)에 대한 태도를 바꾸자. 무의식적인 관행에 조심해야 한다. 부조화를 감수하자. 부조화를 통해 새로운 질서가 나타난다. 성(性)인지 감수성을 키우자. 무의식적인 행동을 자제해야 한다. 불편을 감수하자. 불편을 통해 새로운 변화가 온다.


화해하고 소통해야


셋째, 함께 풀어가자. 남녀는 공존해야할 영원한 동반자다. 젠더 갈등은 사회 통합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가정에서부터 풀어가자. 혐오에서 사랑으로 가야 한다. 존중하는 대화를 배우고, 부드러운 언어를 쓰자. 학교에서부터 풀어가자. 갈등에서 화해로 가야 한다. 배려하는 소통을 배우고, 불편한 농담을 줄이자. 사회 현장에서 풀어가자. 대립에서 연대로 가야 한다. 공감하는 토론을 배우고, 자극적인 발언을 줄이자. 남녀 존중을 넘어서 인간 존중으로 나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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