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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판 루나 소사이어티? 부산, 울산, 경남 공장에서는 지금...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을 대표하는 제조업 중견기업 2·3세들이 모였어요. 이들의 모임은 마치 ‘한국판 루나 소사이어티’같아요. 요즘 제조업이 점차 어려워져 가는 가운데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그들이 스타트업과 손잡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와 협업을 통한 희망과 전망이 무엇인지 들어보았어요.

 

부산·울산·경남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2·3세 15명이 중견기업연합 펀드를 조성해 스타트업에 투자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다. 스타트업과 협업해 제조업의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지역 중견기업의 혁신 움직임이 어떻게 생겨났고, 어떻게 발전했으며, 현재는 어떤 모습인지 살펴봤다.

▎2017년 7월 19일 부산 누리마루 APEC하우스에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부·울·경 중견기업, 벤처캐피털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KDB-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 조성식이 열렸다. 같은 해 11월 국내 최초로 413억원 규모의 중견기업연합 펀드가 결성됐다. / 사진:선보엔젤파트너스 제공

 

18세기 중반 영국에서 산업혁명이 시작됐다. 기술과 동력의 혁신은 농업 중심의 사회를 산업사회로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인이었다. 특히 제임스 와트가 개량에 성공한 증기기관은 산업혁명을 가능하게 한 중요한 요인이다. 제임스 와트의 도전이 성공한 것은 기업가 매슈 볼턴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인연이 없던 두 사람이 만날 수 있었던 것은 ‘루나 소사이어티’라는 모임 덕분이다.



‘루나 소사이어티’는 1765년 찰스 다윈의 할아버지인 발명가 에라스무스 다윈이 만든 모임이다. 제임스 와트를 비롯해 산소를 발견한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와 도자기 사업가 조사이어 웨지우드, 백만장자 매슈 볼턴 등이 모임에 참여했다. 


이들은 과학 기술에 대해 토론했고, 사업화할 수 있는 방법을 함께 고민했다. 아이디어와 실행력은 있지만 자본이 없는 혁신가, 자본은 있지만 아이디어가 부족한 기업가의 협업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초석이 됐다. 이들의 협업 덕분에 증기기관 개량은 성공했고, 산업혁명으로 이어지며 역사의 물줄기를 바꿨다.



기사를 시작하며 루나 소사이어티를 이야기하는 이유가 있다. 영국의 루나 소사이어티가 ‘한국판 루나 소사이어티’로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울·경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15곳이 KDB산업은행과 함께 413억원 규모로 ‘KDB-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를 결성해 기술 중심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국내에서 처음으로 시도되는 지역 중견기업연합 펀드다. 루나 소사이어티처럼 기업가가 혁신가를 지원하는 모델이다.



혁신 찾기 위해 2·3세 엔젤투자 모임 만들어

▎서울 우면동에 자리 잡은 라이트하우스컴바인 인베스트 사무실에서 관계자들이 모여 회의를 하고 있다. 현재까지 15개 스타트업에 투자를 진행했고, 부·울·경 중견기업과 협업을 모색 중이다. / 사진:라이트하우스 제공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 시작된 한국판 루나 소사이어티는 부산을 대표하는 중견기업 선보공업 2세 경영자인 최영찬(39) 선보엔젤파트너스(선보엔젤)·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먼트(라이트하우스) 공동대표로부터 시작됐다. 그의 행적을 따라가면 부·울·경 중견기업 2·3세 경영인이 모인 이유와 이들이 스타트업과 협업으로 얻으려는 게 뭔지 알 수 있다.


1986년 자본금 300만원으로 시작한 조선 기자재 제조기업 남영기업이 선보공업의 시작이다. 설립자 최금식(66) 회장은 30여 년 동안 기술력에 집중 투자해 선보공업을 연 매출 3000억원을 올리는 중견 그룹으로 키웠다. 최 회장의 아들 영찬씨는 선보공업을 성장시키기 위해 고생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옆에서 지켜봤다.

 

서울에서 학교에 다닐 때도 방학이면 공장에 내려와 직원들과 함께 일을 했다. 학생 때부터 기업가가 되기 위한 현장실습을 마다하지 않았다. 최 대표는 기업 경영을 좀 더 배우기 위해 유학을 선택했다. 2008년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과에 편입했다. 미국에서 생활할 때 창업에 세 번 도전한 경력도 있다. 휠체어를 이용하는 이들이 낙상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는 아이템을 사업화 하기도 했다.



