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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BMW 더 뉴 미니, 3세대 미니의 개성적인 변화

자동차의 개성이 점점 사라지고 있다. 중후한 멋이 무기인 세단은 점차 뒤를 가파르게 깎아 스포티한 느낌을 더한다. 스포츠카는 편안한 승차감과 넓은 실내 공간을 강조하며 세단화(?) 되고 있다. 


심한 경우 차 고유의 정체성마저 잃을 위기다. 이런 분위기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영역을 지키는 개성만점의 차가 있다. 최근 3세대 모델로 변신한 BMW 더 뉴 미니다.


BMW 미니


미니는 2000년대 초·중반 폴크스바겐 비틀, 닛산 큐브와 함께 튀는 디자인으로 관심을 끌었던 차다. 세월이 흘렀다. 닛산 큐브는 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더 비틀 역시 2012년 출시 이후 이렇다 할 힘 한번 못쓰고 점차 판매량이 줄었다. 


이후 시트로엥 DS 시리즈, 피아트 치퀘 첸토 등이 개성 강한 차 대열에 합류했지만 낮은 브랜드 인지도 탓에 큰 성공을 거두진 못했다. 경쟁자들이 주춤하는 사이에도 승승장구하는 차가 BMW 미니다. 오히려 판매량을 더욱 늘리며 독보적 위치를 점하고 있다.




미니의 고민은 지금부터가 시작이다. 지금까지의 미니가 개성을 강조하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훔치는데 주력했다면 지금부터는 좀 더 대중적 소비를 지향하는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게 가능할까?


올 초 출시된 3세대 BMW ‘더 뉴 미니’는 대중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맞췄다. 외관의 볼륨을 많이 없앴다. 도드라지는 곳을 줄이고 전체 라인을 매끄럽게 가다듬었다. 다소 밋밋해 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강렬한 인상을 주는 헤드라이트로 포인트를 줬다. 


“너무 튀는 디자인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위한 배려”라고 BMW 측은 설명했다. 그럼에도 미니 고유의 아이덴티티는 남겨뒀다. 누구나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미니를 알아 볼 수 있다. 


“대중성을 강조하면서도 미니 특유의 매력을 지켜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어차피 ‘튀는 차’인데 굳이 ‘덜 튀게’ 만든 것은 스스로의 매력을 반감시킨 결과”라는 아쉬움의 목소리도 있다.


내관에서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3세대 미니의 센터 페시아부터 큰 변화가 보인다. 동그란 원형 라인을 유지한 것은 기존 미니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기존 미니가 아날로그의 느낌을 강조했다면, 3세대는 디지털의 느낌이 도드라지게 만들었다. 


BMW 미니


자동차의 속도 바늘이 돌아가던 원형 센터페시아에는 LED램프를 장착했고 온도 조절에 따라 색의 변화가 생긴다. 여전히 예쁘지만 특이함은 많이 사라졌다. 아날로그 속도 계기판 대신 헤드업디스 플레이(HUD)를 새로 추가했다. 역시 디지털을 강조한 변화로 기존 미니의 매니어들에게는 아쉬운 부분이다. 그나마 미니 특유의 토글 스위치는 그대로 남아 아쉬움을 달래준다.


불편함은 많이 개선했다. 시승한 미니 쿠퍼S는 직렬 4기통 가솔린 직분사 터보 엔진을 장착했다. 1998cc 엔진으로 최대출력 192마력, 최대토크 28.6kg.m의 힘을 발휘한다. 제로백(정지상태에서 시속 100km까지 도달하는데 걸리는 시간) 6.7초로 웬만한 스포츠카 못지않은 성능이다. 



그럼에도 소음과 진동은 크게 줄였다. 실내공간의 불편함도 크게 개선했다. 성인 남자가 도저히 앉을 수 없을 것 같던 뒷좌석의 레그룸이 넓어졌다. 트렁크 공간도 더욱 넓어져 더 많은 짐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BMW 미니는 여전히 불편함이 많은 차다. 낮은 차체에 올라 탈 때마다 바지가 찢어질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시달리며 몸을 구겨 넣어야 한다. 지면에 깔리는 듯이 달리는 주행에서는 어김없이 진동과 소음이 발생했다. 


전작 미니에 비해 줄었을 뿐, 다른 차들과 비교했을 때는 진동이 있고 시끄럽다. 뒷좌석이 넓어졌다고는 하지만 타고 내릴 때마다 앞좌석의자를 접었다 펴는 수고를 해야 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중요한 것은 ‘그럼에도’ 잘 나가는 차가 미니라는 사실이다. 미니는 불편함을 감수하고 타는 차다. 미니 특유의 진동과 소음을 아드레날린을 높여주는 매개체로 삼아 주행을 즐기는 사람이 많다. 



시속 100km만 달려도 150km/h로 달리는 세단의 짜릿함을 준다. 타고 내리기가 불편해도 디자인이 주는 아름다움에 매료돼 사고 싶어지는 차가 BMW 미니의 아이덴티티라는 뜻이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전작의 DNA가 곳곳에 충분히 남아 있다. 크고 작은 변화가 있었고, 일부분 아쉽기는 했지만 미니는 여전히 미니다. 


다만 개인적으로 BMW 미니는 단점을 극복하기보다는 장점을 더 극대화해야 하는 차라고 생각한다. 물론 기자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4세대 미니는 어떤 모습일지 벌써부터 궁금하다.


박성민 이코노미스트 기자 
[이코노미스트 한국판, 1258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