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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북한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주요 사업은 ‘평양종합병원 건설’

북한이 평양종합병원을 만들고 있어요. 전문가들은 북한이 코로나19로 인해 최소 700명 이상은 사망하였을 것이라 보고 있는 가운데, 턱없이 부족한 의료시설을 늘리기 위한 사업이에요. 김일성이 동평양 지역을 두고 큰 병원을 짓기에 적당하다고 말한 것을 토대로 민심 반전을 노리기 위한 수로도 보여요. 하지만 공사비 마련이 만만치 않아 조총련과 재외공관을 쥐어짜고 있다고 해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3월 17일 평양종합병원 착공식에 참석했다고 조선중앙TV가 이튿날 보도했다.

 

2020년 4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캠퍼스의 멋진 봄날도 북한식 표현인 ‘비루스’로 빛이 바랬다. 코로나19 사태로 사회적 거리두기를 실천하고 온라인 강의로 학생을 대면하는 와중에도 틈틈이 쉬지 않는 일이 있다. 북한의 ‘비루스’ 확진자와 사망자의 숫자를 파악하는 작업이다. 북한 워치맨의 숙명이다. 김정은의 대응책 마련 여부도 평양 정권의 내구성을 진단하는 지표라 주시 대상이다.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북한의 감염병 피해를 서울에서 정확하게 파악하는 것은 한 여름날 해수욕장 모래밭에서 분실한 십원짜리 동전을 찾기만큼이나 어렵다. 그래도 다양한 촉수를 동원해서 평양의 인사이드 스토리를 찾아보는 것은 35년 한 우물을 판 북한 연구자의 업보(karma)다.

특히 책상머리 공부가 아니고 대학 졸업 후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 전신)에 공채로 입사해서 북한 정권의 속성을 체계적으로 교육받았다. 10년 근무하고 미주리 주립대학(University of Missouri-Columbia)으로 국비 유학을 가서 일반경제이론을 공부하고 북한의 식량 생산과 소비에 관해 응용경제학 박사학위 논문을 작성했다. 논문 작성 과정 중에 미국의 북한 자료가 어디에 있는지(Know-where)를 파악한 것은 미국의 북한연구 수준과 대북정책을 파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1948년 북한 정권 수립 이래 미국과 북한은 한국전쟁을 시작으로 물밑과 물 위에서 다양한 협상을 진행했다. 특히 1950년 10월 17일 미군 제1기병사단과 국군 1사단이 평양에 최초로 입성하면서 습득한 각종 북한 정권 수립 내부 자료는 미국 본토로 이송돼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tional Archives and Records Administration)과 의회 도서관에서 간헐적으로 노출되고 있다.

 

1953년 7월 휴전협정, 1968년 1월 푸에블로호 피랍사건과 1994년 12월 비무장지대에서 작전 중 착오로 월경한 미군 헬기 조종사의 송환 협상을 비롯한 수많은 접촉 기록은 여전히 비밀이 해제되지 않은 보안사항이다. 또 1994년 10월 제네바 합의 결과 이행 및 파기 전후에 유엔주재 북한 뉴욕대표부 채널과 스웨덴 등을 통한 제3라인에서 진행된 미국과 북한 간에 수많은 협상 기록 역시 여전히 비공개다.

 


탈북의사, 北 의료 수준 가늠하는 척도

 

 

협상과 대화의 물밑 중심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있다. 1997년 8월 CIA는 장승길 주 이집트 북한 대사를 정보기관의 본거지인 버지니아 랭글리로 심야에 전격 망명시켰다. 1976년 우간다 엔테베 공항에서 105초 만에 팔레스타인 테러리스트에 납치된 103명의 인질 구출을 성공시킨 이스라엘 특공대(Operation Entebbe)를 방불케 하는 특급 작전이었다.

 

장승길 망명은 정보가치가 우수한 외국 요인을 망명시키는 CIA의 200만 불 프로젝트의 일환이었다. 고등학생 아들이 미국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면서 장 대사는 고민 끝에 미국 망명 의사를 표명했고 1년간 관찰하던 CIA는 장 대사의 정보 자산을 탐문했다.

