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와 김정은의 말폭탄 주고받기가 최고 수위를 넘나들었다. 트럼프가 북핵문제와 관련해서 강력한 대북제재를 시사한 후 김정은이 잠자코만 있지는 않은 것. 아시아 방문일정을 앞두고 한차례 서로 막말을 쏟아낸 후 지금은 소강상태이다. 말폭탄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높이고 어떤 정치적 이득을 얻으려는 것일까? 그의 속내는 알 수가 없다.

 

한반도 정세를 마음대로 쥐락펴락하는 인물은 결국 한 명이다. 평양 주석궁에 앉아 있을 33세의 리더, 김정은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을 향해 막말을 쏟아낸다고 하지만 아직까지는 결국 김정은이 지시하는 북한의 도발에 대한 리액션(reaction), 즉 반응에 불과하다. 리액션이 아닌 액션(action)을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인물은 김정은뿐이다. 그의 액션은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 나아가 전 세계 판도까지 흔들고 있다. 트럼프 미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앞둔 지금, 김정은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그의 마음속을 들여다봤다.

 

김정은이 921,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부르는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북한을) 완전히 파괴시키겠다고 발언한 데 대한 맞불작전이었다.

 

트럼프의 대북 포위망은 촘촘하다. 지금까지 공개된 그의 일정에 따르면 외교적 대북 압박작전의 하이라이트는 서울이다. 트럼프는 문재인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국회를 방문한다. 당초 비무장지대(DMZ)를 방문하는 안도 검토됐으나 북·미 간의 설전(舌戰)으로 팽팽한 긴장 관계 등을 고려해 철회했다고 한다. 대신 트럼프 대통령은 국회 등에서 대북 정책에 방점을 찍는 연설을 할 것이라고 백악관은 발표했다. 일본 <요미우리신문>1015일 워싱턴 소식통을 인용해 그 연설의 골자를 미리 밝혔다. 북한이 핵·미사일 개발을 완전히 포기하도록 촉구하고, 북한에 대한 군사적 조치를 포함해 모든 옵션을 검토한다는 것이다. 이에 더해 한·일을 미국의 핵우산으로 방어한다고 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미 수차례“(군사 공격을 포함한) 모든 옵션이 테이블 위에 있다고 공언해온 트럼프이지만 그 발언을 김정은의 코앞에서 한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트럼프는 일본 방문에서도 북한 관련 이슈에 상당부분 시간을 할애한다. 초 단위로 움직이는 정상외교 일정을 쪼개가며 일본의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날 예정이다. 바다 건너 중국에도 북한은 협상 테이블의 메인 메뉴가 아닐 수 없다. 대북제재에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쥔 국가가 중국이기 때문이다.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930일 사전 조율을 위해 베이징을 방문한 자리에서 “(트럼프 방중에서) 북핵 문제는 반드시 논의될 것이라고 못박았었다.

 

동남아에서도 트럼프는 북한에 대한 고삐를 더욱 죌 것으로 보인다. 동남아가 어떤 곳인가. 전통적으로 북한의 우방으로 분류되는 국가가 다수다. 북한이 유일하게 공식적으로 참가하는 국제회의가 동남아 국가들이 모이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이다. 이번에 트럼프가 방문하는 필리핀은 더욱이 북한의 주요 교역국 5위 안에 드는 곳이다. 필리핀의 대북 수출품목 중 절반 이상이 핵·미사일 개발에 활용될 것으로 우려되는 집적회로 기판 또는 컴퓨터 제품들이다. 베트남 역시 사회주의 가치를 공유한 북한의 우방이다.

 

이런 아세안(ASEAN) 국가를 상대로 미국은 이미 수개월 전부터 대북 압박과 관련해 정지작업을 해놓은 상태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이 108월 필리핀 마닐라에서 열린 ARF를 다녀가면서다. 틸러슨은 북한을 ARF출입 금지시키는 방안까지 논의했다고 한다. 이런 여파 속에서 ASEAN 국가들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911(현지시간) 통과시킨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적극 따르겠다고 공언했다. 알란 카예타노 필리핀 외교장관은 유독 동작이 빨랐다. 그는 제재가 통과된 직후 필리핀은 경제 제재를 포함한 대북 안보리 결의를 전면 이행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의 방문은 화룡점정이 되는 구도다. 트럼프의 이번 아시아 방문이 그의 북한 포위 작전의 완성 단계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트럼프·김정은 설전은 신경전

 

 

트럼프와 김정은의 전쟁은 이미 말폭탄에 있어서는 최고 수위를 넘나들었다. 트럼프는 김정은에게 꼬마 로켓맨(little rocket man, 미사일을 쏘아대는 꼬맹이)’라는 별명을 붙였고, 지난 9월 유엔총회에선 급기야 완전히 파괴하겠다(totally destroy)”는 발언도 했다. “미국과의 동맹을 방어해야 한다면이라는 전제가 붙었지만 김정은으로선 모골이 송연할 만한 발언이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 가능성을 언급하는 틸러슨에 대고 트위터를 통해 리틀 로켓맨과 협상을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고 있다고까지 공개적으로 무안을 줬다.

 

김정은도 지지 않고 나름의 최고 수위로 맞불을 놓는다. 신년사와 당대회 등 특별한 행사가 아니면 연설에 나서지 않는 관례를 깨고 직접 성명을 발표한 것이다. 김정은의 표현 역시 트럼프에게 뒤지지 않는다. 트럼프를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라고 칭하면서 “(트럼프가) 역대 가장 포악한 선전포고를 해온 이상 우리도 그에 상응한 사상 최고의 초강경 대응조치 단행을 신중히 고려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김정은은 트럼프가 무엇을 생각했든 간에 그 이상의 결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미국의 늙다리 미치광이를 반드시, 반드시 불로 다스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시 유엔총회 현장에 있었던 이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한이 취할 수 있는 조치에 대해 묻자 역대급 수소탄 지상 시험을 아마 태평양상에서 하는 것으로 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용호는 이 같은 유엔 총회 발언 이후 열린 107일 당 중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당 정치국 위원으로 승진했다.

 

 

김정은이 107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2차 전원위원회를 소집한 모습. 주먹을 불끈 쥐며 대북 제재를 이겨내자는 모습을 주민들에게 선보였다.

 

설전은 이후에도 트럼프의 “(지금은) 폭풍 전의 고요발언 등으로 이어지다 돌연 소강 상태에 빠졌다. 트럼프가 갑작스레 1013(현지시간) “(북한과) 협상을 해서 뭔가 일어날 수 있다면 나는 언제나 그것에 열려 있다고 말하면서다. 그는 이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보자.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말의 전부라고 했다.

 

실제로 이용호 북한 외무상이 언급한 태평양 수소탄 실험까지 김정은은 염두에 두고 있는 것일까? 전문가들은 적어도 당분간은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김영수 교수는 김정은이 말폭탄 수위를 높인 건 트럼프와의 설전을 통해 자신과 트럼프가 동급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기 위한 신경전에 가깝다고 진단했다. 이런 말폭탄으로 서로의 존재감을 높이고 정치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다. 남성욱 교수도 말폭탄에 돈이 드는 것도 아니다. 어찌 보면 김정은과 트럼프는 서로 닮은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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