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인해 도쿄 올림픽의 현재 상황이 심상치 않아요. 7년이나 장기 집권한 아베 수상의 최후의 보루인 도쿄 올림픽이 연기되거나 취소되면 아베 총리의 임기도 위태로워져요. 일본도 우리처럼 마스크 부족과 관광산업 타격에 휘청이고 있는 상황에 있어요. 중국발 경제 쇼크가 일본과 아베 수상에게 무엇을 가져다줄지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의 말을 들어보았어요.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지금 일본에서는 아침부터 밤까지, 연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이하 신종코로나) 사태로 떠들썩하다. 이미 일본에서는 요코하마항 근해에 정박 중인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의 승객을 포함하면 90명이나 되는 확진자가 발생했으며(2월 9일 기준), 이는 발생원인 중국 다음으로 많은 수치다.

과연 앞으로 어디까지 늘어날까? 일본 전체가 불안감에 휩싸이고 있다. 개중에는 “올여름 도쿄 올림픽과 패럴림픽도 연기되는 것 아닌가”라는 말을 꺼내는 사람도 벌써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월 말까지 신종코로나를 중국의 국내 문제, 더 나아가 우한이라는 한 도시의 문제로 간주했다. 그래서 ‘중국을 구하자, 우한을 구하자’는 움직임이 일어났고, 마스크 등 의료품을 대량으로 중국에 보냈다. 필자의 친구이자 중국에서 가장 유명한 일본인 배우 야노고지는 마스크 13만 장을 중국에 기부하기도 했다.

춘절 기간 중국에서 일본 각지로 관광 온 사람들에게도 가급적 따뜻하게 대해주려고 했다. 매사에 동정적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1월 말에 접어들면서 신종코로나는 중국 국내의 문제에서 일본의 문제로 옮겨갔다. 일본 내에서의 감염이 나날이 확산해갔기 때문이다. 2월 중순에는 일본 전역에서 감염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신종코로나 환자가 속출하면서 대 유행 단계에 진입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일각에서 나오는 실정이다.


장기 집권 도와준 아베의 ‘신풍(新風)’

 

1월 28일 밤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뉴스 토론 프로그램 중 하나인 [심층 NEWS](니혼TV 계열, 평일 22~23시 방송)가 방송 시간을 통째로 할애해 신종코로나 문제를 다뤘다. “중국의 최근 상황을 해설해 달라”는 부탁을 받은 필자도 동아시아 문제 전문가 자격으로 출연했다.

 

게스트는 필자 이외에도 두 사람이 더 있었다. 2003년 사스(SARS,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파동 때 대응을 맡았던 전 WHO(세계보건기구) 서태평양사무국장 오미 시게루와 바이러스 문제에 있어서 일본의 최고 권위자인 하쿠오대학의 오카다 하루에 교수였다.

사회자인 신보 지로 앵커를 포함해 총 4명이 한 시간 동안 신종코로나 문제에 관해 토론했지만, 나의 발언 기회는 단 두 번뿐이었다. 왜냐하면 그때 일본인들의 중국 상황에 대한 관심이 순식간에 식어갔기 때문이다. 내가 우한에서 벌어지는 일이나 중국 정부의 대응 등을 설명해도 곧 다시 일본 내의 문제에 대한 논의로 돌아가버렸다.

일반적으로 한국에는 낙관론자가 많고, 일본에는 비관론자가 많다. 물 반 컵이 있을 때, 한국인은 ‘아직 반이나 남았구나’라고 생각하는 쪽이라면, 일본인은 ‘이제 반밖에 안 남았네’라며 당황하는 쪽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 백신조차 개발되지 않은 가운데, 일본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신종코로나에 대해 일본 내에서 비관론이 생겨난 것이다.

이날, 필자의 특히 마음에 걸린 것은 일본 전염병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비관론이 넘쳤다는 점이다. 위의 TV 프로그램 대기실에서도 “이 일은 TV에서는 말할 수 없지만”이라고 전제한 뒤 무서운 이야기를 하곤 했다.

예를 들어, 감염자와 얼마나 밀접하게 접촉해야 감염되는지에 대한 얘기다. TV에서는 “2m 내의 근거리에서 3시간 이상 감염자와 접할 경우, 감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설했다. 하지만 대기실에서는 “감염자와 단지 역의 플랫폼에서 스쳐 지나간 것만으로 감염될 수도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TV 시청자에게 과도한 공포감을 주지 말아야 한다는 배려가 작용했을 것이다.

