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때보다 너무 긴 추석연휴. 귀성길, 귀경길에 심심할 때, 연휴 동안 방에서 뒹굴 때, 다들 떠나는 여행도 못가고 집에서 뒹굴 때 남은 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방법을 찾는 분들을 위해 추석연휴 볼만한 테마별 웹툰을 소개한다. 취향에 맞는 웹툰을 골라 색다른 즐거움을 누려보자.
1. 김진 & 낢 & 필냉이의 <한살이라도 어릴 때> : 리얼야생 보여주는 몽골 배낭여행
일상을 벗어나길 바라는 이들에게 최고 아이템 중 하나는 역시 배낭여행이다. 스스로 잠자리와 먹거리, 그리고 일정을 정해 떠나는 배낭여행은 자유와 책임을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장 여행다운 여행이 될 것이다. <한 살이라도 어릴 때>는 이러한 배낭여행의 재미를 흠뻑 느끼게 하는 작품이다. 배낭여행을 소재로 한다는 점 외에 이 작품이 특별한 또 다른 이유는 바로 유명 만화가 3명이 함께 참여한 이야기라는 점이다.
<낢이 사는 이야기>의 서나래, <나이스 진 타임>의 김진, 그리고 <고양이 일기>의 필냉이 등 세 명의 여성만화가가 함께 여행하면서 겪은 에피소드를 만화로 옮겨왔다. 세 명의 만화가가 순서를 정해 번갈아 가면서 그림작업을 진행했고, 덕분에 독자는 한 작품 안에서 세 가지의 그림체를 한꺼번에 감상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다같이 만난 식사자리에서 매일매일 이어지는 마감을 성토하던 중, “셋이 같이 여행이나 다녀왔으면 좋겠다”는 동상이몽을 이야기했던 것. 그 꿈은 현실이 되었고, 그 현실이 다시 만화로 옮겨진 셈이다. 물론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실제로 현실화되기까지는 동상이몽 이후 1년여의 시간이 더 필요했다.
어렵사리 똘똘 뭉친 세 여인이 마침내 여행지를 결정해야 할 순간에 이르렀으니, 각각 “넓은 초원이 끝없이 펼쳐진 곳”과 “밤이면 별이 눈부시게 쏟아지는 곳” 그리고 “귀여운 동물들을 실컷 볼 수 있는 곳”을 떠올리며 최종 교집합을 이뤄낸 곳은 몽골이다. 이제 그녀들이 전해주는 몽골 여행의 ‘진짜’는 진정한 야생을 보여주는데 있다.
울란바토르를 벗어나면서 시작되는 오프로드는 드넓은 벌판이 모두 화장실이라는 체험을 선사해주고, 숙소에서마저 자가발전으로 고작 3시간 정도만 전기가 허락되는 상황이이어진다. 그것은 곧 자연이 선사하는 경이로움은 탈문명의 불편함과 동의어라는 사실과 다름없다. 그러니 캄캄한 초원 어딘가 홀로 불 켜진 화장실을 사용하던 중 창문을 뒤덮는 나방의 날갯짓을 보게 된다하더라도 결코 당황해서는 안되리라.
평균 나이가 31.6세 임에도 불구하고 몽골이라는 나라를 옹골차게 돌아다녔던 그들의 이야기는 배낭여행에 도전장을 내밀기엔 이미 늦은 나이라고 지레선언해버리는 많은 이에게 귀감이 될 듯하다. 회사에사표를 던질 것이 아니라면 생각하기 힘든 한 달이라는 여행기간도, 남들 다 가는 평범한(?) 해외가 아니라 초원을 택할 수 있었던 용기도 모두 특별해 보이지만, 가장 부러운 것은 다른 데 있다.
바로 함께 떠날 수 있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 사표를 던지는 것도그리고 여행지를 정하는 것도 내 의지대로 할 수 있지만, 함께 배낭을 짊어질 사람이 있는 것은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2. 와루의 <소나기야> : 전원생활의 환상을 버리고 얻은 따뜻한 인연
이번 이야기의 키워드는 ‘휴양’이다. 몸이 아픈 주인공이 시골생활을 경험하며 풀어놓은 이야기다. 비록 휴양 차 도시를 떠나야만 하는 주인공이지만 패스트푸드와 게임방 정도는 기꺼이 대체할 수 있는낭만을 꿈꾸며 시골로 향한다. 이를테면 “목이 마르면 근처 수박 밭에서 수박을 따다가 원두막에 올라더위를 식히고, 밤이 되면 모닥불 앞에 앉아 인생을노래하는 것”과 같은 전원생활 말이다.
