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부터 매년 관광객 수 두 배 증가율 육박, 재방문율도 25% 넘어… 2020년까지 연간 2천만 명 외국인 관광객 유치 목표 앞당겨 실현될 듯
일본은 그동안 중국인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로 사랑받아온 한국과 홍콩을 제치고 지난해부터 인기 있는 해외여행지 1위로 부상했다. 중국인 사이에서는 이미 “1류는 유럽, 2류는 일본, 3류는 한국(으로 간다)”이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을 정도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에 따르면 일본을 찾는 중국인 관광객은 2013년 131만 명에서 2014년에는 240만 명으로 전년 대비 85% 증가했다. 2015년에는 11월까지의 합계가 464만 명으로 전년의 거의 두 배에 육박하는 증가율을 기록하며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어간다. 일본을 방문하는 중국인 관광객의 여행 목적은 순수하게 자연과 문화를 즐기기 위한 관광 목적과 일본제품을 구입하기 위한 쇼핑목적으로 나뉘는데, 특히 일본제품을 싹쓸이하는 중국 쇼핑객들은 지난 한 해 일본 사회에서 많은 화제를 낳으며 일종의 사회현상으로까지 떠올랐다.
▒ 방일 중국인 관광객 해마다 갑절로 증가세
긴자의 상징 욘초메(4丁目) 교차점에 위치한 미츠코시(三越) 백화점에서는 의류회사인 레나운과 연대하여 중국인 남성들을 위한 양복을 제작, 판매하고 있다. 몸에 딱 맞는 실루엣을 선호하지 않는 중국 남성의 취향을 고려해서 허리둘레가 여유롭고 어깨부분을 한껏 강조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샤넬 매장 앞에서 만난 중국 여성 류징지에(柳景杰·35) 씨는 이날 긴자에서 샤넬 백과 에르메스의 토트백, 티파니 목걸이 등 장신구를 구매했다고 한다. 그녀가 쓴 비용은 총 6만 위안, 한국돈으로 1200만 원 정도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 세계적인 명품브랜드 매장과 일본의 장인정신을 대변하는 수백 년 전통의 매장들이 즐비한 긴자는 전통적으로 상류층과 지식인들에게 사랑받던 고급스러운 거리로 인식돼왔다. 그러나 20년간의 장기불황은 긴자에도 영향을 미쳤다. 2012년에는 중저가 브랜드인 유니클로 매장이 입성하는 등 고급브랜드와 중저가 브랜드가 혼재하는 상점가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어느덧 디스카운트숍과 드럭스토어 등이 속속 진출하면서 일본 최고급 브랜드와 각종 생필품을 함께 구입할 수 있는 원스톱 쇼핑타운이라는 매력으로 인해 중국인들에게 최고의 관광지로 각광 받고 있다.
▒ 중국인 ‘싹쓸이 쇼핑’에 열도가 즐거운 비명
중국인 관광객들의 폭발적인 구매력은 물가상승과 소비세 증세로 소비심리가 잔뜩 위축돼 있는 일본 내수경제에 가뭄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긴자뿐 아니라 아키하바라, 시부야, 신주쿠, 이케부쿠로 등 도쿄의 유명 상점가는 물론, 오사카·후쿠오카 등의 지방도시도 중국인 관광객들로 넘쳐나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대형 수트케이스를 끌고 일본 거리를 누비며 일본제품을 마구잡이로 싹쓸이하는 중국인 관광객들의 소비행태를 가리키는 ‘바쿠가이(爆買い)’라는 신조어는 2015년의 ‘유행어 신조어 대상’의 그랑프리를 차지했을 정도다.