중동의 북한 미사일 판매 총책으로서 충분한 정보 가치가 드러남에 따라 특수여권으로 전격 작전에 들어갔다. 미국이 북한의 이집트 등 중동 미사일 판매의 네트워크와 거래 상황을 파악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이후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는 CIA의 협조를 받아 북한과 중동 간 미사일 거래 차단에 주력했다. 이외에도 미국과 북한 간에는 언론에 보도되지 않은 수많은 물밑 협상과 공작이 진행됐다.

미국 유학 후에는 15년간의 공직 생활을 마치고 대학의 북한학과에서 이론과 실무를 병행하는 현장형 강의를 했다. 다시 공직의 부름을 받아 국정원 산하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원장(2008년 5월~2012년 2월)으로 3년 10개월 근무했으니 평양 워치 아웃(watch out)은 평생의 과업(課業)이 됐다.

연구원에서 학계와 국정원 본부 간 업무 연계 작업을 통해 한국은 물론 미국, 중국 및 일본의 북한 정보가 생산되는 과정을 파악한 것은 북한 연구자로 큰 소득이었다. 또한 연구원에서 10여 명의 탈북자 연구원들과 함께 김정일의 통치 행태와 김정은의 개인 성향과 집권 시나리오 분석 작업을 했던 경험도 소중한 기억이다.

망원경을 통한 거시적 조망과 현미경에 의한 미시적 시각을 보유해 탈북자 증언은 물론 국내외에서 유포되는 북한 정보의 진위와 중요도를 선별할 수 있게 된 것은 행운이다.

연구원 중에는 북한에서 심장내과 의사 출신 연구원과 북한 의료 수준에 대해 다양한 분석을 시도했던 경험은 북한의 전염병과 코로나 사태를 진단하는 데 도움이 됐다. 이후 이 연구원은 국내 의사고시를 치르라는 필자의 강력한 권고를 받아들였는지 혹은 한국의 의사 생활이 연구원보다 대우가 좋다고 판단했는지 필자가 연구원장 직을 떠난 후 의사고시를 봐서 지금은 인천 남동구에서 개업의를 하고 있다. 평양에서 의사였던 부인도 다시 한국에서 의사고시를 치르고 산부인과를 전공해서 부부 의사로 활동하고 있다.

북한의 의과대학 졸업장은 인정하지만 한국에서 의사로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국내 의사고시 합격증이 필요하다. 탈북 의사들은 라틴어로 된 의학 교과서로 공부해서 그런지 서울에서 영어로 된 교과서로 공부하는 데는 다소 시간이 필요하다고 한다. 교과서 내용은 대동소이해서 2~3년 정도 공부하면 의사고시에 합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다고 한다.

 


“외과의사 한 명이 모든 외과 분야 진료”

 

 

고려대 의과대학 안산병원에서 인턴과 레지던트 과정을 밟은 고윤송씨는 국내 1호 탈북민 출신 외과 전문의다. 북한에서 의사 생활을 한 탈북자가 국내 의사면허를 딴 경우는 10여 명가량 되지만 외과 전문의가 된 것은 최초 사례다. 고윤송 씨는 평안남도 평성의학대학을 졸업했다. 졸업 후 5년간 결핵 환자를 돌보던 일을 해오던 고씨는 탈북을 결심, 중국으로 건너가 막노동과 잡일을 하다 2007년 중국 다롄에서 평택항으로 가는 한국행 컨테이너 화물선에 몰래 숨어들어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온 후에는 국내 의사면허를 취득하기 위해 고려대 의대도서관의 배려로 2년 동안 파묻혀 살다시피 했다. 결국 그는 2010년에 갈망하던 의사고시 합격으로 자격증을 획득했고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4년간의 외과 전공의 수련과정을 마쳤다. 고씨는 “북한에서 의사 생활을 했지만, 국가고시를 준비하면서 남한의 의료 시스템과 큰 격차를 느껴 전공의 과정 초반부터 기초를 다지기 위해 노력했다”면서 “가장 큰 문제는 라틴어로 된 의학 용어를 사용하는 북한과 달리 영어로 된 의학 용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실무적인 의사소통에 큰 어려움이 있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남한의 젊은 의사들이 기피하는 외과 의사의 길을 택한 뚜렷한 이유도 밝혔다. 그는 “북한에서는 의료 환경이 열악해 하위급 병원들은 분과도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실정이고 의사의 전공을 크게 내과와 외과 두 가지로만 나눈다”면서 “특히 외과 의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해 외과 의사 한 명이 모든 외과 분야를 진료해야 하는 실정이어서 한국에 온 후에도 외과 전문의의 꿈을 키웠다”고 말했다.