하지만, 기차가 데려다 준 이름 모를 시골역에서 이미 첫걸음부터 주인공의 기대와는 어긋한 휴양일지가 시작된다. 마중 나오기로 했던 마을이장님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엉성한 지도 한 장에 의지해 숙소를 찾으러 가는 도중 시냇물에 떠내려오는 한복차림의 여성을 구해내기도 한다.
지나가는 마을 사람에게 도움을 요청해도 묵묵부답이고, 천신만고 끝에 도착한 숙소는 민속촌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초가집이다. ‘과연 이런 곳에서 주인공은 건강을 되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생길 쯤, 작품은 강아지한 마리를 등장시켜 주인공 앞에 재롱을 부리게 하니 ‘평화로운 시골 풍경’에 대해서는 의심할 여지가없게 한다.
하지만, 강아지와 주인공을 향해 돌팔매질을 하는 할아버지의 등장, 한복차림 여성에 대한 마을 주민들의 경계 그리고 팔에 문신을 한 구멍가게 주인 등 평범치 않은 상황과 일반적이지 않는 캐릭터들이 줄지어 등장하면서 작품은 주인공의 휴양일지에 묘한 스릴러 분위기를 얹고 있다.
달리 할 일도 없던 주인공에게 마을을 떠도는 여러 소문의 진상을 밝힐 임무가 부여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그리고 마을이 지닌 묘한 분위기에 대해 궁금증을 참지 못한 주인공이 하나씩 비밀을 밝혀나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 마을 사람들 속으로 동화되어 가는 과정과 다르지 않다.
주인공의 휴양여행이 체험형 민박으로 바뀌는 것은 이때부터다. 이제 할아버지와 강아지에 얽힌 사연이 밝혀지고, 이장의 어두운 얼굴에 드리운 그늘의 이유도 알게 되며, 모든 사람으로부터 경계의 대상이 됐던 한복차림 여성도 다시 마을 사람들의 관심 속으로 불러들인다.
주인공은 건강한 몸을 되찾기 위해 시골로 내려온 것이지만, 그의 등장으로 인해 마을에 퍼져 있던 오해와 무관심도 벗어 던질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니 그야말로 모두가 서로에게 힐링이 되는 여정이다. 어쩌면 작품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여행이 우리에게 선사하는 가장 뜻 깊은 부분은 새로운 경험과 함께 새로운 인연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지도 모른다.
3. 꼬마비의 <살인자ㅇ난감> : 평범한 청년이 괴물이 돼가는 과정
작품은 겉모습부터 여러모로 독특함을 뽐낸다. 제일 먼저 눈길이 가게 되는 제목은 ‘살인자’와 ‘난감’ 사이에 ‘o’를 두어 살인을 장난감처럼 여기는 범죄자를 꼬집는 건지, 혹은 살인자가 대략난감하다는 의미인지 여러 가지 해석을 낳게 한다. 한편, 한 컷짜리 카툰을 떠올리게 만드는 간략한 그림체 또한 범상치 않다. 스토리가 중심이 되는 서사장르에서는 보기 드문 이미지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4단으로 이야기를 구성해나가는 방식은 살인자o난감만이 보여주는 도드라진 연출법이다. 전체 이야기가 하나의 맥락으로 흐르는 연재만화에서 이런 식의 구성은 매우 보기 드문 사례다. ‘완전범죄’처럼 주도면밀하게 계획되어 있지 않으면 이야기의 전달에 있어 실패할 확률이 그만큼 커지기 때문이다.
작품은 ‘목격자가 되어주세요’라는 다소 도발적인 문구로 시작되면서 처음부터 보는 이의 흥미를 유발한다. 물론 그 말이 아니더라도 독자로서는 작품을 보는 내내 주인공 ‘이탕’의 살인 행각을 관찰자의 입장에서 목격할 수밖에 없다. 주인공과 독자의 관계를 실감하게 만드는 이 적당한 거리감은 작품을 보는 내내 다음 순간 이야기가 어떤 방향으로 흐르게 될지에 대한 궁금함도 동반한다.
