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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축은행업계 판도를 바꿀 플레이어 등장!

저축은행업계 판도를 바꾸는 플레이어가 출현했어요. 바로 창업 6년 만에 국내 저축은행 자산규모 4위로 뛰어오른 페퍼저축은행이에요. 저축은행을 바라보는 부정적 시선이 여전한 가운데서도 페퍼저축은행의 성장곡선은 상승일로예요.

 

장매튜 페퍼저축은행 대표는 “5년 안에 저축은행업계를 넘어 국내 최고의 금융기업으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금융업은 대표적인 레드오션이다. 은행으로 대표되는 국내 금융업은 예대마진에 기댄 후진적 영업 형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거대 자본력을 갖춘 쟁쟁한 기존 플레이어들이 그들만의 성을 공고히 쌓아놓은 상태인지라, 여간해서 새로운 경쟁자가 진입하기란 쉽지 않다.

 

‘규제산업’이라는 업의 특성상 자본만 갖추었다 해서 쉽게 문턱을 넘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최근 핀테크 혁신으로 무장한 ICT 기업들이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심사에서 줄줄이 탈락한 사례들은 금융업의 이러한 특성을 여실히 보여준다.

페퍼저축은행은 지난 2013년 처음 문을 연 호주계 저축은행이다. 당시 늘푸른저축은행을 인수해 간판을 바꿔 단 지 이제 6년에 불과한 신생 금융사다. 하지만 업계에선 기존 저축은행업계의 영업 관행과 전략의 판을 깨는 메기로 불린다. 1700억원대(전신 늘푸른저축은행 기준)에 머물던 자산규모는 창업 후 6년 만에 3조원대를 넘어서며 업계 4위로 수직상승했다. 경기도 분당 본점을 기반으로 경기도 및 호남(전주) 지역에 6개 지점을 둔 페퍼저축은행은 올 6월 기준 17만 명에 달하는 고객을 보유한 대형사로 거듭났다.

관행을 깨는 마케팅 전략, 경쟁사 대비 뛰어난 상품, 여기에 고객의 니즈를 반영한 매력적인 인센티브까지. 비즈니스 전선에 뛰어든 기업이라면 누구나 고민하는 ‘차별화’ 요소다. 이미 레드오션에 접어든 시장의 경우, 누구나 생각할 법한 빤한 전략으론 잘돼야 현상유지, 그도 아니면 시장 퇴출 같은 된서리를 맞기 십상이다. 페퍼저축은행 역시 기존 관행을 뛰어넘은 차별화 전략을 통해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호주계 금융기업 페퍼그룹의 한국 진출 첫 사례이기도 한 페퍼저축은행은 창업 이후 지금까지 장매튜 대표가 경영 일선을 지휘하고 있다. 장 대표는 10살에 부모를 따라 미국 이민을 떠난 ‘1.5세대’로, 1990년대 초부터 미국에서 프라이빗뱅킹과 신용카드 세일즈 등 컨슈머뱅킹 경력을 쌓았다. 2000년대 초반 한국으로 돌아온 뒤에는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서 일하며 당시 이미 빅데이터를 활용한 직장인 신용대출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켜 세일즈 능력을 인정받았다.

 

당시 장 대표가 이 끈 신용대출 조직이 대출모집인 9명, 본사 직원 20명에서 출발해 2년 만에 대출모집인 900명, 본사 직원 120명으로 확대된 사례는 지금도 은행권에서 회자된다. 명확한 고객 타깃팅과 중금리 대출 사업의 가능성을 몸소 확인한 장 대표는 저축은행 인수 이후로도 이 같은 사업 기조를 이어가며 성공 스토리를 써가고 있다.

제1금융권 문턱을 넘기 어려운 저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고금리 대출은 79곳에 달하는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대동소이한 영업 전략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저축은행 전체 대출자의 63.2%(73만 명)가 24%에 달하는 법정 최고금리로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 저축은행의 자본력, 즉 전체 여신 규모에 차이가 있을지언정 저신용자 연체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고금리 영업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게 국내 저축은행업계의 영업 패턴인 셈이다. 장 대표는 천편일률적인 영업구조에서 벗어나 새로운 니즈를 파악하고 이를 시장에 안착시킨 것이 페퍼저축은행의 성장 비결이라고 말했다.


빅데이터 분석으로 중신용·중금리 집중


“대출 조건이 거기서 거기라면 ‘굳이 왜 페퍼를 이용하지?’라는 물음에 답을 드려야만 합니다. 제1금융권이나 다른 저축은행이 놓치고 있던 ‘중신용 중금리’ 신용대출을 파고든 이유죠.”

장 대표는 창업 당시부터 저신용자 타깃의 고금리 대출은 지양했다. 1~10등급으로 나뉜 신용등급 중 은행이 1~3등급을, 기존 저축은행이 7~9등급을 커버한 반면, 페퍼저축은행은 영업 범위에서 소외돼 있던 4~6등급의 니치마켓을 파고들었다.