2013년 아버지 최 회장은 미국에서 창업가로 활동하던 아들을 한국으로 불러들였다. 최영찬 대표는 “내가 미국에 유학을 갔던 2008년은 조선업의 호황기였고, 내가 한국에 돌아온 2013년은 조선업이 힘들어지기 시작한 타이밍이었다”며 “기업가 2세는 가업을 승계할 것인지 아니면 나만의 일을 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기가 있는데 2013년이 그랬다”고 돌아봤다. 결국 그는 아버지의 뒤를 잇기 위해 한국에 남기로 결정했다.



최 대표는 선보공업 ‘사업기획팀’에 배치됐다. 쉽게 말해 조선업의 불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신사업을 찾는 게 임무였다. 최 대표는 “가만히 있어도 미국이나 인도 등 세계 각지에서 선보공업을 찾아오는 모습을 보니까, 아무리 조선업이 불황이어도 선보그룹은 곧 매출 1조원을 올릴 수 있을 것으로 자만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LED, 요트, 태양광, 해양플랜트 등 다양한 분야에 도전했지만 모두 실패했다. 특히 100억원을 투자했던 평형수처리시스템(BWMS) 분야 도전에 실패하면서 지방 중견 제조기업의 현실을 자각했다. 


최 대표는 “지역에서 잘나간다는 중견기업이라도 신규 사업에 투자해 실패하면 휘청거린다”면서 “특히나 제조업 기반의 중견기업은 자본이나 인력 면에서 외부 환경에 신속하게 대응하기가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2013년 한국에 돌아온 후 부울경 지역의 2·3세 경영인 모임인 ‘차세대경영자클럽’에 참여하면서 다른 이들도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음을 느꼈다. ‘중견기업이 자체적으로 혁신에 도전하는 게 어렵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이런 고민과 논의를 거듭한 끝에 ‘외부의 혁신을 기업 내부로 옮겨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고, 바로 실행에 옮겼다. 


2016년 2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선보엔젤파트너스(이하 선보엔젤)를 설립했다. 선보공업에서 신사업을 함께 추진하기 위해 2015년 영입한 오종훈 이사와 함께 공동대표를 맡았다.



지역의 중견기업 2·3세가 승계를 위한 경영 수업을 받는 게 아니라, 스타트업과 협업을 하겠다며 액셀러레이터를 설립하는 사례는 지역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다. 최 대표는 “아버지(최금식 회장)의 지지가 없었다면 이런 시도를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다른 2·3세 경영인들과 함께 이 새로운 길을 걷고 싶었다. 그게 ‘지역 중견기업이 살길’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의 모든 제조 기업이 지난 10여 년 동안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해봤지만 모두 실패했고, 스타트업과 협업하는 게 이 위기를 헤쳐 나가는 좋은 방법이라 믿었다”고 밝혔다.



그는 외부의 우려와 의심을 특유의 실행력으로 돌파했다. 선보엔젤 설립 2개월 만에 부산특구액셀러레이팅 사업자로 선정됐다. 울산과학기술원, 울산창조경제 혁신센터와 MOU를 맺었고, 설립 8개월 만에 스타트업과 투자자의 만남의 장인 ‘데모데이’를 부산에서 열었다. 데모데이는 ‘라운드테이블’로 이름이 바뀌면서 지금까지 매월 열리는 행사로 안착했다. 지역 중견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하는 대표적인 행사로 성장했다.



최 대표는 2016년 10월 중견기업 2·3세와 스타트업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직접 투자도 할 수 있는 모임을 결성했다. ‘파운더스 하우스 13 엔젤클럽’이다. 처음에는 기성전선, 오토닉스, 태광, 코메론의 2세가 참여하는 조그마한 모임이었다.



선보엔젤을 바라보는 시선을 결정적으로 바꾼 것은 2016년 11월 TIPS(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운영사로 선정된 후부터다. 오종훈 대표는 “TIPS 운영사로 선정되기 위해 울산과학기술원과 MOU를 맺는 등 철저하게 준비했다”면서 “TIPS 운영사로 선정된 후에 우리를 바라보는 시선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며 웃었다. 2017년 1월에는 서울과 울산에, 같은 해 11월에는 광주에도 사무소를 오픈했다.



