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겪으며 한국은 감염병 대응 강국으로 세계의 중심으로 우뚝 떠올랐어요. 신속한 진단검사, 투명한 정보공개 등 완벽한 방역을 위해 각계 전문가가 분주하게 노력한 덕분이에요. 질병관리본부장을 역임한 전병율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을 만나 감염병의 특성과 향후 대응 방안에 대해 들었어요.
“전염병이 2000년대 들어 주기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가 언제 나타날지 모르는 신종 바이러스에 대비해 만반의 준비를 해야 합니다.” 전병율(60) 차의과학대학교 보건산업대학원장이 감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드러냈다.
전 교수는 2009년 국내에서 신종플루가 유행할 당시 질병관리본부 감염병센터장으로서 상황을 진두지휘했던 인물이다. 1989년 보건복지부에 특별 채용돼 보험급여과장과 보험평가팀장·보건정책팀장 등을 거친 그는 신종플루 사태 당시 각종 언론에서 보여준, 전염병 대응에 신뢰성 있는 모습을 높이 평가받아 의사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보건복지부 대변인을 맡았다.
효율적인 통제 위해 시설격리 주장
이후 2011년부터 2013년까지 질병관리본부장을 맡아 일선에서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힘썼다. 지금은 26년에 이르는 공직 생활을 마무리하고 대학에서 후학을 양성 중이지만 감염병이 출몰할 때면 다시 국민 앞에 서고 있다. 2015년 메르스 유행 때 수많은 언론 인터뷰에서 방역당국의 정책을 진단하고 조언하는 조력자 역할을 해왔고 코로나19가 유행 중인 지금도 마찬가지다.
전 교수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며 “주로 정부가 발표하는 각종 방역활동과 대응 양상을 분석한 다음 언론을 통해 국민에게 전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그는 각종 뉴스, 라디오, 신문, 잡지를 종횡무진하며 코로나19에 관해 정확한 정보를 알려주고 경각심을 심어주고 있다. 또 보완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방역대책에는 과감히 문제 제기를 하고 대안까지 제시한다.
“일례로 확진자가 무더기로 발생하던 시점에 단순 자가격리가 아닌 시설격리를 통해 환자를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래야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고 의료 현장에서 병상 부담이 줄어들기 때문이죠. 정부가 이를 받아들여 시설격리를 진행했습니다.”
전 교수에 따르면 감염병이 끝난 후엔 정부가 중심이 되어 바이러스를 통제한 경험을 집대성한 백서 편찬 작업이 예정돼 있다. 바이러스 확산의 시작부터 종결까지 어떤 상황이 일어났는지 어떤 방법으로 극복했는지 등을 정리하기 위해서다. 감염병 극복 과정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아내면 법령 개선을 위한 논의도 진행한다.
“앞으로 유사 상황이 발생했을 때 더욱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죠. 신종플루, 메르스 때도 동일한 작업을 했어요. 메르스를 겪으면서는 확진자에 대한 정보가 공유되지 않은 게 문제점으로 지적됐습니다. 누가 감염됐는지조차 모르니 시간이 갈수록 국민의 두려움이 극에 달했죠.
이후 감염병이 돌 경우 휴대폰, 신용카드, CCTV에 담긴 정보를 활용해 확진자의 동선과 접촉자 파악 등이 이뤄지도록 법령을 바꿨어요. 코로나19 때 확진자 정보가 투명하게 공개될 수 있었던 이유죠. 또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확보한 후엔 학교·기업이 신속하게 진단시약을 만들 수 있도록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신속 승인절차를 마련했고, 곧바로 정보를 공유할 수 있었습니다.”
