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는 이제 단순한 언어 인식을 넘어 인간의 감정을 인식하는 수준으로 나아가고 있어요. 이제 정말로 인간을 대처할 기계 인간이 생길지도 몰라요. 머지않아 ‘디지털 휴먼’이라는 신인류가 나타날 수도 있어요. 아크릴은 국내 AI 업계에서 감성 인식 분야 선구자이자 최고 기술기업이에요.

 

 

2013년 개봉된 영화 [허(Her)]는 ‘사만다’라는 이름의 인공지능(AI)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진 한 남자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딥러닝으로 스스로 학습하며 언제 어디서든 함께하던 사만다는 급기야 실존하는 존재 이상의 의미로 각인된다. 영화의 엔딩은? 스스로 학습해 성장한 사만다가 결국 남자를 차버리며 떠나고 만다.

씁쓸한 결말이 반전을 안겨주었지만, 독특한 줄거리만큼이나 관객의 눈앞에 드러난 AI의 가능성도 깊은 여운을 남겼다. 단순한 언어 인식을 넘어서 인간의 감성과 감정을 이해하고 이에 반응하며, 나아가 스스로 분석해 추론하는 수준에 이른 AI 기술이 실감 나게 그려졌기 때문이다.

AI가 인간의 감성을 이해할 수 있을까? 지난 2011년 박외진 대표가 창업한 아크릴은 카이스트 전산학과 출신들이 주축이 돼 창업 때부터 ‘감성 컴퓨팅(Affective Computing)’을 파고들며 인간의 감성을 인식하는 AI 연구에 힘을 쏟고 있다.

“‘검색’을 주제로 박사학위를 준비하다가 MIT 미디어랩이 1990년대 중반부터 연구해온 감성 컴퓨팅을 우연히 알게 됐어요. 행간에 숨은 진실을 찾는다는 게 너무 흥미로웠죠. 검색은 결국 이해와 소통을 위함인데, 그러려면 감성부터 명확히 인식하는 게 출발이라 생각했어요.”

 


인간의 카운터파트너로 성장할 AI


아크릴의 대표 비즈니스 모델은 언어지능을 비롯해 시청각지능, 감성지능 등을 통합한 AI 플랫폼 ‘조나단’이다. 박 대표는 조나단을 “AI 시스템 구축이 필요한 이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이자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AI 관련 기술이나 시스템이 전무한 기업이 새로 챗봇 시스템을 구축하고 싶다면 조나단 플랫폼을 끌어와 손쉽게 자사 챗봇을 구축하는 방식이다.

 

박 대표는 “조나단을 이용하면 해당 기업이 그동안 쌓아온 데이터를 활용해 더욱 손쉽게 AI 시스템을 구축하고 사후 관리까지 할 수 있다”며 “더욱 스마트한 AI 구현을 위해 끊임없이 데이터를 쌓고 훈련시키는 중”이라고 말했다.

아크릴은 AI 감성 인식 분야에서 국내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갖췄다. 챗봇의 기반인 텍스트는 물론이고 음성과 표정, 제스처 등에서 상대가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인식하는 기술을 말한다. 아크릴은 지금까지 3억 건이 넘는 텍스트와 300만 건에 이르는 영상 데이터를 확보했다.

 

정확한 감성 인식은 관련 데이터를 얼마나 많이 모으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아크릴은 전자책이나 웹상의 댓글을 분석하기 위해 크라우드워커를 고용해 데이터 수집을 계속 이어가고 있다. 연극배우 50여 명에게 실제 상황과 연기를 의뢰해 초기 감성지능을 만드는 데 활용하기도 했다.

“감성은 정답이 없는 분야예요. 동일한 상황에서 느끼는 감정이 다 다르기 때문이죠. 크라우드워커들에게 같은 표정과 문장을 동시에 보낸 후, 절반 이상이 같은 감정으로 수렴하면 이를 AI가 인식해 훈련합니다. 지금으로선 일종의 다수결이나 집단지성으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학습한 결과 AI의 감성 인식 능력이 90%까지 정확도를 갖추게 됐어요.”

조나단은 현재 보험업과 의료업(병원)을 비롯해 홈로봇, 미디어·리테일 등 다양한 산업군과 기업에서 도입해 실제 비즈니스에 활용하고 있다. AIA생명·라이나생명·롯데손해보험·KB손해보험 등 보험사들은 조나단을 도입해 불완전판매 검사 등에 활용하고 있다. 고객 클레임을 분석해 민원의 심각도를 수치로 나타내기도 한다. 해당 클레임이 소비자보호원 고발 같은 실제 분쟁으로 이어질지 여부를 AI가 예측하는 수준이다.

최근 들어 박 대표는 바이오헬스 분야로 비즈니스 범위를 넓히고 있다. 지난 2018년 화상전문병원인 베스티안병원과 함께 개발한 AI 딥러닝 기반 챗봇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특히 빠른 진단과 치료를 위한 화상심도 예측 모델을 개발해 응급 대응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화상은 48시간 안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흉터가 적게 남는데, 화상 정도를 AI가 판독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서울대병원과 함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조기진단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박 대표는 “병원과 협업하며 AI가 인간의 생명을 지키는 데 활용될 수 있음을 알게 됐다”며 “사회적 안전망 구축에 기여하는 AI 기업으로 성장하고 싶다”고 말했다.

AI의 사회적 가치가 커질수록 디지털 휴먼의 발전 가능성 역시 무한 확장하리라는 게 박 대표의 전망이다. 인간을 일자리의 고통에서 벗어나게 할 수 있는 AI, 여가와 문화 등 삶의 질을 높이는 데 필요한 AI를 말한다.

“궁극적으론 개인이 고용 가능한 디지털 휴먼을 꿈꿉니다. 채용 면접을 통해 입사하듯이 AI도 인간에게 고용 가능한지 역량을 검증받아 파트너로 함께하는 거죠. 인간의 워크&라이프 밸런스를 맞춰주는 존재, 한마디로 고용 가능한 AI가 우리의 목표입니다. 그러려면 내 감성을 인식하고 공감하는 기술이 발전해야만 하죠.”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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