최 대표 제안으로 국내 최초의 중견기업연합 펀드 시작

▎부·울·경 중견기업과 협업을 진행하고 있는 소프트센서 프린팅 스타트업 필더세임 창업가 배준범 유니스트 교수가 소프트센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최 대표 혼자만의 행보로 끝났다면 ‘찻잔 속의 태풍’이 될 가능성이 컸다. KDB산업은행이 최 대표와 함께하면서 지역 중견기업 2·3세들의 도전이 힘을 갖기 시작했다. 중앙 금융기관이 어떻게 지역 중견기업 2·3세와 손잡게 됐을까.



2016년 겨울부터 이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산업은행은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꾸준히 지원해온 금융기관 중 하나다. 스타트업에 직접 투자하는 금액은 매년 1000억원, 간접투자 금액은 매년 1조원 정도다. 해외 유명 벤처캐피털(VC)을 한국에 유치하는 ‘글로벌 파트너십 펀드’, 유망 스타트업과 VC를 연결해주는 ‘넥스트 라운드’ 같은 프로그램 등을 운영하면서 좋은 성과를 보여줬다.

 

넥스트 라운드를 기획한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행사를 진행하는 데 한국엔젤투자협회가 운영 중인 TIPS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2016년 겨울 즈음에 최영찬 대표를 꼭 만나보라고 했다”고 첫 인연을 들려줬다. 


당시 최 대표는 중견기업 2·3세들과 엔젤투자 모임을 만들고 스터디를 하고 있던 때였다. 2016년 겨울 산업은행 관계자들과 최 대표가 처음 만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 대표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지역 중견기업의 어려움을 이해했고, 최 대표의 행보에 진정성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면서 “이후로 계속 인연을 이어갔다”고 설명했다.



2017년 여름, 최 대표는 산업은행에 중견기업연합펀드를 제안했다. 산업은행은 한 달 동안 부·울·경 중견기업이 400억원을 모으면 산업은행이 100억원가량을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아무리 수천억원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이라고 해도 수십억 원의 자본을 투자하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며 “산업은행 제안을 처음 들었을 때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이 제안을 한 이유는 부·울·경 중견기업들이 주인공이 되어야 펀드가 성공한다고 믿었기 때문”이라며 “자료를 찾아보니 미국에는 비슷한 펀드가 있지만 아시아에는 없는 모델이었고, 산업은행 입장에서도 상당한 도전이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017년 10월 선보엔젤파트너스· 서울창조경제혁신센터· 울산창조경제혁신센터 공동 주최로 싱가포르에서 데모데이가 열렸다. / 사진:필더세임, 선보엔젤파트너스 제공

 

최 대표는 한 달 동안 많은 중견기업 2·3세를 만났다. 처음부터 ‘예스’라고 대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파운더스 하우스 13의 멤버였던 한 2세는 최 대표의 이야기를 듣자마자 거절하기도 했다. 


오종훈 대표는 “그나마 함께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2·3세도 처음에는 대부분 거절해 최 대표도 자존심이 무척 상했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중견기업 2세라는 타이틀을 버리고 계속 도전하는 모습이 신뢰감을 줬던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런 노력 덕분에 최 대표는 1개월 만에 선보공업을 포함해 부·울·경 지역 15개 중견기업 2~3세와 손을 잡았다. 2017년 7월 ‘KDB-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 조성식을 열었고, 같은 해 11월 15개 중견기업과 산업은행은 최종 413억원 규모 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급변하는 기술 트렌드를 따라가기 힘든 지역 중견기업이 스타트업과 협업해서 개방형 혁신을 시도하려는 사례를 한국에서 처음 만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펀드 운용을 위한 VC ‘라이트하우스컴바인인베스트(라이트하우스)’는 이미 설립한 상황. 중견기업연합 펀드 결성에 참여한 15개 중견기업과 산업은행이 모두 주주로 참여했다.



라이트하우스는 펀드 결성 이후 2월 현재까지 14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기존 센서의 단점을 해결한 소프트센서 프린팅 기술을 가지고 있는 필더세임부터 피부과용 치료기 제조 스타트업 리센스메디컬, PDLCD 스마트필름 제조 스타트업 리비콘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투자 기준은 부·울·경 중견기업과 협업이 가능한지, 무엇보다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지가 관건이었다.



