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 마케팅의 구루, 비즈니스의 대부로 불리며 '잘 파는 전략'을 세계 기업에 전파한 인물 코틀러가 자본주의를 비판한다니! 원제는 <Confronting Capitalism>, 직역하면 '문제에 직면한 자본주의'가 되겠다.
코틀러는 책의 서문에서 '이 책의 목적이 자본주의를 제대로 이해하고, 더 많은 시민을 위해 자본주의를 개선하는 방법을 제시하는 데 있다'고 분명히 밝혔다. 그가 '착한 기업'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주창해온 것은 맞지만, 자본주의를 직접 비판한 책을 낸 것은 처음이다.
그는 이 책에서 자본주의의 14가지 단점을 들며, 나름의 해결책을 제시한다. 그가 지적한 자본주의의 맹점은 폴 크루그먼이나 조지프 스티글리츠처럼 왕성하게 활동하는 좌파의 경제학자들의 주장 못지 않게 격하다.
'지속적인 빈곤에 대해 해결책을 거의 또는 아예 제시하지 못한다', '소득과 부의 불평등이 더욱 심각해진다', '수십 억명의 노동자에게 생활임금을 지급하지 못한다', '경기 순환과 불안정을 유발한다', '개인들이 과도한 부채를 짊어지도록 조장한다'….
▩ 진짜 코틀러가 쓴 것 맞나요?
자본주의의 선봉장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에 대한 인식도 의외다. '기업들이 사업을 하면서 사회에 초래한 비용 전체를 부담하지 않는다', '정치인과 기업의 이익단체가 결탁해 시민 대다수의 경제적 이익을 막는다', '상품의 품질과 안정성 문제, 과대 광고, 불공정 경쟁 행위가 만연하다' 등이 있다.
그가 제시한 해결책 역시 좌파 경제학자의 책을 읽는 듯한 착각을 일으킨다. 그가 소득 격차를 줄이는 효과적인 방법으로 제안한 것은 최저임금 인상과 누진세 확대, 해외 조세회피처 막기다. 또한 최고경영자와 노동자 임금 비율의 상한선을 설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한다.
'수퍼리치들이 그렇지 않아도 불균형한 부의 분배를 더욱 심화시키고 있다'. 코틀러의 마케팅 전략을 배워 수퍼리치가 된 이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꽤 혼란스러울 것이다. 코틀러는 심지어 낮은 임금 문제를 거론하며 '노동조합 운동이 노동자들에게 더 높은 임금과 혜택을 제공하고, 삶의 질을 높여준다는 것은 의심할 바 없는 사실'이라고 했다.
▩ 기업 문제에서 환경 및 정치 문제까지
그는 이뿐만 아니라 좌파 경제학자들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환경 문제도 건드린다. 그는<모든 것의 변화: 자본주의 대 기후>, <성장 없는 변영>등의 책을 거론하며 기업들이 환경 문제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촉구한다.
자본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를 다루면서 로비와 선거자금, 뇌물과 부패 문제도 규탄한다. '금권정치가들은 민주주의가 갖는 이상적 목표를 기만하고, 수퍼리치는 선거 당사자와 의회에서 통과되는 법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친다'고 지적하며. 고소득자 세율 인상, 연봉 상한선 설정, 상속·증여액 제한 등 수퍼리치의 영향력을 줄이는 방법도 제안한다.
이 외에도 '우리 사회는 광고와 은행권의 유혹을 받으면서 즉각적인 만족감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했고, 이는 너무 많이 사고, 빚을 지고, 결국 버블이 형성되는 경제로 이어진다', '마케팅은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고 따라서 전 세계 경제와 환경, 사회적인 지속가능성에 역행한다는 비난을 받곤 한다' 등 마케팅의 대부가 썼다기엔 놀라운 문장들이 있다.
▩ 자본주의 대안 찾기? '자본주의 고치기'!
코틀러는 이 책을 통해 자본주의가 하나의 얼굴을 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다. 자본주의는 하나의 명제로 정의될 수 없고, 시대와 국가에 따라 다른 모습을 띠기 때문에, 그는 '자본주의 대안 찾기'가 아닌 '자본주의 고치기'에 집중한다.
코틀러는 자본주의의 14개 단점이 각각 독립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음을 설명한다. 그러나 우리는 한 가지 문제에만 집착해 서로 간의 긴밀한 연결고리를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번 주말, <필립 코틀러의 다른 자본주의>를 읽어보며 자본주의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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