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열풍은 일본, 중국만이 아니다. 북한에 부는 '한류' 열풍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을까? 북한 주민에게 한국의 대중문화는 바깥 세상을 내다보는 창이다. 이를 통해 한국을 새롭게 받아들이고 간접적으로나마 자유를 경험하는 것이다.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한류'를 접하게 됐고, '한류'는 북한에 어떤 변화를 가져오고 있을까?


"장마당에서 몰래 팔아요. 맨 처음엔 장마당에서 한국 알을 막 팔았어요. 처음에 한국 알이 들어왔을 때는 아무튼 다 장마당에서 거래가 됐죠. CD알 전문으로 파는 사람들이 있어요. 사람 딱 봐가지고 팔기도 하고, 안 팔기도 하고. 아는 사람들 통해서 왔다갔다하는 거에요. 믿을 만한 사람끼리만 내통하는 거죠.


그리고 간부들이 한국 드라마를 많이 봐요. 안전원들도 많이 봐요. 단속해서 가져가서는 자기네들끼리 돌려보죠. 윗 대가리들도 많이 썩었지요. 중국에서 사오면 싸요. 한 알당 2천원이라면 북한에 오면 한 만원씩 팔아요. 장마당에서도 팔고, 들고 다니면서 아는 사람들한테 몰래 팔기도 하고. 이윤이 높으니까 막 목숨 걸고 파는 거에요."


탈북자 A씨의 증언이다. 북한에서 한국 드라마가 인기를 끌면서 중국에서 들여온 영상물의 거래가 늘어나고 있다. '아랫동네 알(남한 DVD)'이라 불린다. 남한에서 방송된 최신 드라마가 종용된 지 1주일도 안 돼 시장에서 거래될 정도로 빠르다. 


◈ 장마당에서 공공연하게 거래되는 '한국 알'


북한 한국 영상

북한 주민들이 시청하는 <꽃보다 할배> 프랑스편의 한 장면


중국에서 대량으로 밀수돼 비공식적으로 판매되는 '한국 알'들은 장마당에서 공공연히 거래된다. 단속도 심해졌지만 큰 이윤을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주민들은 죽기살기로 판매한다. 단속에 걸려도 뇌물을 주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단속을 통해 영상물을 압수한 간부들이 그것을 다시 시장에 내다파는 일도 허다하다. 


한국 영상물은 중국과 국경을 맞댄 연선 지역에서부터 유통되었다. 하지만 이제는 평양을 비롯한 내륙 지역에서도 판매가 이뤄진다. 내륙 지역에서는 훨씬 높은 값을 받을 수 있다. 한국 드라마는 편 단위로 제작되기 때문에 대여업도 성행하고, 주민들 사이에서 돌려보거나 바꿔보는 일도 잦다.


"줄이 다 있어요. 몰래 몰래 파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 연결됩니다. 한국 드라마는 CD 두 장에 보통 20편이 담겨 있어요. 너무 비싸기 때문에 돈 주고 빌려보는 사람이 많아요. 그런 걸 들고 다니며 빌려주는 사람이 있는데 일종의 대여점 같은 겁니다. 빌리는 사람은 스무 편이 넘는 것을 이틀 동안 다 봐야 해요. 밤이고 낮이고 문을 딱 채우고 봅니다."


◈ 한국 방송을 보며 의식변화를 경험하는 북한 주민들



일부 지역에서는 텔레비전을 통해 한국 방송을 시청하는 주민들도 있다. 남한과 가까운 접경지역이나 일부 동해안 지역에서는 중국 방송이 수신되는데 이때 연변지역에서 방송하는 한국 프로그램을 시청할 수 있다. 


북한 주민들은 텔레비전을 구입하면 해당 지역의 보안서에 등록해 채널을 조선중앙방송 통로로 고정하는 봉인절차를 거친다. 그런데 일부 주민은 한국 방송을 보기 위해 등록된 텔레비전 이외에 별도의 수상기를 구비해 놓고 시청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군인들도 외출외박을 나가면 남한 영상물이 상영되는 접경지역 '전문점'에 들른다.


드라마와 뉴스 말고도 <생생정보통> <6시내고향>과 같은 생활정보 프로그램을 보며 북한 주민들은 한국 사회를 간접 경험한다. 여기서 그동안 교육 받았던 한국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현실을 목격하게 되는 것이다. "남한은 어떻게 발전했을까"라는 질문은 남북한 비교로 이어지고 양 체제에 대한 인식변화 과정의 첫 단추가 된다.


◈ '한류'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 한국 영상물의 확산


"남조선 뉴스를 보면서 느끼는 게 많았어요. 뭐라고 할까, 할말을 다 하며 산다고 할까? 숨기지 않고 다 내보내요. 북조선에서는 마음대로 다 말 못해요. 한국이 많이 발전했다는 걸 알게 돼요. 민주주의 국가면 다 이렇구나 생각했지요. 뉴스 보니까 한국 사회가 이해가 많이 되더라고요. 


우리는 사실 좀 많이 감추지만 한국은 감추는 게 없잖아요. 무슨 사건이 터지든 다 솔직하니 보도하니까요. 북조선은 모두 감춘단 말입니다. 남조선에서야 언론 자유 다 있지만 우리는 자유가 없어요. 우리는 자기 하고픈 말도 못 하고 살죠."


한국의 뉴스를 보고 진실을 깨닫게 된 순간을 고백한 북한 주민의 증언이다. '한국 알'은 의식변화는 물론 언어와 머리·옷 스타일 등에도 영향을 미친다. 북한에서는 이것을 자본주의 퇴폐 문화라는 명목으로 단속하지만 한계가 있다. 스타일의 변화는 곧 의식의 변화를 가져온다.


장마당 한국 알


북한에서 한국 영상물의 확산은 단순히 '한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 시장을 물물거래의 기능을 넘어서 정보가 유통되고 북한사회의 폐쇄성을 완화하는 기능을 하도록 한다. 또한 지역과 계층간의 경계를 허무는 사회적 변화도 초래한다.


한국의 대중문화가 북한 내부에 유통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 사람들의 모습을 북한 사람들이 마주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마련됐다는 점을 의미한다. 이는 북한주민들의 의식 변화는 물론 남북한 주민들의 동질성 확보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한류가 북한 사회변화를 추동하는 가장 자극적인 매개체가 된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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