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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타로카드로 내 인생의 방향을 알 수 있다

한 사람의 생년월일을 구성하는 숫자를 모두 더하면 1에서 9 사이의 소울넘버를 얻을 수 있어요. 타로카드 상담사 한민경 씨는 이 소울넘버를 개발하고 사람의 역할을 9개로 유형화시켰다고 해요. 그러나 소울넘버로 상담자의 미래를 점치는 것이 아니라 상담자의 인생과 인간관계에 대한 상담을 주로 한다고 해요.

 

타로카드점은 2000년대 중반부터 연애점으로 인기를 끌면서 확산됐다. 30년 경력의 타로 상담사 한민경씨는 숫자 안에 우주의 비밀이 숨어 있다는 수비학을 한국 실정에 맞게 개량해 소울넘버를 개발했다. 이 체계에 따라 성격 유형을 모두 9가지로 구분했다. / 사진:김현동 기자

 

시인 정현종의 시를 읽다 보면 운명론 같은 건 거부하게 된다. “아침에는/ 운명 같은 건 없다/ 있는 건 오로지/ 새날/ 풋기운”. 이렇게 진술하는 그의 시 ‘아침’은 결국 오늘 하루, 올 한 해, 아니 앞으로 우리가 살아갈 날들 전체가 무엇으로도 채워질 수 있는 가능성의 공간이라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지식 고고학자 발터 벤야민(1892~1940)의 생각은 달랐던 듯하다. “운명과 성격은 서로 인과관계를 맺고 있으며, 성격은 운명의 원인으로 규정되고 있다.” 이런 일반론으로 ‘운명과 성격’이라는 글을 시작한다. ([발터 벤야민의 문예이론]) 한 사람의 성격에 따라 운명이 정해진다는 얘기 아닌가. 영락없이 벤야민 글이네, 이런 생각이 들 만큼 알쏭달쏭한 이 글에서 결국 운명을 도덕적·종교적 죄의 개념과 연관 짓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런데 성격이 운명을 결정짓는다니. 그렇다면 성격을 바꾸면 운명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인가? 운명을 바꾸고 싶다고 해서 우리 성격이 뜻한 바대로 고쳐지던가? 어떻든 의도대로 고쳐진다면 그건 이미 운명이 아닌 건 아닌가.

서울 연남동에 사는 한민경(50)씨가 이런 질문들에 해줄 말들이 있을 것 같았다. 타로 마스터. 혹은 연남동 한선생. 자칭 타칭 이런 별명으로 통하는 그는 스무 살 무렵부터 타로카드점을 쳐왔다. 단순히 ‘술사’가 아니다. 지금까지 타로카드점에 관한 책을 두 권 냈다. 2014년 [무슨 고민인가요], 지난해 마지막 달의 [나의 소울넘버](이상 스윙밴드), 이렇게다. 학구적이라는 얘기가 아니다. 혹시라도 책을 읽어보면 아시겠지만 한씨의 이미지는 일반적인 타로 전문가와 다르다.

 

유튜브의 타로카드점 관련 동영상들은 대개 좋게 말하면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거나 박하게 말한다면 주관적이거나 자의적이라는 느낌이 들게 한다. 어딘가 급하게 넘어가는 속성의 냄새가 나는 경우도 있다. 한씨의 두 책은 타로의 세계를 조곤조곤 전해서일 텐데, 보다 체계적이고, 단순히 타로카드를 뒤집어 나오는 그림과 숫자의 의미 읽기에 주력하기보다는 그림과 숫자를 핑계로 상담하러 온 내담자의 인생 상담을 해주고 싶어하는 눈치다.


스무 살 무렵부터 30년간 타로카드점 상담

 

타로카드 상담사 한민경씨는 자신의 소울넘버 설명이 어떤 사람의 성격을 규정짓기 위한 게 아니라고 했다. 조직 내에서 각자의 역할을 긍정하게 해 갈등에 따른 심리적 손실을 줄이는 게 목표다. / 사진:김현동 기자

 

한씨는 그래선지 자신의 고객 중에는 10년, 15년 단골도 꽤 된다고 했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재벌가 사람들, 현금 동원력 면에서 어떤 재벌 부럽지 않은 실력자 채권업자, 유명인 연예인들도 한씨를 찾는단다. 한씨 책을 낸 출판사 스윙밴드 이수은 대표의 귀띔이다.