거기서부터 이야기가 비약되면서 급기야 “가능성은 작지만 최악의 경우, 신종코로나에 의해서 인류가 멸망할지도 모른다”는 말까지 나왔다. 필자가 “그렇게 말한다면, 가능성이 작지만 최악의 경우 핵전쟁으로 인류가 망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라고 반박하자 “그렇지”라며 웃었다.

일본의 감염증 전문가들과 이야기하면서 알게 된 것은 신종코로나에 대해서는 아무도 ‘사실’을 모른다는 것이다. 그래서 마스크를 쓰고, 가글을 하고, 손 씻기를 해야 한다는 기본적인 습관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총리 평균 수명은 1년’이라는 일본 정계에서 아베 총리는 어떻게 7년 이상 장기 집권을 지속하고 있는가. 아베 총리의 장기 집권 비결에 대해 관저 사람들은 “어려울 때마다 밖에서 ‘바람’이 불어준다”고 말한다. 바람이란 총리 관저 사람들이 자주 쓰는 은어다. 그들은 처음에 신종코로나가 ‘중풍(中風)’이 되리라 기대했다.

2017년 여름, 내각 지지율이 급락했을 때는 북한이 미사일을 여러 발 날리는 바람에 ‘일본의 위기인데 아베 정권을 비판할 때가 아니다’라는 여론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총리 관저에서는 이를 ‘북풍(北風)’이라고 불렀다. 2019년 여름에는 한국의 문재인 정권과의 대립하는 강경한 태도를 보였는데, 이는 ‘한풍(韓風)’이 돼 참의원 선거에서 승리를 가져다줬다.

그리고 이번엔 ‘중풍’인 셈이다. 때마침 1월 20일부터 정기국회가 시작되면서 아베 총리는 연일 예산위원회에서 벚꽃 문제에 관한 야당의 거센 추궁을 받아왔다. 벚꽃 문제는 매년 봄에 ‘신주쿠 교엔’에서 각계 인사들을 모아놓고 개최하는 총리 관저 주최의 ‘벚꽃을 보는 모임’에 관한 것이다. 이 모임은 국가 행사인데 아베 총리가 후원회 관계자를 비롯해 친구와 지인을 다수 초청했던 게 논란이 됐다. 야당은 이를 ‘판공비를 사용한 접대’라고 비난하고 있다.

 

지난해 4월 신주쿠교엔 (新宿御苑)에서 열린 ‘벚꽃 보는 모임’에서 아베 총리와 아키에 여사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위기 때 벚꽃 추궁하는 야당이 바보

 

취재에 따르면, 총리 관저는 분명히 이 ‘중풍’을 정치에 이용했다. 일례로 춘절인 1월 25일 아베 총리는 우한에 사는 일본인을 구출할 계획을 세웠다. 이날 오전 수차례에 걸쳐 정부 전세기가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도록 세팅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NHK가 생중계하는 ‘국회 예산위원회’에서 벌어지는 아베 총리에 대한 비판이 희석되기 때문이다.

아베 정권의 작전은 대성공을 거뒀다. 1월 29일 오전 8시 40분 우한 거주 일본인 206명을 태운 제1편 정부 전세기가 하네다 공항에 내렸다.

이날 오전 9시부터 국회에서는 참의원 예산위원회가 열려 렌호 입헌민주당 부대표가 ‘벚꽃 문제’를 놓고 날카롭게 아베 총리를 추궁하고 있었다. 그러나 NHK의 TV 화면 위쪽으로는 끊임없이 임시 뉴스가 흐르고 있었다. 방송사들은 국회 따위는 완전히 무시하고 하네다 공항에서의 생중계를 계속 방영했다.

이날 인터넷에는 ‘이런 위기에 벚꽃 문제만 추궁하는 야당은 바보인가’라는 비난 글이 쏟아졌다. 아베 정권은 기세를 완전히 되찾았고, 연일 비슷한 시간대에 우한에서 일본인을 구출할 정부 전세기를 하네다 공항에 도착하도록 했다. 두 번째 1월 30일 210명, 세 번째 31일 149명, 네 번째 2월 7일 198명이다. 네 번째는 중국·대만 국적의 배우자 등 79명도 포함됐다.

총 4차례에 걸쳐 도착한 정부 전세기는 벚꽃 문제를 이슈에서 완전히 지워버렸다. ‘중풍’의 덕을 톡톡히 본 것이다.

31년에 걸쳐서 일·중 관계를 지켜본 필자는 감회가 새로웠다. 이유는 어쨌든 일본 정부가 다른 나라보다 먼저 전세기를 우한으로 보내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필자는 1995년 중국 베이징대학에서 유학한 적이 있고,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중국에서 일한 적이 있다. 각각 중국에 가기 전에 도쿄에서 중국 장기 체류를 위한 연수를 받았다. 민간업체가 실시하는 것인데, 강사는 오랫동안 중국에 주재 경험이 있는 일본인이었다. 두 번 모두 강사는 똑같은 말을 했다.

