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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겨울철 미세먼지의 습격

전국적으로 작년 11월 초부터 미세먼지 농도가 나빠졌다.  미세먼지의 48.6%가 중국에서 온 것이고 나머지는 국내 자체 오염물질 때문이다. 개선되지 않으면 2024년 기준으로 초과 사망자가 2만 명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알아보자.

미세먼지


미세먼지의 습격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지난해 11월에 접어들자마자 아침저녁으로 서울 등 수도권을 비롯한 충청·호남 지역에서는 미세먼지 농도가 ‘나쁨’ 수준에 이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아침운동을 피하고 외출도 자제해야 할 정도다. 한반도에 영향을 주는 중국의 상황은 더 심하다.


지난해에 이어 베이징 기상대는 1월 7일 ‘스모그 황색경보’를 발령했다. 베이징 등 중국 수도권에 스모그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바람을 몰고 왔던 찬 공기가 물러가고 공기가 정체된 탓이지만 겨울철 난방이 시작된 게 주된 원인이다. 석탄을 연료로 사용하는 중앙집중식 난방이 시작되면 엄청난 오염물질이 배출된다.


중국발(發) 오염물질은 한반도 미세먼지 오염의 절반 가까이 차지한다. 해마다 늦가을부터 봄까지 반복되는 미세먼지 오염, 언제쯤 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경기도 포천. 이곳은 국내에서 미세먼지 오염이 제일 심한 곳이다. 본지가 국내 미세먼지 오염 실태를 파악하기 위해 국립환경과학원에서 매년 발간하는 ‘대기환경연보’를 바탕으로 2013~2015년 전국 주요도시별 미세먼지(PM-10) 오염도 순위를 매긴 결과, 서울보다 경기도의 크고 작은 도시들의 오염이 더 심했다.


포천 지역은 3년 평균값이 1㎥당 68㎍(마이크로그램, 1㎍은 100만 분의 1g)으로 가장 높았다. 이어서 경기도 여주와 이천이 나란히 65㎍로 2위를, 동두천이 64㎍, 평택과 양주가 62㎍이었다. 반면 전남 여수·순천·목포와 경남 사천, 강원도 동해·영월, 제주 서귀포 등지는 평균치가 35~40㎍으로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했다.


하지만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공기가 깨끗하다는 이들 도시의 평균치는 세계보건기구(WHO)의 권고기준인 연평균 20㎍을 훌쩍 뛰어넘는다. 국내 연간 환경기준치는 50㎍이다. 서울은 45㎍으로 83개 도시 중에서 오염이 심한 순서로 60위를 차지해, 상대적으로 오염이 덜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해마다 달라지는 기상 상황의 영향을 줄이기 위해 2013~2015년 3년간 오염도의 평균치를 산출해 비교했다.


미세먼지


미세먼지 오염도 제주도가 서울보다 높아


서울의 오염도가 낮은 것은 초미세먼지(PM-2.5)도 마찬가지였다. 미세먼지(PM-10)는 지름 10㎛(마이크로미터, 1㎛=1000분의 1㎜) 이하의 먼지를, 초미세먼지는(PM-2.5) 지름 2.5㎛ 이하의 먼지를 말한다. 머리카락 굵기가 70㎛이니까 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7분의 1 정도이고, 초미세먼지는 머리카락 굵기의 30분의 1 정도다. 초미세먼지의 경우 2015년부터 환경기준으로 도입돼 3년치가 아닌 이전 1년치만 비교가 가능하고 측정지점 수도 작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치는 1㎥당 23㎍으로, 43개 도시 중 오염도가 심한 순서로 38번째였다. 경기도 의정부(46㎍)와 강원도 원주(34㎍) 등이 높았고, 서귀포·김해·사천·강릉 등이 서울보다 오염이 덜했다. 물론 WHO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권고기준 10㎍을 달성한 국내 도시는 한 곳도 없었다. 서울은 초미세먼지 국내 연간환경기준치 25㎍은 충족했다.


이 같은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오염도를 놓고 보면, 먼저 중국이 국내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점이 눈에 띈다. 또 지역별 미세먼지 오염에서 자동차 등 도시 대기오염으로 설명할 수 없는 또 다른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을 추정할 수 있다.


