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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멸종 위기 토종소 복원 프로젝트


멸종 위기 토종소 복원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현재 남은 재래종은 한우, 칡소, 흑우, 제주흑우, 백우 등 5종 뿐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인공수정 등으로 순수혈통 찾기에 전력투구하고 있다. 순수혈통찾기가 성공한다면 얼룩백이 황소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알아보자.

소


“일본은 우리의 한우를 들여다 ‘와규(和牛)’라는 세계 최고의 소고기 브랜드를 만들었어요. 크리스마스트리 아시죠? 그게 원래 우리나라 고유종 ‘구상나무’예요. 근데 그걸 영국인이 훔쳐가 ‘Abies koreana’라는 종으로 등재했어요. 우린 로열티도 못 받고…. 동물이건 식물이건 한국 고유의 종(種)을 가꾸고, 지키는 것은 국부(國富)와 직결되는 일입니다.”


전북 남원에 위치한 국립축산과학원 조창연 박사의 말이다. 조 박사는 국내 토종 가축의 유전자 보존을 위해 연구소에서 일한다. 그는 유엔세계식량농업기구 식량농업유전자원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축산과학원은 지리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다. 병풍처럼 산으로 둘러싸인 넓은 초지에서 우리 토종 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고 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칡소다. 진갈색 줄무늬가 호랑이를 닮았다. 우람한 근육질과 매끈한 몸매에서 맹수 같은 힘이 느껴진다.


현재까지 남아 있는 재래종 소는 5종이다. 한우·칡소·흑우(黑牛)·제주흑우·백우(白牛)다. 1910년 일본이 발간된 <조선지 산우>에는 ‘소·쌀·콩’을 조선의 3대 보물이라 극찬했다. 그중에서도 성질이 온순하고 똑똑하며 육질이 좋은 한우를 최고로 쳤다.


종복원


한우는 거친 사육환경에서도 잘 버티는 장점이 있다. 그런데 1938년 일제는 ‘조선우 심사표준’을 만들어 한우(누렁이)만 남기고 모두 없애버렸다. 칡소를 비롯한 토종소는 멸종위기에 처했다. 칡소는 정지용의 시 ‘향수’에도 나온다.


“얼룩백이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구절의 ‘얼룩백이 황소’가 바로 칡소다. 종 복원이 원활하게 진행돼 현재는 약 3000마리로 늘어났다.


백우는 한우 사이에서 나온 변종이다. 2014년 8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등재됐고, 현재 20여 마리가 국립 축산과학원에 있다. ‘제주흑우’는 천연기념물 제546호로 지정된 귀하신 몸이다.


인공수정


▒ 돈으로 가치 논할 수 없는 토종 씨수소


축산과학원은 멸종 위기에 처한 토종소를 복원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핵심 과정인 정액 채취실에서 흑우의 정액을 받아내는 장면을 지켜봤다.


잔뜩 긴장된 표정의 김남태 한우사 반장이 발정기가 된 암소를 틀 안에 넣는다. 기자에게 위험하니 뒤로 물러나라고 얘기한 뒤 거대한 덩치의 수컷 흑우를 암소 옆으로 데려간다.


흑우는 암소의 엉덩이 부분에 얼굴을 비비다 곧바로 교배 자세를 취한다. 수소가 암소 등뒤로 올라타는 순간 김 반장이 황급히 ‘인공 질’을 흑우의 생식기에 끼운다. 인공질은 온도와 습도 등 자연상태의 암소 질과 똑같이 제작돼 수소가 눈치채지 못한다.


단 몇 초 만에 정액 채취에 성공한 김 반장은 “잘했어!”라며 소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이렇게 채취한 흑우의 정액은 희석과 분석과정을 거쳐 영구 보존이 가능한 액체질소 냉동 저장고에 보관한다. 보통 인공수정과 수정란 이식에 이용하는데, 남은 것은 후손을 위해 보존해두고 있다.


“토종 ‘씨수소’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중요한 가치를 지닙니다. 체중이 1t 가까이 나가기 때문에 정액 채취 과정에서 실수하면 자칫 ‘중요한 부위’를 다칠 수도 있습니다.”


인공수정


소는 임신 기간이 285일로 긴 편이다. 송아지가 자라 생식력을 갖는 데도 1년 반 정도가 걸린다. 칡소를 비롯한 토종 희귀소는 개체 수가 많지 않다. 게다가 한우와 혼혈된 경우가 많다. 인공수정을 반복해가며 순수혈통을 찾는 작업을 계속해야 한다. 종 복원에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소인공수정


“일본 최고 품질의 와규는 한 마리에 1억원이 넘는 고가에 팔리지만 건강한 소는 아닙니다. 육질을 부드럽게 하기 위해 그늘에서 키우기 때문에 뼈가 약하고 간(肝)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맛은 좋을지 모르지만 심하게 말하면 ‘병든 소’입니다. 또 지방 함량이 70%이고 순수한 살코기는 30%밖에 안됩니다. 웰빙 식품은 아니에요. 칡소는 마블링(지방)이 적지만 육질은 매우 부드럽습니다. 건강에도 좋고요.”


조 박사는 종 복원이 마무리되면 한우와 또 다른 세계적인 ‘토종 명품소’가 탄생할 수 있다며 환하게 웃었다. 종 복원이 마무리되어 우리나라만의 토종 명품소가 탄생하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