“중국에 살기 시작하면 절대 일본 정부를 의지하지 마세요. 안타깝지만 위기 때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게 일본 정부니까요.”

그 말의 의미가 중국에서 살기 시작하고 나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일본은 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일본의 법률이나 제도는 위기를 상정해서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세계는 위험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니 어느 나라에서나 위기가 발생해도 일본 정부는 늑장 대응을 한다.

1989년 톈안먼 사태 때 베이징 각 대학에 자국민을 구출하러 오지 않은 곳은 북한 대사관과 일본 대사관뿐이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일본 대사관 직원은 사건이 완전히 수습된 뒤에야 왔다.

필자는 중국에 살고 있던 당시 해외에 나갈 때마다 공항에서 중국 정부로부터 “현지에서 만일 문제가 발생하면 중국대사관 전화번호는 000입니다”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이런 서비스를 일본 정부는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메시지를 받을 때마다 ‘일본인인 내가 중국 대사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나?’라는 위화감을 느끼곤 했다.

그런데 이번 일본 정부의 대응은 매우 신속했다. 일본도 진보하고 있다고 감탄했다. 하지만 아베 정권이 자화자찬할 수 있었던 것은 딱 거기까지였다. 연이어 사건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첫째는 신종코로나에 관련된 첫 일본인 사망자가 바이러스 감염자가 아니라 내각 관방 직원이었다는 점이다. 더군다나 스트레스 과다에서 오는 자살이었다.

2월 1일 오전 10시경, 도쿄 북쪽에 있는 사이타마현 와코시의 국립보건의료과학원에서 “사람이 쓰러져 있다”는 신고가 경찰에 들어왔다. 구급차가 달려가 보니 부지 내에 남성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있었다. 남성은 병원에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전세기로 데려는 왔는데… ‘5중고’

 

경찰은 부검 결과 투신자살로 결론지었다. 일본에서는 지난해 자살자가 1만9959명 발생했으니 자살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후에 나온 뉴스는 일본을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자살한 남성은 37세였고, 신종코로나의 발생원인 우한에서 귀국한 일본인을 수용하는 시설에서 업무를 보던 내각 관방의 직원이었던 것이다.

4차례 정부 전세기를 타고 귀국한 총 713명은 호텔 미츠키 가쓰우라점 등 모두 7곳에 수용됐다. 신종코로나 감염이 확인되지 않은 사람은 귀국 후 12일과 반나절이 지나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 그전까지는 7곳의 시설에 파견된 정부 직원이 이들을 관리하며 각종 시중을 든다.

하지만 각 시설에 파견된 정부 직원의 고생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필자가 1월 29일 처음 귀국자를 받아들인 지바현 가쓰우라시의 호텔 미츠키와 관련해 일본 정부 관계자로부터 들은 바로는 그들은 ‘5중고’에 시달렸다고 한다. 그것은 다음과 같은 일이었다.

1. 호텔의 분노: 호텔 측은 “호텔명을 공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귀국자의 숙박을 허가했다. 그런데 여당인 자민당 간부의 누설로 호텔명이 알려져버렸고, 호텔 측은 ‘약속이 다르다’고 격분했다. 정부 직원들은 분노한 호텔 측을 달래느라 분주했다.

2. 귀국자의 분노: 우한에서 돌아온 206명은 누가 감염자인지 모르는데, 1인실이 아닌 2인실에 배정됐다. 그래서 분노가 폭발했다. 그 밖에도, “언제까지 이런 감옥 같은 곳에 가둬 둘 작정이야” “문밖에는 언제나 맛없는 도시락이 놓여 있고, 우리는 노예인가” 등 이들의 스트레스는 정부 직원을 향해 쏟아졌다.

3. 주민의 분노: 이웃 주민이나 가쓰우라시청, 지바현청의 분노도 엄청났다. 우한에서 온 귀국자들이 머문다는 것은 아닌 밤중의 홍두깨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가쓰우라를 일본 우한으로 만들 셈이냐” “가쓰우라 시민이 코로나바이러스에 걸리면 어떻게 보상해주느냐”며 정부 직원에 대한 분노가 들끓었다.

