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19사태로 속도가 빨라진 디지털 전환은 의료계에도 급물살을 일으켰어요. 의료기록 및 시스템 안에서 언제 어디서나 환자가 의료진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비대면 상호작용의 필요성이 높아졌지요.

국내 의료계를 대표하는 서울대학교병원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어요. 그 중심인물인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은 국내 의료계 리더일 뿐만 아니라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혁신적 인물로 꼽혀요.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의 집무실은 1908년에 설립된 대한의원 본관에 위치하고 있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했다. 이후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감염자가 폭증하면서 의료시스템 붕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당시 김연수 서울대학교병원장은 ‘수많은 경증환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해야 의료진의 업무 과부하를 막을 수 있을까’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고 말한다. 서울대학교병원은 경북 문경에 있는 연수원 시설인 인재원을 활용해 생활치료센터를 선제적으로 열었다.

“현실적으로 많은 의사와 간호사를 파견할 수 없었어요. 최소 인력을 파견하되 서울대학교병원의 진료 역량은 유지해야 했죠. 그래서 급하게 IT시스템을 대안으로 적용했습니다. 단 원칙은 첫째 대면할 것, 둘째 환자 상태를 실시간 확인할 것, 셋째 엑스레이 등 검사 결과를 빠르게 확보할 것이었죠. 하지만 준비된 시스템은 없었어요. 그래서 화상진료는 카카오톡 화상통화, 순회진료와 검사 결과 확인은 앱을 통해 현장이 아니더라도 곧바로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구축했죠. IT기술을 발 빠르게 적용한 덕분에 현장에는 응급 상황에 대비한 필수 인력만 배치하고 중앙의 24시간 모니터링 시스템으로 감염병에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서울대학교병원은 이번 경험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의료서비스에 IT테크를 도입하고 있다. 지금까지 병원 각 부분에서 활용해온 기술을 어떻게 통합해 의료서비스의 완성도를 높일지를 고민하고 있다. 질환과 환자에 따라 개인 라이프로그 데이터를 어떻게, 어떤 주기로 모으고 관리할지 연구하는 ‘스마트 외래진료’ 테스크포스(TF)를 지난 4월부터 가동했다.

김 원장은 원격의료 서비스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이번 코로나19 사태로 커졌다고 말한다. 그는 이제 ‘디지털 헬스케어’는 시대적으로 불가피하고 일부 환자군에는 당장이라도 시작해야 할 때라고 역설한다. 원격의료를 둘러싸고 ‘대형병원 쏠림현상’, ‘1·2·3차 진료체계 붕괴’ 등 정치적 이슈와 우려로 발목을 잡고 있는 상황에 그는 안타까움을 표했다.

“예를 들어 만성콩팥병 환자의 경우 매일 혈액투석을 해야 하는데 가정에서 사용하는 투석기를 인터넷에 연결하면 관련 데이터를 손쉽게 의료진이 입수할 수 있어요. 현재는 매일 수기로 기록하고 있죠. IoT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확인하며 의료진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처방을 미세 조정 합니다. 더욱 정교한 의료서비스가 가능한 것이죠. 하지만 원격의료는 현재 규제와 반대에 묶여 시도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에요.”

김 원장의 주장은 명확하다. “특수질환자, 만성질환자 등 원격의료가 가능할 경우 리스크를 급격히 낮출 수 있는 케이스부터 시작하자”는 것이다. 그는 “원격의료는 기존 의사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더 많은 생명을 구할 수 있는 묘안”이라고 강조한다. 특히 중환자를 대상으로 하는 원격의료 시스템(Tele-ICU)은 한정적 의료 자원으로 인한 사각지대를 메꿔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중환자를 전담하는 의사 인력은 큰 병원이 아니라면 확보하기 어렵습니다. 중환자는 24시간 돌봐야 하는데 그러려면 3교대 의료진이 확보돼야 해요. 하지만 현실적으로 3교대 인력 확보가 여의치 않기 때문에 중환자실 의사들의 노동강도가 살인적이죠. 그래서 지방 의료기관에서는 중환자실 의사를 구하지 못해 인력난을 겪고 있어요. 이는 심각한 상황을 야기합니다. 예를 들어 누군가 큰 부상으로 중환자실에 갔을 때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있는 의사가 골든타임에 부재하다면 생명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의미입니다. 만일 원격진료를 통해 대형병원의 Tele-ICU 의료진이 대신 민첩하게 대응하고 정규 의사가 올 때까지 환자의 목숨을 유지해 줄 수 시스템이 있다면 그 효용은 매우 큽니다. 실제 미국 메이오클리닉(Mayo Clinic)은 동북부 로체스터에 있지만 남부 마이애미 지역의 중환자를 원격진료로 돌보고 있어요.”

현재 국내 의사 수를 두고 ‘많다’, ’적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지만 김 원장은 실제 지역적 불균형과 전공의 분포가 문제의 본질이라고 지적한다. 그는 “중환자 전담 전문의를 지원하는 의학도가 상대적으로 적은데, 원격의료 시스템이 도입되면 지원자가 늘 것”이라며 “이는 의학도의 특정 전공 쏠림 현상을 해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즉, 원격진료가 의료자원의 지역·전공의 왜곡현상을 해소할 수 있는 열쇠라는 것이다.