필자가 재직 중인 고려대엔 탈북 학생들이 학부와 대학원에서 다수 공부하고 있다. 의과대학 대학원에는 통일보건의료 석사과정이 있어 탈북 학생들도 수업에 참여하고 있다. 북한학과 대학원에 재학 중인 청진의학대 임상의학부(6년) 출신 탈북 의사 최정훈씨도 필자의 권유로 의사고시를 준비 중이다. 그는 신경내과 의사를 하다가 청진철도국 위생방역소에서 전염병 업무를 담당했었다가 2012년 국내에 입국했다.

탈북 의과대학 졸업생들은 북한에서 의사의 처우가 열악해서 한국에서 의사 직업을 경시하다가 의사 대우가 북한과는 천양지차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의사고시를 본다. 탈북자 지원업무를 하는 남북하나재단은 탈북 의사와 의대 졸업생들이 한국에서 의사 자격을 따는 것을 돕기 위해 ‘보건·의료 분야 탈북민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실시한 바 있다.

1차 프로그램에는 북한에서 의사로 활동했거나 의대를 졸업한 탈북민 10명이 참가했다. 고려대 안산병원 교수진과 탈북민 출신 의사 2명이 매주 한 차례 전문교육을 했다. 북한에서 의사였거나 의대를 졸업했어도 의료체계와 기술 수준 및 의료용어 차이 때문에 독학으로는 의사 자격을 취득하기 어렵고, 2∼3년씩 시험을 준비할 경제 형편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하나재단 관계자는 “이들이 북한에서 가졌던 전문성을 한국 사회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목표”라고 말했다.

 


북·중 국경에서 들리는 불길한 소식들

 

 

북한의 확진자와 사망자를 가늠하는 사전 정지 작업으로 서론이 길어졌다. 북한은 4월 들어 현재까지 2만8000여 명을 격리했으나, 사망자는 물론 확진자는 한 명도 없다는 ‘청정국’의 공식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 보건성은 WHO에 제출한 ‘주간 보고’에서 자체적으로 코로나19 검진 능력을 갖췄다고 밝히며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거듭 펼쳤다.

에드윈 살바도르 WHO 평양소장은 “4월 2일 기준 북한이 자국민 698명과 외국인 11명 등 모두 709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진단검사를 실시한 결과 확진자는 없었으며 현재 509명을 격리 중”이라고 전했다. WHO는 북한이 중국으로부터 유전자증폭(PCR) 진단검사에 필요한 염기서열 조각(프라이머, 프로브)을 공급받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WHO도 북한에 보호장구를 지원했다.

러시아는 2월 26일 북한에 코로나19 진단 키트 1500개를 제공했다. [노동신문]은 3월 21일에 “악성 전염병이 조선에만은 들어오지 못한 데 대해 세계가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며 자신들의 성공적 방역을 자찬했다. 북한은 유엔 193개 회원국 중에서 투르크메니스탄 등 확진자가 없는 4개국 중의 하나가 됐다. 중국과 국경을 맞댄 14개국 중에는 북한과 타지키스탄뿐이다.

과연 확진자 200만 명과 사망자 10만 명에 다가가는 글로벌 팬데믹 상황에서 북한의 주장은 진실인가 거짓인가?

북한 당국에서 줄기차게 확진자와 사망자가 없다고 발표하기 때문에 현장 정보를 탐문하는 수밖에 없다. 우선 사망자를 파악하는 각종 정보는 일차적으로 외신에서 전하고 있다. 주로 단둥과 연변 등 중국과의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북한 주민과 휴대전화를 통해 현지 소식을 파악한다. 일본 언론사들의 기사 출처다.

