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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신용등급 5등급 이하, 10%대 중금리 대출 지원

신용등급이 낮을수록 제1금융권에서 대출을 받기가 쉽지 않다. 대출을 받지 못하면 20%대의 고금리 대출을 받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에 정부는 5~7등급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10%대 중금리 대출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금융위원회와 새누리당 금융개혁추진위원회는 10%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날 정부는 10대 금융개혁안을 발표하면서 서민금융 지원을 위해 중금리 대출 지원 방안을 포함시켰다. 중금리 대출이란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5~7등급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시중은행의 저금리와 저축은행, 캐피털 등의 고금리 중간인 연 10%대 안팎의 대출 상품을 일컫는 말이다.


금융대출

▎정부는 시중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어려운 5~7등급 신용자들을 대상으로 10%대 중금리 대출을 활성화하기로 했다. / 사진:뉴시스


하나금융경제연구소에 따르면 금리단층 현상으로 5~6등급의 중간 신용계층 1216만명이 금리 사각지대에 노출돼 있다고 분석했다. 앞으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이 연계해 10%대 대출 상품을 출시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에서 10%대 대출상품을 내놓으면 가점을 주는 방안도 추진키로 했다.


신용대출평균금리


▧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


중간 신용등급자들의 대출이 늘고 있다. 신용평가사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10단계 신용등급 가운데 5~6등급인 중간 신용등급 비중은 27.6%다. 1~2등급(36.5%) 다음으로 많다. 5~6등급이 받은 대출 규모는 지난 9월 말 기준 52조5000억원으로, 전체 대출 시장의 29.4%에 해당한다.


정부의 독려에 시중은행의 중금리 대출상품 출시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5월 SGI서울보증과 함께 ‘위비 모바일 대출’을 내놓으며 발 빠르게 중금리 시장 공략에 나섰다. 1등급부터 최저 7등급까지 1년간 최대 1000만원까지 빌릴 수 있다. 11월 25일 기준으로 신용 7등급이 대출을 받으면 기준금리 연 1.6%, 가산금리 최대치인 8%를 적용해도 대출금리가 10%를 넘지 않는다.


직업이나 소득을 따로 평가하지 않고, 보험증권을 발급받을 경우 무직자나 주부도 대출을 받을 수 있다. 대출 신청은 스마트폰 앱으로 가능하다. 관련 서류는 사진을 찍어 전송하면 된다. 대출 신청 후 10분 이내로 통장으로 입금이 된다. 반응도 좋다. 출시 이후 11월 25일까지 총 1만1000건(430억원)이 대출됐다. 중금리 상품 출시로 대출자와 은행들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방안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출자들은 낮은 금리에 우대 금리까지 받을 수 있어 가계 부담을 덜 수 있고, 은행 입장에서도 새로운 수익원이 될 수 있어서다.



▧ 시중은행뿐 아니라 인터넷전문은행도 중금리 대출 활성화


은행들에 이어 핀테크(Fin-Tech) 기반의 P2P대출중개회사는 물론 인터넷전문은행을 노리는 3개(I뱅크·K뱅크·카카오뱅크) 컨소시엄도 일제히 중금리 대출을 핵심 사업으로 내세웠다. P2P대출중개회사는 인터넷 또는 모바일을 통해 돈이 필요한 개인이나 사업자에게 다수의 개인 투자자가 돈을 빌려주고 수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하는 대출형 크라우드 펀딩회사다.


온라인을 통한 금융 직거래가 가능해지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예금 대비 높은 수익률을, 대출자들은 더 낮은 이자율을 제공받을 수 있다. P2P대출중개회사인 8퍼센트와 랜딧은 신용등급이 1~6등급인 개인,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각각 최대 2000만원, 3000만원 한도로 대출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금리는 최고 연 15%다.


인터파크를 비롯해 IBK기업은행, SK텔레콤, NH투자증권 등 14개 기업이 주주로 참여한 I뱅크는 지난 11월 25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저축은행보다 10%포인트 이상 금리가 싼 13.5%대 중금리 대출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주도하는 카카오뱅크 역시 서민들에게 10%대 중금리로 긴급 자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KT가 주축인 K뱅크도 소상공인들에게 연 10% 초반의 금리로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저축은행


▧ 사면초가의 저축은행


은행과 다르게 저축은행 업계는 울상이다. 금리 규제와 광고 규제에 이어 이번에는 중금리 대출 시장을 두고 은행과 경쟁을 벌여야 하기 때문이다. 대응책도 마땅치 않다는 게 저축은행 업계의 공통된 고민이다. 저축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신용등급 7~9등급의 저신용자가 절대 다수다.


중금리 대출시장이 커질수록 우려되는 부분도 있다. 바로 건전성 관리다. 실제로 지난 2005년 7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5~7등급 신용자를 위한 연 10~14%대의 중금리 대출 상품인 셀렉트론을 출시했다. 하지만 연체율이 급등하면서 2013년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상품의 연체율은 아직까지 우려할 수준은 아니다. 11월 25일까지 우리은행의 ‘위비 모바일 뱅크’ 대출 연체율은 1%대 초반으로 파악됐다. 은행 상품은 정부의 중금리 상품 독려로 출시돼 수익성보다는 공공성이 강조되는 만큼 높은 금리로 운용하기 어렵다.


P2P대출중개회사도 대출자가 만기에 돈을 갚지 못하면 고스란히 투자자 손실로 이어진다. 은행처럼 선자금조달이 이뤄지지 않아 중개기관이 부담하는 리스크가 없고, 그래서 대출금리도 낮다.


현재 중금리 대출에서 자산 건전성이 악화하는 것을 막는 방안이 가장 필요하다. 은행들이 보증수수료 비용을 지급해도 수익성이 높으므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지원이 요구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