먼저 중국의 영향은 국가배경농도 측정지점, 즉 오염원이 없는 지역인 인천 옹진군 백령도나 제주도 고산리에서 측정한 연평균치(2015년 기준)에서도 확인된다. 이들 지역의 미세먼지(PM-10)는 서울과 차이가 없는 44~45㎍이었다. 초미세먼지(PM 2.5) 각각 24㎍으로 서울의 23㎍보다 오히려 높았다. 인구 2000만 명이 넘는 수도권, 그 중앙에 위치한 인구 1000만 서울의 미세먼지 오염이나 백령도·제주도의 오염도가 같다는 것은 편서풍을 타고 중국에서 몰려오는 대기오염을 제외하고는 설명하기 어렵다.


서울과 제주시의 미세먼지 오염도 추세를 비교해보면 이런 점은 더욱 뚜렷해진다. 2000년대 초 서울의 미세먼지 연평균치는 58~71㎍, 제주시는 39~49㎍으로 서울의 오염도가 훨씬 높았다. 하지만 최근 3년 동안의 평균치는 제주시가 46㎍으로 서울 45㎍과 역전됐다. 제 1차 수도권 대기질 개선 종합대책 (2005~2014년)의 결과로 서울의 대기오염이 개선됐지만 중국발 대기오염 탓에 여전히 개선효과가 줄어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해 10월 21일 한국대기환경학회 등이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김순태 아주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한·미 공동 대기질 측정실험 결과, 국내 미세먼지 오염의 48.6%, 초미세먼지 오염의 60%가 중국에서 온 것”이라고 발표했다. 국내 오염물질의 기여도는 미세먼지가 49.7%, 초미세먼지는 39%로 분석됐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대기오염으로 인한 고통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동종인 서울시립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쉽게 해결되지는 않겠지만 2020년 이후에는 조금씩 개선되고, 그 영향이 우리에게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유엔 아·태경제사회이사회(UNESCAP) 남상민 부소장도 “중국의 경우 대기오염을 줄이기 위해 풍력·태양광 등 신재생에너지 보급에 엄청난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서 향후 10년 안에는 도시대기오염 문제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앞으로도 10년은 중국에서 편서풍을 타고 날아오는 대기오염물질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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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법소각이나 소규모 공장 단속 시급


중국 영향이 크지만 미세먼지 오염의 절반은 국내 발생원인 탓이다. 특히 서울보다 오염이 심한 지방 도시들의 경우 노천 불법소각이나 품질이 떨어지는 연료를 사용하는 소규모 공장 탓이 크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로 지난해 5~6월 한강유역환경청 단속팀은 경기도 포천·양주 등 수도권 일대 미세먼지 배출사업장 150곳 중 선박 면세유를 사용한 57곳을 적발했다. 선박용 면세유는 원양 어선이나 외국 항해 선박의 연료용이다. 황 성분 기준(황 함유량 4% 이하)이 일반 벙커C유 기준보다 최대 13배가 높다. 수도권지역은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라 경기도 양주 지역은 0.3% 이하, 포천·연천은 0.5% 이하의 저유황 연료를 사용해야 한다. 하지만 이들 업체는 L당 547원인 산업용 중유 대신에 L당 358원인 고유황 벙커C유를 사용했다.


포천의 한 업체는 면세유로 연간 4억7000만원을 절감하며, 황산화물 농도가 최대 1679ppm에 이르는 오염공기(배출 기준치 270ppm의 6배)를 내뿜었다. 황산화물과 질소산화물은 대기 중에서 수증기 등과 2차 반응을 해 미세먼지를 만든다. 적발된 12개 업체 중 6곳은 연간 222t의 황산화물(SOx)을 배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의정부·동두천·포천·연천 등 경기북부 10개 시·군 전체가 배출한 양의 21%에 해당한다. 또 12곳 중 7곳은 질소산화물(NOx) 배출허용기준을 초과했다.