그의 첫 번째 책 [무슨 고민인가요]는 연도카드 숫자, 두 번째 [나의 소울넘버]는 제목대로 소울넘버로 의뢰인의 운세·성격·삶에 대한 태도와 행동방식 등에 대한 조언을 한다. 두 책 모두 의뢰인의 생년월일 숫자를 활용해 연도카드 숫자, 소울넘버를 뽑아내는 게 핵심이다.

 

가령 소울넘버 체계에서는 사람의 성격 유형을 모두 9가지로 구분한다. 1부터 9까지 9개의 숫자 각각이 하나의 성격 유형들을 지칭한다. 각 소울넘버는 한 사람의 생년월일을 구성하는 최대 8개 숫자를 모두 더해 얻는다. 가령 2001년 1월 1일생의 소울넘버는 2+0+0+1+1+1=5, 5가 소울넘버다. 1990년 5월 5일생의 소울넘버는 1+9+9+0+5+5=29인데, 이렇게 생년월일 숫자의 합이 두 자리인 경우 2와 9를 더해 얻는 11, 역시 두 자리니까 1과 1을 다시 더해 얻는 2가 이 사람의 소울넘버다.


기자의 소울넘버 5는 선량한 나르시시스트


계산 과정은 생략하고, 기자의 소울넘버는 5다. 책의 해당 챕터로 직행했더니 소울넘버 5가 뜻하는 타로카드 상의 인물은 교황. 이상적인 자아를 찾아 나서는 모험가, 외모가 뛰어나지는 않지만 남의 마음을 움직이는 매력만큼은 확실한 선량한 나르시시스트. 이런 인물평이 보인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끼인 자, 중심이 어느 한쪽으로 이동할 수는 없지만 양쪽이 움직이는 대로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제자리를 지킬 수 있는 아이러니한 운명. 이런 평도 있다.

슬쩍 혹은 그보다는 좀 더 센 강도로 마음을 건드리는 대목들이 있는 한편 가령 어디에도 속하지 못한 경계인 비슷한 심정은 비단 영혼번호 5번의 소유자뿐 아니라 감수성 충만한 많은 사람들 글에서 심심치 않게 목격할 수 있는 자아 인식이다. 떨릴 것까지는 없지만 주저함 절반, 흥미 절반의 심정으로 한씨와 마주 앉았다. 1월 3일의 일이다.

사주명리 역시 사람의 생년월일을 토대로 하는 듯하니 역시 생년월일을 성격과 관련짓는 소울넘버의 체계가 크게 신기할 건 없지만, 한씨는 그 배경에 우주 만물의 운행과 질서를 숫자로 표현할 수 있다고 보는 수비학(數祕學, Numerology) 전통이 깔려 있다고 설명했다. 수비학 전통은 고대 그리스의 피타고라스 학파까지 ‘학문적 알리바이’가 거슬러 올라간다고 했다. 유서 깊다는 주장이다.

어떤 사람들이 많이 오나?

“사람을 골라서 상담한다. 방문한다고 무조건 받지 않는다. 정치인이나 연애 상담은 사절이다. 특히 연애 상담의 경우 결국 하소연이 되다 보니 내가 상담하는 의미가 별로 없다. 직장이나 사업 등 인간관계에서 비롯되는 커리어 상담이 70% 정도 되는 것 같다.”

몸값 올리기 작전인지, 한씨는 알음알음으로 어떤 사람 소개인지 또 사전에 어떤 문제인지 어느 정도 필터링을 하고 나서 상담을 한다고 했다.

연애도 결국은 인간관계 문제 아닌가. 그럼 부부 갈등도 상담 안 하나?

“맞다. 부부 상담도 연애도 직장도 모두 인간관계 문제라고 볼 수 있다. 그러니까 소울넘버와 연도카드로 다 상담할 수 있다. 연애 문제 따로 직장 상사와의 관계 문제 따로 있는 게 아닌 거니까. 그런데 연애 문제의 경우 헤어진 남자 때문에 울면서 찾아온 여자가 있다고 치자. 나는 내 앞에 앉으면 기본 상담료 20만원을 받는다. 그걸 알려주고 상담할래 물으면 대부분 안 하겠다고 한다. 돈이 문제인 거고, 자기들 생각에도 안고 온 질문 자체가 그렇게 무거운 질문이 아닌 거다.”

