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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한미약품 회장 임성기의 통 큰 '나눔경영'

올해 경제계 화제의 인물은 단연 임성기 한미약품 회장이다. 보유하고 있던 한미사이언스 주식 1100억원 상당을 임직원 2800여 명에게 무상 증여했기 때문. 통 큰 '나눔경영'을 실천한 임 회장의 경영인생 스토리를 살펴보자.


한미약품은 지난해 총 7개의 신약 개발기술을 글로벌 제약기업인 사노피-아벤티스·얀센·베링거인겔하임 등에 수출해 총 8조원 규모의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한미사이언스의 자회사인 한미약품이 기술수출 낭보를 터뜨리자 한미사이언스의 주가도 크게 올랐다. 2015년 초 주당 1만5200원에서 2015년 말 기준 12만9000원으로 8배 이상 올랐다.


지난 1월 4일, 한미약품그룹은 임성기 회장 개인보유 회사 주식인 한미사이언스 주식 90만주를 그룹 임직원 2800여명에게 무상으로 증여한다고 발표했다. 1100억원이나 되는 거액이다. 한미약품 임직원들은 1인당 평균 4000만원 규모의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받게 됐다. 재계의 내로라하는 10대그룹 임직원들로부터 부러움을 살만한 뉴스였다.


▒ 전직원에 1100억원 '통 큰 성과 공유'


직원들에게 ‘통 큰 성과공유’를 결정한 임성기 회장은 “지난 5년간 한미약품은 급격한 영업 환경의 변화와 약가 일괄인하 등의 위기상황을 힘겹게 헤쳐나왔고 적자와 월급동결 상황에서도 R&D 투자를 멈추지 않았다”며 “허리띠를 졸라매고 땀 흘려가며 큰 성취를 이룬 지금 그 주역이었던 한미약품 그룹 모든 임직원들에게 ‘고마움’과 함께 ‘마음의 빚’을 느껴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성기 약국


임성기 회장은 중앙대 약대 졸업 후 28세에 1966년 서울 종로에 임성기약국을 차렸다. 약국 상호에 자신의 이름을 넣은 것은 ‘이름 석 자에 흠이 안 가도록 손님에게 정성을 다하겠다’는 스스로의 다짐이었다고 한다. 지금도 ‘약사’로서의 자부심이 강하다. 외부 강연에서 본인을 “약국을 하다 제약을 한 임성기 약사”라고 소개할 정도다.


임 회장은 약국 운영의 선구자이기도 했다. 그는 흰 가운을 입고 임성기라는 명찰을 달았다. 임성기약국이라는 상호, 가운 착용, 명찰 패용 이 세 가지는 약사 임성기와 임성기약국을 특별하게 기억하게 한 원동력이 됐다. 그로 인해 약사가 흰 가운을 입고 명찰을 다는 것이 일반화됐다.


그의 약국은 당시로는 드물게 성병 치료제를 취급하며 명성을 얻었다. ‘임질 매독 임성기약국(전화 764-5511)’이라는 도발적인 내용의 광고 전단은 그의 이름을 알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약국 운영으로 종잣돈을 마련한 그는 73년 임성기제약을 세웠다. 동료 약사들이 합류하면서 상호를 한미약품으로 바꿨다. 신약 개발의 꿈은 이렇게 시작됐다.


▒ 차별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


임 회장은 자신을 “모험심이 많은 사람”이라고 말한다. 그는 “모험심이 창조와 도전을 낳았다”고 회고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그에 대해 “젊은 사람보다 더 앞서가는 혁신적인 사람”이라며 “최초가 돼야 한다는 강박관념, 차별화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임성기 회장


1897년 동화약품에서 시작된 국내 제약업계의 역사에서 창립 42년의 한미약품은 젊은 기업에 속한다. 하지만 한미약품은 창업 후 무서운 속도로 시장을 확대해 2000년대에는 5위권 제약사로 뛰어올랐다.


한미약품의 영업력은 탁월했다. 한미약품의 약을 사용하는 약사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고 영업사원들에게 무제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파격적인 대우를 약속했다. 2000년 의약분업이 시행되자 영업사원 수를 다른 회사보다 5배 더 늘리며 동네 병원까지 영업했다. 업계 최초로 휴대전화를 나눠주고 현지 퇴근을 제도화했다.


하지만 이런 영업 중심 전략은 정부가 2009년부터 규제를 강화하면서 위기를 맞았다. 그 결과 2010년 창립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그러자 임 회장은 고질적인 리베이트 근절에 나섰다. 그 덕분인지 한미약품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실시하는 공정 거래 자율준수프로그램(CP) 평가에서 최고 등급인 AA를 받았다. 2007년 CP를 처음 도입하고 2011년부터 본격적으로 이 제도를 운용해 지난해에는 A등급으로 올라섰다.


리베이트 파동을 겪으며 임 회장은 영업 대신 연구개발(R&D)에 더욱 집중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2014년 국내 상장 제약사들은 매출의 평균 8.3%를 R&D에 투자했지만 한미약품은 20% 이상을 쏟아부었다.


한미약품


▒ 임 회장의 성공비결, 뚝심과 집념


임 회장은 지금도 매일 아침 7시30분에 업무별 임원 회의를 주도한다. 날마다 부서별로 돌아가며 임원과 실무 팀장급으로부터 직접 업무현황을 보고 받는다. 중국 시장에 관심이 많아 베이징한미약품에 한 달에 한 번씩 직접 방문한다.


그는 글로벌 제약업체 가운데서도 중국에 진출한 곳이 드물었던 96년, 최초의 한·중 합작 제약 기업인 베이징한미약품을 설립했다. 영어공부도 꾸준히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어로 진행되는 수출 협상 내용을 통역 없이 알아들을 정도다.


보수적인 한국 제약업체 분위기와 달리 한미약품에는 유독 여성 임원이 많다. 지난해 한미약품의 남성 직원 1인 평균 연봉은 4400만원, 여성은 3700만원으로 타사에 비해 남녀간 격차가 적다. 실리를 중요시하는 성격도 눈에 띈다. 직원 식비로 외부에 돈을 쓰느니 아예 좋은 식당을 차리자며 만든 것이 회사 지하 1층에 위치한 중식당 ‘어양’이다.


고 정주영 회장이 스스로를 “부유한 노동자”로 지칭했듯이 자수성가한 창업주인 임성기 회장 역시 일을 멈추지 않는다. 그는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했던, "제대로 된 글로벌 신약을 개발하는 평생의 꿈"을 실현한 장본인이다. 임 회장이 건재하는 한 한미약품의 미래는 밝을 수밖에 없어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