중국인 관광객이 선호하는 4대 제품은 ▷밥솥 ▷화장품 ▷스테인레스 보온병 ▷각종 의약품이다. 특히 중국의 웨이보에서는 안약, 두통약부터 미용을 위한 각종 건강보조제, 파스 등에 이르기까지 12개의 일본제 의약품을 ‘신약(神藥)12’로 명명하고 일본에서 꼭 사야 할 ‘머스트해브 아이템’으로 극찬했다. 이 ‘신약12’에 액체형 반창고와 갱년기장애를 위한 건강보조제 등 무려 5개의 제품이 올라간 고바야시제약은 2014년도에 재일외국인에 대한 매출을 별도로 집계한 결과 전년 대비 8억 엔이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인 1인의 여행경비는 28만5천엔(약 270만원)으로 대만인의 두 배, 한국 관광객의 4배에 달한다. 일본 정부의 통계에 따르면 2014년 한 해 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일본에서 사용한 금액은 5600억 엔으로 한 해 전인 2013년의 두 배에 달한다. 2015년의 최종 통계는 아직 나오지 않지만 1조 엔을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인들은 왜 일본 쇼핑에 열광하는 것일까? 중국 미디어들에 의하면 일본 제품에 대한 중국인들의 신뢰도가 높기 때문이라고 한다. 또 어디서 사든지 바가지를 쓰지 않고, 가짜 명품을 속아서 살 염려도 없어 안심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일본 관광 만족도와 재방문율 높아
일본인의 섬세한 접객문화와 친절함, 정돈된 사회분위기도 중국인 관광객을 일본으로 불러모으는 매력으로 작용한다. 일본의 인터넷 매체인 <레코드차이나>에 따르면 역사문제와 영토문제를 둘러싸고 반일감정이 강한 중국이지만, 젊은이들이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에는 일본여행에서 겪은 각종 미담이 쉴 새 없이 올라온다고 한다.
일본정부관광국 통계에 따르면 중국인 관광객들 중 재방문자의 비율은 25%가 넘는다고 한다. 미츠비시종합연구소가 중국의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에 거주하는 일본을 방문한 경험이 있는 중국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는 재방문자 비율이 65%이상으로 나타나 도심에 거주하는 부유층일수록 일본을 재방문하는 비율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을 찾는 중국인들이 늘어남에 따라 재방문객을 중심으로 그들이 찾는 여행지나 여행 내용이 점차 다각화 되고 있다.
▒ 세계 8위 관광대국, 더 이상 꿈이 아니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로 큰 타격을 입었던 일본 관광산업의 성장은 아베 정권의 적극적인 관광육성 정책에 힘입은 바가 크다. 아베 정권은 2013년 6월에 발표한 ‘일본부흥전략-JAPAN is BACK’에서“2030년에 방일외국인 관광객 수 3천만 명 달성을 목표로 한다”는 ‘관광입국(観光立国)’ 정책을 발표했다. 2014년에는 이에 더하여 “2020년 도쿄 올림픽까지 2천만 명의 방일 외국인을 유치한다”는 목표를 추가했다.
이에 대한 시행책으로 ‘관광 건국 실현을 향한 액션 프로그램 2014’를 수립해 ▷2020년 도쿄올림픽을 향한 관광 진흥 ▷인바운드 관광객의 비약적 확대를 위한 대처방안 ▷비자 요건의 완화 등 방일 여행의 용이화 ▷세계에 통용되는 매력 있는 관광지역 만들기 ▷외국인여행자 수용환경의 정비 ▷마이스(MICE: 국제회의, 전시회 등) 유치·개최 촉진과 외국인 비즈니스 손님의 대응에 대한 시책 등의 구체 안을 마련 중이다. 일본정부관광국에 따르면 방일외국인은 2013년 처음으로 외국인 관광객 1천만 명(1036만 명)을 돌파한 데 이어, 2014년에는 1341만 명, 2015년에는 11월까지 무려 1796만 명의 외국인이 일본을 찾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추세라면 2020년 2천만 명의 목표가 조기 달성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여기에 3천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 달성까지 실현된다면 일본은 이탈리아와 함께 세계 8위의 관광대국으로 올라서게 된다.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중국인 1억 명 시대로 접어들었다. 점점 다양해지고 고급화되어가고 있는 중국인 유커들의 입맛을 만족하게 하지 못한다면 우리나라는 뒤처지고 말 것이다. 차별화된 상품 및 서비스 개발을 통해 다시 한 번 우리나라가 관광 대국으로 도약해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