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그 가운데 무려 1500년이나 이어져 내려온 전통 채화칠기 기술 전수자 최종관 씨의 경우 온 가족이 전통을 지키며 그 부흥을 꿈꾸며 기다리고 있어요. 홍대에 있는 최 장인의 작업실에 가보았어요.
채화칠기는 옻칠한 나무 위에 색이 있는 광물 안료를 이용해 문양이나 그림을 그리는 전통 공예다. 신라 시대 이전부터 이어져온 문화지만, 나전칠기에 가려 상대적으로 주목을 받지 못했다. 반대로 일본에선 채화칠기가 나전칠기보다 인기가 좋아 일본 문화라는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이런 악조건에도 묵묵히 전통을 지키며 채화칠기의 부흥을 꿈꾸는 가족이 있다. 50년째 한 우물을 파고 있는 채화칠기 전수자 최종관(69) 씨 가족이다.
아들은 20년 가까이 수련 중
서울 홍익대 입구 인근에 있는 최 전수자의 작업실은 입구에서부터 옻칠 냄새가 그득했다. 최 전수자의 가족 네 명이 작업하는 데 여념이 없다.
딸 다영(32) 씨는 찹쌀풀과 옻 진액을 1대1로 섞어 만든 ‘호칠’을 이용해 나무에 삼베를 입히고 있다. 아들 민우(39)씨는 옻 진액과 광물 안료를 섞어 물감을 만든다. 방망이 모양 밀대를 앞뒤로 밀며 농도와 색을 조절한다. 민우 씨는 20년 가까이 아버지로부터 기술을 전수받아오고 있다.
단아한 모양의 그릇에 사포질하는 아내 김경자(61) 씨는 오는 4월에 딸과 함께하는 전시를 준비하는 데 한창이다.
아들을 설득하기까지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같은 길을 걷고 있다. 딸 다영 씨도 한국전통문화학교를 졸업한 뒤 채화칠기 작가의 길을 택했다. 최 전수자는 “평생 가장 의미 있다고 생각하는 일은 아들과 딸에게 전통을 물려주고 있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전통을 계승 발전시켜 우리의 채화칠기가 전 세계에 알려지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사진·글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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