4. 상사들의 무책임: 정부 직원들은 신종코로나 전문가가 아니며, 단지 역할을 부여받은 공무원일 뿐이었다. 그런데 여러 어려움 속에서 24시간 체제로 운영돼 수면도 제대로 취하지 못하고 대응에 쫓기고 있었다. 도쿄의 총리 관저나 본청은 현장에 맡긴다고만 할 뿐 냉담한 대응만 하고 있었다.

5. 감염 공포: 우한에서 귀국한 사람 중 신종코로나 확진자는 이미 10명이 확인됐다(2월 9일 기준). 현장에서 그들을 접하는 정부 직원들은 당연히 ‘나도 감염되는 것 아닌가’하는 두려움과 싸우며 일하고 있다.

위의 5중고로 인해 신종코로나 때문에 우한에서 귀국한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본 정부 직원들은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한계에 다다랐을 것이다. 그러던 중 마침내 자살자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일본 정부는 이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

나는 연일 우한 상황을 중국 뉴스로 보고 있지만, 현재까지 우한시 정부 직원이 자살했다는 소식은 보지 못했다. 신형코로나에 의한 공무원 자살은 일본인이 아마 ‘세계 최초’일지도 모른다.

아베 정권이 직면한 제2의 사건은 프린세스 다이아몬드호다. 이 배는 미쓰비시중공업 나가사키 조선소가 2004년 완공한 길이 290m, 무게 11만5875t, 규모 1337실의 초대형 호화 여객선이다. 요코하마를 향해 항해 중이었는데 승객 중에서 70세 홍콩인이 신종코로나 감염자로 확인돼 한바탕 소동이 벌어졌다. 그와 밀접하게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는 승객, 승무원 등을 검사했더니 64명이 신종코로나에 감염된 것으로 판명됐다(2월 9일 기준).


중국 관광객에 기대던 지방경제 ‘민낯’

 

3711명에 이르는 승객과 승무원 대부분이 요코하마항 근해에서 선내에 격리되면서 난리가 났다. 이 문제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았고 일본은 중국 다음으로 위험한 나라라는 꼬리표가 붙고 말았다. 미크로네시아 등 일본을 위험 국가로 지정하고 입국을 거부하는 나라까지 나타나기 시작했다. 아베 정권의 체면이 말이 아니게 됐다.

세 번째 사건은 마스크 부족에서 오는 패닉이다. 이는 한국도 비슷한 사태였다는 뉴스를 봤기 때문에 자세히 다루지 않겠다. 어쨌든 일본의 대표적인 오픈마켓인 라쿠텐이나 메르카리 사이트에서는 1상자에 10만 엔(약 100만원)을 호가하는 마스크까지 등장했다. 마스크가 금이나 다이아몬드 같은 가치를 가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스크 패닉’으로 새삼 알게 된 것은 일본 시장에서 유통되고 있는 마스크 중 일본산은 약 20%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었다. 나머지 80% 정도는 중국산이었다. 그리고 중국의 공장도, 유통망도 멈춰버렸다. 중국 공장이 문을 열더라도 자국 공급을 우선할 것이기 때문에 마스크 부족은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마스크 부족과 맥락이 같은 제4의 사건, 바로 중국 경제의 위기가 일본 경제에 끼치는 악영향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단기적으로 타격을 받은 건 관광산업이다. 최근 10여 년간 중국의 춘절과 국경절 연휴는 일본 관광 산업의 최대 성수기였다. 지난해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일본 방문 외국인 수’에서 2위를 지켜온 한국은 그 수가 전년 대비 25.9% 감소해 558만4600명에 그쳤다. 그런데 1위 중국의 경우, 지난해 일본을 방문한 사람이 전년 대비 14.5% 증가해 959만4300명에 달했다. 올해 1000만 명 돌파는 확실할 것으로 보였다. 도쿄올림픽도 있기 때문에 1500만 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춘절은 달랐다. 춘절 연휴 동안 일본 내 중국인 관광객이 사라졌다. 일본 전국의 관광지와 온천 료칸, 호텔,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백화점 등 그들을 기다리던 일본인들의 실망감은 컸다.

새삼 일본 지방과 농촌은 ‘중국인 관광객 경제권’이라는 점이 부각됐다. 급속히 진행되는 저출산·고령화 속에서 일본 지방 경제의 구세주라고도 불리는 것이 중국인 관광객이었다.

2월 6일에 ANA항공은 “2월 10일부터 3월 28일까지 중국 본토로의 노선 운항을 주 165회(왕복)에서 주 81회로 절반 이상 줄일 것”이라 발표했다. 같은 날 일본항공도, 2월 17일부터 3월 28일까지의 운항 편수를 주 98편에서 43편으로 줄인다고 발표했다. 향후 중국 편 전체를 일시 정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단기적인 영향이라면, 중장기적인 영향도 있다. 바로 중국 경제의 가사(假死) 상태가 전체 일본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다.