이 같은 국내외 오염 탓에 한국의 미세먼지, 초미세먼지 오염도는 개발도상국 수준에 머무는 실정이다. 지난해 9월 WHO는 세계 각국의 국민이 노출되고 있는 초미세먼지 오염도(2014년 기준)를 공개했다. 노출 농도는 실제 지상에서 측정한 값과 모델링 등을 통해 산출했다. 한국인의 초미세먼지 연평균 노출 농도(중간값)는 ㎥당 27㎍였다.


한국의 대기오염은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내에서 최악의 수준이다. 34개 회원국들 중 터키(노출농도 34㎍)에 이어 둘째로 초미세먼지 오염이 심하다. 반면 인구 10만 명당 조기사망자 수는 16명으로 34개국 중 10위였다. 지난해 5월 미국 예일대·컬럼비아대에서 발표한 세계 각국의 환경성과지수(EPI) 보고서에 따르면 대기오염부문에서 한국의 순위는 전체 180개국 중에서 173위를 기록했다. 한국보다 대기오염이 심한 것으로 평가된 나라는 미얀마·파키스탄·라오스·인도·중국·방글라데시 등이었다. 개도국에서도 도시에서는 미세먼지 오염이 심각하고, 주민들이 실제 노출되는 오염도가 아주 높다는 점을 감안한 평가인데, 한국의 오염이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할 수 있다.


임종한 인하대 의대 교수는 수도권 대기오염 개선대책을 시행하지 않을 경우 2024년 기준으로 수도권 지역에서만 초과사망자가 1만9958명 발생하는 등 사회적 비용이 연간 12조3259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미세먼지 오염의 심각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는 지난해 6월 3일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내놓았다. 서울의 초미세먼지 농도를 10년 내에 현재 프랑스 파리 수준인 ㎥당 18㎍으로까지 낮춘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낡은 경유차를 조기 폐차하고, 친환경차 보급을 확대하고, 노후 석탄 화력발전소를 폐쇄하거나 대체해 미세먼지 배출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또 수도권지역에서는 노후 경유차 운행제한도 단계적으로 도입하기로 했다. 2005년 이전에 수도권 지역에 등록한 경유차량은 2017년부터는 서울에서, 2018년부터는 인천과 경기에서, 2020년부터는 나머지 수도권 대기관리지역에서도 2020년부터 운행이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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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연료세 등 에너지 세제 개편 필요


환경부 김법정 기후대기정책과장은 “이번 특별대책은 자동차·공장 등에서 1차로 배출되는 것뿐만 아니라 공기 중에서 반응을 통해 2차적으로 생성되는 미세먼지까지 감안해 석탄발전소까지 규제하게 된 것”이라며 “선박과 건설 기계도 미세먼지의 원인이 되는 질소산화물을 다량 배출하는 만큼 이들에 대한 관리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이나 환경단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는, 기존 대책의 재탕”이라고 비판했다. 미세먼지 오염이 심할 경우 석탄 화력발전소 대신 가스발전소를 가동하도록 하는 등 당장 시행할 수 있는 대책도 빠졌고, 경유차 운행을 줄이기 위한 경유가격 조정도 내년 이후로 미뤘다는 것이다. 10년 뒤에 프랑스 파리 수준으로 오염도를 낮춘다고 했지만, 파리에서는 지금도 차량 운행제한이 시행될 정도로 안심할 수 있는 수준도 아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 공성용 대기환경연구실장은 “정부가 할 수 있는 정책 수단은 거의 망라됐고, 이제는 시민들이 참여해서 미세먼지를 줄이는 부분, 즉 수요관리 부분이 남아있다”며 “자동차 연료세나 전력요금 등 에너지 세제를 개편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부의 목표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동종인 교수는 “정부가 대책을 내놓았지만 얼마나 감축효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라고 지적했다. 특히 초미세먼지가 어디서 얼마만큼 배출되는지에 대한 기초적인 조사가 제대로 돼 있지 않은 상태에서 제시된 목표이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장영기 수원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경기도와 인천이 서울보다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한데, 지금의 대책은 서울에 집중된 느낌이다”라며 “수도권 대기오염 개선 특별대책이 아니라 전국을 단위로 특별대책을 수립해야 할 상황”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