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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어디까지 공유해봤니? 저성장 시대를 뚫는 새로운 방법?!

요즘에는 무엇 하나를 하려고 하더라도 비용 걱정이 먼저 앞서는 경우가 있어요. 그래서 사람들이 선택한 방법은 바로 '공유'였죠. 잠시만 쓰게 될 것을 여러 사람들이 모여서 저렴하게 이용하고자 여러 가지를 공유하기 시작했어요. 

이제는 그 공유의 대상이 상상을 넘어갈 정도로 다양해졌는데요. 과연 사람들은 어떤 것까지 공유하기 시작했을까요?


매장 함께 쓰며 임대료 ‘파고(波高)’ 넘는 청년 사장들
홍보·회계 등 노하우 교환하며 시너지 효과도 쏠쏠

▎‘요리생각’ 서건웅 대표(왼쪽)와 ‘공간식물성’ 정수진 대표. 두 대표는 “(공간을 공유하려면) 서로의 업종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요리생각’ 서건웅 대표(왼쪽)와 ‘공간식물성’ 정수진 대표. 두 대표는 “(공간을 공유하려면) 서로의 업종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 염리동 골목에는 특별한 가게가 있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초록빛 나무들이 먼저 손님을 반긴다. 꽃집인가 했는데, 가게 안쪽에 자리한 주방에선 요리가 한창이다. 고소한 올리브오일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한 공간에 꽃집과 식당이 공생하는 모양새다. 점심을 맞아 이곳을 찾은 김소연(28)씨는 “식물원으로 소풍 나와 식사하는 기분”이라며 활짝 웃었다.

이곳에 미리 자리를 잡았던 건 꽃집 ‘공간식물성’이다. 정수진 공간식물성 대표는 “식물로만 채우기엔 공간이 너무 커 고민하다가, 절반을 임대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들었다”고 설명했다. 공간의 나머지 절반을 채운 건 이탈리안 레스토랑인 ‘요리생각’이다. 요리생각의 서건웅 대표는 “공간을 공유하는 만큼 서로의 업종에 대한 배려와 신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염리동의 두 사장은 공간을 나눠 임대료와 관리비를 아꼈다. ‘젠트리피케이션’에 맞서는 공유경제식 해법이다. 그러나 공간을 함께 쓰면 청소는 누가 할까? 난방은 얼마나 틀어야 할까? 자잘한 갈등이 한 무더기로 나오기 마련이다. 그래서 공간을 제공하고 운영·관리를 전담하는 스타트업도 속속 생겨나고 있다. 튀는 아이디어로 공유경제를 실현해가는 현장을 렌즈에 담았다.

 

공유 주방, 꿈꾸는 셰프들의 요람으로

가게 구조상 이탈리아 요리를 즐기고픈 손님도 반드시 정수진 대표의 식물들과 인사를 나눠야 한다. 두 업체가 공생하는 방법론이다.

 

서울 상수동의 ‘프로젝트 하다’는 요일마다 가게가 바뀐다. 요일마다 다른 셰프가 자기 상호명을 걸고 영업한다. 한시적으로 운영한다는 뜻에서 ‘팝업(pop-up)식당’이라 부른다. 이곳에선 공용 조리도구와 테이블이 구비돼 있어 실력 있는 셰프는 언제든 식당을 열 수 있다. 보증금이 없고 영업한 시간만큼 비용을 지불하면 된다.

프로젝트 하다의 정다운 대표는 높은 임대료 탓에 사업을 접는 지인을 보며 열린 공간을 고민했다. 정 대표는 “공간을 공유하며 비용을 낮춘 덕에 누구나 부담 없이 도전하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며 “2015년 개점 후 지금까지 30여 개의 팝업식당이 이곳을 거쳐 갔다”고 밝혔다. 몇몇 식당은 독립해 나가기도 했다. 앞서 염리동에 자리 잡은 요리생각이 그 중 하나다.