한편 관찰자였던 독자의 입장에서는 모든 현장에 있었지만, 정작 사건을 풀어나가야 하는 형사 ‘장난감’의 입장으로 돌아와서는 어떤 단서도 찾아내기가 쉽지 않다. 명확한 증거를 찾아야 범인을 지목할 수 있는 법인데, 사건 현장에 없던 형사의 처지로서는 상황 자체에 대한 정확한 파악조차 힘겹다. 그러므로 독자는 이탕의 범행과 사건의 실체를 알면서도 확실한 증거가 나올 때까지 형사의 시선에 동행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작품이 보여주는 또 다른 재미는 주인공의 심리묘사에 있다. 너무나 평범했던 그가 처음 사람을 죽이게 되는 것은 그야말로 우발적이다. 목격자가 없음을 확인하고 현장에서 달아났던 그는 자신의 자취방에 도착해서도 “달리기의 출발선에 서서 두근거리던 그 불쾌한 긴장감이 사그라들지 않아”라는 묘사를 통해 불안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하지만 자신이 죽인 인물이 ‘죽어 마땅한 인물’로 밝혀지면서 그의 죄의식은 옅어지고, 어쩔 수 없는 상황 속에서 거듭되던 살인은 급기야 ‘의도적 행동’으로 변화되기에 이른다.
이처럼 작품은 평범했던 한 청년을 괴물로 만들어가는 과정에 대해 끔찍하지만,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물론, 설득의 시간들은 사건의 퍼즐 맞추기에 점점 집중해 들어가게 되는 독자의 모습과 그 궤도를 같이한다. 이제 사건의 진정한 목격자로서 당신이 놓친 것은 없는지 혹은 있다면 무엇인지를 되돌아볼 때다.
4. 단우의 <스토커> : 유괴장면 목격한 스토커의 선택
‘평범한 주부를 훔쳐보는 한 남자가 있다. 어느 날 그는 그녀의 딸이 유괴되는 장면을 목격한다.’ <스토커>는 이처럼 스토커 주인공이 스토킹 중인 여자의 딸이 납치되는 장면을 목격한다는 기발한 설정에서 시작된다. 즉, 범죄자가 범죄자를 쫓는 이야기인 셈이다. 일단 그녀의 신상정보는 이렇다. 단독주택 2층에 살고 있으며, 매일 아침 늦잠을 자는 남편과 유치원에 다니는 딸이 있다. 딸아이의 생일 케이크를 손수 만들어주기 위해 얼마 전부터는 제빵학원에 다니고 있다.
가끔 가스불을 켜놓고 잠이 들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평화로운 일상이다. 그런 그녀를 훔쳐보는 주인공 스토커는 이른바 ‘은둔형 외톨이’다. 그런 그가 집안에서 하는 일은 오로지 컴퓨터 모니터에 집중하는 것이다. 그녀가 살고 있는 집 주변에 CCTV를 설치한 주인공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할 수 있다. 헌데, 훔쳐보는 주인공의 모습이 좀 유별스럽다. 자신도 자신의 행동이 범죄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는 듯 보이며, 스토킹 자체도 스스로의 기준에 맞추어 ‘선’을 넘지 않은 정도로만 한다. 왠지 사연이 있어 보이는 것은 이처럼 스토킹에서 일정한 기준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인물들 사이에 얽힌 과거가 드러나면서 이제 독자는 그녀를 훔쳐보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지켜주는 주인공의 측면을 목격하게 된다. 가스불을 끄지 않은 채 잠들어버린 그녀에게 전화를 걸어서 깨워주고, 남편의 차를 부딪치고 달아나버린 차량의 번호도 알려준다. 여전히 친구가 되고 싶으면서도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지 못하는 주인공의 처지는 스토커라는 단어 하나로 정의 내리기엔 뭔가 껄끄러운 것이다.
그런 헷갈림을 뒤로 하고, 중요한 것은 그녀의 딸이 유괴되었고 그 장면을 주인공이 목격했다는 사실이다. 그녀의 웃음을 찾아주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가 나서서 유괴범을 잡아야겠지만, 그렇게 되면 지금까지 그녀를 스토킹했다는 사실이 밝혀지게 된다. 그렇다고 모른 체 하고 있자니 그 또한 주인공에게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다. 이제 그는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궁금하다면, 스크롤을 내려보시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