필자가 베이징 주재원이었던 10여 년 전에는 ‘2만3000개, 10만 명, 1000만 명’이라고 했다. 중국에 진출한 일본계 기업은 2만3000개, 중국 내 일본인이 10만 명, 일본 기업이 현지 공장 등에서 고용하고 있는 중국인 직원이 1000만 명이라는 뜻이다.

 


불과 5개월 남은 도쿄올림픽

 

지금은 더 늘었다. 중국에는 약 3만 개의 일본 기업이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는 역으로 중국 기업의 일본 진출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에게 중국은 최대 무역 상대국이다. 2018년 일본 전체 무역액의 21.4%가 대중(對中) 무역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신종코로나에 의한 ‘중국 경제의 고통’은 동시에 ‘일본 경제의 고통’이 되기도 했다.

예를 들면, 자동차 산업이다. 일본 3대 메이커 신차 생산에서 중국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도요타가 약 5분의 1, 닛산과 혼다가 약 3분의 1이다. 혼다는 우한에 주력 공장을 두고 시빅 CR-V 등 자동차를 연간 60만 대 생산하고 있다. 이는 중국 내 생산 대수의 절반가량이다. 중국 내 신차 판매 대수는 2019년 약 155만 대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올해는 그러한 기록들이 사상누각처럼 무너져 내릴 듯하다.

그러면 자동차 생산 공장을 중국에서 일본으로 옮기면 되는가? 그런 단순한 얘기가 아니다. JETRO(일본무역진흥기구)에 따르면, 2018년 중국 자동차 부품 수입액은 약 3470억 엔이다. 자동차 부품이 중국에 못 들어가게 되면 일본에서도 자동차를 만들 수 없게 되는 것이다. 이미 한국 현대자동차는 중국 부품이 들어오지 않아 국내 공장이 멈춰서는 사태를 겪고 있다. 일본의 자동차 회사들도 남의 일 같지 않을 것이다.

자동차뿐만이 아니다. 닌텐도는 중국에서 생산하는 게임기 ‘닌텐도 스위치’의 출하가 늦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의 명물 100엔 숍은 대부분의 제품이 ‘메이드 인 차이나’여서 앞으로 품귀 현상을 빚는 건 시간문제다.

사실 아베 정권이 신경 쓰고 있는 제5의 사건은 시진핑 주석의 방일 계획이 취소되는 것이다.

시진핑 주석의 방일은 불투명해지고 있다. 원래 2018년 10월 아베 총리가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 “내년 5월 일본 연호가 바뀌고 새로운 천황이 즉위하니 그에 맞춰 1호 국빈으로 일본에 오셔서 새로운 천황을 만나 달라”고 했고, 시 주석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며 성사된 바 있다.

그러나 그 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자신이 제일 먼저 새 천황과 만나겠다”고 우겨 시 주석의 국빈 방문 자리를 빼앗았다. 그해 하반기에는 교황의 국빈 방일이 예정돼 있었기 때문에 시진핑 주석은 2020년 전반으로 밀린 것이다.

총리 관저 관계자에게 확인하자 그는 다음과 같이 답했다.

“개인적으로는 중국에서 신종코로나의 혼란이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4월 방일은 중국 측에서 연기를 신청할 것 같다. 설령 일본 방문을 강행한다고 해도 당초 예정했던 ‘제5의 정치문서’ 체결 등은 무리가 있어 보인다. 외교 당국 간 사전 절충이 잘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중국과 일본은 1972년 일·중 공동성명 이후, 1978년·1998년· 2008년 등 지금까지 총 4번의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이번 시 주석의 방문에서는 다섯 번째 공동성명(제5의 정치문서) 채택이 유력했었다. 아무튼 ‘시진핑 주석 방일→일·중 경제관계 강화→일본 경제발전’이라는 도식이 흔들리는 건 틀림없다.

그런데 여섯 번째 사건, 아베 정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7월 24일 개회식을 맞는 도쿄올림픽에 미칠 악영향이다. “반년이나 남았기 때문에 문제없을 것이다” “아니다. 현재 신종코로나의 위기는 이미 사스 때의 그것 이상이다” 등 양갈래 의견이 일본 정부 내에서도 팽팽히 맞서고 있다.

만약 올림픽이 연기된다면 일본에 미칠 파장은 가늠조차 어렵다. 충격을 받은 아베 총리는 사임할 수도 있다. 중국발 신종코로나는 일본 그 자체를 부숴버릴 리스크를 간직하고 있다.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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