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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수퍼부자의 고급 아파트 사재기, 부담은 현지 주민이

마이애미·샌프란시스코·밴쿠버·브리티시컬럼비아·호놀룰루·홍콩·상하이·싱가포르·두바이·파리·멜번·런던 등의 도시에서 세계의 부호들이 살지도 않을 고급아파트 사재기를 하고 있다. 저녁이 되면 빈 고급 아파트들엔 그림자가 드리운다.


갑부 부동산 투자자 중에는 고급 아파트 소유로 신분의 상징을 나타내길 원하는 사람도 있지만 투자가 목적인 사람도 있다. 불안정한 나라의 재력가나 사업이 불안정한 사람들에게 외국 부동산 소유는 개인적인 보험 역할을 한다. 


▨ 그들은 왜 고급 아파트를 사들일까?


돈을 곳간에 쌓아두는 방법에 비해 고급 아파트 구입이 매력적인 대안으로 떠오른 이유는, 다른 부자들이 부동산에 투자하는 한 소유주들은 언젠가 그 물건을 팔아 큰 이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들 중 다수는 자신이 경영하는 기업을 내세워 부동산을 매입하고 그에 따라 세금을 물어야 할 개인 비용이 세금 감면되는 지출로 탈바꿈한다.


개발업자들은 가격 상승을 기대하며 건물을 매입해 철거한다. 기존 소유주에게 적은 돈을 주고 강제 퇴거시킬 수 있는 정부의 토지수용권 행사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수퍼부자 고급 아파트 부동산 투자


1% 수퍼부자의 증가도 이 같은 추세를 부채질한다. 억만장자가 1명이라면 고급 아파트 1채 값을 푼돈으로 여기는 백만장자는 훨씬 더 많다. 억만장자는 보통 1인당 주택 10채를 소유한다. 통계적으로 친구나 사업 관계자가 그 주택을 사용하지 않는 한 각각 1년에 47주는 비어 있다는 의미다.


몇몇 구매자는 고급 주택을 이용해 범죄 소득을 은닉하기도 한다. 유령회사를 세워 부동산을 취득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소유권을 숨기기가 쉽기 때문이다. 권력을 이용해 부정적인 방법으로 자산을 모은 정부 관료들이 주로 이러한 주택의 적극적인 구매자들이다.


▨ 피해는 고스란히 현지 주민들에게


세계적으로 임금 인상이 정체된 상황에서 고급 주택 수요 증가는 부의 집중에 따르는 부작용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아파트에 사람이 거의 살지 않기 때문에 임대료 상승, 출퇴근 시간 연장, 쇼핑장소의 감소 등 드러나지 않는 비용은 일단 현지 주민이 떠안아야 한다.


수퍼부자 현지 주민


다수의 저가 소형 주택으로 이뤄진 건물을 헐고 대형 고급 주택을 들이면 주민이 감소하여 소매유통업이 타격을 입는다. 또 걸어다니던 근로자들이 출퇴근에 더 많은 시간·에너지·돈을 소비하게 되고, 이는 인력 시장에서 원하는 사람을 구하기가 더 어려워지게 만든다.


세계 1% 부자들에게 밀려 현지 주민이 쫓겨나자, 샌프란시스코·상하이·밴쿠버·뉴욕 등지의 정치 지도자들이 나섰다. 상대적으로 소수인 부자가 도시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다. 싱가포르와 홍콩 당국자들은 주택담보대출을 제한하는 방법으로 소유주 부재 고급 주택의 확산을 막으려 노력한다.


이뿐만 아니라 건물이 아닌 토지에만 세금을 부과하는 방법도 있다. 그러나 모기지 규제, 공실 아파트에 대한 재산세 인상, 일부 토지수용권 행사 금지로도 이 같은 추세를 막기는 어려울 듯하다. 1% 부자에게로 쏠리는 현금이 어디론가는 흘러넘칠 것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