‘너희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것 아니냐’는 오해 많아

 

자동차용 시트 소재 제조 중견기업 현대공업은 필더세임의 기술력에 주목해 공동투자까지 진행했다. 부산에 본사를 두고 있는 도료 제조 중견기업 조광페인트는 울산과학기술원(UNIST)의 기존 백금 촉매 방식을 대체하는 촉매 소재 개발 스타트업에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재생에너지 온라인 마켓 플랫폼 스타트업 루트에너지, 이륜차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원더스 등도 협업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여러 중견기업과 논의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제조 기반의 중견기업과 손잡은 이유를 묻자 배준범 필더세임 대표(유니스트 기계공학과 교수)는 “스타트업은 자신들의 아이디어를 산업현장에 적용해보고 싶은 욕구가 있고, 중견기업은 스타트업의 기술을 접목해 새로운 도전을 하고 싶어 한다”면서 “중견기업과 스타트업 모두 함께하고 싶은 욕심이 있으니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타트업과 협업할 방안을 다방면으로 찾고 있는 부산의 센서 제조 중견기업인 오토닉스의 박용진 대표도 “손을 잡았을 때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는 스타트업을 찾는 데 집중하고 있다”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스타트업도 찾아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트하우스의 행보는 지역 중견기업 2·3세들에게 큰 자극을 줬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이 투자했다는 것은 이들의 행보에 신뢰감을 주는 중요한 사건”이라며 “라이트하우스와 15개 기업은 이제 전국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처음 선보엔젤을 설립하고 엔젤클럽을 만들 때만 해도 ‘너희만 잘 먹고 잘 살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많이 받았다”면서 “산업은행이 우리와 결합한 이후 의심보다 기대하는 시선이 더 많아졌다”고 웃었다. 2016년 10월 중견기업 2·3세 5명과 시작했던 엔젤클럽은 현재 50여 명으로 늘어났다. 이는 지역에서 최 대표의 행보를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다.



지역 중견기업은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 일궈낸 것을 지켜야 하는 절박함이 크기 때문이다. 기업가들은 함께 보다 혼자서 뭔가를 이뤄내는 것을 즐긴다. 또 남의 말을 듣기보다 자신의 인사이트를 믿는 경우도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최 대표는 정반대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혼자보다 함께’, ‘다른 목소리보다 하나의 목소리’를 강조한다.

 

이 때문에 선보엔젤을 만들고 엔젤클럽을 결성하고, 중견기업연합 펀드를 조성하는 과정에서 최 대표를 의심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오종훈 대표는 “자존심이 센 중견기업 2·3세와 손잡고 투자를 유치한 것은 오랫동안 인간적인 신뢰감을 쌓아온 최 대표의 노력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KDB-중견기업 오픈이노베이션펀드’ 결성 이후 운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분야도 다르고 지향점도 다른 부·울·경 중견기업 15곳이 모였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사공이 많은 배’라고 예상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도 “라이트하우스에서 심사역을 뽑을 때 ‘시어머니가 15명이나 되는 곳에 누가 가나’라는 우려가 많았다”면서 “지금은 그런 목소리가 쑥 들어갔다”고 달라진 분위기를 전했다.



라이트하우스에 참여한 2·3세 15명은 외부에서 단점이라고 지적한 것을 오히려 ‘장점’이라고 강조한다. 최영찬 대표는 “중견기업은 각 분야에서 전문가이기 때문에 관련된 스타트업의 평가가 정확하다”면서 “주주 15명이 각자의 전문분야를 인정하니까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최영찬 대표도 중견기업 2·3세 경영인이라는 점이 아주 중요하다”면서 “최 대표가 중심을 잡고 있으니 서로의 판단을 믿고 일단 결정되면 모두가 따르는 분위기가 생겼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엔젤클럽이나 중견기업연합에 함께할 2·3세를 선정할 때부터 기준을 명확하게 했다. ‘재무가 탄탄한 기업’, ‘혁신을 할 수 있는 진취적인 마인드’, ‘기업가의 인성’이다. 최 대표는 “우리의 도전을 지속하기 위해서 마련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부산에서 오랫동안 친하게 지냈던 2·3세가 많다고 그들을 모두 중견기업연합에 끌어들이지 않았다”면서 “친분과 사업은 별개”라고 설명했다.



산업은행은 부·울·경에 이어 광주와 대구에도 이노베이션펀드를 결성하려고 시도하고 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서 쉽게 도전할 수 있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펀드를 결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럼에도 부·울·경 중견기업 2·3세의 행보는 다른 지역에 자극을 주고 있고, 이들을 뒤따르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고 평가했다.



최 대표와 부·울·경 중견기업 2·3세는 또 다른 도전에 나섰다. 글로벌 스타트업과의 협업이다. 최 대표가 싱가포르에 선보엔젤 사무소를 연 이유다. 최 대표는 “중견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유럽과 아시아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울산=최영진 기자 cyj73@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