일본 지지통신은 4월 1일 북한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260명에 달한다. 북한에서도 중국과의 국경 부근에서부터 코로나19가 점차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코로나19 추정 사망자는 대부분 군부대에서 나왔다. 수도 평양에서도 사망자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통신은 “국경경비대 병사들이 중국인들과의 접촉으로 바이러스에 감염되면서 부대 내에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며 “사망자 가운데 180명 정도가 군인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또 “평양의 경우 1300여 명가량이 코로나19 증상이 의심돼 격리된 상태”라고 덧붙였다.

앞서 일본 [요미우리신문]은 3월 29일 북·중 국경 인근에 배치된 북한군 부대에서 2월 말 이후 코로나19 감염 의심 사망자가 100명 이상 발생했다고 보도했다. 이 밖에도 지난 3월 초 함경북도 청진에서 코로나19에 걸린 일가족 5명이 몰살당하는 등 북한 내 코로나 감염 및 사망자 발생 사례가 나타났다.

사실 총연장 1400㎞에 달하는 북·중 국경에서는 북한 주민과 국경경비대가 중국 측 파트너와 장사 및 각종 거래 등을 위해 은밀하게 접촉하는 일이 빈번하다. 1월 29일 북한이 국경을 폐쇄했지만, 중국에서 코로나가 창궐한 이후라 사후약방문격이었다.

과거 필자가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으로 재직하던 시절 상임고문이었던 황장엽 선생은 재난과 전쟁 등 국가 차원의 전체 사망자 수는 김일성·김정일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렵다고 필자에게 언급했다. 사망자 수가 증가하면 관리자나 기관의 장이 희생양으로 처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상부에 실상을 그대로 보고하는 경우는 없기 때문이란다. 사망자는 대부분 자연 병사 처리된다. 이번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의 숫자도 김정은 위원장에게 정확하게 보고되진 않을 것이다.

지난 1995~1998년 ‘고난의 행군’ 시절에 150만 명이 아사할 당시에도 김정일에게 정확한 사망자가 보고되지 않았다. 상당수는 행방불명 처리됐다. 중국이 코로나 발병으로 인한 우한시의 사망자를 축소했다는 미국 CIA의 평가도 같은 맥락이다.

 


北 코로나19 발병, 한미연합사 “확신”

 

 

결국 북한 내 총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는 내부 정보의 소통 경로 탐지가 불가피하다. 일부 비영리기구(NGO) 등이 자신들의 물자 지원 상대방에게 현지 소식을 문의한 내용이 보도된다. 필자도 북·중 국경지대에 거주하는 조선족들과 통화를 시도했다. 북한 내에서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확인되지 않은 흉흉한 소문들이 나돌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 받았다.

외신과 NGO들의 전언 이외에는 결국 통신정보가 주요한 직접 단서가 될 수밖에 없다. 북한의 사망자 관련 신빙성 있는 수치는 결국 군의 대북 감청 정보에 달려있다. 로버트 에이브럼스 주한미군 사령관은 지난 3월 17일 미국 국방부 담당 기자들과의 화상 기자회견에서 “확신”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북한 코로나 발병을 언급했다.

 

그는 “북한이 폐쇄된 국가라서 내부 발병 사례가 있다고 분명히 말할 순 없지만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군대가 약 30일간 근본적으로 봉쇄됐고 최근 들어 일상적 훈련을 다시 시작했다고 알고 있다”며 북한군이 지난 24일간 비행기를 띄우지 않다가 최근 훈련용 비행을 재개했다고 전했다.

에이브럼스 사령관은 4월 2일에도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는 북한의 주장에 대해 불가능한 것이라고 거듭 반박했다. 그는 CNN 및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우리가 본 모든 정보를 토대로 보면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말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우리가 (정보의) 출처와 (취득) 방법을 공개하지는 않겠지만 그건 사실이 아니다, (북한 감염자가) 얼마나 되는지는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반도의 첨단 전자정보를 총괄하는 한미연합사 사령관이 “확신” “불가능한 주장”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것은 감청 정보가 근거였을 것이다. 첩보(intelligence)와 정보(information)의 차이점을 체계적으로 이해하는 미군 4성 장군이 단순 첩보가 아닌 분석된 정보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워싱턴 기자들에게 “확신”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사망자 숫자에 관해서는 북한을 자극할 우려가 있고 감청 정보의 손상을 우려해서 밝히지 않았을 것이다.

