싼 값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닫는 기대감에 많은 사람들이 몰리는 지역주택조합 사업. 하지만 재산 피해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지역주택조합 아파트는 늘어나고 있는데 반해 수요자의 재산을 보호해줄 안전장치는 미흡하기 때문이다.
지역주택조합 사업은 주택 수요자가 조합을 만들어 직접 땅을 사들인 다음 집을 짓는 방식이다. 조합이 토지 확보와 사업 진행을 맡는 시행사 업무를 하기 때문에 토지 매입에 대한 대출 이자 등 금융비용이 적게 든다. 이 때문에 일반분양 아파트보다 분양가가 10~20% 싸다.
요즘 같이 새 아파트 분양가가 치솟을 때 가격 경쟁력은 더 커진다. 청약통장에 가입하지 않아도 되고 전용면적 85㎡ 이하의 주택을 한 채 갖고 있어도 조합원이 될 수 있다. 이런 매력이 부각되면서 수요가 대거 몰렸다.
주택 수요자로부터 인기를 끌자 공급도 크게 늘었다. 올 상반기 전국에서 조합을 설립한 지역주택조합은 33곳(2만1431가구)로, 하반기 실적을 포함하지 않고도 2005년 이후 연간 기준 최대치다. 특히 서울·수도권보다 지방에서 더 활발하다. 2005~2010년에는 서울·수도권이 전체 가구의 95%에 달했으나 2010년 이후 지방이 83%를 차지한다.
▒ 미흡한 안정장치로 발생하는 폐해
하지만 안전장치 미흡으로 폐해가 적지 않다. 조합원 모집 과정에 아무런 제약이 없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문과 인터넷에는 무자격 업무대행사나 실체를 알 수 없는 단체의 광고가 판을 친다. 대개 ▶토지 확보 완료 ▶값싼 분양가 ▶시공사 확정 등 내용을 허위로 명시하거나 과장한다. 일반분양되는 아파트인 것처럼 속이기도 한다.
조합장과 업무대행사가 결탁해 조합비를 횡령하는 일도 자주 벌어진다. 조합 간부가 친척 등 측근이 있는 부동산컨설팅회사를 업무대행사로 선정하고, 조합 땅을 담보로 불법 대출을 받는 일이 심심치 않다. 이들은 조합원이 계약을 해지하려 하면 납부금액을 돌려주기를 극구 거부한다.
더 큰 문제는 사업이 장기간 지연되거나 무산될 경우에 있다. 조합원 입장에선 꼼짝 없이 돈도 집도 날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사업 지연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발생할 가능성이 적지 않다. 현재 무자격 업무대행사 등에 대한 처벌 규정은 딱히 없는 실정이다.
▒ 폐지론 주장까지... 조합원 가입 전 꼼꼼히 따져보자
이에 따라 관련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조합원 모집 때 투명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방자치단체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게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업무대행 제도를 정상화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시공사의 역할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견해도 잇따랐다. 현재로선 시공사는 사업에 문제가 생겨도 공사 이 외에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 아예 제도 폐지론을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김형찬 부산시 건축주택과장은 “지역주택조합 제도는 없어져야 하고 폐지 전까지 지차제가 엄격히 관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역주택조합에 관심이 있는 수요자의 경우 조합원 가입에 앞서 따져봐야 할 점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조합원이 얼마나 모집됐고, 토지 매입은 제대로 이뤄졌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땅을 사지 않은 상태에서 조합원이 확보되지 않으면 사업 추진이 지연되거나 아예 무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업지 안에서 여러 조합이 동시에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지도 점검해야 한다. 사업은 일반적으로 ‘추진위 구성→조합원 모집→부지 매입·조합 설립→추가 조합원 모집→사업 승인→착공·분양→입주’ 순서로 진행된다. 이 밖에 조합의 비리 여부나 시공사의 재정 건전성, 자금 관리의 안전성 등도 꼼꼼히 따져보며 가입에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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