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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미스트

대형마트 의무 휴무, 시장 이득 봤을까?!

대형마트의 의무 휴무로 인해 주변 재래시장을 찾아서 장을 본 경험이 있으실 거예요. 상생을 위한 법안이었지요. 하지만 이 법안으로 인해서 대형마트와 주변 상권이 함께 성장했을까요?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네요. 어째서인지 그 이유를 알아보았습니다.

내수시장 위축, 소비자 편익 감소 부작용만... 전통시장에 피기백 모델 도입할 만

지난해 11월 27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대형마트 4회 휴무, 복합쇼핑몰·면세점 월 2회 강제 휴무 등의 내용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을 본회의 안건에 상정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이 안건 상정은 무산됐다. 


소비심리가 악화되고 의무휴업을 둘러싼 여론이 나빠지면서다. 개정안 내용은 대략 이렇다. 현재 대형마트 월 2회 휴무를 4회로 늘리고, 월 2회 의무휴업을 복합쇼핑몰과 면세점, 아웃렛에까지 확대하는 것이다. 주변 상권과 합의를 거쳐 평일을 휴일로 지정해야 하고,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는 영업을 할 수 없다.


유통산업발전법은 지난 2012년 3월 대형마트와 복합쇼핑몰 등을 규제해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마련한 법안이다. 올 3월이면 법안이 나온 지 7년이 된다. 그러나 지금까지 상황을 보자면 이 법안 시행 이후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동반 침체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가 신용카드 사용자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 규제 도입 이듬해인 2013년 29.9%였던 대형마트 소비 증가율은 2016년 -6.4%로 줄었고, 같은 기간 전통시장도 18.1%에서 -3.3%로 감소했다. 정부는 대형마트를 강제로 쉬게 하면 소비자들이 전통시장으로 몰려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동시에 대형마트 수익성도 뒷걸음질 했다.


동네마트·식자재마트는 반사이익 누려

대형마트 휴무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반사이익을 본 곳도 있어서다. 바로 중규모 이상의 동네마트나 식자재마트 등이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학교 교수가 지난해 9월 열린 ‘상생협력을 통한 중소유통 활성화 방안’에서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대형마트와 매출 5억원 이하 소규모 점포 매출은 감소한 반면 50억원 이상의 수퍼마켓 매출액이 7% 이상 늘었다.


그러나 법의 애초 취지인 전통시장 등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은 무색해진 듯하다. 때문에 대형마트 의무휴업 효과가 의문시되는 상황에서 복합쇼핑몰까지 주말에 문을 닫게 하겠다는 것은 부작용을 더욱 키울 수 있다. 


가뜩이나 위축된 내수시장이 더 나빠지고, 소비자 편익도 감소할 수 있어서다. 더 큰 문제는 대형마트를 주말에 강제로 닫게 했지만 소비자들은 대형마트의 대안으로 전통시장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한상의는 “복합쇼핑몰과 전통시장·소상공인은 주업종이 달라 경쟁관계가 크지 않다”며 “전통시장과 골목상권 등 경제적 약자 보호라는 취지는 이해하지만, 복합쇼핑몰 규제로 득(得)보다 실(失)이 클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형마트 휴무가 실(失)이 되고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한국유통학회의 ‘한국 도시 상업 생태계에서의 복합쇼핑몰의 역할’ 보고서에 따르면 장기적으로 복합쇼핑몰의 고객 수가 증가하면 주변 상권을 이용하는 고객 수도 증가해 ‘경쟁관계’보다 ‘보완관계’가 더 큰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지난해 3월부터 1년 동안 스타필드 하남점과 주변 3㎞ 내 소매업종의 신용카드 데이터를 회귀 분석했다. 보고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두 상권의 보완관계 강도도 증가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복합쇼핑몰은 관리만 대기업이 할 뿐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비율이 압도적이다. 신세계 스타필드, 롯데아울렛 등의 경우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입점 비율이 70%를 넘는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월 2회 강제 휴무할 경우 복합쇼핑몰 입점 소상공인들의 매출과 고용은 각각 평균 5.1%, 4%씩 감소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춘한 교수는 “과거 상권 내대·중·소 유통간의 경쟁이었다면 최근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지역 상권과 지역 외 상권간의 경쟁구도로 바뀌었다”며 “규제 중심의 중소유통 활성화 정책은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가만히 지켜본 것만은 아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전통시장 지원 예산을 해마다 매년 늘리고 있다. 2002년 이후 2018년까지 시장경영혁신지원, 시설현대화, 주차환경 개선 등의 명목으로 총 3조6555억원을 전통시장 지원 사업에 투입했다. 


2005년 1268억원이었던 투자금액은 지난해 3754억원으로 늘었다. 올해 예산은 5396억원으로 편성됐다. 그러나 전통시장의 매출액은 예산 증가와 반대로 움직였다. 2005년 27조3000억원에에서 2016년에는 21조8000억원으로 약 5조5000억원 감소했다.


때문에 전통시장 상인들도 지금과 같은 정책으론 골목상권 활성화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고개를 흔든다. 서울 광진구 자양골목시장은 자양동 이마트와 1.5km 정도 거리가 떨어져 있다. 시장에서 청과물을 판매하는 한 상인은 “예전보다 전통시장 분위기가 많이 개선됐지만 편의성 측면에서는 여전히 대형마트나 쇼핑몰을 따라갈 수가 없다”며 “오는 사람이나 오지 마트가 문닫았다 일부러 장 보러 나오겠느냐”며 답답해했다.



전통시장의 시설 투자 일변도에서 벗어나야

업계에서는 골목상권을 살리기 위해서는 대기업 규제보다 실효성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승재 소상공인 연합회장은 “창의적인 상품개발로 골목상권도 살리고 대규모 점포도 상생할 수 있는 기틀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통시장 지원정책이 시설 확충 등 편의를 증진시키는 방향으로 추진했지만, 소비자 중심의 편의 증진 정책으로는 대형 유통 업체들과 경쟁할 수 없다”면서 “시설 투자보단 상인들에게 맞춘 실질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전통시장 상권 전체를 살리는 ‘피기백(piggy back) 모델’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전통시장에 공실이 난 매장이나 비어 있는 공간에 인지도가 높은 유통업체를 입점시키는 것이다. 서용구 교수는 “대형마트가 시장에 입점하기 어렵지만 편의점이나 다이소 등 인지도 있는 브랜드를 입점시키면 전통시장에 고객을 끌어들이는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희 기자 kim.sungh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