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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bes Korea

세계적인 소프라노, 최고의 디바 4인 내한 예정

가을은 풍요로운 문화의 계절이라고 했던가. 현재 세계를 뒤흔들고 있는 세계적인 소프라노, 4명의 디바가 내한을 앞두고 있다. 그야 말로 일생 일대의 기회가 될 것이라 예측되는 이들의 공연. 세계적인 디바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각각의 다른 매력을 뽐내는 공연이 될것이다. 그녀들이 어떤 무대를 보여줄지 살짝 들여다보자.

 

세계적 소프라노가 줄지어 내한한다. 안나 네트렙코(10월9일), 안젤라 게오르규(11월17일), 디아나 담라우(11월21일), 리즈 린드스트롬(12월9일)이 차례로 한국 무대에 오른다.

방한을 앞둔 이들 4명의 디바가 얼마나 세계적인 소프라노인가는 최근 스케줄을 보면 알 수 있다. 오페라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오페라베이스(operabase.com)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이들이 공연했거나 출연을 앞둔 공연은 네트렙코 38회, 게오르규 31회, 담라우 36회, 린드스트롬 34회다. 오페라가 한번 제작될 때마다 적어도 3~4차례 무대에 오르는 걸 감안하면 5년에 최소 100번 오페라 무대에 오르는 쟁쟁한 소프라노들이다. 이들은 또한 같은 소프라노이지만 특징이 다르다.



▒ 네트렙코 | 사연많은 ‘마농’역 많이 한 무게의 여왕

미모와 연기로 최고의 티켓 파워를 자랑하는 안나 네트렙코. 소리는 무게감으로 표현할 수 있다.

안나 네트렙코(46)의 소리는 크고 풍부하다. 네트렙코가 최근 가장 많이 한 역은 푸치니 ‘마농 레스코’의 마농과 차이콥스키 ‘예프게니 오네긴’ 중 타치아나 역. 사연 많은 여인, 성숙한 여성의 역할이라 네트렙코처럼 풍성하고 무거운 소리가 어울린다. 네트렙코의 목소리는 음색이 짙다. 황지원 음악평론가는 “목 넘김 강한 와인”에 빗댔다. 1995년 데뷔하고 얼마 안돼서는 좀 더 가볍고 어린 여성으로 많이 출연했다. 순진한 남성을 놀리는 발랄한 여성(‘사랑의 묘약’)이 주특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중반 이후 ‘예쁜 여성’ 역할에서 자유롭게 벗어났다. 지금은 목소리 장점을 제대로 살려 무겁고 비극적인 역할로 주가를 올리고 있다. 황지원은 “특히 베르디 ‘맥베스’의 맥베스 부인 역에서는 독보적 명창이라 할 수 있을 정도”라고 했다. 비극적이고 어두운 역할일수록 장점을 보이는 드라마틱 소프라노다. 10월9일 내한 공연에서는 남편인 테너 유시프 에이바조프와 함께한다.



게오르규 | 비극적 여성 주로 맡는 부드러움의 여왕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 소리는 부드러움으로 표현할 수 있다. 

 

40대 후반에서 50대 초반의 동년배이고 오페라 출연 횟수도 비슷한 소프라노지만 오페라에서 맡는 배역은 목소리의 성격에 따라 다르다.

 

네트렙코도 우아한 레가토(부드럽게 이어 부르는 것)에서는 안젤라 게오르규(52)에 밀린다. 게오르규는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음색이 필요한 배역에서 섭외 1순위다. 지난 5년 동안 가장 많이 출연한 오페라는 푸치니 ‘토스카’. ‘토스카’의 토스카는 카리스마로 오페라 전체를 끌고가지만 여성적 매력 또한 갖춰야 하는 배역이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우아함과 부드러움이라는 면에서 최고로 꼽히는 목소리”라며 게오르규가 2000년대 초반부터 최고의 토스카로 불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나비부인’의 초초상, ‘투란도트’의 투란도트 등 작곡가 푸치니의 극적이고 무게감 있는 역할이 게오르규에게 잘 맞아 ‘최고의 푸치니 소프라노’로 불린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체급을 바꾼 네트렙코과 달리 처음부터 무거운 역할로 시작하고 일관성 있게 소리 톤을 유지하는 소프라노”라고 설명했다. 게오르규는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서거 10주기 한국 공연(11월17일)에 참여한다. 소프라노 신영옥, 바리톤 고성현 등과 함께한다.

담라우 | ‘밤의 여왕’주특기인 기교의 여왕

소프나노 디아나 담라우. 소리는 화려함으로 표현할 수 있다.

높은 음을 결점없이 부르는 점에서는 디아나 담라우(46)가 누구보다 앞선다. 기교 면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프라노다. 1990년대 후반 데뷔 후엔 모차르트 ‘마술피리’ 중 ‘밤의 여왕’으로 유명했다. 높은 음을 마치 악기처럼 힘들이지 않고 부르는 기교 때문이었다. ‘밤이 여왕’은 탄력 있고 오류 없는 담라우의 소리에 걸맞지만 소프라노의 목에 무리를 주는 역할이기도 하다. 때문에 담라우는 2008년 이후 ‘밤의 여왕’ 출연을 자제하고 있다. 대신 최근 5년간 가장 많이 한 역할은 ‘라트라비아타’의 비올레타다. 보다 서정적이고 부드러운 소리로 노래하는 배역이다. 극한의 기교가 필요한 ‘람메르무어의 루치아’의 루치아 역할도 비올레타 다음으로 많이 맡았지만 점차 기교 대신 안정성 기준으로 배역을 선택하고 있다. 유형종 음악평론가는 “기술적인 완벽함 대신 소리의 안정감 쪽으로 차별화를 하고 있는 현명한 소프라노”라고 평했다. 11월에 첫 내한하는 담라우는 21일 공연에서 ‘라트라비아타’부터 구노 ‘로미오와 줄리엣’, 벨리니 ‘청교도’와 한국 가곡까지 본인의 장점을 제대로 보여주는 프로그램을 짰다.



린드스트롬 | ‘투란도트’최다출연 깨끗함의 여왕

소프라노 리즈 린드스트롬. 소리는 날카로움으로 표현할 수 있다.

리즈 린드스트롬(52)이 최근 5년 출연한 오페라의 작곡가는 푸치니, R.슈트라우스, 바그너 뿐이다. 그만큼 목소리의 특징이 뚜렷하다. 특히 5년 동안 출연한 오페라 34편 중 18편이 푸치니 ‘투란도트’ 중 투란도트였다. 그 다음으로는 슈트라우스 ‘살로메’(5회)와 ‘엘렉트라’, 바그너 ‘발퀴레’(3회)에 많이 나왔다.

즉 강한 오페라에만 나오는 소프라노다. 칼처럼 찌르는 듯한 소리와 깨끗한 발음이 장점이기 때문이다. 황지원 음악평론가는 “수정으로 빚은 듯 차갑고 깨끗한 소리로 적은 종류의 배역을 맡는 소프라노”라고 평했다. 이용숙 음악평론가는 “소리는 드라마틱한데 외모가 여성스러워 최근 세계 오페라 무대에서 인기가 많다”고 전했다. 12월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투란도트’에 출연하며 첫 내한한다. 최다 출연 배역으로 한국에 신고식을 치르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