국내에서 타로카드점이 유행한 건 대략 10여 년 전, 2000년대 중반부터다. 한씨는 그렇게 기억했다. 중앙일보 기사 DB에서도 그 무렵 타로카드점을 소개하는 특집 기사가 실리기 시작했다. 한씨는 “타로카드점은 트럼프 카드 게임처럼 어렵지 않아 접근이 쉽고, 운명을 예측한다거나 하는 거창한 식이 아니라 재미있는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정착 보급되다 보니 전파력이 뛰어나다”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자신은 그보다는 진지한 질문을 통해 장기적으로 내담자의 인생을 잘 만들어보자는 생각에서 내담자로부터 구체적인 질문을 끌어내려고 노력한다고 소개했다.

기자도 마찬가지지만 여전히 논리적인 이성의 힘을 따를 수밖에 없는 많은 사람들이 소울넘버뿐 아니라 각종 점술, 하찮게는 혈액형에 따른 성격 구분까지, 단순한 일반화나 유형화에 근본적인 거부감을 갖고 있다. 한국만 해도 인구가 얼마인가. 그런데도 가령 한씨의 타로카드 소울넘버는 5000만 인구를 아홉 성격 유형으로 구분하겠다는 것 아닌가.

이런 의구심을 표했더니 한씨는 대뜸 “소울넘버에서 사람들을 유형화하는 건 가령 5번은 이렇더라, 이런 식으로 단정 짓지 않기 위해서”라고 지금까지와는 반대되는 듯한 얘기를 꺼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한다고 치자. 내가 아는 나의 모습과 남들이 봐서 아는 나의 모습 가운데 공통적인 부분이 있을 거다. 그걸 합의된 나라고 치자. 그런데 이 합의된 나가 완전한 나의 모습은 아니다. 남들도 모르고 나도 모르는 나, 혹은 나만 아는 나도 있을 수 있다. 여러 앵글에서 나를 볼 수 있고, 그래서 나를 제대로 보기는 쉽지 않다. 내가 소울 넘버를 통해 얘기하는 유형화는 나라는 존재를 움직이지 않는 모습으로 규정하자는 게 아니다. 내가 주변 사람들과 함께 전체 속에 있을 때 어떤 식으로 행동하는지, 행동의 순간에 작동하는 일종의 알고리즘 같은 걸 알고 시작하자는 얘기다.”

인생은 계주 경기, 우리는 제각각 특성이 있는 주자

이런 뜻에서 한씨는 기자가 편하게 선택한 소울넘버에 따른 성격이라는 표현은 자기의 뜻에 맞지 않는다고 했다. 성격보다는 역할, 그러니까 주어진 크고 작은 조직 내에서의 역할, 혹은 역량, 기자가 성격 설명으로 받아들인 내용들을 그렇게 이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대목에서 한씨의 논리에 기자가 미처 따라가지 못한 건너뛰는 부분이 있었다. 어쨌든 그런 알고리즘을 알고 나면 우리의 삶은 상수보다는 변수로 가득 차 있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이게 한씨가 하고 싶은 말이었다.

그런 생각은 인생은 결국 계주 경기, 우리 모두는 각각의 계주선수라는 시각으로 이어졌다. 빠르거나 느리거나 출발이 좋거나 막판 스퍼트가 강점이거나 이런 식으로 각자 특성이 제각각인 선수들로 구성된 계주팀 말이다. 그럴 때 각각은 주어진 역할에 만족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이런 주어진 천품에 대한 수락 혹은 심리적 승인은 조직생활에서의 부침에서 오는 내면의 들끓음을 잠재우는 데 확실하게 도움이 되긴 할 것 같다.

한씨는 부부생활, 회사 생활을 예로 들었다.

“결혼하셨다니 잘 아시겠지만 부부라는 게 결국은 자식을 키우고 가정을 지탱하는 협업자다. 그런 면에서 생산성이라든지,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같은 게 중요할 텐데 각자가 어떤 역할에 특화되어 있고, 어떨 때 빛을 발하는지 알게 된다면 훨씬 협업하기 좋을 것 아닌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도 누군가의 승진 여부보다 승진에 따른 업무 변화 등 내게 여파가 미치는 상황에서 조직원 각각을 소울넘버에 따른 역할의 시각에서 바라보면 내가 대처할 방향이 보인다.