다른 국가가 할 수 없었던 발 빠른 방역 활동이 우리나라에선 가능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한편에선 코로나19 방역 대책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전 교수는 “코로나19는 중국에서 하루에 수만 명씩 국내로 유입되는 걸 통제하지 못해 대규모 확산이 시작됐다”며 “초기에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적극적인 통제가 이뤄지지 않으면 어떤 결과를 낳는지 이번에 또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위생적이고 현대화된 이 시대에도 전염병이 계속 창궐하는 이유가 뭘까. 전 교수는 “동물과 사람 사이를 오가며 변이를 거듭하는 바이러스의 특징 때문”이라고 말했다. “2000년 이후 발생한 신종 감염병은 모두 동물에게 질병을 일으켰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전파되며 시작됐습니다. 변이된 바이러스가 인체에 들어와 새로운 형태의 질병을 일으키는 것이죠. 동물을 사육하고 포획하는 과정이 예전보다 더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주기적으로 신종 바이러스가 발생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전 교수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에 대비하기 위해선 전 세계가 신속하고 정확한 정보 공유에 힘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먼저 전염병을 겪은 국가의 경험이 다른 나라에서는 ‘방역 교과서’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바이러스 전파 경로, 발생 양상, 통제 방법 등을 신속하게 세계보건기구(WHO)와 공유해야 팬데믹을 막을 수 있죠.
코로나19 또한 팬데믹이 선언되긴 했지만, 중국에서 최초의 발생 전파 양상과 환자가 중증으로 진행하는 과정, 속도, 치료에 필요한 자원 등을 밝혀 다른 나라의 방역에 도움을 줬습니다. 앞으로 WHO는 직접 질병 통제에 참여하기보다 각 국가에서 공유하는 정보를 모아 분석해 전파함으로써 회원국들이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길 바랍니다.”
전 교수는 기업들도 감염병으로 인해 생기는 리스크에 적극적으로 대비해달라고 주문했다. 감염병에 노출됐을 때 자체적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해야 한다는 뜻이다. 전 교수는 “학교에서 보건교사가 교내 건강관리에 힘써 교육과정이 정상적으로 돌아가도록 돕는 것처럼 기업도 보건 전문가를 고용해 임직원들의 건강관리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어서 그는 “평소 화재·지진 등 재난 발생 시 피해를 줄이기 위한 훈련을 반복하듯 감염병 또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매뉴얼을 만들고 훈련해야 한다”며 “그래야 치료에 필요한 제품의 개발·생산·유통 등의 과정을 정상적으로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강단에서 그간의 경험을 생생하게 전달할 계획이며 잠시 미뤄뒀던 모임도 재개할 예정이다. 전 교수가 좋아하는 모임 중 하나는 J포럼 원우 모임이다. 2010년 보건복지부 대변인 시절 J포럼을 수강했고 그때 만난 원우들과 10년지기가 됐다. 현재 그는 2기 원우회 사무총장으로서 동기들의 지속적인 교류에 힘쓰고 있다.
“지속적으로 모임에 나오는 동기는 30여 명인데 서로의 위치를 떠나 모두 형, 동생하며 친하게 지냅니다. 이런 분들을 만나게 해준 J포럼에 감사할 따름입니다. J포럼은 언론사가 진행하는 과정이라 그런지 트렌디한 정보, 시대의 변화와 흐름, 위기 상황시 대처법 등을 면밀히 알려주더라고요. 정보 교류, 인적 교류에 목마른 분들에게 J포럼을 적극 추천합니다.”
※ J포럼은 2009년 국내 언론사에서 최초로 시작한 최고경영자과정이다. 시사와 미디어, 경제, 경영, 역사, 예술 등 각 분야 최고 전문가들의 강좌와 역사탐방, 문화예술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로 11년째를 맞이한 J포럼은 매년 두 차례(3·9월) 원우를 선발한다. 그동안 졸업생 1000여 명을 배출해 국내 최고의 오피니언 리더와 인적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학습과 소통 공간으로 자리를 잡았다.
문의·접수 : 중앙CEO아카데미 J포럼사무국 (02-6416-3809,3905) http://ceo.joongang.co.kr
신윤애 기자 shin.yunae@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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