“17만 명에 이르는 고객 데이터를 확보한 것 자체가 컨슈머뱅킹의 강점입니다. 대출 비즈니스 핵심 리스크인 연체율과 비용 문제를 거래 데이터로 평가해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뜻이죠. 고객 리스크를 빅데이터로 파악하고 이를 바탕으로 매력적인 금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게 우리만의 강점입니다.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모델을 갖춘 덕분이죠.”

장 대표는 설립 초기부터 제1금융권을 이용하기 힘든 고객이 찾을 수 있는 대안 서민금융기관을 목표로 정했다. 차별화된 예·적금 상품은 물론, 중금리 개인신용대출을 중심으로 주택담보·사업자·소상공인·자동차 대출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꾸린 배경이다.

 

지난해부터는 업계 최초로 행동평점시스템을 도입해 고객 신용도를 면밀히 분석하고 있다. 또 다른 대출이 있는지, 신용카드는 어디에 얼마나 쓰는지, 대출금 관리는 어떻게 하는지를 파악해 추가 대출을 진행하거나 위험 차주로 구분하는 분석 기법이다. 실제로 ‘페퍼중금리신용대출’과 ‘사잇돌2’는 지난해 4분기와 올해 1분기에 국내 저축은행 중금리 대출상품 중 판매실적 1위를 기록하며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페퍼루’ 앱 통해 여·수신 모델 확대


중금리 대출을 통한 수익모델이 탄탄해지자 수신(예·적금) 금리도 업계 최고 수준을 보장할 수 있게 됐다. 페퍼저축은행은 업계 평균 2.4%를 넘어 최고 2.6%까지 예금금리를 제공한다. 예금보호 5000만원 한도 내에서 분산투자를 염두에 둔 고객에겐 페퍼저축은행의 높은 금리가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장 대표는 “여신 비즈니스 또한 명확한 고객 타깃팅이 중요하다”며 “고객을 먼저 찾아나서는 세일즈 역량이 우리의 강점”이라고 소개했다.

“최근 부는 핀테크 혁신 바람도 페퍼저축은행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새 먹거리”라고 강조했다. 지난 3월, 고객 편의 증대를 위해 선보인 자체 모바일뱅킹 애플리케이션 ‘페퍼루’가 대표적이다. 페퍼루를 이용하면 6~7분 만에 복잡한 서류 제출 없이 300만원 정도를 8%의 매력적인 금리로 빌릴 수 있다.

 

은행 지점을 방문해 12번 넘게 서명해야 하는 복잡한 대출 과정이 페퍼루 애플리케이션 하나로 사라진 셈이다. 특히 수시 입출금이 가능하면서도 아무 조건 없이 연 2% 금리를 제공하는 모바일 전용상품 ‘페퍼루 저축예금’이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30대 초반 대리급, 연봉 4000만원 정도인 고객을 생각해보세요. 이런 분들에겐 3000만원이 아니라 당장 온라인쇼핑에 필요한 돈 300만원을 8% 금리로 제공하는 게 먼저예요. 다른 저축은행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고객을 기술을 기반으로 찾아나선 거죠. 카카오뱅크를 보세요. 2년 만에 자산 10조원을 넘어섰어요. 저축은행도 챌린지 뱅크가 돼 변화를 주도할 수 있습니다.”

업계에선 페퍼저축은행의 급격한 성장세에 장 대표 특유의 경영원칙도 숨어 있다고 평가한다. ‘사람 중심’ 경영이다. 모든 임직원이 안심하고 업무에 집중하기 위해선 고용안정이 필수라는 게 평소 장 대표의 지론이다. 페퍼저축은행은 2015년 2월 적극적인 고용창출과 고용안정 노력을 인정받아 저축은행 중 최초로 고용노동부로부터 ‘고용창출 100대 우수기업상’을 수상했다.

 

2017년부터는 3년 연속 계약직 직원의 정규직 전환도 시행 중이다. 이 밖에도 설립 이후 줄곧 패밀리데이, 가족사랑 휴가, 경력 단절 여성 채용 등 가족친화적 조직문화 조성에 힘쓰고 있다. 자녀를 출산한 직원에게 매년 200만원씩 5년간 보조금을 지원하는 ‘베이비사랑 지원금’ 제도는 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복지사례다.

장 대표는 설립 초기 ‘최고 저축은행’이라는 기업 슬로건을 2017년부터 ‘최고 금융회사’로 바꿨다고 말했다. 자산규모와 수익 면에선 이미 저축은행으로서의 성과를 이뤄냈다는 자신감의 발로다.

“2013년 늘푸른저축은행 인수 당시 구멍가게 수준의 영업력에서 6년 만에 국내 저축은행업계를 선도하는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했습니다. 향후 5년 안에 규모나 수익뿐 아니라 고객과 직원, 나아가 사회 전체에 기여하는 최고의 금융기업으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진원 기자 jang.jinwon@joongang.co.kr·사진 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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