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코리아가 선정하는 2020 파워 셀러브리티 스포츠 부문에 여자골프 세계 1위 고진영이 새롭게 이름을 올렸어요. 지난해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서 4승을 거머쥔 그는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최저타수상 등을 수상하며 골프 역사에 한 획을 그었어요. 필드 위에서 진가를 발휘하는 강한 정신력과 자신감을 무기로 박세리와 박인비의 계보를 잇는 세계적인 골프 여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는 평가예요.
2019년은 프로골퍼 고진영(25)에게 최고의 시즌이었다. 특히 미국여자프로골프(LPGA)는 ‘고진영의 무대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의 선수상을 비롯해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에 이름을 올렸고, 50주간(4월 15일 현재) 정상의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또 상금 왕은 물론 시즌 최저타수를 기록한 선수에게 주는 ‘베어트로피’도 받았다. 한국 선수가 LPGA 투어에서 올해의 선수가 된 건 2013년 박인비, 2017년 박성현·유소연(공동 수상) 이후 네 번째다.
특히 올해의 선수상, 상금왕, 최저타수상을 한 해 모두 차지한 선수는 고진영이 처음이다. LPGA 통산 25승을 박세리도 올해의 선수상은 받지 못했다. 2018년 LPGA 신인왕에 오르며 쾌조의 스타트를 시작한 고진영은 지난해 2월 뱅크 오브 호프 파운더스 컵 우승을 필두로 메이저 대회인 ANA 인스퍼레이션과 에비앙 챔피언십에 이어 캐나다 퍼시픽(CP) 여자오픈까지 제패하며 거침없이 질주했다.
지난 3월 미국 전지훈련 중 포브스코리아와 진행한 서면 인터뷰에서 고진영은 “포브스코리아의 파워 셀러브리티 40인에 선정된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며 “정상의 자리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앞으로도 항상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로 모든 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열 살 때 처음 골프채를 잡은 이후 지금까지 제가 좋아하는 골프를 열심히 했을 뿐인데 이렇게 포브스코리아의 파워 셀럽에 뽑혔다는 게 정말 신기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앞으로도 후배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는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프로 데뷔 6년 만에 메이저 퀸 등극
서너 살 무렵 아버지 무릎에 앉아 US 오픈 중계를 보며 세계적인 골프선수를 꿈꾸던 고진영은 프로 데뷔 6년 만에 최정상의 기량을 뽐내며 새로운 골프 역사를 쓰고 있다. 지난해 7월부터 내로라하는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세계적인 골프 여제로 자리매김하고 있지만 사실 국내 투어에서는 정상의 자리에 오르지 못했다. 2014년 한국여자골프(KLPGA) 데뷔 후 통산 10승을 거뒀지만 전인지, 박성현 같은 쟁쟁한 선수들에게 밀려 KLPGA를 대표하는 선수로 꼽히진 못했다.
고진영의 잠재력은 KLPGA가 아닌 LPGA 무대에서 비로소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2018년 2월 LPGA 공식 데뷔전이었던 ISPS 한다 호주 여자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데뷔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역대 두 번째 신인으로 자신의 진가를 알렸다.
미국 진출 후 신인상 수상으로 존재감을 알린 고진영은 ‘2년 차 징크스’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지난 시즌 LPGA를 평정했고, 어느새 LPGA에서만 통산 6승을 기록 중이다.
고진영은 “지난 4년간 국내 투어에서 끈기 있게 버티고 이겨낸 덕분에 LPGA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다”며 “국내 대회에서 축적한 경험과 노하우들이 미국 투어 생활을 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018년 시즌을 마무리한 후 곧바로 귀국하지 않고 2주간 미국에 남아서 그동안 부족했던 쇼트게임 부분을 보완했어요. 지난해 출전했던 대회들을 다시 한번 돌이켜보면 샷 메이킹도 좋았었지만 쇼트게임 쪽에서 2018년과 다른 경기를 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새로운 시즌을 위해 열심히 준비하고 있는데요.
무엇을 크게 고치려고 하기보다는 이미 오랫동안 몸에 익혀온 것들을 효율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어요. 골프는 완벽할 수가 없는 운동이에요. 누가 실수를 덜 하느냐가 관건이죠. 필드 위에서 어떻게 하면 집중을 잘하고 경기를 잘 풀어나갈지 늘 고민합니다.”
고진영이 LPGA 진출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계기는 2017년 10월 스카이72 골프클럽에서 열린 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우승이었다. 비회원 자격으로 9번째 도전한 이 대회에서 첫 우승과 함께 LPGA로 향하는 직행 티켓을 따낸 것이다. 당시만 해도 고진영은 이듬해 LPGA 도전을 잠시 망설였다. 새로운 투어 생활에 대한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LPGA 무대에 첫발을 내딛기 전까지만 해도 미국 투어 생활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어요. 무엇보다 성적에 대한 부담감이 가장 컸죠. 하지만 과감하게 도전을 선택한 덕분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LPGA는 선수들에게 최상의 투어 환경을 제공하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오로지 골프에만 집중할 수 있는 최고의 환경에서 열심히 기량을 갈고닦을 수 있었습니다.”
동료 선수들에게 인정받는 골퍼가 목표
‘좋은 방향이든 나쁜 방향이든, 내 자신을 컨트롤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 프로골퍼 고진영이 항상 마음속에 새기고 있는 신념이다. 숨이 막힐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필드 위에서 고진영이 ‘강철 멘탈’을 유지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이런 신념을 바탕으로 한 자신감과 승부욕이 자리한다.
2019년 최고의 시즌을 보냈지만 골프의 완성도 면에서는 아직도 갈 갈이 멀다고 겸손하게 말하는 고진영의 최종 목표는 은퇴 후 필드에서 선의의 경쟁을 펼쳤던 선수들이 그리워하는 골퍼로 남는 것이다. 동료 선수들이 영원히 기억하고 인정하는 골퍼로 남는 것이야말로 가장 영광스럽고 가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오랫동안 건강하게 투어 생활을 하는 것이 필수인데요. 수많은 대회를 치르다 보면 힘도 많이 들고 체력이 떨어지는 걸 느껴요. 항상 같은 컨디션을 유지하는 것도 프로선수가 갖춰야 할 자질이라고 생각해요. 평소 꾸준히 체력 훈련을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또 체력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강한 정신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마음을 비우고 치면 잘 맞고, 욕심을 내면 낼수록 안 맞는 게 골프인 것 같아요. 마인드를 잘 컨트롤하고 연습을 게을리하지 않는다면 올해도 분명히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오승일 기자 osi7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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