현재 1·2·3차 병원 진료시스템에 따른 불편함 역시 원격의료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김 원장은 “1차병원에서 검사 결과에 이상이 있을 때 대형병원으로 환자를 보내는 게 현재 관행인데, 원격의료를 도입하면 2·3차 병원까지 가지 않아도 데이터를 공유하고 화상 컨설테이션을 제공할 수 있다”며 “이는 3차 대형병원의 부담을 줄이는 동시에 지역 기반 병원의 기능을 활성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만성환자는 지역 기반의 원격의료로, 특수환자만 대형병원으로 오는 상생 모델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대형병원과 지방·군소병원이 협약을 맺고 교육자료와 데이터를 공유하며 의료서비스의 전체 역량을 끌어올릴 수 있다는 큰 그림이다.


진보적 리더십으로 디지털 전환 이끈다

 

 

디지털 기술이 의료계에서 다양하게 채택되고 있는 가운데 김 원장은 서울대학교병원을 스마트병원으로 전환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그는 디지털 전환을 이끄는 데 적절한 리더십으로 평가받고 있다. 서울대학교병원 경영 전반을 꿰뚫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보건의료, 의학 발전의 중추로서 활약이 기대된다. 전공지식 외에도 디지털 기술에 대한 깊은 관심과 일가견을 두루 갖추고 있다는 게 의료계의 평가다. 김 원장에 따르면 서울대학교병원이 추진하는 디지털 전환의 골자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첨단 진단시스템이다. 진단할 때 의사의 정확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데이터가 중요하다. 이를 위해 모든 의료기록을 디지털화해야 하는데, 여기에는 소리, 영상 등 비정형 데이터까지 포함된다. 데이터가 축적되고 기계학습·예측분석이 가능해지면 의사는 더욱 빠르고 정확하게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진단의 경우 현재 이상조직을 잘라내 현미경 들여다보는데 이를 염색해서 스캐닝한다면 데이터로 만들 수 있다. 암조직 스캐닝 데이터가 축적돼 데이터세트가 형성되면 암진단이 손쉽고 빨라진다. 더 나아가 비정형 의료데이터와 디지털 병리가 결합하면 시각적 관찰만으로도 진단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내시경 검사 중 혹이 모니터에 나타나면 데이터로 학습된 인공지능이 1차적으로 암인지 아닌지 조직검사 없이 초기 진단할 수 있다. 김 원장은 이러한 첨단진단시스템이 수년 안에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둘째, 클라우드 기반의 리서치 플랫폼이다. 의료 빅데이터가 클라우드에 집약되면 누구나 검사 결과 데이터를 연구용으로 활용할 수 있다. 연구진이 서울대학교병원의 의료 데이터베이스에 접속 권한을 받으면 패스워드를 입력하고 클라우드에 접속해 분석실험을 하는 형태다.

 

이는 개인정보보호에도 효과적이다. 연구를 위해 누군가가 의료데이터를 내려받아 소유하게 되면 그 데이터의 노출과 소멸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대학교병원은 클라우드 리서치 플랫폼을 올해 초부터 구축하고 있으며 오는 10월경 완료할 계획”이라고 김 원장은 밝혔다.

디지털 전환 전략을 위해 서울대학교병원은 여러 IT기업과 협업하고 있다. 로보틱프로세스자동화(RPA)는 LG, 빅데이터 리서치 플랫폼 구축 사업은 AWS와 메가존, 원격비대면 솔루션과 협업 및 커뮤니케이션툴은 마이크로소프트, 디지털 병리를 위한 전자의료기록(EMR) 관리는 의료IT전문기업 이지케어텍과 함께하고 있다.

취임 1주년을 맞은 김 원장은 서울대학교병원과 국내 의료산업의 대변환을 예고했다. 의료기관이자 고등교육기관인 서울대학교병원은 앞으로 양질의 의료인력을 얼마나 잘 키워낼 것인가에 미래가 달려 있다고 그는 강조했다. 특히 최상·최적의 의료 역량을 갖추기 위해 예산의 30%가 연구에 투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순수 학술연구를 넘어 다양한 산업과 연계도 도모한다. 이를 위해 김 원장은 산업화, 실용화 의료기술을 생성할 ‘융합의학기술원’과 ‘혁신의료기술연구소’의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융복합 의학산업, 데이터산업 등을 총괄하고 미래의학을 이끄는, 소위 의료혁신 발전소다.

 

현재 서울대학교병원 근처 서울 이화동에 자리 잡을 융합의학기술원은 오는 9월 개원 및 개소를 목표로 다양한 전문지식을 갖춘 교수들을 초빙하고 있다. 연수생 제도를 통해 50~60명의 연구인력 규모로 운영할 계획이다. 김 원장은 “이곳은 실제 의료기술의 산업화를 기획하고 시험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 성격을 띤다”고 정의했다. 융합의학기술원은 김 원장의 전략이 집약된 집단지성 수행조직으로, 보수적인 의료계에 혁신성을 생성하겠다는 다짐이 녹아 있다.

“학창 시절부터 ‘삼각형의 두 변의 합은 다른 한 변의 길이보다 길다’는 말을 늘 염두에 두고 있어요. 이는 여러 해석을 할 수 있지만 ‘두 사람의 노력이 합쳐지면 똑똑한 한 사람보다 언제나 낫다’는 뜻으로, 제 삶의 모토입니다. 현재 병원장으로서 이 생각을 마음 깊이 이어가고 있습니다.”

 

이진원 기자 lee.zinone@joongang.co.kr

사진 전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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