결국 소울넘버를 바탕으로 한 당신의 인생 상담은 상황변화에 부드럽게 대처할 수 있게 도와주겠다는 건가?

“그렇다. 그렇게 이해하면 될 것 같다.”

한씨는 그런데 미국 사람들과 비교하면 한국 사람들이 확실히 조직 생활의 스트레스를 더 받는 것 같다고 했다. 새로울 건 없는, 미국 사회와 비교하면 보다 집단적인 조직 문화 때문이다. 한씨는 그런 차이를 미국 생활에서 느꼈다고 했다. 선진 타로 문화를 전수받으러 미국의 마스터들을 찾아다녔고 그 과정에서 미국 현지의 상담 수요자들도 얼마간 생기게 됐단다.


문재인 대통령은 7번, 측근 정치 민주적이지 않아


숫자가 사람의 역할을 드러낸다는 수비학의 철학은 기자 같은 사람은 납득하기 어렵다.

“우주 만물이 돌아가는 이치에는 이름값이 없는 순서들이 있다. 가령 봄, 여름, 가을, 겨울이라는 계절의 순환을 숫자 1, 2, 3, 4로 표현할 수 있다. 겨울 4 다음에는 다시 봄 1이 돌아온다. 일종의 진법(進法)인 거다. 이런 식으로 해서 수비학이라는 건 우주의 삼라만상이 모두 연결되어 있고 순서가 잡혀 있고 주행이 있는데, 그 주행에 기호로 붙인 숫자들의 체계라고 할 수 있다. 숫자를 보면서 역으로 우주만물을 이해하는 상징수학을 활용한다. 우리 생년월일에 사용되는 숫자들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자주 사용하고 듣다 보면 저절로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생년의 숫자가 인생에 꽤 영향을 끼친다는 건 동서양을 막론하고 공통적인 전통이다.”

어떤 식으로든 부모와 헤어져 생일을 모르는 경우는 어떻게 하나?

“어쨌든 생일처럼 자주 사용하는 생일상 차려 먹는 날의 생년월일을 쓴다.”

소울넘버를 문재인 대통령이나 주변 열강 지도자들에게도 적용할 수 있나?

“할 수 있다. 이미 해봤다. 문 대통령은 7번, 공교롭게도 북한의 김정은, 미국의 트럼프, 일본의 아베가 모두 4번, 중국의 시진핑은 3번이었다. 4번의 주어진 역할은 제국의 황제, 엠퍼러다. 돈 갖다 바치는 사람을 보호하는 프로텍터다. 국수주의, 우경화할 수밖에 없다. 이들 지도자들 개인이 그렇다는 얘기는 아니다. 어쨌든 4번들로 둘러 쌓이면 좋을 건 없다. 전쟁 날 확률은 적다. 지키려는 사람들인데 전쟁 나면 이겨도 손해 아닌가. 북핵 문제는 협상은 계속하는데 결과를 내긴 어려울 것 같다. 3번은 독재 시스템과 잘 맞는다. 지도자로서 7번은 팀으로 움직인다. 측근 정치다. 그렇게 민주적이지는 않은데 인기는 좋다. 실제로 머리를 쓰는 사람들은 측근들이다. 또 어떤 일을 이뤄내기보다 보이는 것에 중점을 두고 그런 걸 잘 만들어낸다.”

검찰 개혁은 어떨 것 같나?

“내용보다는 겉으로는 되겠죠. 그런 데 이런 게 다 기사에 들어가나요?”

어느새 기자는 소울넘버 전문가에게 미래를 점쳐보도록 요구하고 있었다. 한씨의 어떤 발언은 상담이 아니라 예언이나 단언이라고 해도 무방하게 들리기도 했다. 소울넘버에서 얘기하는 역할과 성격은 실은 종이 한장 차이 아닌가. 한씨는 자신의 상담은 일반 타로카드점보다 세 배 이상 시간이 걸린다고 했다. 역시 소울넘버를 바탕으로 한 인생 상담이기 때문이다.


신준봉 문화전문기자/중앙컬처&라이프스타일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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