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터인지 불필요한 물건은 버리고, 나쁜 음식은 줄이고, 핸드폰의 저장된 연락처까지 줄여가자는 '미니멀리즘 라이프'가 대세로 떠올랐다. 불필요한 것들은 정리하고 최소한의 물품으로 생활해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아가자는 것이 바로 '미니멀리즘 라이프'의 본질이다. 


물건이 넘쳐나고 허세와 소유욕이 지배하는 현대사회. 한국과 일본에서는 요즘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절제와 무소유의 삶을 통해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것만 찾으려 노력하는 미니멀리스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미니멀리즘 라이프


  한국 인생의 다운사이징 현상 '비워내니 여유롭다' 


“토스터기, 전기주전자 비워냈어요! 빵은 프라이팬에 굽고 물은 그냥 주전자로 가스 불에 끓여서 먹어요.”


“학창시절의 추억이 깃든 다이어리 다섯 개를 버렸어요. 사진이나 중요한 글은 스캔해두고 나머지는 빡빡 찢어서 쓰레기통으로….”

“웨딩 촬영 때 입은 5년 된 한복을 처분했어요. 남편은 촬영 후 한 번도 안 입고 저는 그해 명절에 한 번 입었네요. 5년 동안 먼지를 뒤집어쓰고 있던 놈을 처분하고 나니 속 시원하네요.”


온라인 카페 ‘미니멀 라이프’에서 실천하고 있는 ‘미니멀리즘게임’ 게시판에는 회원들이 처분한 물건 리스트와 사진이 매일 수십 건씩 올라온다. 미니멀리즘 게임이란 미국의 조슈아 필즈 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가 제안하고 전 세계의 미니멀리스트가 동참하고 있는 ‘비워내기’ 게임이다. 날짜에 맞춰 그 숫자만큼 물건을 버리는 것인데 1일에는 1개, 2일에는 2개… 이렇게 30일간 비워내다 보면 한 달에 465개의 물건을 정리할 수 있다. 카페 운영자인 황윤정(48) 씨는 카페에서 추구하는 미니멀 라이프란 “단순한 정리정돈이 아니라 내 인생에 가치를 더해주는 꼭 필요한 것들만 소유하려는 삶”이라고 정의한다.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

미니멀리즘 라이프

교사로 일하며 자녀 셋을 둔 맞벌이 주부 황씨는 퇴근 후 그녀를 기다리는 청소, 빨래, 설거지 등의 일 때문에 집이 또 다른 직장처럼 생각됐다고 한다. 우연히 미니멀리스트에 관한 책을 읽게 되었고 처음엔 ‘집안일 좀 덜했으면 좋겠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했다. 물건을 비우면서 자연스럽게 삶의 방식까지 변화됐다고 한다. 


“물건을 비우면서 자연스럽게 환경과 동물복지, 기부, 공정무역, 건강한 식재료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지금은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동물제품은 구입하지 않게 되었고 지구를 오염시키고 제3세계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물건도 사지 않으며 식재료는 꼭 필요한 만큼만 구입하여 항상 신선한 재료로 요리하고 있다.”


황씨는 이제 하루 종일 집안일에 시달리는 대신 독서도 하고 글도 쓰는 취미생활을 즐기게 됐다. 덕분에 지난 9월에는 <버리면 버릴수록 행복해졌다>라는 책을 출판하기까지 이르렀다. 그는 말한다. “삶은 여행이다. 어마어마하게 큰 캐리어에 온갖 짐을 다 넣고 들고 다니는 여행만큼 피곤한 여행은 없다. 내가 관리할 능력이 되는 만큼만 가볍게 최소한으로 지니며 이 세상 소풍 마치는 것이 목표다.”


10년차 신문기자 출신의 탁진현(36) 씨는 최악의 시기를 겪다가 미니멀리스트의 삶으로 인생을 재정비하게 됐다. “2011~2012년 최악의 삶이라고 느낀 시기가 있었다. 많은 업무량으로 스트레스가 극에 달했다. 그즈음 실연을 겪었고, 건강에도 적신호가 왔다. 일, 인간관계, 건강 문제가 한꺼번에 생긴 것이다. 어느 날 베란다에 쌓인 몇 박스 분량의, 엄청난 양의 서류뭉치를 버렸는데 이전에 느껴본 적 없는 홀가분함을 느꼈다.”


미니멀리즘 라이프


  국내 미니멀리즘 열풍의 배경 세 가지


이준영 상명대 소비자주거학과 교수는 국내 미니멀리즘 열풍의 배경에 대해 크게 세 가지를 꼽는다.


우선 ‘삶의 클라우드화 현상’이다. 전 세계적으로 ‘공유경제’가 대두되면서 굳이 물건을 구매해서 소유하지 않아도 체험하고 공유할 수 있게 됐으며, 이 때문에 소비자들이 물건도 마치 클라우드나 가상공간에 저장하듯이 공유나 대여를 통해 필요할 때 꺼내 쓰는 개념으로 인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가치중심의 소비’다. 저성장시대로 접어들면서 물질적인 가치보다 정신적인 가치를 중요시하게 됐다. 과거처럼 체면과 과시를 위한 소비가 아니라 물건의 본질적인 가치나 품질에 중점을 두는 경향이 크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소유물을 기부하는 등의 행위로 줄여나가고 꼭 필요한 물건을 구입하는 ‘윤리적 소비’를 지향하게 됐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젊은층들에 “럭셔리하고 매력적인 삶으로 비춰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치열한 경쟁사회일수록 많은 사람이 오히려 내려놓기, 느리게 살기, 자연친화적인 생활 등 여유가 있는 삶을 동경하고 럭셔리하다고 인식한다. 미니멀리즘 역시 같은 범주에 속하는 라이프스타일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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