 


4월 들어 사망자 1000명 넘었을 것

 

3월 하순 필자는 우리 군의 감청 정보를 활용한 숫자를 득문(得聞)할 기회가 있었다. 사망자는 3월 중순 기준으로 최소 700여 명이라는 수치였다. 3월 중순을 기준으로 260명에서 700여 명의 숫자가 나왔다. 이후 사망자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해 4월 들어 1000명을 넘었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사실 2월 하순 진단 키트가 중국과 러시아에서 수입될 때까지 확진자가 발생해 사망에 이르러도 단순 사망자로 분류됐다. 사망 원인을 밝힐 수 없으니 병사처리된 것이다. 치료는 고위층은 물론, 비평양 주민들에게는 언감생심이다. 1~2대의 산소호흡기라도 보유한 병원은 평양에도 평양의과대학병원이나 조선적십자종합병원, 김만유병원 정도이고 도 단위 지방병원에서는 구경도 할 수 없다.

2월 초 단동과 연변이 소재한 지린성과 랴오닝성의 확진자가 1000명에 육박했기 때문에 평안북도와 함경북도, 자강도에서 환자 발생은 필연적이었다. 북한은 각종 선전매체를 통해 대북제재 국면 속에서 자력갱생을 기본으로 한 ‘정면돌파전’ 정신으로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4월 3일 선전 매체 [조선의 오늘]은 영하 30도에서도 몸 전체와 호흡기관을 온전히 보호할 수 있는 ‘코로나19 방호복’을 대량 생산했다고 보도했다.

하지만 [파이낸셜타임스](FT)는 3월 중순 “북한은 코로나19 진단 키트를 보유하고 있고 사용법도 알고 있지만 수량이 충분하지 않아 국제단체들에 도움을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위기 극복은 중국 우한시의 완전 봉쇄 방식으로, 민주주의 국가와 차이점은 있다. 탈북 의사 최정훈 씨의 증언대로 평소에도 간염·장티푸스·콜레라·홍역 등 각종 전염병이 주기적으로 창궐하는 까닭에, 격리조치에 주민들도 발 빠르게 대처한다고 한다.

지방에서 감염되면 약이 없기 때문에 민간요법에 의존한다고 한다. 특히 군(郡)간에도 이동에도 허가를 받아야 하고, 도(道)간 이동도 철도를 이용해야 하나 전염병이 돌면 기차 운행도 중지하니 강제격리가 자동으로 시행된다. 위반시 시범 총살형이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움직이지는 못한다. 다만 장마당에서 장사하는 주민들은 먹고살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밖으로 나온다.

현재 북한이 코로나19에 대응하려고 총력을 기울이는 사업은 평양종합병원 건설이다. 북한이 공개한 조감도에 따르면, 동평양 지역의 당 창건 기념탑 바로 앞 광장에 20층짜리 현대식 건물 2동이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 3월 17일 김정은이 기공식에 참석해 시삽을 뜨기도 했다. 오는 10월 10일 당 창건 75주년 기념일 완공을 목표로 200일 속도전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김정은은 병원 착공식에서 직접 첫 삽을 뜨고 이례적으로 연설하며 각별한 관심을 드러냈다. 김정은은 당시 연설에서 병원 건설이 “가장 중요하고 가장 보람 있는 투쟁 과업”이라고 강조했다.

평양종합병원 건설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뒤숭숭한 민심을 다독이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민생 보건정책으로 김정은 리더십을 강화하고 주민들을 결집하려는 것이다. “돈이 없어 병원 문전에도 가지 못하고 숨진 인민들”을 언급하며 무상 의료제도를 선언한 할아버지 김일성의 꿈을 이룬다고 선전한다.

3월 18일 자 노동신문의 표현대로 명당에 들어서게 될 평양종합병원은 이제 김정은 시대 ‘애민’ 정치의 대표적인 랜드마크가 될 것이다. ‘명당’이라는 표현은 전통적인 풍수지리보다는 김일성의 일화에 기인한다. 조선중앙통신(3월 24일)은 1948년 3월 김일성 주석과 부인인 김정숙이 ‘동평양벌’을 보러 나온 일화를 소개했다. 김정숙이 이곳을 며칠째 돌아보면서 종합병원 건설의 부지를 찾았고 이를 김일성 주석에게 보여줬다. 김일성 주석도 “벌이 넓어 큰 병원을 건설하기 적당하다”라고 만족했다고 한다.