배달 전문 식당들이 주방을 공유하는 모델도 있다. 스타트업 ‘심플키친’이 서울 삼성동에 마련한 244여㎡(74평) 규모의 공간에 아홉 개 식당이 둥지를 틀었다. 이곳에 입점한 음식점은 위생관리는 물론, 마케팅·회계·경영 컨설팅 등의 관리를 받을 수 있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는 “여러 음식점이 모여 있어 재료비와 운영비 등을 절감할 수 있는 게 가장 큰 매력”이라고 설명했다.

 

“아파트 단지는 훌륭한 공유경제 단위”

‘요리생각’을 찾은 손님이 파스타를 맛보고 있다. 가게를 찾은 김소연씨는 “식물원으로 소풍 나와 식사하는 1 기분”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경기 수원시의 H 아파트 단지에서도 공유경제가 싹트고 있었다. 관리·운영비용 외에는 이윤을 남기지 않는다는 점이 특장점이다. 이곳의 입주민들은 물품 공유 서비스를 통해 유모차와 장난감 등 70여 가지의 물품을 일주일 단위로 대여할 수 있다. 물품 창고는 단지의 커뮤니티 시설에 마련했다. 입주민들은 지하주차장에 마련된 차량공유 서비스 ‘행복카’도 이용할 수 있다 . 대여요금은 1시간 기준으로 경차는 3900원, 소형차는 4900원으로, 전국 단위 차량공유업체와 비교했을 때 절반 이하 수준이다.

H 단지의 공유 프로그램을 기획한 예비 사회적 기업 ‘쏘시오 리빙’의 이희선 과장은 “아파트 단지는 훌륭한 공유경제 단위”라고 설명했다. 원활하게 물건을 공유하려면 일단 사람들끼리 공간적으로 가까워야 하기 때문이다. 주차장이나 커뮤니티 시설 등 공용 공간도 중요한 포인트다. 단지 내에서 활용 가능한 자원을 발굴한 다음,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근성을 높이는 솔루션을 마련하는 게 이 업체의 사업 모델이다.

박물관급 보관 환경을 구비하고 물건을 맡아 주는 창고 공유 서비스도 눈길을 끈다. ‘미니창고 다락’은 만성적으로 공간이 부족한 도시 문제에서 착안했다. 온도와 습도는 물론 미세먼지까지 관리하는 공조장치를 갖춰 만족도를 높였다. 다락의 김정환 이사는 “개인 수집품이나 책, 철지난 의류 등을 보관하는 고객이 느는 추세”라며 “생활하는 공간에 짐이 줄어 쾌적해졌다고 말하는 고객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했다.

 

임태윤 심플키친 대표(왼쪽 셋째)와 ‘심플키친’ 삼성점에 입주한 식당 대표들. 이곳에는 배달 전문 식당 아홉 곳이 입주해 성업하고 있다.

 

심플키친에 입주한 식당 ‘서울포케’의 직원이 배달원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경기 수원시의 H 아파트 단지는 지하주차장을 활용해 입주민을 대상으로 차량 공유 서비스를 제공한다. 시간당 대여요금은 3900~4900원 수준이다.

 

예비 사회적 기업 ‘쏘시오 리빙’은 단지 내 커뮤니티 시설에 마련된 물품창고를 통해 입주민에게 물품 대여 서비스를 제공한다

 

팝업식당 ‘지구커리’ 대표가 영업 시작에 앞서 간판을 바꿔 넣고 있다.

 

‘프로젝트 하다’는 식당 운영에 필요한 조리도구·식기·테이블 등을 갖추고 있어 청년 셰프들의 창업 공간으로 각광 받고 있다.

 

‘미니창고 다락’은 공간 부족에 시달리는 도시민들의 고충에 착안해 창고 공유 서비스를 기획했다. 박물관급 공조시설과 방충 관리로 이용객들의 만족도가 높다. / 사진:김현동

 

다락의 창고를 찾은 한 이용객이 물품을 보관하고자 짐을 옮기고 있다. / 사진:김현동

 


사진·글 전민규 월간중앙 기자 jun.minky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