통신은 “위대한 수령님께서 몸소 확정해 주신 이곳에 일떠설 인민의 종합병원의 모습이 일꾼들의 눈앞에 안겨 왔다”라며 이번에 병원을 건설하는 부지가 김일성 주석이 지정해 준 곳임을 시사했다. 김정은도 착공식에서 평양종합병원 건설이 “우리 당이 오래전부터 구상하고 숙원해온 사업”이라며 “수령님(김일성 주석)과 장군님(김정일 국방위원장)도 제일로 기뻐하실 것”이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제재 장기화로 기본 건설 자재는 물론 최신 의료장비를 갖추기도 쉽지 않은 데다, 완공 목표 시점이 불과 200일 정도밖에 남지 않은 것이 문제다. 북한은 공사비를 충당하고자 각국 해외공관에서 사실상 강제로 돈을 거두기 시작했다.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외국에 있는 대사관들에 ‘평양종합병원 건설에 필요한 건축자재 마련을 위해 자율적으로 자금을 모아 달라’고 독려했다.

북한 당국의 지시는 외교관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겉으로는 자율적 형식의 기부지만 실제로는 강제 징수나 다름없다. “앞에서 한 사람이 내게 되면 뒷사람이 안 낼 수가 없다”며 “쉽게 말해 대사가 1000달러를 내면 다음 사람은 못해도 700달러는 내야지, 100달러를 낼 수는 없다는 압력이 조성된다”는 것이 서방 외교관의 증언이다. 결국 자금난에 시달리는 당국은 재일 조총련과 해외공관 등을 집중적으로 압박하고 나설 것이다.

북한은 지난 2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비공식적 루트로 한국에 인도적 지원을 요청했다. 앞서 국내 민간단체에서 개성공단을 통해 마스크 등 방역물품을 전달할 수 있다는 의사를 북한 측에 전했으나 거부했다. 북측 당국자들은 한국의 진단 키트와 방호복, 마스크 등을 중국 단둥(丹東) 지역에 몰래 갖다 주면 북한으로 가지고 가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개성공단을 통하려면 김정은이 ‘한국의 지원을 받겠다’는 정치적 결정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현재 ‘공식 지원은 안 받겠다’는 게 평양 상부의 판단이다. 국내 민간단체의 코로나19 방역물품 관련 대북지원은 공식적으로는 없다. 통일부는 4월 2일 국내 민간단체가 북한에 1억원 상당의 손 소독제를 지원하겠다고 신청한 건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정부가 처음으로 대북 방역 지원을 승인한 것이다. 아직 국내 공급이 넉넉하지 않은 마스크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비공식적으로 남한에 지원 요청

 

앞서 경기도는 자체 예산으로 12억원 상당의 코로나 대북 지원안을 의결했으나, 국내 여론을 감안해 집행을 잠정 중단했었다. 국내 마스크가 부족한 상태에서 일부 한국산 마스크를 쓴 북한 의료진이 조선중앙TV 화면에 노출됨으로써 물밑 지원이 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어 대북 지원은 여전히 예민한 상태다. 이번 ‘1호 승인’을 시작으로 민간단체의 대북 지원이 줄줄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총선 이후 대북 지원이 가시화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코로나가 확산되고 경제난까지 겹치자 최근 ‘남조선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들여보낸다’고 선전하고 있다. 북한 보위성이 강연을 통해 남조선에서 코로나바이러스를 묻힌 돈과 쌀을 풍선이나 플라스틱 통에 담아 북측에 보내고 있다고 비방한다는 소식이다. 대북 제재 장기화와 코로나로 인한 경제난이 심해지고 민심 이반 조짐까지 보이자 남측에 책임을 전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요컨대 북한은 강제격리라는 의료 처방과 평양종합병원 건설 카드라는 민심관리 조치와 함께 1주 단위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 군사도발 카드로 위기국면을 넘기고자 한다. 북한에 코로나19가 확산하면 북한 정권의 안정성이 심각하게 손상될 것인지 혹은 과거 ‘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처럼 그럭저럭(muddle through) 지나갈지 지켜봐야 할 미묘한 시점이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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